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세청 뇌물' 진실게임

한국뉴스

<재계뒷담화> '국세청 뇌물' 진실게임

일요시사 0 608 0 0

받은 사람 있는데 준 사람 없다?

[일요시사=경제1팀] 뇌물을 받았다고 한다. 준 사람은 없다고 한다. 받았다는 사람은 국세청 직원들이다. 세무조사 대상 기업 두 곳으로부터다. 검찰은 해당 기업 관계자들에 대한 소환조사를 진행했다. 그런데 기업들의 말이 서로 다르다. 누구는 "소환조사를 받았다"고 하고 누구는 "안 받았다"고 한다. 누구의 말이 사실일까?

국세청 직원들의 뇌물수수 소식이 끊이지 않고 들려오고 있다. 돈을 받고 세무조사를 무마해 주는가 하면 선물을 받고 조사상 편의를 제공한 직원도 있다. 금품을 수수하고 해외로 도주해 인터폴 수배를 받고 있는 간부급 직원도 있다.

금품수수 적발

항상 주는 이가 있었고 받는 이도 있었다. 그런데 이번엔 좀 다르다. 금품을 받아 수사를 받고 있는 국세청 직원은 있는데 금품을 줬다는 기업은 없다. 또 누구는 모 회사와 함께 소환조사를 받았다고 말하고 누구는 소환조사를 받은 적도 없다고 말한다. 둘 다 억울한 반응을 보이는 것은 맞지만 해명은 다르다.

금품을 준 것으로 알려진 기업은 H사와 S사다. 두 회사 모두 일반인들에게는 잘 알려져 있지 않은 중견기업이다.

H사는 1987년 창립해 국내외 복합운송주선업을 주요 사업으로 영위하고 있다. 이 회사는 홈페이지에서 국내 Plant Project 물량의 70∼80%를 수행하고 있는 중랑물 운송 분야 국내 1위 업체라고 소개하고 있다.

지난 2011년 7월 SBS <짝>에 출연한 여자 5호가 자신을 "이름만 대면 업계 사람들은 알 만한 해운회사 회장의 딸"이라고 소개했고, 이 회사가 H사인 것으로 알려지면서 유명세를 탄 바 있다.

1987년 설립된 S사는 올 상반기 IPO(기업공개)를 준비 중인 것으로 알려진 S홀딩스의 자회사로 간장, 고추장 등 장류를 주로 취급하는 종합식품회사다.

국세청 직원들 세무조사 업체서 금품 받아 
돈 건넨 두 기업 해명 달라 수사결과 주목

사건의 발단은 3년 전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경찰에 따르면 2010년 초 서울지방국세청 조사1국은 H사와 S사에 대한 세무조사를 실시했다. 조사1국은 규모가 큰 법인을 상대로 세무조사를 전담하는 국세청의 핵심 부서다.

조사를 실시한 국세청 직원들은 이들 기업으로부터 "잘 봐달라"는 요청과 함께 수천만원씩의 금품을 받았다.

받은 만큼 보답(?)한 걸까. 같은 해 S사는 '노사문화 우수기업'으로 선정돼 세무조사 유예, 은행대출시 금리 등 우대, 신용평가 시 가산점 부여 등의 혜택을 받았다.

노사문화 우수기업은 1996년부터 고용노동부 주관으로 시행해 오고 있으며 우수한 노사문화를 사회 저변에 확산해 기업의 경쟁력을 강화하겠다는 취지로 협력적 노사문화를 모범적으로 실천하고 있는 기업을 선정해 지원하는 제도이다.

업계 한 관계자는 "돈을 받든 안 받았든 세무조사가 있었던 해에 노사문화 우수기업으로 선정된 배경은 의심스럽다"는 반응을 보였다.

"조사 받았으나 무혐의"
           vs
"조사 받은 적도 없다"

이 같은 사실은 경찰청의 수사발표로 한 달 전 세간에 알려졌다. 지난달 21일 경찰청 지능범죄수사대는 서울지방국세청 조사1국 직원과 서울 강남구 삼성세무서 직원 등 국세청 직원 6∼7명이 세무조사 대상 기업들로부터 각각 수천만원의 금품을 받은 정황을 포착하고 수사에 착수했다고 밝혔다.

이 직원들이 기업으로부터 받은 돈을 모두 합치면 수억원대에 이른다고 경찰은 설명했다.

경찰 관계자는 "해당 직원들을 뇌물수수 혐의로 조사 중인 것은 맞다"면서도 "아직 수사 중인 단계라 구체적인 뇌물 액수나 조사 대상자에 대해서는 자세히 밝힐 수 없다"고 말했다.

경찰은 계좌추적과 소환조사 등을 통해 이 직원들이 해당 기업의 세무조사에서 편의를 봐주는 대가로 금품을 수수했는지 여부를 조사하고 있다. 경찰은 또 해당 업체로부터 돈을 받은 국세청 직원이 더 있는지, 고위급 간부들에게도 전달됐는지 등을 캐고 있다. 이들의 금품 수수가 사실로 드러나면 국세청 뿐만아니라 금품을 준 기업들에게도 한바탕 광풍이 몰아칠 것으로 예상된다.

경찰이 국세청 직원에게 뇌물을 준 기업 관계자들에 대한 소환조사도 진행한 것으로 알려졌다. S사와 H사의 고위 관계자를 불러 조사했다는 얘긴데 이 두 회사의 해명이 "억울하다"는 것 빼고는 너무 달라 오히려 의구심이 가중되고 있다.

억울하긴 한데…

먼저 S사 관계자는 <일요시사>와의 통화해서 "해당 내용은 들어서 알고 있지만 일부 잘못된 내용이 있다"고 말했다. 이 관계자는 "회사 관계자가 경찰청 소환조사를 받은 것은 맞다"면서도 "혐의가 없는 것으로 밝혀졌다"고 해명했다. 함께 조사를 받은 모 회사가 혐의가 있는 것으로 알려지면서 S사까지 함께 엮인 겪이라는 설명이다.

H사는 전면 부인했다. 이 회사 관계자는 "해당 내용은 모두 잘못됐다"며 "조사를 받은 적도 없다" 일축했다. 2010년 세무조사 여부와 경찰 소환조사에 대해 추가적인 답변을 요구했지만 이 관계자는 "감한 사안이라 말하기 어렵다" 답변을 회피했다.

어느 한쪽이 거짓말일 수밖에 없는 상황이다. 이 진실공방이 어떻게 결론 나느냐에 따라 두 기업 중 한 곳은 치명타를 입을 수밖에 없다. 누가 거짓말을 하는지는 경찰 조사 결과를 기다리면 나온다. 경찰의 수사 결과 발표에 그 어느 때보다 시선이 집중되는 이유다.


한종해기자<han1028@ilyosisa.co.kr>

0 Comments
광고 Space available
Facebook Twitter GooglePlus KakaoStory KakaoTalk NaverBan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