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건물주 리쌍과 싸우는’ 임차인 서윤수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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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건물주 리쌍과 싸우는’ 임차인 서윤수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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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남서 장사하면 서민 아닙니까?”

[일요시사=사회팀] 인기 힙합그룹 ‘리쌍’이 건물을 사들인 뒤 임차인과 법적분쟁 중이다. 한쪽은 계약기간이 만료했으니 건물에서 나가라고 하고 다른 한쪽은 이렇게 나가는 건 억울하다고 한다. ‘갑의 횡포’와 ‘을의 땡깡’ 사이에서 격론이 벌어지고 있는 가운데, 임차인 서윤수씨가 입을 열었다. 지난달 28일 참여연대에서 그를 만났다.

‘리쌍’의 멤버인 가수 길(본명 길성준)과 개리(본명 강희건)는 지난해 5월 서울시 강남구 신사동의 지하1층 지상 3층의 건물을 샀다. 매입가는 약 53억원. 이들은 이후 이 건물 1층에서 식당을 운영하던 임차인 서윤수(우장창창 곱창집 대표)씨에게 ‘계약 만료’ 이유를 들어 퇴거 통보를 했다. 재계약을 연장 하지 않고 도의적인 차원에서 보상을 하겠다는 것이었다. 현재 리쌍은 임차인을 상대로 명도소송을 진행 중이다.

‘을’의 땡깡?
서씨는 지난 2010년 10월 권리금 2억7500만원, 시설비 1억여원을 들여 곱창집을 창업했다. 임대차 내용은 보증금 4000만원에 월세 3백만원으로 2년 계약이었다.

계약 당시 서씨는 큰 비용이 들어간 터라 5년 계약을 요구했으나, 임대인은 구두로 5년을 약속하는 대신 상가건물임대차보호법 적용 범위로 다운계약서(보증금 4000만원, 월세 200만원)를 작성을 요구했다. 그러나 이후 1년 반 동안 두 차례에 걸쳐 세금계산서상 월세를 200-250-300만원으로 조정한 것이 화근이 됐다.
이로 인해 보호 상가건물임대차보호법 적용 범위인 환산보증금 3억원을 넘어선 것이다. 현행 상가건물임대차보호법(이하 임대차보호법)에서는 임대기간을 5년으로 정해 임차인을 보호하고 있다. 그러나 환산 보증금이 3억원 이하에서만 보호를 받을 수 있다.

서씨는 환산보증금이 보호 금액보다 4000만원이 많은 3억4000만원으로, 현행법대로라면 리쌍 측의 요구에 따라 건물을 비워줘야 한다. 

서씨는 “혹시 리모델링이나 재건축 때문이라면 공사에 적극 협조하겠고, 공사 시작하기 전날까지 공사가 끝난 뒤 다시 들어와서 그에 상응하는 임대료를 내고 장사를 계속하고 싶다고 얘기했지만, 돌아오는 대답은 그저 나가라는 말 뿐이었다”고 토로했다.

서씨는 보상금은 필요 없으니 애초 임대인과 구두 약속했던 상가건물임대차보호법에서 명시된 5년간의 계약을 인정해 줄 것을 요구하며 5월 상가건물임대차보호법의 2조(적용범위)에 대해 위헌법률심판을 청구한 상태다.

이 같은 사실이 알려지자 온라인상에서 리쌍이 ‘갑의 횡포’를 부린다는 여론이 형성되며 논란이 확산됐다. 이후 리쌍 측이 트위터를 통해 적극 해명하자, 서씨는 여론으로부터 역화살을 맞았다. 오히려 임차인서씨가 보상금을 더 타내기 위해 ‘을의 횡포’를 부린다는 것이었다.

서씨는 “내 사연이 나간 이후에 ‘을의 땡깡’이 아니냐는 얘기를 많이 들었다”라며 “나 자신을 다시 뒤돌아 봤는데, 억울한 것은 최소한을 요구했다고 생각했는데 가진 사람들한테는 제가 욕심을 부리는 걸로 보이는구나라고 생각돼 너무 마음이 아팠다”고 말했다. “방송을 탄 이후에는 평소에 걱정 많이 해주고 지지해주던 주변 상인들조차 우리 가게에 찾아오지 않는다”고 토로하기도 했다.

길·개리, 53억 건물 매입후 임차인 내쫓아?
세금계산서상 월세 조정 화근…법적 분쟁중

이어 서씨는 “앞으로 2년 반, 상가임대차보호법에서 말하는 5년, 그것도 짧지만 그것만 지켜주면 그 이후에는 권리금 한 푼도 안 받고 나가겠다. 최소한의 요구였는데, 여론은 ‘계약이 끝났으면 나가는 게 맞는 것 아니냐’ ‘왜 땡깡 부리며 안 나가고 있느냐’라고 한다”며 “ 내가 이대로 물러나면 신사동 임대인들은 ‘저 옆에 리쌍이라는 건물주는 2년 밖에 안됐는데 임차인 쫓아내도 아무 문제없지 않냐? 너희는 내가 4∼5년 장사하게 해줬으니까 나가라’고 하면 내 주변 상인들은 아무 소리 못하고 나가야 한다. 그런 선례를 만드는 것이라 포기할 수 없다”고 덧붙였다.

서씨는 “강남에서 장사하고 있으면 그게 서민이냐”는 오해에 대해서도 억울한 심경을 토로했다. 서씨 주변에서 장사하는 사람들 대다수는 최소 12시간 자기 노동력 들여서 일하고, 십 수년 다니던 회사의 퇴직금에 사돈에 팔촌까지 가족들의 차입금, 집 담보 대출 등을 받아서 먹고 살기 위해서 일하는 사람들이 대다수라는 것이다.

서씨는 “예전에 다니던 건설회사 동료들이 가끔 술 먹고 전화한다. 언제 정리해고 당할지 몰라 ‘장사는 잘 되니?’ 라고 물어온다”며 “그들도 언젠가는 자영업을 할 수 밖에 없는 상황이라 물어보는데, 예전에는 ‘힘은 진짜 드는데 희망이 있고 열심히 하다 보면 평생 직장 될 수 있다’고 말했지만 지금은 그 말 못하겠다”고 말했다.

‘상가임대차 보호법’이 이대로라면 살아남기도, 경쟁해서 이익을 얻는 것도 힘든데, 이익을 얻어 봤자 그 이익을 돈 많은 임대인들이 이런 형태로 뺏어가도 법적으로 문제가 안 되는 게 현실이라면 웬만하면 회사를 끝까지 다니라는 말 밖에 할 수가 없다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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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실 리쌍과 서씨의 사례는 국내에서 벌어지는 건물주와 임차인이 벌이는 분쟁의 전형이다. 이럴 경우 건물주들은 부동산 임대차 계약기간이 끝나도 임차인이 나가지 않고 버틴다면 명도소송을 제기한다. 명도소송은 결과가 나오기까지 1년 이상 걸리기도 하고, 법적인 문제가 없어도 이사비용과 권리금을 요구하는 임차인이 많아 건물주 입장에선 골칫거리다.

임차인 입장에서는 한국의 독특한 문화인 권리금을 영업권으로 인정해주지 않는 건물주가 야속하고, 법 조차 현실과도 동떨어져 보호를 받기 힘들다. 현지 중개업소들은 “환산보증금 3억원이 넘는 곳은 임차인들이 속수무책으로 내쫓길 수 밖에 없는 슬픈 현실”이라고 지적하기도 했다.

‘법 개정’필요
판사출신인 서기호 진보정의당 의원은 “판사시절에 이러한 건물 명도사건들을 많이 접해봤는데 마음의 빚이 있다”며 “상가 임대차 보호법이 사실상 임차인에게 불리하게 돼 있기 때문에 재판으로 가는 것 보다는 조정으로 많이 해결하려고 했다”고 고백했다. 판사들은 많은 사건을 처리해야하는 부담이 있어 사건처리속도에 연연하게 되고, 건물명도사건의 경우는 신속하게 처리해야한다는 법원내의 불문율이 있다는 것이다.

그러면서 서 의원은 “국회의원이 되고 나서 제일먼저 법 개정을 추진하고 싶었던 것이 바로 상가 임대차 보호법”이라며 “참여연대와 공동 작업으로 작년에 법 개정안을 마련했다. 여기에는 보증금 상환선을 폐지하고 재건축, 리모델링 사유 등을 예외로 삼아 건물주가 임차인을 쫒아내는데 활용되지 않도록 하는 내용 등이 담겨있다. 6월 임시 국회에서는 이 법이 꼭 통과될 수 있도록 노력하겠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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