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병철 전 전경련 상근부회장 '완장 뗀' 속사정

한국뉴스

정병철 전 전경련 상근부회장 '완장 뗀' 속사정

일요시사 0 789 0 0

버티고 버티다…드디어 물러난 고집불통 독일 병정

[일요시사=경제1팀] ‘독일병정’정병철 전 전국경제인연합회(전경련) 상근부회장이 시련의 계절을 맞고 있다. 재임 기간 내내 빚어온 각종 논란으로 최근 사의를 표명한데 이어, 겸직해 온 한국광고주협회 회장직 연임도 사실상 무산됐다. 그간 전경련 내 역할보다 감투에만 혈안이었던 정 전 부회장의 과욕으로 예견된 최후를 맞았다는 분석이다.

전경련 비난 여론의 중심에 있던 정병철 상근부회장이 최근 사의를 표명했다. 거센 퇴진 압박에도 자리를 보전 해오다 결국 백기를 든 것. 더불어 낙하산 논란 속에 자리를 꿰찬 한국광고주협회 회장직 연임도 어렵게 됐다. 과거 그 스스로 “전경련 상근부회장이 되면 자동적으로 맡게 되는 자리가 수십 개에 이른다”라며 막강 권한을 자랑하더니, 사임과 동시에 자리 수십 개가 날아가게 생긴 것이다.

막후 실세 역할

지난 5일 업계에 따르면 정 부회장이 지난달 임기만료를 이유로 사의를 표명한데 이어 한국광고주협회 수장직을 놓고 외부 반발에 부딪혀 합의 처리되지 못했다. 당초 협회는 지난달 28일 열린 총회에서 회장 인사와 관련 최종 결론을 내릴 예정이었으나, 의사 결정을 유보한 것으로 알려졌다. 정 전 부회장은 새 회장이 선임될 때까지만 임시로 회장직을 수행키로 했다.

재계 맏형 격으로 대기업들을 대표하는 전경련. 퇴임한 정 전 부회장은 조석래 전임 회장이 건강상의 문제로 사임한 후 지난 2008년부터 상근부회장으로 재직해왔다. 재벌총수가 맡는 회장은 상징적인 ‘재계의 얼굴마담’ 일 뿐, 전경련의 모든 실권은 사무국을 대표하는 상근부회장의 몫이 크다.

그러나 지난 5년간 ‘정병철의 전경련’은 논란의 연속 이었다. 우선 재계를 대표하는 역할보다는 부회장의 사조직 만들기에 혈안이었다는 지적을 받아왔다. 

정 전 부회장 부임 후 기업별 동반 성장지수 발표, 중소기업 적합업종 지정이나 연기금의 주주권 행사 강화 등 잇달아 쏟아져 나온 재계의 현안에 대해 재계의 목소리를 대변하지 못했다는 질타가 그것이다.

이 같은 상황에서 지난 2011년 전경련 사무국이 반기업정책 완화를 위해 정치권을 상대로 불법 로비를 시도해 논란이 일었고, 앞서 제주도에서 열린 전경련 주최 포럼에서는 당시 지역민들이 수해 복구에 한창인 가운데, 부부동반 골프 라운딩을 추진해 물의를 빚었다.

지난해에는 국회의원 자녀를 상대로 로비성 행사를 열려다 비난 여론이 일자 취소하는 ‘촌극’까지 벌였다. 당시 정호준 민주통합당 원내부대표는 “재벌개혁을 비롯한 경제민주화 요구가 커지자 전경련이 꼼수를 부리고 있다”고 질타했고, 경실련도 “경제민주화라는 시대적 요구를 무마시켜 국회에서 자신들의 요구사항을 관철시키려는 불순한 의도가 있다”고 거세게 비난했다.

5년 재임 기간 내내 논란…결국 사표 제출
광고주협회장 등 수십개 감투 줄줄이 벗어

정 전 부회장의 끊임없는 영역 확장이 도마 위에 오르기도 했다. 한국경제연구원 공동대표 자리를 꿰차고, 특정 업체에 대한 시민단체 불매운동으로 전경련과 갈등을 빚었던 한국광고주협회 회장까지 맡으면서 ‘자리욕심’이 너무 많은 것 아니냐는 비판을 받았다.

이후 이뤄진 구조조정 과정에서는 거센 내부적 저항을 받았다. 교수 출신인 김영용 원장을 사퇴시키고, 30% 구조조정을 단행해 전경련 사무국으로 쏠리는 비난을 피하려 했다는 지적이 쏟아졌다.

돌출 발언으로 언론과 마찰을 빚으며 리더십의 한계를 드러내기도 했다. 대표적인 사례가 전경련 역할 론과 관련, “전경련의 위상이 흔들리고 있다”는 기자들의 지적에 대해 “그런 말 하는 기자들을 출입정지 시키고 싶다”는 상식 밖의 발언으로 도마에 오른 점이다.

또 이명박 전 대통령과 정치권의 전경련 쇄신 요구가 잇따르자 내부적으론 쇄신방안 모색에 착수했으면서도 정작 브리핑장에서는 언론에 맞서 “쇄신할 이유가 없다”고 잘라 말해 사무국이 해명에 나서는 소동을 벌이기도 했다.

이런 태도는 결과적으로 어느 때보다 ‘소통’이 필요한 시기에 거꾸로 ‘불통’을 초래했고, 결국 전경련의 고립을 자초했다는 지적을 받았다.

오죽하면 전경련 안팎에선 “전경련이 대기업 이미지를 개선시키기는커녕 오히려 악화시키고 있다”, “기업들이 내는 회비가 아깝다”는 등의 불평이 쏟아졌고, 전경련 쇄신의 ‘첫 단추’로 ‘정병철 사퇴론’까지 거론될 정도였다.

사퇴론 현실화

상황이 이렇자 정 전 부회장이 변화 요구에 직면한 조직의 운영책임자로서 리더십 부재에 대한 위기감을 느끼고 스스로 물러났다는 게 업계 안팎의 해석이다. 지난 5년 여간 전경련의 실질적 권력을 사실상 독점해 온 정 전 부회장이 감투를 내려놓기 까지 조직 내부에서도 상당한 고심을 거듭했던 것으로 전해진다.

경제단체 한 관계자는 “그간 정 전 부회장의 근거 없는 오만은 반 대기업 정서는 물론 전경련 조직에 ‘시한폭탄’으로 작용해왔다”며 “전경련의 본래 기능을 상실시킨 책임이 큰 만큼 향후 거취 역시 불투명해 보인다”고 내다봤다. 


김설아 기자 <sasa7088@ilyosisa.co.kr>


<기사 속 기사>

이승철 상근부회장은?
그런데 또 ‘리틀 정병철’

정병철 상근부회장을 대신해 이승철 전무가 앞으로 2년간 전경련 안방살림을 챙기게 됐다. 상근부회장에 전경련 내부 인사가 발탁된 것은 1994년 조규하 부회장 이후 20여년 만이다. 

이 부회장 내정자는 고려대 경제학과 출신으로 미 오하이오주립대에서 경제학 박사를 받았다. 1990년 전경련 산하 한국경제연구원 연구위원직을 거쳐 1999년 전경련 기획본부장, 2003년 경제조사본부장(상무)을 맡았다. 2007년엔 전무에 올라 전경련 사무국의 ‘넘버2’로 통하며 ‘리틀 정병철’이란 별명이 붙기도 했다. 

이 부회장 내정자의 발탁에는 연임에 성공한 허창수 전경련 회장의 뜻이 강하게 작용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 내정자는 지난 5년간 전경련의 대소사를 챙겨오며 내부 사정에 밝은데다 정계·재계·학계 네트워크가 넓다는 장점을 가지고 있다. 이 때문에 허 회장은 정 전 부회장이 사의를 표명하기 전 이미 이 부회장 내정자를 후임으로 결정했다는 후문이다.

새 사령탑이 구성됨에 따라 전경련의 향후 행보에 관심이 모아지고 있다. 박근혜 정부와의 관계 구축 역할도 커졌다. 재계에선 전경련이 지난해부터 거세게 불고 있는 경제민주화 바람에 어떻게 대응해 나갈지 주목하고 있다. <아>

0 Comments
광고 Space available
Facebook Twitter GooglePlus KakaoStory KakaoTalk NaverBan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