① '꽃놀이패' 쥐고 회심의 미소 짓는 박근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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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철수 후보 사퇴 파장>① '꽃놀이패' 쥐고 회심의 미소 짓는 박근혜

일요시사 0 675 0 0

단일화 막진 못했지만 챙길 것은 다 챙겼다

[일요시사=정치팀] 안철수 전 무소속 후보가 지난 23일 대선후보에서 전격적으로 물러났다. 타의에 의한 것이 아닌 자의에 의한 결정이었다. 이로써 야권단일후보는 사실상 문재인 민주통합당 후보로 귀결됐고, 선거를 20여 일 앞두고 박근혜 새누리당 후보와 일대일 맞대결 구도를 만들었다. 박 후보로선 긴장할 법도 한 상황이다. 하지만 웬일인지 그동안 단일화라면 치를 떨던 박 후보가 말을 아끼며 극도로 표정관리에 나선 듯하다. 속으론 회심의 미소를 짓고 있는지도 모른다. 단일화를 막진 못했지만 이미 챙길 것은 다 챙겼다는 것이다. 따라서 <일요시사>는 이번 단일화 정국에서 박 후보가 쥐게 된 '꽃놀이패'를 살펴봤다.

한때 정치권에서는 박근혜 새누리당 대선후보가 제일 싫어하는 꽃이 '단일화'라는 농담이 유행처럼 번졌었다. 야권의 단일화 논의는 박 후보에게 그야말로 눈엣가시였다. 실제로 박 후보 진영이 그동안 쏟아낸 야권단일화에 대한 평가는 논리적인 '비판'이라기보단 감정 섞인 '비방'에 더 가까웠다.

눈엣가시 '단일화'
비판 넘어 비방

김무성 새누리당 총괄선거대책본부장은 "좋은 노래도 많이 들으면 싫증난다. 추태와 혼란의 야권단일화가 정말 징그럽다"고 말했고, 김성주 새누리당 공동선대위원장은 "사상이 맞지 않는 사람들끼리 앉아서 하는 희대의 정치사기극이자 헌정사상 가장 수치스러운 일"이라고 말했다. 심지어 김태호 새누리당 중앙선대위 공동의장은 "대선이 불과 며칠 남지 않은 상황에서 단일화를 하는 것은 국민을 현혹시키는 일"이라며 "국민을 '홍어X' 정도로 생각하는 사기극은 중단돼야 한다"는 발언을 하기도 했다.

새누리당 경선기간 동안 상대 후보들의 집중적인 공격을 받으면서도 네거티브적인 발언만큼은 끝까지 자제했던 박 후보 역시 "단일화는 이벤트 쇼"라며 "민생과 관련 없는 권력게임에 가깝다"고 연일 단일화 비판에 동참했었다. 그만큼 야권후보단일화는 박 후보나 새누리당에 위협적인 존재였던 것이다.

양 진영 난타전에 신난 새누리 "결승도 문제없다"
유출 인재, 유출 표심 잡기에 총력 "도약 할까?"

이런 와중에 지난 23일 안철수 무소속 후보가 양측 대리인들끼리 단일화 논의를 진행하던 중 "정권교체를 위해 백의종군 하겠다"며 전격적인 후보사퇴를 선언했다. 이로써 박 후보가 그토록 두려워하던 야권단일화가 대선을 20여 일 앞둔 시점에서 현실로 다가오고야 말았다. 얼핏 보면 절망적인 상황이지만 웬일인지 박 후보 진영은 느긋한 모습이다. 그 이유는 무엇일까?

그 첫 번째 이유는 박 후보가 양 후보 진영의 단일화 과정에서 유출되는 인재와 유출 표심을 잡을 수 있는 꽃놀이패를 쥐게 됐기 때문이다. 문 후보와 안 후보는 처음부터 끝까지 '아름다운 단일화'를 부르짖었지만 지금까지 벌어진 상황들을 살펴보면 양 후보의 단일화 과정은 결코 아름답지만은 않았다. 오히려 '이전투구'에 더 가까웠다. 따라서 박 후보 측은 반드시 이번 단일화 과정에서 이탈자가 생길 수밖에 없다고 분석하고 있다.

박 후보로선 단일화 승부에서 사실상 패한 안 전 후보 캠프 측 인사를 영입할 수만 있다면 야권단일화의 의미를 크게 퇴색시킬 수 있는 패를 쥐게 된다. 물론 아직까지 구체적으로 거론되고 있는 인사는 없다. 하지만 머릿수보다는 상징적인 인물 한두 명만 영입에 성공한다 해도 큰 효과를 얻을 수 있다.

느긋한 박근혜
초조한 문재인

박 후보 진영은 단일화 과정에서 유출될 표심에도 호시탐탐 눈독을 들이고 있다. 박 후보 측은 당초 야권후보단일화가 성공한다 해도 최종 단일후보에 대한 상대후보 진영의 지지율은 70%대에 그칠 것으로 내다봤다. 단일화 과정에서 패한 후보 진영에서 최소한 20% 이상의 유권자들이 유출 될 것이라는 예측이었다.

박 후보로서는 이들의 표심도 자신에게 끌어오는 것이 최상의 시나리오겠지만 굳이 이들의 표심이 박 후보를 향하지 않아도 상관없다는 계산이다. 물러난 안 전 후보 측 지지자들이 아예 투표를 포기하거나 야권 성향의 다른 군소후보들에게 분산된다고 해도 절반의 성공이라는 분석이다.

두 번째 이유는 박 후보가 양 진영의 난타전으로 생각지도 못한 반사이익을 얻었다는 점이다. 박 후보가 이번 단일화 정국에서 얻은 가장 큰 수확은 이해찬 민주통합당 대표의 사퇴였다. 이 전 대표는 김대중 전 대통령과 노무현 전 대통령의 선거 총괄기획을 맡아 불리한 선거판세를 뒤집어내고 대선에서 승리했던 경험이 있는 인물이다. 단일화 과정에서 이 전 대표가 낙마했으니 박 후보는 손도 안대고 코를 푼 격이다.

물론 대표직에서 사퇴했다고 해도 이 전 대표는 물밑에서 문 후보를 적극 지지하겠지만 그 효과는 분명 반감될 수밖에 없다는 분석이다. 게다가 단일화 논의 과정에서 발생한 잡음은 기존 정치권의 때가 묻지 않은 이미지가 가장 큰 장점이었던 문 후보에게 커다란 상처를 남겼다는 평가다. 결국엔 단일화 방식에 합의하지 못하고 안 전 후보의 일방적인 사퇴로 단일화가 이뤄졌다는 점에서 문 후보의 대권행보는 험로가 예상된다.

세 번째 이유는 양 후보가 단일화에만 몰두 할 때 박 후보는 물밑에서 내실을 다지며 최종 결승을 준비해 왔다는 점이다. 그동안 문 후보는 안 전 후보와의 단일화에만 집중하다보니 외연확장에는 전혀 신경을 쓰지 못했었다. 야권 군소후보들과의 연대논의조차 대선을 불과 20여 일 앞둔 지금에야 손을 대야 할 판이다. 반면 박 후보는 차근차근 외연확대에 나서 지난 16일 선진통일당과의 합당절차를 마무리 했으며, 22일에는 이건개 무소속 대선후보의 지지를 이끌어내며 단일화를 이뤘다. 이밖에도 박 후보 진영은 이회창 전 자유선진당 대표 등 인재영입에도 속력을 내고 있다.

이미지 치명적 상처
인재유출도 고민거리

정치전문가들은 "외연확대를 통한 이 같은 내실다지기가 지금 당장 큰 효과를 나타내진 않겠지만 야권단일후보가 결정되고 1대1 구도가 형성되었을 때는 박 후보 진영이 훨씬 더 견고하고 조직력 있는 모습을 보일 것"이라고 내다보고 있다.

네 번째 이유는 이슈 장악력에 비해 빈약한 야권의 지지율이다. 그동안 박 후보 측은 단일화 정국이 지속되면 지지율이 크게 떨어질 것이라 우려하며 전전긍긍했었다. 그러나 야권의 본격적인 단일화 논의가 보름 넘게 계속됐었지만 그 영향력은 생각보다 미미한 수준이었다.

여론조사기관 리얼미터가 지난 21일 발표한 여론조사 결과(전국 19세 이상 성인남녀 1500명 무작위 추출, 유선전화(80%) 및 휴대전화(20%) 임의걸기(RDD) 자동응답 방식, 표본오차 95% 신뢰수준 ±2.5%p)에 따르면 박 후보의 지지율은 45.5%에 달했다. 반면 문 후보는 27.0%, 안 전 후보는 20.8%의 지지율을 얻는데 그쳤다.

한때 박 후보의 지지율이 30%대까지 밀렸던 것을 감안하면 무척 선방한 것으로 분석됐다. 때문에 박 후보 진영에서는 "비록 이슈에선 밀렸지만 표에서는 밀리지 않았다"며 문 후보와의 결승전에서도 자신감을 나타내고 있다.

게다가 단일화 정국에서 박 후보는 이슈에서 멀어졌지만 네거티브에서도 멀어졌었다. 그동안의 대선정국에서 과거사와 측근비리 의혹 등 네거티브에 끊임없이 시달렸던 것과 비교하면 박 후보는 야권의 단일화 정국에서 그 어느 때보다 평탄하고 편안한 대권가도를 달려왔던 것이다.

이슈 장악력에 비해 빈약했던 지지율, 야권 '울상'
이슈에서 멀어진 박, 네거티브에서도 멀어져 '방긋'

새누리당의 한 관계자는 "이슈에서 밀려도 표는 떨어지지 않으니 문 후보가 다른 군소후보들과의 단일화도 시도한다면 이대로 대선종반까지 묻어가는 것도 괜찮겠다는 생각도 한다"고 말했다.

다섯 번째 이유는 민주당이 지금까지 단일화에 발목이 잡혀 제대로 힘을 쓰지 못했다는 점이다. 그동안 정치권에선 문 후보가 단일화에만 매달리면서 '사람이 먼저다'가 아닌 '안철수가 먼저다'가 됐다는 말이 나왔었다.

일화 정국에서 문 후보 측은 안 전 후보 측이 불편해 하는 인사라면 측근이라도 과감하게 정리하는 모습을 보였다.

특히 조직이 없는 안 전 후보 측이 단일화 과정에서 민주당의 조직 동원 등에 매우 민감하게 반응하면서 민주당은 안 전 후보 측의 눈치를 보느라 제대로 힘도 써보지 못하고 지금까지 오게 된 상황이다. 하지만 선거에서 정당의 조직 동원은 어쩌면 당연한 전략이다.

민주당이 주춤한 사이 새누리당은 각 지역구별로 바닥민심을 훑으며 다가오는 대선을 준비하고 있었다. 전문가들도 "이 같은 '안철수 감싸기'가 단일화에는 도움이 됐을지는 몰라도 박 후보와의 최종대결에서는 약점을 드러낼 것"이라고 우려하고 있다.

발목 잡힌 민주당
훨숼 나는 새누리

이제 대선까지 남은 시간은 고작 20여 일이다. 남은 기간 민주당이 전열을 가다듬고 대반격을 가한다고 해도 남은 시간은 너무 촉박하다는 분석이 지배적이다.

마지막으로 한 정치전문가는 "문 후보가 안 전 후보와의 단일화에 성공했다고 해서 대선에서 무조건 승리할 것이라는 안일한 생각을 가지고 있다면 최후에 웃는 사람은 박 후보가 될 것"이라며 "이슈를 독점하고 있으면서도 지지율을 끌어올리지 못했던 지금까지의 상황을 냉철하게 분석하고 변화를 시도해야만 한다"고 지적했다.

김명일 기자 <mi737@ilyosis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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