난장판 지방의회 백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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난장판 지방의회 백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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막가파 의원님 때문에 풀뿌리 다 뽑힐라

[일요시사=정치팀] 뇌물수수, 횡령, 성추행, 패싸움, 음주운전, 관광성 외유까지…. 올해로 22주년을 맞이한 우리나라 지방의회의 현주소다. 지방의회는 그동안 풀뿌리 민주주의 확산과 주민의식 함양 등 지역발전에 기여했다는 긍정적인 평가도 있지만 이처럼 현재 지방의회를 바라보는 지역주민들의 시선은 곱지만은 않다. 제6대 전국동시지방선거가 1년여 앞으로 다가오면서 그동안 지방의회를 둘러싸고 벌어졌던 여러 사건들이 새삼 재조명되고 있다. 난장판으로 전락한 지방의회 실태를 <일요시사>가 살펴봤다.

지방의원들의 해외 외유 문제는 하루 이틀이 아니다. 의원들이 외유에 나설 때마다 지역여론이 들끓지만 지금까지도 고쳐지지 않는 게 신기할 정도다. 게다가 지난 5월엔 조금 특이한 사건도 벌어졌다. 경기도의회 윤화섭 의장이 경기도-전라남도 상생협약식에 불참한 채 칸영화제에 다녀온 사실이 밝혀진 것.

윤 의장은 협약식에 불참하고 칸영화제에 가기 위해 지역행사, 백모상 등의 거짓 핑계까지 댔다. 이와 관련 윤 의장 일행의 경비를 부담한 것으로 알려진 부천국제판타스틱영화제 사무국 관계자는 “내년도 원활한 도비 확보를 위해 윤 의장 등 도의원 2명의 칸영화제 출장비용을 댔다”고 시인했다.

출장 빙자한 관광

한편 윤 의장은 의장 취임 후인 지난해 9월부터 지금까지 6차례나 해외출장을 다녀온 것으로 나타났다. 몽골, 터키, 미얀마, 호주·뉴질랜드, 베트남, 독일 등으로 상당수 일정은 외유 성격이 짙었다. 윤 의장과 같은 당인 민주당 의원조차 "윤 의장이 해외여행을 다니려고 의장이 된 것 같다"고 비난할 정도였다. 경기도의회에선 윤 의장에 대한 자진사퇴 요구가 거세지만 윤 의장이 이를 거부하면서 도의회는 파행을 거듭하고 있다.

지방의원들의 외유와 관련한 추태는 이뿐만이 아니다. 서울 성북구 의원들은 지난 5월 구의회 예산으로 7박9일 일정의 터키 출장에 나섰다가 이스탄불 시내 한복판에서 숙소에 대한 불만과 방 배정을 둘러싼 갈등으로 자기들끼리 싸움을 벌이는 추태를 벌이기도 했고, 지난 4월에는 북한의 대남 위협이 극에 달한 시기였음에도 불구하고 광주·전남 의원들이 줄줄이 해외연수를 떠나 '안보 외면'이라는 비판을 받기도 했다.

급기야 안전행정부는 지난 14일 해마다 끊이지 않는 지방의원의 외유성 연수 논란을 막자는 취지로 연수계획 및 각 의원별 보고서 작성을 의무화하는 동시에 지역주민·시민단체의 감사체계를 제도화한다고 밝혔지만 그 실효성은 여전히 의문이다.

게다가 지방의회에서의 감투싸움은 혀를 내두를 정도다. 시의회의 경우 의원수가 10명이 안 되는 경우도 있었지만 감투싸움은 더 치열했다. 의원이 고작 10명인 경남 의령군의회는 지난해 7월 후반기 원구성 이후 원구성을 둘러싼 갈등으로 같은 해 10월 1차 정례회만 개최한 후 지난해 11월12일까지 의회를 열지 못했다.

감투싸움 끝에 의원 절반 이상이 감투를 쓰는 황당한 상황도 벌어졌다. 의원이 7명인 대구 중구의회는 지난해 12월 운영행정위원회와 복지도시위원회 등 2개의 상임위를 신설하고 2명의 의원을 위원장으로 뽑았다. 이 때문에 7명의 의원 중 의장과 부의장, 상임위원장 2명 등 4명이 감투를 썼다. 전형적인 나눠먹기를 한 셈이다.

의원들 간 폭력사태도 난무한다. 경남 진주시의회에선 지난해 12월 예산결산특별위원회에서 심현보 부의장이 여성 의원과 전문위원들에게 명패를 집어던지는 사건이 일어났다. 대구 북구의회에서는 지난해 11월 이동수 의원이 최광교 의장을 폭행하는 일도 벌어졌다. 전남 순천시의회 의원들은 지난해 12월 예산 삭감을 둘러싼 이견으로 한밤중에 길거리에서 난투극을 벌여 경찰이 출동하기도 했다.

혈세를 개인 쌈짓돈처럼 쓴 경우도 있었다. 지난해 경기도의회 의원들은 법인카드를 집 근처 치킨·피자가게에서 사용하거나 휴가기간에 외지에서 가족들과의 식사비를 결제하는데 사용하는 등 추태를 부린 것으로 드러났다.

외유 나가서 싸우고 성매매 적발되고
감투싸움 추태에 당리당략 구태 밥 먹듯

이외에도 현재 지방의회는 당리당략에 따른 의사 결정, 집행부와의 힘겨루기 및 불필요한 갈등 조장, 민생 현안 외면 등으로 주민 생활에 오히려 악영향을 미치고 있다는 비판이 거세다.

지방의회의 추태가 이어지자 국민권익위원회는 지난 2011년 전국 지방의회에 '행동강령 조례 제정'을 촉구했으나, 전국 244개 광역·기초 지방의회 가운데 조례를 제정한 곳은 경기 연천군의회 등 15곳에 그쳤다. 사실상 자정 노력을 거부한 셈이다.

지방의원 행동강령 조례 표준안에는 △의원 간 금품 수수 행위 금지 △경조 금품의 수수 제한 △이권 개입 금지 등 지방의원들이 반드시 지켜야 할 15개 행위 기준이 정해져 있고, 민간위원 7~9명으로 구성된 행동강령운영 자문위원회를 설치해 지방의원들의 각종 위반행위를 조사하고 징계 수위를 정할 수 있도록 했다.

지방의회에 대한 곱지 않은 시선에 지방의원들도 할 말은 있다. 우리나라에 지방의원이 워낙 많다보니 그만큼 사건 사고도 많을 수밖에 없다는 것이다. 해외연수와 관련해서는 시스템적인 문제를 제기하기도 한다. 지방의회 해외 연수의 경우 연례행사 식으로 주어진 예산에 맞춰 방문국가 및 연수일정을 짜다보니 정작 업무상 해외출장이라기보다 의례적인 견학수준에 그치고 있다는 것이다.

그리고 여행사가 제시하는 프로그램이다 보니 공식 업무 외에 관광 일정이 빠지지 않을 수 없다. 의원들 입장에서는 가라고 해서 간 것뿐인데 혈세를 낭비하는 잠재적인 범법자로 전락될 수밖에 없는 것이다.

또 지방의원의 경우 출마자에 대한 정보를 유권자들이 거의 모르는 상태에서 선거가 진행되다 보니 묻지마 선거로 변질되고 있다는 비판도 있다. 지방의원들의 경우는 여론의 감시로부터 비교적 자유롭다보니 추태가 발생할 여지가 더 크다는 것이다.

지역 주민들의 무관심도 문제다. 춘천시에서는 지난 2009년 두 차례에 걸친 폭력사태로 물의를 빚은 모 의원을 주민소환하자는 운동이 춘천시민연대 등 10개 시민사회단체를 주축으로 전개됐으나 시민들의 무관심 속에 실패로 끝나기도 했다.

자정노력 필요

이 같은 지방의원들의 일탈에 대해 정치전문가들은 "일각에선 지방의회 무용론을 주장하며, 지방의회를 아예 없애버려야 한다는 과격한 주장까지 들려오고 있지만 일련의 사건에도 불구하고 지방의회는 꼭 필요하다고 생각한다"며 "시 행정부가 가속페달이라면 시의회는 브레이크다. 일방독주하고 있는 단체장의 강력한 권한과 행정부을 견제하기 위해선 브레이크가 반드시 필요하다. 문제가 있다고 해서 브레이크 페달을 없애버린다면 지방자치는 더 큰 위험에 봉착하게 될 것"이라고 지적했다.

다만 정치전문가들은 "물론 지방의회 스스로 뼈를 깎는 자정노력은 반드시 필요하다. 지역 시의원들의 부적절한 행동과 부패, 비리문제에 대해선 엄격히 처벌할 제도적 장치를 마련해야만 한다"고 덧붙였다.


김명일 기자 <mi737@ilyosis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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