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근혜 취임에 '독재 트라우마' 떠오르는 내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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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근혜 취임에 '독재 트라우마' 떠오르는 내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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숨길 수 없는 '독재DNA' "역시 피는 못 속여?"

[일요시사=정치팀] 박근혜 대통령이 지난달 25일 7만여 명의 국민들과 해외 축하사절이 참석한 가운데 제18대 대통령으로 공식 취임했다. 박 대통령은 이날 취임사를 통해 '국민'이라는 단어를 57번이나 반복하며 국정운영의 중심이 국민임을 거듭 강조했지만, 일각에선 박근혜 정부의 출범과 함께 독재정권 시절의 공포가 떠오른다며 우려하는 목소리가 들린다. 그 이유는 무엇일까? <일요시사>가 그 때 그 시절을 떠올리는 국민들의 '독재 트라우마'를 추적해봤다. 

박근혜 대통령의 취임식 사흘 전인 지난달 21일. 박 대통령에 대한 각종 폭로를 담아 인터넷상에 동영상을 유포한 혐의로 조웅 목사가 체포됐다. 조 목사는 이날 혜화동의 한 찻집에서 인터넷방송으로 생중계 인터뷰를 하던 도중 갑작스럽게 들이닥친 남자 3명에게 붙잡혔다. 체포 당시 상황은 그대로 생중계 됐다.

흉악범도 아닌데
욕했다고 긴급체포

사실 조 목사의 폭로내용들은 다소 황당한 것들이었다. 박 대통령이 평양 방문 시 정부의 허가를 받지 않은 한화 500억을 북측에 건넸다거나, 김정일과 만찬에서 마약이 섞인 백두산 삼독주를 마셨고, 김정일과 동침(잠자리)했다는 등의 주장은 근거도 없고 신빙성도 없었다. 명예훼손 혐의는 충분했지만 문제는 그 방식에 있었다.

이날 현장에 들이닥친 남자들은 자신들이 어디 소속인지, 누가 신고를 했는지 전혀 설명하지 않았으며, 흉악범도 아닌 일흔이 넘은 노인을 수갑을 채워 연행해 갔다. 마치 박정희 시대의 긴급체포를 연상케 하는 장면이었다.

또 검찰은 고발 당일 사건을 배당하고, 법원에 체포영장을 청구해 발부받은 것으로 전해졌다. 고발 당일 사건 배당과 체포영장 청구가 이뤄진 것은 매우 이례적이다. 조 목사 체포과정에 박 대통령 측의 입김이 작용한 것은 아닌지 의심케 하는 대목이다.

박근혜 정부의 출범과 함께 독재정권 시절의 공포가 떠오르고 있다. 불과 10년 전 노무현 전 대통령은 당시 반대세력의 온갖 비방과 공격에도 불구하고 "대통령을 욕하는 것은 민주사회에서 주권을 가진 시민의 당연한 권리다. 대통령을 욕함으로써 주권자가 스트레스를 해소할 수 있다면 전 기쁜 마음으로 들을 수 있다"고 말했었다.

대통합 외치더니 결국 친박으로 끝난 인선
주변에 쓴소리 할 인물 없어, 독선 빠지나?

불과 10년 사이 거꾸로 돌아간 시계에 국민들은 적응하기가 힘들다.박근혜 정부를 바라보며 국민들이 독재 공포를 느끼는 이유는 이 밖에도 다양하다.

박 대통령은 대통령실을 비서실로 환원하고 경호처를 경호실로 개편하면서 경호실장을 장관급으로 격상했다. 경호실의 격상은 박 대통령의 '단독작품'으로 인수위와도 의견이 엇갈렸던 것으로 알려졌다. 박 대통령은 경호실장 내정자로 박흥렬 전 육군참모총장을 지명했다. 4성 장군으로는 2008~2011년 경호처장을 맡은 김인종 전 2군사령관이 있었지만 참모총장 출신은 처음이다.

경호실장은 대통령의 최측근으로 과거 군사정권 시절에는 '나는 새도 떨어뜨린다'는 말이 나올 정도로 권력의 실세로 통했다. 때문에 지난 1993년 김영삼 전 대통령은 공채 경호요원이던 박상범 경호실장을 발탁해 군 출신이 경호실장을 독차지해온 관행을 처음으로 끊었다.

군의 정치개입을 원천적으로 차단하고 권위주의적 경호방식에서 탈피하겠다는 의지가 반영된 것이었다. 실제로 이때를 시작으로 경호실장은 비정치적인 자리로 서서히 탈바꿈했다.

경호실 강화
제2의 차지철?

그러나 박 대통령이 경호실장을 장관급으로 격상하고 참모총장 출신의 경호실장을 내정함으로써 과거 군사정권 시절의 행태가 재현되는 것 아니냐는 우려가 커지고 있는 것이다.

당장 경호실의 실질적 권한도 강화됐다. 이명박 정부에서 경호공무원 임용 시 제청권이 청와대 대통령실장에게 있었지만 이제는 경호실장이 직접 제청권을 행사하고, 경호실 직원에 대한 징계권도 대통령실에서 경호실로 옮겨졌다. 또 경호처장이 경호구역을 지정하려면 대통령실장의 승인을 받아야 했지만 앞으로는 경호실장이 독자적으로 할 수 있게 됐다.

일각에선 이를 두고 "국민을 보호하는 경찰청장은 차관급인데 자신을 보호하는 대통령 경호실장은 장관급으로 승격한다는 게 말이 되냐"며 "이것이 국민을 섬기는 자세인지 의심스럽다"는 비판여론이 일기도 했다. 또 일각에선 "박 대통령이 '제2의 차지철'을 키우겠다는 것은 아닌지 우려스럽다"는 반응도 있었다.

박 대통령을 둘러싼 주변 측근들의 과잉충성도 과거 독재정권을 떠올리게 한다. 대선기간에도 새누리당 의원들은 '박근혜 심기경호'라는 신조어까지 등장시킬 정도로 충성경쟁을 벌였었다. 당연히 대선 승리 이후에는 충성경쟁이 더 심해졌다. 

부동산 편법증여 사실을 숨기기 위해 허위로 고위공직자 재산신고를 했다는 의혹을 받고 있는 김병관 국방부 장관 후보자는 박정희 전 대통령과 육영수 여사의 사진이 담긴 휴대전화 고리를 달고 다닌 사진이 보도되며 과잉충성 논란에 휩싸였다. 그러나 김 후보자는 논란에도 아랑곳 하지 않고 "평소 두 분을 존경해서 사진을 달고 다닌다"고 말했다.

윤창중 청와대 대변인 역시 인수위 시절 <월간 박정희>라고 적힌 종이봉투를 들고 나타나 과잉충성 논란에 휩싸이기도 했다. 또 인수위 고용노동분과에서는 일자리 창출 방안으로 '두 번째 새마을운동'이라는 언급이 나와 박근혜 정부의 목표가 유신시대로 회귀하는 것 아니냐는 비판까지 일었다.

지난해 12월에는 방송통신심의위원회가 KBS 2TV <개그콘서트> '용감한 녀석들' 코너에 대해 징계를 내려 과잉충성 논란이 있었다. 방송통신심의위에 따르면 개그맨 정태호가 박 대통령을 대상으로 "잘 들어, 개그는 절대 하지 마라"고 말한 것 등이 반말에 해당된다며 이는 시청자에 대한 예의와 방송의 품위 유지에 위배되는 부적절한 내용으로 판단해 KBS에 행정지도 처분을 내렸다.

헛기침만 해도
알아서 긴다

또 지난달 22일에는 취임식을 앞두고 취임식장 제설작업에 소방관들이 투입돼 역시 논란을 일으켰다. 행정안전부는 이날 영등포소방서에 공문을 보내 대통령 취임식 행사가 열리는 국회 잔디밭에 놓인 4만5000여 개의 의자에 쌓인 눈을 치우도록 했다. 이 공문을 받은 영등포소방서 소속 100여 명의 소방관은 취임식 행사장에 동원돼 제설작업을 했다. 이 역시 공무원 조직의 과잉충성에서 비롯됐다는 지적이 많다.

유정복 안전행정부 장관 내정자는 최근 열린 국회 인사청문회에서 "취임식 소방관 동원은 적절치 못했다"고 인정하기도 했다. 유 후보자는 제18대인수위원회 대통령취임준비위원회 부위원장으로 취임식 준비를 진두지휘했다.

또 박 대통령은 대선기간 내내 대통합을 외쳤지만 지금까지의 인선은 철저히 '친박'으로 점철되고 있어 이에 대한 우려도 크다. 박 대통령 주변을 친박계가 둘러싸고 반대목소리를 차단하고 있다는 지적이다. 이 역시 과거 독재정권 시절의 공포를 떠올리게 한다.

너도나도 과잉충성 경쟁, 관제 동원 부활?
박근혜 욕하면 긴급체포? 여론 입막기 의혹

지난달 18일 박 대통령은 새 정부의 조각을 완료했다. 박 대통령의 인선에 대해 전문성을 보강했다는 평가도 있었지만 민주당은 "박 대통령이 사실상 혼자서 국정을 통할하겠다는 친정체제를 구축했다"고 평가했다. 이번에 발탁된 장관후보자들 가운데 상당수는 박 대통령과 인연을 맺으면서 보좌역할을 했던 인사들이다. 새누리당 내에서도 "부처를 제대로 장악할 수 있을지 의문이 드는 장관후보자도 있다"며 우려의 목소리가 나오기도 했다.

또 대통령 비서실장에는 친박 중진인 허태열 전 의원을 임명함으로써 결국 행정부에 대한 청와대의 장악력을 높이는 데 중점을 뒀다는 평가를 받았다.

박 대통령의 인선에 대해 정치전문가들은 한 가지 공통된 의견을 내놓고 있다. 주변에 쓴소리를 할 인물이 없다는 것이다. 측근들에 둘러싸인 박 대통령이 자칫 독선에 빠지지 않을지 우려스러운 부분이다. 

길게 드리워진
박정희의 그림자

박 대통령의 취임식이 있던 날 외신들은 박 대통령이 하루 빨리 아버지의 독재정권 이미지를 떨쳐내야 한다고 조언했다. 임기 초임에도 불구하고 박 대통령의 현재 지지율이 50%대에 불과한 것도 이 같은 독재 이미지가 크게 작용했다고 분석했다.

<블룸버그통신>은 이날 보도에서 "박 대통령의 성공은 18년간 장기독재를 한 부친의 그림자에서 벗어날 수 있느냐 여부가 관건이 될 수 있다"고 전했다.

이와 관련 한 언론인은 "박근혜 정부가 무엇보다 소통에 성공하기 바란다. 박정희 전 대통령이 경부고속도로 지을 때는 국민과 야당이 반대해도 우선 추진하고 역사의 판단을 기다릴 수 있었지만 지금은 소통 없이는 역사를 기다릴 여유가 없다"고 말했다.

박 대통령이 과거 박정희 시대의 일방통행 리더십을 추구한다면 그 선택의 옳고 그름과 상관없이 반드시 실패 할 것이라는 뼈 있는 조언이다.


김명일 기자 <mi737@ilyosis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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