용산참사 4주기 '수감자 외면' 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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용산참사 4주기 '수감자 외면' 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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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면카드…MB맨 '만지작' 철거민 '나몰라'

[일요시사=사회팀] MB정부가 설 특별사면을 검토하고 있다. 현재까지 불거진 쟁점은 2가지다. 첫째, 이명박 대통령의 측근들이 이번 설 특사 명단에 포함될 것인가. 둘째, 용산참사로 징역형을 선고받은 철거민 6명이 사면될 것인가. 지난 20일은 용산참사가 있은 지 꼭 4년째 되는 날이었다. 4년 전 서울 용산구 남일당 터, 그곳에는 사람이 있었다.

지난 7일 'MB의 오른팔' 임태희 전 대통령실장이 한 라디오 방송에 출연했다. 이 방송에서 임 전 실장은 "새 임금이 나오면 옥문을 열어 준다고 하지 않냐"라면서 이명박 정부의 설 특별사면 가능성을 시사했다. 다음 날 청와대는 설 특별사면과 관련 "이명박 대통령 측근 일부에 대한 사면을 검토하고 있다"고 말해 논란의 불씨를 지폈다.

개국공신 챙기기

현재 사면 대상자로 검토되고 있는 이명박 대통령의 측근은 최시중 전 방송통신위원장, 천실일 세중나모 회장, 신재민 전 문화체육관광부 차관, 김재홍 전 KT&G 이사장 등이다.

최 전 위원장은 'MB의 멘토'로 불리는 자타공인 MB정부 핵심 실세다. 이 대통령의 고려대 동문이자 절친한 친구인 천 회장도 MB정부 '개국공신'으로 불린다. 신 전 차관은 MB정부 권력형 게이트의 상징과도 같은 인물이며, 김 전 이사장은 이 대통령의 부인 김윤옥 여사의 사촌오빠다. 이들은 현재 모두 형을 확정짓고 사면 받을 준비를 마쳤다.

이번 설 특별사면 최대어는 이 대통령의 친형 이상득 전 의원이다. 알선수재 혐의로 지난해 7월 구속된 이 전 의원은 오는 24일 1심 선고를 앞두고 있다. 1심 선고공판 후 이 전 의원과 검찰 모두 항소를 포기하면 그대로 형이 확정된다. 그리고 이 전 의원은 사면 대상에 포함된다.

검찰은 딜레마에 빠졌다. 징역 3년을 구형한 검찰 입장에서 선고형이 3년보다 적게 나왔을 경우 이 전 의원에 대한 항소를 포기한다면 '청와대 눈치보기'라는 비난 여론에 직면하기 때문이다.

보통 1심에서 피의자에게 구형량보다 못한 양형이 내려졌을 때 검찰은 상고를 선택한다. 그러나 이번은 사정이 다르다. 오는 2월 새 정부가 출범하는 만큼 검찰의 섣부른 항소가 오히려 역풍을 부를 수 있다는 판단이 검찰 내부에 있기 때문이다.

김재원 새누리당 의원, 이혜훈 새누리당 최고위원 등 친박계 주류 인사들은 한 목소리로 청와대의 임기 말 측근 사면을 반대하고 있다. 새 정부에 부담을 주지 않기 위한 제스처다.

하지만 인수위는 비교적 신중한 입장을 취하고 있다. 이를 두고 인수위 주변에서는 "박근혜 당선자가 이번 특별사면을 두고 청와대와 정치적인 딜을 하지 않겠냐"는 말도 나오고 있다.

이처럼 정치권의 촉각이 청와대로 집중된 사이 인수위가 있는 서울 종로구 삼청동 금융연수회에는 용산참사 4주기를 맞아 철거민들의 석방을 외치는 목소리가 모여 들었다.

지난 11일 오전 8시 인재근·이인영·유은혜 민주통합당 의원은 각각 20분 간격으로 인수위 사무실 앞에서 1인 시위를 벌였다.

이들은 "용산참사 유가족들의 요구인 구속자 석방과 책임자 처벌을 외면하지 마라"면서 한목소리로 인수위의 책임 있는 역할을 주문했다. 이날 인 의원이 들고 있던 피켓에는 '용산은 끝나지 않았습니다'란 문구가 적혀 있었다.

이에 앞서 '용산참사 4주기 범국민추모위원회(이하 추모위)'는 지난 7일부터 인수위 앞에서 1인 시위를 벌이고 있었다. 이들은 "박근혜 당선자가 사회통합을 말하려면 용산참사를 외면해서는 안 된다"고 강조했다.

설특사 명단에 대통령 측근들 오르내려
4년째 징역살이 6명 방치…석방요구 거세

추모위는 지난 14일 용산참사가 있었던 서울 용산구 남일당 터에서 피해자 유족들과 함께 추모기간을 선포하는 기자회견을 열었다. 기자회견 도중 고인들을 추모하는 새하얀 국화꽃이 철거구역을 둘러싼 철제 담벼락 사이에 놓여졌다. 철제 담벼락 안으로 보이는 남일당 터에는 잡초와 갈대만이 무성했다.

원래 계획대로라면 남일당 터를 포함한 '용산 4구역'에는 주상복합 건물이 들어서야 했다. 하지만 시공을 맡은 건설사는 추가 분담금을 문제로 계약을 해지했다. 6명의 목숨을 앗아간 남일당 터는 현재까지 빈 공터로 남아있다.

기자회견에는 용산참사를 다룬 영화 <두개의 문>의 김일란·홍지유 감독도 함께 자리했다. 이들은 추모위와 함께 인도적 차원의 철거민 석방을 요구했다.

지난 2010년 대법원은 철거민 8명에게 징역 4년 이상의 중형을 선고했다. 이중 2명은 지난해 10월 가석방됐다. 하지만 나머지 6명은 아직 차가운 감옥에 갇혀있다. 짧게는 올해 10월, 길게는 2015년 4월까지 수감 생활이 예정돼있다.

수감자 중에는 징역 5년4개월을 선고받고 4년째 수감 중인 이충연 용산4구역 철거대책위원장도 있다. 이 위원장은 살기 위해 아버지와 함께 망루에 올랐다가 아버지 이상림씨를 불길 속에 잃었다. 법원 판결에 의해 '아버지를 죽인 아들'이 된 그는 최근 옥중편지를 통해 용산참사 진상규명과 피해자 명예회복에 대한 의지를 드러내기도 했다.

기자회견으로부터 3일이 지난 17일 같은 장소에서는 '용산참사 4주기 추모 촛불기도회'가 열렸다.

사면 요구안 거절

고 이상림씨의 아내이자 이 위원장의 어머니인 전재숙 용산참사 유가족 대표는 "이렇게 빈 땅으로 남겨 둘 거면 왜 서둘러 철거를 했느냐"며 눈시울을 붉혔다.

같은 날 강제퇴거금지법 토론회에 참석했던 정동영 민주통합당 상임고문은 "용산참사는 4년이 흘렀지만 아직 진행형"이라면서 "국민통합은 용산참사 해결로부터 출발해야 한다"고 역설했다.

지난해 8월 이명박 정부는 당시 수감 중이었던 8명의 철거민에 대한 특별사면 요구안을 모두 거절한 것으로 알려졌다. 천주교, 개신교, 불교, 원불교 등 4대 종단 대표의 청원서도 묵살됐다.

그리고 지난 18일 정치권에서는 MB 측근 사면의 트레이드카드로 정봉주 전 민주통합당 의원과 이광재 전 강원도지사 등이 거론되고 있다는 소식이 전해졌다. 용산참사 수감자 석방에 대한 청와대의 코멘트는 없었다.

강현석 기자 <angeli@ilyosis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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