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한폭탄’ 용산개발 책임공방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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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한폭탄’ 용산개발 책임공방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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잘될땐 ‘내탓’…안되니‘네탓’

[일요시사=경제1팀] ‘째깍∼째깍∼’ 부도를 향한 시한폭탄 초침이 움직이고 있다. 몇 초가 남았는지는 모른다. 다만 곧 터질 듯 빠르게 초침이 움직인다. 시한폭탄이 장착된 곳은 용산 개발사업이다. 최대주주 코레일을 비롯 출자사들은 근본적인 처방을 찾지 못한 채 연명 중이다. 덕분에 단군 이래 최대 개발 사업은 시멘트 한 포대 부어보지 못하고 좌초 위기에 처했다. ‘네 탓’으로 시작된 공방. 대체 어디서부터 잘못된 것일까.

2006년 8월부터 사업 추진만 6년 반. 자본금 1조원으로 시작해 남은 건 9억원뿐. ‘단군 이후 최대의 개발 사업’이라 불린 용산국제업무지구 개발(이하 용산 개발 사업) 사업이 벼랑 끝으로 달려가고 있다. 내로라하는 국내 기업들과 공기업이 참여한 매머드급 사업이 본 궤도에 한 번 올라보지 못하고 파산 위기를 맞은 건 사업 최고 책임자들의 과욕이 원인이라는 지적이다.

시작만 거창

용산 개발 사업은 크게 두 조직에 의해 이뤄진다. PFV(Project Financing Vehicle)인 드림허브 프로젝트금융투자다. PFV는 대형 부동산 개발 사업을 효율적으로 추진하기 위해 설립한 페이퍼 컴퍼니다. 이 회사에는 코레일을 단독 최대 주주(지분율 25%)로 건설사·사모펀드 등이 투자자로 참여하고 있다.

또 다른 하나는 드림허브 프로젝트금융투자를 운영하는 자산관리회사(AMC) 용산역세권개발(주)이다. 이 회사는 롯데관광개발이 최대 주주다. 시작 당시에는 삼성물산이 지분 45.1%를 가지고 있는 주관사였지만 2010년 롯데관광개발에 보유 지분을 넘기고 주관사 지위를 내줬다.

이러한 구조 속에서 전문가들은 문제의 발단이 코레일의 ‘욕심’에서 비롯됐다고 입을 모은다. 즉 ,개발 사업에 코레일이 단순히 토지주가 아닌 주주로 직접 참여 하면서 부터다.

허준영 전 코레일 사장은 이철 전임 사장이 코레일이 용산 사업에 참여하도록 결정적인 역할을 한 후 부임해 이 사업을 주도했다.

허 전 사장은 위기를 맞았던 용산 개발 사업이 코레일의 토지대금 납부이연 등 정상화 방안에 따라 재추진되는데 기여했지만, 공기업이 개발이익에 눈이 멀어 민간 개발 사업에 대규모 지분 참여를 했다는 비난은 피하기 어려웠다.

업계 관계자는 “코레일 지분참여 이후 계속해서 벌어지는 코레일 대 민간 기업들의 ‘기싸움’으로 사업이 지체되는 결과를 낳았다”며 “또 사업정상화 방안으로 제시됐던 내용이 지나치게 코레일의 자금 부담을 늘렸다”고 지적했다.

이보다 더 핵심적인 이유는 오세훈 전 서울시장이 2007년 한강변 서부이촌동을 개발 사업에 포함한 것이다. 당시 오 전 시장은 한강 르네상스 사업을 추진하고 있었다. 한강변에 고층 아파트를 짓고 이에 따라 기부 채납하는 공간들을 시민에게 돌려 공공성을 회복하겠다는 계획이었다.

6년간 첫삽도 못뜨고…“출구 깜깜”부도 위기
사업 주도한 허준영·오세훈·박해춘 ‘책임론’

오 전 시장 입장에서는 주민 보상 문제가 불거질 게 뻔한 서부이촌동이 용산 개발사업과 묶여 개발되면 ‘손 안 대고 코 풀 수 있는 조건’이 마련된 셈이다

업계 관계자는 “애초 용산차량기지만 개발하면 되는 사업은 오 전 시장의 욕심에 따라 민간 주택까지 끼어들면서 보상 문제와 자금 확충 등에 얽혀 개발에 필요한 시간이 늦어지게 됐다”며 “용산 사업이 서부이촌동을 제외하고 진행되거나 부도로 인해 사업이 무산될 경우 5년간 재산권을 행사하지 못한 주민들의 줄 소송까지 예상된다”고 전했다.

결정타는 2010년 삼성물산의 사업 포기였다. 그해 삼성물산이 코레일과 땅값 협의 과정에서 자산운용회사인 용산역세권개발 주관사 자리를 내놓은 이후 용산 개발 사업은 첫 번째 중단 위기에 처했다.

그후 사업의 민간 출자사들은 롯데관광개발을 중심으로 재편됐고, 롯데관광개발은 삼성물산의 모든 권한을 넘겨받았다.



당시 롯데관광개발이 꺼낸 회심의 카드는 박해춘 전 국민연금 이사장의 영입이었다. 그의 등장은 화려했다.

서울보증보험 대표와 LG카드 사장, 우리은행장 등 3대 금융 분야 최고경영자(CEO)를 차례로 지냈을 뿐 아니라 강도 높은 구조조정으로 위기의 금융기관들을 모두 정상화시켜 ‘구조조정 해결사’라는 별칭을 얻었던 이력 때문이었다. 위기의 사업이 박 전 이사장을 선봉장으로 내세우며 새 국면을 맞을 것이란 희망도 나왔다.

그러나 2년이 흐른 지금, 자금 조달과 신규 투자자 모집 등 사업 진행에서 박 회장이 보여준 성적표는 초라한 수준이라는 게 업계의 평가다.

취임 당시 “홍콩·싱가포르 등 세계 재무적 투자자들을 대상으로 10조원을 하겠다”고 했던 말이 무색할 정도로 해외 투자 유치가 이뤄지지 않았다. 전환사채(CB) 발행 과정에서 외국계 사모펀드가 115억원을 투자한 것이 전부. 자금 모집도 모두 국내에서 이뤄져 사실상 해외 투자는 전무하다.

이 가운데 박 회장이 6억원이 넘는 고액 연봉을 받으면서도 뚜렷한 실적을 내지 못하고 있는 게 아니냐는 지적이 쏟아지고 있다. 한 일에 비해 급여만 축냈다는 것이다. 업계 안팎에서는 ‘용산 사업이 파국으로 가도 손해 보지 않을 단 한 사람이 박 회장’ 이라는 말까지 나온다.

이 외에 일각에서는 롯데관광개발의 책임론도 거론되고 있다. 롯데관광개발이 최대 주주인 코레일과 대립을 키우지 않고 진작 사업 주도권을 코레일 측에 넘겨줬다면 사업 정상화 방안을 찾는 길이 빨라졌을 것이라는 분석이다.

과욕 때문에…

사업 관계자는 “결과적으로 평가하면 코레일과 롯데관광개발, 여타 출자사들은 물론 서울시도 책임론에서 자유롭지 못하다”며 “그러나 지금 급한 것은 책임공방이라기 보다 당장 급한 불을 끄는 것이 먼저다. 지금부터라도 사업이 성공할 수 있도록 모든 노력을 기울여야 한다”고 말했다.

오는 18일부터 진행될 감사원의 코레일 용산 사업 관련 감사도 관건이다. 감사원이 코레일의 용산 개발사업 자금출자에 대해 제동을 걸 경우 이 사업은 책임론을 넘어 난관에 봉착할 수밖에 없다. 시한폭탄의 초침은 지금 이 순간도 움직이고 있다.


김설아 기자 <sasa7088@ilyosisa.co.kr>


<기사 속 기사>

용산개발 승소금 강제집행정지
“155억원, 당장 못 받는다”

용산개발사업 시행사인 드림허브프로젝트금융투자(이하 드림허브)가 국가를 상대로 낸 소송에서 승소했지만 당장은 승소금을 받을 수 없게 됐다. 

서울중앙지법 민사합의15부(재판장 한숙희)는 “국가는 155억원을 드림허브프로젝트금융투자㈜측에 지급하라”는 1심 판결에 대한 국가의 강제집행정지 신청을 받아들였다고 지난 6일 밝혔다. 이에 따라 드림허브는 2심 판결 전까지 1심 판결 승소금 155억원을 받을 수 없다. 

앞서 지난달 7일, 서울중앙지법 민사13부(재판장 한규현)는 용산개발사업 시행사인 드림허브와 대한토지신탁㈜가 “무단으로 사용된 용산 부지 부당이득금 423여억원을 배상하라”며 국가를 상대로 낸 부당이득금 청구소송에서 “국가는 원고에게 380억여원을 배상하라”며 원고 일부승소 판결했다. 

드림허브측은 지난 2011년 12월 “국가가 2008년 4월 제3토지를 점유할 권한이 없는데도 불법으로 점유하고 있어 상당액의 손해를 입었다”며 국가를 상대로 소송을 냈다.<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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