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돌아온 2인자' 손학규 이재오 노림수 해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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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돌아온 2인자' 손학규 이재오 노림수 해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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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등만 기억하는 세상? 우리가 대선 키맨!"

[일요시사=정치팀] 대선 경쟁이 뜨겁게 달아오르고 있는 가운데 각 당의 2인자들이 돌아왔다. 한때 경선과정에서의 불만을 토로하며 칩거에 나섰던 이재오 새누리당 의원과 손학규 민주통합당 상임고문이 그들이다. 대선까지 남은 기간이 한자릿수로 줄어든 가운데 <일요시사>는 이들의 노림수와 역할, 대선에 미칠 영향력 등을 분석해봤다.

"슬로건 좋던데, 좀 빌릴까요?"

문재인 민주통합당 대선후보와 손학규 당시 경선 후보는 지난 7월23일 방송토론회에서 슬로건을 놓고 치열한 신경전을 벌였다. 문 후보가 자신이 대선후보가 된다면 손학규 상임고문의 슬로건인 '저녁이 있는 삶'을 빌려 써도 되겠냐고 물은 것이다. 그러나 손 고문은 자신이 대선후보가 될 것이기 때문에 그럴 일은 없을 것이라고 잘라 말했다. 두 사람 사이에는 일순 싸늘한 분위기가 연출됐다.

돌아온 이유는?

그런데 지난 11월27일 문 후보의 유세장에 나타난 손 고문은 지지연설을 하던 도중 "지난 경선 과정에서 문 후보가 TV토론에서 저녁이 있는 삶이라는 구호가 괜찮으니 빌려줄 수 없냐고 했는데, 당시 내가 인색하게 안 된다고 했다"면서 "이제는 문 후보가 자랑스러운 민주세력의 단일후보가 됐으니 저녁이 있는 삶을 문 후보에게 몽땅 드리고자 한다"고 말했다.

손 고문은 당내 경선 이후 두 달여 간이나 칩거하며 민주당의 지원요청에 좀처럼 응하지 않아 문 후보의 애를 태웠었다.

박근혜 새누리당 대선 후보 측엔 이재오 의원이 돌아왔다. 이 의원은 지난 7월 당내 대통령후보경선 과정에서 완전국민경선제로의 경선룰 개정 요구가 받아들여지지 않자 경선 출마를 포기했고, 이후 외곽에서 박 후보를 지속적으로 비판해왔다. 때문에 이 의원의 박 후보 지지여부는 정치권의 큰 관심사였다.

이 의원은 대선을 2주가량 남겨둔 지난 2일 "정권 재창출을 위해 어떤 위치에서든 작은 힘이나마 힘껏 보태겠다"며 전격적으로 지지의사를 밝혔다. 친이계의 좌장인 이 의원의 지지 의사 표명으로 박 후보를 중심으로 한 당내 통합과 보수진영의 결집이 사실상 완료됐다는 평가가 나왔다.

이 의원은 박 후보가 분권형 개헌을 받아들여야 도울 수 있다던 기존 입장도 일단 포기했다. 이처럼 여야 각 후보의 애를 태우던 두 사람이 갑자기 입장을 바꾸고 대선전에 적극 뛰어들면서 그 배경에 관심이 쏠리고 있다. 일단 이들이 대선경선 이후 칩거에 들어간 표면적인 이유는 경선과정에서의 불만 때문이다.

손 고문은 경선과정의 불공정에 대해 지속적으로 불만을 제기 했었다. 문 후보와의 경선과정에서 대의원투표를 이기고도 모바일투표에서 엄청난 격차가 벌어지는 상황이 반복되자 이른바 조직이 동원됐다는 의혹제기였다. 비문주자를 지지하는 일부 대의원들은 경선 당시 달걀과 물병을 투척하고 지도부를 향해 입에 담기 힘든 욕설을 쏟아내는 등 극심한 갈등을 겪었다.

이 의원은 경선을 앞두고 비박계 경선주자들의 국민경선 요구를 박 후보가 묵살하자 "경선은 박근혜 후보를 추대하기 위한 정치쇼"라고 불만을 터뜨리며 아예 경선에 불참했었다. 하지만 정치권에선 이들이 그동안 칩거에 들어갔던 진짜 이유는 따로 있다는 게 정설이다. 실제로 손 고문과 이 의원을 제외한 다른 경선주자들은 경선 이후 각 당의 후보들을 적극 지원해왔다.

마지막 퍼즐 완성한 여야 "남은 것은 진검승부"
칩거 끝 얻은 것은 무엇? 향후 정치행보 관심

정치전문가들은 이들이 그동안 칩거에 들어갔던 이유에 대해 "2인자의 존재감을 부각시키기 위한 안철수식 타이밍정치"라고 분석했다.

손 고문의 경우 이번 당내 경선에서 2위를 차지하며 그 영향력을 과시했다. 게다가 이념논쟁과 친노비판에서 상대적으로 자유로운 인물이라 중도층에서 비교적 높은 지지를 받고 있다.

이 의원의 경우는 지난 5년간 계속 되어온 친이, 친박 간 갈등을 끝낼 새누리당 규합의 열쇠로 여겨지던 인물이었다. 따라서 대선이 종반으로 치달을수록 이들의 몸값 또한 높아질 것이 분명했고 그 과정에서 차기 당권이나 이 의원의 경우 분권형 개헌 등 복귀의 조건으로 원하는 것을 얻어내기 위한 복합적 노림수였다는 분석이다.

또 이들은 그동안 뜸을 들이며 대선 후보와 대등한 관계에서 자신의 존재감을 꾸준히 부각시킬 수 있었다. 경선 패배 후 대선캠프에 참여하며 일개 당원으로 전락해 여론의 관심에서 멀어졌던 다른 경선주자들과는 차별화 되는 점이다.

그렇다면 이들이 돌아온 이유는 실제로 원하는 것을 얻어냈기 때문일까? 현재로선 그 속사정까진 상세히 알 수 없다. 하지만 아무런 실익도 없이 오직 대선승리의 밀알이 되기 위해 돌아왔다는 그들의 주장을 있는 그대로 믿는 이는 많지 않다.

이들의 복귀는 사실 예견된 일이었다. 아무리 경선과정에 대해 불만이 있다고 하더라도 이번 대선에서 아무런 역할도 하지 않는다면 대선패배 시 책임론에 직면할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자당의 후보가 대선에서 승리한다고 해도 상황이 불리하긴 마찬가지다. 대선과정에서 아무런 역할도 하지 않았기 때문에 당내 입지가 순식간에 좁아 질 것은 분명하다. 대선 후 정치행보를 생각한다면 반드시 이번 대선에 참여했어야 한다는 것이다.

또 예상외의 싸늘한 반응도 이들의 복귀를 앞당겼다는 분석도 있다. 이들의 영향력을 생각할 때 대선주자들과 지지자들이 복귀를 애걸복걸 할 것이라 예상했지만 여론의 관심이 모두 안철수 전 무소속 대선 후보에 쏠리면서 당내 일각에선 그냥 가만히 있는 게 도와주는 것이라는 이야기도 나왔다.

그렇다면 이번 대선에서 이들의 역할은 무엇이며 대선에 미칠 영향력은 어느 정도일까? 당내에서 기대하는 이들의 가장 큰 역할은 역시 분열된 당의 규합이다. 이들의 합류는 경선과정에서의 벌어진 당 내부의 갈등이 모두 봉합됐다는 것을 대내외에 천명하는 상징적 의미를 가진다. 따라서 경선과정에 실망하고 이탈했던 표심을 끌어오는데 결정적인 역할을 할 것이란 분석이다.

대선 영향력은?

비록 2인자임에도 대통령후보들과의 지지율 격차가 워낙 벌어졌던 만큼 이번 대선에서 승부를 가를 변수는 아니라는 평가가 지배적이지만 대선판도가 초접전 양상으로 흘러가는 만큼 이들의 영향력도 결코 무시할 수는 없다. 

마지막으로 한 정치전문가는 "2인자의 복귀로 여야의 진용은 모두 갖춰졌다. 이제는 양측의 진검승부만 남은 셈"이라고 평가했다.

김명일 기자 <mi737@ilyosis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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