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막장교육’ 인천 A전문학교 실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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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막장교육’ 인천 A전문학교 실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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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수 돌려막기에 성적위조까지…

[일요시사=사회팀] 인천 A전문학교가 말썽이다. 과대광고로 무분별하게 학생모집 후 비정규수업 진행에 임의로 학과를 폐지하는 등 막장교육의 극을 보여주고 있어 파장이 일고 있다. 특히 이 전문학교에 700여만원에 달하는 등록금을 내고도 제대로 된 수업 한번 듣지 못해 학기 초에 자퇴하는 학생들만 학과 당 10명이상인 것으로 드러나 피해자들은 점점 더 증가할 것으로 예상된다.


인천 A전문학교의 막장교육이 여러 학생들에게 막대한 피해를 주고 있다. 이 전문학교에 입학한 학생들은 대부분 등록금을 낸 뒤 제대로 된 교육 한번 받지 못하고 자퇴를 결심해야하는 등 시간낭비에 돈 낭비까지 감수해야하는 실정에 놓였다. 모 포털사이트에 A전문학교의 폐해를 낱낱이 공개한 길모(21)씨는 “1년 동안 버린 돈과 시간이 너무 아깝다”며 학교 측을 상대로 금전적 보상을 요구하고 나섰다.

줄줄이 자퇴

길씨에 따르면 A전문학교는 애초 학생모집에만 열을 올렸을 뿐 교과과정을 위한 준비는 제대로 마련되지 않았다고 한다. A전문학교는 한 학과당 30명 정원인 4개의 학부로 구성돼 있었는데, 한 학과의 정원이 턱없이 부족하면 학교 임의로 다른 학과랑 통합하는 제도를 취하고 있었다. 게다가 전공필수과목 7개를 모두 이수해야 학과가 계속 존재할 수 있는데, 교수진의 허술한 교육 탓에 학생들은 필수 과목 2개를 이수하지 못하는 상황에 놓이기도 했다고 한다.

이 때문에 당시 시각디자인과는 인원부족과 함께 자연스럽게 사라졌고, 학생들은 하루아침에 ‘길 잃은 고양이’신세가 됐다. 학과가 사라지면서 전공교수가 아닌 다른 교수가 필수과목을 가르치는 상황에 이르기까지 했던 것으로 알려지기도 했다. 길씨는 시각디자인학과임에도 산업디자인과 수업을 의무적으로 들어야 했으며, 산업디자인과에 학생들도 시각디자인 수업을 병행해야 했다. 그 역시 산업디자인 수업을 들어야 했기 때문에 시각디자인과는 전혀 상관없는 전산수업을 받았다고 했다.

길씨는 “이 학교를 졸업한 선배들이 매년 학과가 없어지고 새로운 다시 개설된다고 하더라”며 “입학 후 선배로부터 이 학교가 수년 전부터 ‘생겼다 없어졌다’했다고 들었다. 미리 정보를 알았다면 좋았을 텐데…”라고 말끝을 흐리며 후회했다. 

A전문학교에 등록한 학생들 모두 아이러니한 상황에 직면하게 된 것이다. 또한 이 학교는 학생의 수업에 필요한 기본 프로그램조차 구비하지 않았다. 일러스트, 포토샵, 3DMAX 등 프로그램을 모두 시험버전으로 대체한 뒤 당일만 무료로 수업했다. 이에 학생들은 매 수업 시 위 프로그램들을 다운로드 받아야하는 수고를 감수해야했고, 3시간 수업에 1시간 반은 프로그램 다운받는데 소요해 정상적인 수업을 단 한 차례도 받을 수 없었다고 한다. 이런 제도를 이해하지 못한 대부분의 학생들은 교수진에게 이의제기를 했지만 그때마다 돌아오는 답은 “배우는 것은 어차피 다 똑같다”라는 말 뿐이었다.

뿐만 아니라 A전문학교는 컴퓨터 관련 전공 교수가 사회복지학을 가르치는 교수 돌려막기, 성적이 기대보다 낮거나 시험을 치르지 않은 학생의 성적을 높게 위조하는 등 부정행위도 난무한 것으로 알려졌다. 성적위조는 상세하게 이뤄졌는데, 교수가 일부 학생들을 불러 답이 적혀있지 않은 백지 시험지 위에 객관식과 주관식 답을 기재하게 했다.

주관식 답안의 경우 글씨체까지 바꾸라고 지시해 개인마다 차별성을 두는 세심함까지 신경 쓰기도 했다. 교수가 원하는 점수대로 답을 기재한 학생들은 의심스러웠지만 혹여 성적과 관련 불이익을 당할까봐 당시에는 입을 다물고 있었다고 토로했다. 이는 A전문학교 학생들이 전문학사를 취득한 뒤 향후 원활한 편입과 취업보장을 위한 교수진의 부정행위나 다름없었다.

1년 등록금 700만원…통보 없이 학과폐지
과대광고로 학생 모집 후 강의 없이 운영

자신이 기대했던 학교의 모습과 실상이 판이하게 달라 급격한 괴리감을 느낀 많은 학생들은 학기 도중 자퇴를 결심하기에 이르렀고, 이 때문에 학과 당 반 이상의 학생들이 학교를 떠났다. 그러나 학교 측은 오히려 자퇴하는 학생들에게 책임을 돌리며 “학과 공부에는 이상이 전혀 없다” “도움주려 했는데 왜 상의도 없이 자퇴를 했느냐” 등 싸늘하게 대응했다.

길씨 또한 1년 동안 42학점은 이수했지만, 학교 측의 마구잡이식 교육방식 때문에 2년 동안 시간낭비하지 않으려 결국 자퇴를 결심했다. 그는 1학년 때 이수해야할 전공필수 과목을 제대로 교육받지 못해 현재는 학점은행제 수업으로 대체하고 있는 상태로 이중으로 돈을 지불해야하는 처지에 놓였다.     

길씨는 애초 A전문학교에서 전문학사 취득 후 편입 혹은 취업에 목표를 뒀다. 하지만 필수로 취득해야할 변변찮은 자격증 하나 없이 타 학교에서 이방인 취급을 받으며 다른 학생들 진도에 맞춰가고자 힘겹게 공부하고 있다. 처음 A전문학교에 입학할 당시 교수진이 입학생들에게 언급했던 100% 자격증 취득 및 취업보장과는 전혀 다른 결과물인 셈이다. 특히 그는 직접 아르바이트를 하며 등록금을 마련한 터라 타 학생들보다 그 피해가 막대했다.

학생들을 상대로 한 학교의 과대광고는 이뿐만이 아니었다. 영국의 유명 대학교와 자매결연을 맺어 ‘1년에 한 번씩은 어학연수를 보내준다’는 달콤한 말로 학생들을 꾀었지만 지금껏 어학연수를 받은 학생은 단 한명도 없었고, 지상파 방송 출연으로 학교간판의 헛된 위상을 드높이는데 급급했다. 부평과 제물포에 각각 캠퍼스를 두고 있던 A전문학교는 어느 날 부평에서 공부하는 학생들에게 느닷없이 수업장소가 변경됐다며 제물포로 소집했다.

새로운 수업을 기대한 학생들은 제물포로 걸음을 옮기고 난 뒤 혀를 내두를 수밖에 없었다. 학교 측이 학생들을 제물포로 소집한 이유는 학교홍보를 위한 방송출연에 있었던 것. 지상파 모 방송국은 A전문학교를 가장 취업이 잘 돼는 전문학교로 소개했고, 학생들은 학교수업에 만족해하는 억지연기를 펼쳐야 했다. 홍보물의 희생양으로 전락된 순간이었다.

길씨도 학교 측의 기나긴 설득 끝에 홍보모델로 나서기도 했지만 아무런 보상도 없었다고 한다. 당시 학교 측은 길씨를 포함한 모델 당사자들에게 “홍보모델이 돼주면 장학금 대상자에 오를 수 있다” “어느 정도 보상은 해주겠다”고 설득했다. 그러나 인터넷 홈페이지부터 쇼핑백 제작까지 마치고 난 뒤 학교 측은 아무 일도 없었다는 듯이 입을 싹 닦았다. 

“1년 허송세월”

현재 길씨는 부모와 학교를 오가며 학장과의 대담을 요구하고 있지만 학장은 매번 다른 스케줄이 있다며 만남을 회피한다고 전해졌다. 하지만 그는 길고 험난할 수도 있는 이 싸움을 보상받기 전까지는 절대 멈추지 않겠다고 강한 의지를 나타냈다.

길씨는 “힘들게 마련해서 번 돈으로 제가 배우고자 했던 것을 마음껏 배울 수 있을 줄 알았는데 과대광고와 학교의 잘못된 교육방식 때문에 시간과 돈만 낭비한 셈이 됐다”며 “1년 동안 허송세월 보낸 것 같아 매일 울화가 치민다. A전문학교의 부정행위가 널리 알려져서 더 이상 저 같은 피해자가 나오지 않길 바란다”고 간절함을 내비쳤다.

 

김지선 기자 <jisun86@ilyosisa.co.kr>

 

<기사 속 기사>

연예인 앞세워 대대적 홍보

인천 A전문학교는?

A전문학교는 모 전문대가 없어진 후에 김모 학장이 배움의 터를 만들겠다며 야심차게 설립한 학교인 것으로 알려졌다. 김 학장은 대학진학률은 높은 반면 취업에 허덕이는 대한민국 청년들을 안타깝게 여기던 중 취업과 창업, 자격증 취득을 100% 보장하는 교육시설을 만들겠다고 자부했다.  

그러나 그의 바람과는 달리 교육체계는 퇴보하고 있었다. 이름 있는 호텔, 선진국의 모 학교와 성적교류, 2년 만에 4년제 학사학위 보장 등 허울 좋은 약력만 게재돼있을 뿐 실상은 속빈 강정이나 다름없었다. 학교 이름 알리기에 급급해 성적위조를 남발하고, 매스컴을 통해 홍보에만 심혈을 기울였을 뿐 학생들을 위한 시스템 하나 제대로 마련돼 있지 않다.

취업난에 허덕이는 청년들을 위해 설립한 학교였지만 부실한 교육체계 탓에 매년 입학 후 자퇴하는 학생들만 증가하는 실정이다. A전문학교는 그동안 연예인 혹은 전문직에 종사하는 유명인으로 구성된 교수진과 해외유명학교와의 자매결연을 앞세워 철저한 홍보 전략을 내세웠다. <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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