알리안츠생명 노사 기싸움 내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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알리안츠생명 노사 기싸움 내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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배부른 경영진…배고픈 직원들

[일요시사=경제1팀] 2008년 1월 알리안츠생명 노조 총파업은 사측이 임금체계를 성과급제로 변경한 데에 따른 노조 창립 47년 만의 첫 파업이었다. 파업이 234일간 이어지면서 회사 사정이 악화되자 결국 노사는 합의를 했지만 성과급제를 시행됐다. 4년이 넘게 지난 지금 문제가 있다는 지적이 나왔다. 임원들의 성과급은 지급하고 직원들의 임금은 동결했다는 것. 회사 측은 "말도 안 된다"고 부인하고 있다.

독일계 다국적기업인 알리안츠생명은 1999년 초 제일생명 인수를 통해 국내에 진출했다. 2007년 정문국 사장 선임을 계기로 6000여 명 규모였던 설계사 조직을 2009년 1만명으로 확대키로 하는 등 성장에 박차를 가했다. 하지만 큰 두각을 나타내지 못했고 노사 간의 합의도 없이 '기초임금 및 성과급 차등지급'이라는 사측의 일방적인 성과급제를 도입했다.

일방적 성과급제

'노조 창립 47년만의 첫 파업' '234일간의 파업'이라는 불명예를 가져온 2008년 1월 알리안츠생명 노동조합 장기파업 사태의 시발점이었다. 당시 알리안츠생명이 도입하려 한 성과급제는 직원들을 5등급으로 나눠 하위 2개 등급은 노사가 합의한 임금인상률보다 적게 올려줬다.

노사는 격렬하게 대립했다. 노조는 파업을 벌였고 사측은 파업 동참자 대량해고라는 초강수로 맞섰다.

노조는 회사 측이 도입한 성과급제가 근로조건 불이익 변경에 해당하기 때문에 노사합의가 필요하다고 주장했다. 3년 후 일부 직원들의 경우 기존 임금보다 적어질 수 있고 성과급제 차등폭이 동종업계의 다른 회사보다 크다는 이유였다.

반면 회사 측은 호봉승급분을 보장하고 임금인상분만을 활용해 차등지급하기 때문에 근로조건 불이익 변경이 아니라고 맞섰다.

노조는 독일 본사까지 찾아가 항의 투쟁을 벌였고 설계사는 1000명 이상 빠져나갔다. 고객 기반은 급속도로 무너졌고 결국 노사는 파업 234일 만에 합의를 하기로 했다.

노조는 회사의 성과급제를 수용하고 사측은 성과에 따른 임금인상 차이를 줄이기로 했다. 해고했던 지점장은 전원 복직시켰다.

알리안츠생명은 1년에 한 번 직원 1700여 명에 대한 성과평가를 해서 매년 4월에 성과급을 지급하고 있다. 등급은 총 5개. S·A·B·C·D로 나눠지고 각 등급에 따라 차등적으로 성과급을 지급하고 이에 따라 기본급도 달라진다.

S등급(상위 5%) 직원들은 200%의 성과급을 받고 A등급(상위 15%) 직원들은 150%, B등급(상위 60%) 직원들은 100%, C등급(상위 75%) 직원들은 50%, D등급(상위 95%) 직원들은 0%를 받는 식이다.

사측-노조 임금협상 과정서 팽팽한 줄다리기 
임원에 성과급 주면서…직원은 동결 분위기?

금융감독원 전자공시 2012 감사보고서에 따르면 알리안츠생명은 당기(2011년 4월1일∼2012년 3월31일) 직원 급여로 795억9700만원을, 전기(2010년 4월1일∼2011년 3월31일)에는 773억200만원을 지급했다. 상여금은 당기 104억2700만원, 전기 143억4400만원 지급됐다.

그런데 지급된 상여금이 모두 임원들에게 돌아갔다는 충격적인 주장이 나왔다. 내부 관계자에 따르면 알리안츠생명은 당기 지급된 상여금을 모두 임원들에게 몰아줬다. 그로 인해 생기는 부담은 직원들에게 덮어씌웠다. 직원들의 임금은 동결했다는 설명이다.

이에 대해 알리안츠생명 관계자는 "현재 노사가 임금협상 중인데 임금이 동결됐다는 부분은 사실이 아니다"며 "전 직원이 기준에 맞는 성과급을 지급받았다"고 반박했다.

임원들의 성과급에 대해서는 "임원들의 경우 임기는 2년으로 동일하지만 계약 시기가 다르고 그룹 및 회사의 정책에 따라 얼마가 지급됐는지는 답변하기 어렵다"고 설명했다.

알리안츠생명은 금융당국의 배당 자제 권고에도 불구하고 고배당 성향을 유지해 따가운 시선을 받고 있기도 하다.

금감원은 올해 초 '2012년 보험감독 방향'을 발표하며 금융시장 불안요인에 대한 선제적 대응책의 일환으로 보험업계의 배당자제를 권고했다.

박근희 삼성생명 사장은 지난 5월11일 열린 'FY2011 기업설명회' 자리에서 "배당을 많이 하면 좋은데 올해는 시가배당 2% 정도밖에 안 된다"며 "2%의 시가배당도 상당히 어려운 고민 끝에 결정했다"고 말했다. 금감원의 강력한 권고를 의식한 것이 다분하다.

하지만 알리안츠생명은 배당정책의 경우 대주주인 알리안츠그룹이 유럽의 어려운 금융시장 여건하에 적절히 자본을 재배치하는 과정상 이뤄지는 것이라 불가피하다는 이유로 여전히 고배당 정책을 유지하고 있다.

고배당 정책 유지

알리안츠생명은 당기 400억원(82.1%), 전기 800억원(90.1%)의 배당성향을 기록, 금감원의 심기를 건들였다. 올해에도 역시 이러한 추세를 유지할 것으로 보인다.

한편 알리안츠룹은 독일 뮌헨에 본사를 둔 보험 중심의 세계적 금융서비스 그룹으로 전 세계 70여 개국에 17만7000명 이상의 직원을 두고 6000만명 이상의 고객에게 보험, 은행 및 자산운용 상품과 서비스를 제공하고 있다. 알리안츠그룹의 2004년 말 기준 운용자산은 1조780억유로(1522조원)가 넘으며 총 매출은 969억유로(136조8000억원)를 기록했다.

한종해 기자 <han1028@ilyosis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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