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세훈 사건 키맨' 건설 로비스트 생생증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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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독추적> '원세훈 사건 키맨' 건설 로비스트 생생증언

일요시사 0 1024 0 0

원세훈 아닌 다른 실세 있다

[일요시사=사회팀] 대형 관급공사마다 수주를 따냈던 한 건설업체가 있었다. 수도권 지역 1위 전문건설업체로 불린 W건설은 지난해 부도와 함께 수많은 의혹을 낳았다. 지난 정권 핵심실세와의 커넥션이 불거진 이 건설업체의 비밀은 무엇일까. 

시작은 원세훈 전 국가정보원장이었다. 원 전 원장에 대한 수사가 확대되면서 정치권에 나돈 기밀 문건이 하나 있었다. 해당 문건에 따르면 사건은 2010년 7월로 거슬러갔다.

한국남부발전에서 발주한 삼척그린파워발전소, 해당 토목공사 하청업체 선정과 관련 원 전 원장의 외압이 있었다는 첩보가 입수됐다. 원 전 원장이 뒤를 봐준 것으로 지목된 건설업체는 W건설과 황보건설이었다.

하청업체 선정에
외압 첩보 입수

이들은 각각 1공구와 2공구의 하도급업체로 선정됐다. 1공구의 원도급 업체는 두산중공업이었으며, 2공구는 두산중공업과 대림산업이 공동으로 시공을 맡았다. 이상호 당시 한국남부발전 기술본부장(현 사장)은 원 전 원장을 대신해 이들 원도급 건설사에 압력을 행사한 혐의를 받았다.

결과적으로 원 전 원장과 황보건설의 숨겨진 커넥션은 황보건설 대표 황모씨가 입을 열면서 수면 위로 드러났다. 사건을 수사 중인 서울중앙지검 특수1부(여환섭 부장검사)는 최근 황씨로부터 지난 2009년 이후 수차례에 걸쳐 1억원이 넘는 현금을 원 전 원장에게 건넸다는 진술을 확보했다.

그러나 황보건설과 함께 거론된 W건설은 구체적인 혐의가 드러나지 않았다. W건설 전 대표 김모씨는 기자와의 통화에서 "우린(W건설) 수의계약이 아닌 저가입찰로 정상적인 절차를 밟았고 원 전 원장과는 일면식도 없다"면서 "두산중공업과는 몇 년 전부터 협력관계에 있었는데 뭐가 문제냐"고 답했다.

W건설은 지난 1994년 설립된 전문건설업체다. 2011년 기준 시공능력평가액은 토건 486억원, 건축 480억원, 토목 333억원으로 국내 전체 건설사 중 300위권을 기록했다. 2010년 12월 기준 자본금은 33억원, 종합신용등급과 현금흐름등급에서 각각 BBB-(양호)와 CF3(양호)로 기준점을 넘겼다.

MB정부 실세 만나고 관급공사 '싹쓸이'
정국 뒤흔들 또 다른 핵뇌관 W건설 커넥션

주로 굵직한 관급공사를 수주했던 W건설은 인천지역 전문건설업체 중 1위로 평가 받았다. 한 건설업계 관계자는 "W건설은 일반 건설사로 치면 현대건설 정도의 위상이었다"고 귀띔했다. 그러나 W건설은 지난해 부도를 맞았고 같은 해 법정관리를 신청했다. 이를 두고 한편에서는 기획부도 의혹이 일었다.

W건설은 부도 직전인 2010년까지 10년 연속 흑자를 기록한 기업으로 이름 높았다. 그러나 2년 뒤 돌아온 어음을 막지 못하고 허망하게 문을 닫았다. W건설의 협력사들은 그 피해를 떠안아야 했다.

삼척그린파워발전소 하도급 입찰 당시 W건설과 경쟁했던 한 건설사 관계자는 "W건설이 입찰을 전후로 무리한 수주 때문에 머지않아 문을 닫을 것이라는 얘기가 공공연했다"며 입찰 전후 분위기를 전했다.

잘나가다 갑자기…
기획성 부도 의심

W건설은 한국철도시설공단, 한국도로공사, 한국수자원공사(K-Water) 등 주로 공기업이 발주한 관급공사를 수주 받았다. 호남고속철도 제5-1공구 구조물 및 터널공사, 삼척-동해 간 고속도로 건설공사(제4공구), 청주내덕(율량)-청원북일(북이) 일반도로 건설공사(2공구)는 물론이고, 지난 2009년 착공한 1조2000억원 규모의 경인 아라뱃길 시설공사에도 사업자로 참여했다.

KSICON(건설산업지식정보시스템)에 따르면 W건설은 지난 3년간 하도급 공사로만 3956억원의 수익을 올렸다. 원도급 계약까지 합하면 4373억원에 이른다. 중소건설업체 중 이 정도 실적을 기록하는 업체는 흔치 않다. 바꿔 말하면 그만큼 업계에서 기술력과 영업력을 인정받았다는 얘기다.

업계에서 김씨는 마당발로 통했다. 자연스레 따르는 로비 의혹도 많았다. 아라뱃길 시설공사에 SK건설과 함께 공동도급사로 참여했던 W건설은 아라뱃길 개통을 두 달 앞둔 시점에 부도를 맞으면서 이른바 '먹튀' 논란에 휩싸였다.

익명의 제보자는 W건설이 입찰을 따낸 호남고속철도 공사에서 '하도급 몰아주기' 혜택을 입었다고 주장했다. W건설은 호남고속철도의 총 19개 공구 중 5개 공구(1-1공구, 2-3공구, 3-1공구, 4-2공구, 5-1공구)의 공사를 맡았다. 한 건설업체가 단일 공사에서 5개 공구의 공사를 따낸 건 이례적이라는 설명이다.

각 공사의 착공시기는 2009년 8월부터 2010년 11월까지였다. 2010년 들어서는 5월, 6월, 9월, 11월로 1∼3개월마다 한 번씩 공사에 들어갔다. 원도급사는 각 공구마다 모두 달랐으며 하도급 금액의 합은 1000억원을 상회했다.

'제2의 황보건설' 대형 관급공사 대거 수주
정관계 인사 로비 의혹…특혜설 도마

호남고속철도 공사를 발주한 한국철도시설공단 측은 "몰아주기가 불가능한 구조"라고 의혹을 일축했다. 관계자에 따르면 압력을 행사하기 위해서는 각 원도급사에 특정 하도급업체를 선정할 것을 부탁해야 하는데 그렇게 할 수 있는 사람도 없고, 설득해야 할 업체도 너무 많다는 것이다.

이 관계자는 "오히려 원도급사 한 곳을 선정되도록 밀어주는 게 자연스럽다"며 "특정 하도급업체를 밀어준 적이 없다"고 말했다.

전문건설업계 관계자의 말도 비슷했다. 그는 "영업의 달인이 아닌 이상 5개 원도급에 모두 로비가 들어가는 건 사실상 불가능하다"며 "공사 시기가 집중돼있어 일정은 빡빡하지만 해당 업체의 시공능력을 봤을 때 (무리가 있지만) 공사는 가능하다"고 의견을 냈다.

다만 "한 업체가 특정 국책사업의 5개 공구 수주를 따낸 건 일반적인 사례가 아니다"고 덧붙였다. 호남고속철도 공사에 참여한 30개 하도급 업체 중 W건설을 포함한 12곳의 업체는 현재 부도를 맞았다.

한국도로공사가 발주한 동홍천-양양 간 고속도로 건설공사(8·9공구), 삼척-동해 간 고속도로 건설공사(1 4공구), 담양-성산 간 고속도로 건설공사(3공구)에도 의혹이 제기됐다. 800억원에서 1300억원에 이르는 공사 규모도 규모지만 공사 시기가 호남고속철도 착공 시기와 아슬아슬하게 맞아 떨어진다는 점이 눈길을 끌었다.

W건설 사정에 정통한 한 관계자는 "W건설은 업체 특성상 터널이나 지반 구조물을 작업하는 데 장점을 보였다"며 "이런 업체들은 고속국도 사업과 같이 공공기관이 발주하는 관급공사에 참여할 수밖에 없다"고 설명했다. 즉 주로 민간 건설사가 발주하는 아파트 공사 등에서는 해당 업체의 능력을 발휘할 수 없다는 얘기다.

확실한 건 W건설이 시공능력 이상의 대형 관급공사를 대거 수주하면서 경영상 어려움에 처했다는 사실이다. 실제로 W건설은 삼척그린파워발전소 1공구 공사 당시 또 다른 도급업체를 하도급의 하도급으로 끌어들이다가 건설협회 측의 제지를 받은 적이 있다.

의혹 대부분 부인
"소문이 너무 와전"

현재 W건설처럼 관급공사 특혜 의혹을 받고 있는 건설사는 어림잡아 5곳. 황보건설을 비롯해 태아건설, H건설, T건설 등이 도마에 오르내리고 있다. 한 대기업 건설사 관계자는 "알려지지 않아서 그렇지 원도급 업체가 하도급 업체에 선수금을 꽂고, 이를 다시 회수하는 방식으로 뒷돈을 챙기는 건 업계에 비일비재한 일"이라고 귀띔했다. 최근 W건설이 주목받았던 건 바로 이 같은 방식으로 김씨가 과거 대기업에 비자금을 조성해 준 의혹이 있기 때문이다.

서울 서초구에 위치한 한 유명호텔. 건물 로비에서 만난 홍모씨는 "W건설과 관련해 할 얘기가 있다"며 접근했다. 홍씨는 업계 일각에서 '로비스트'로 알려진 인물. 홍씨는 최근 모 대기업 건설사 비자금 조성 혐의로 수차례 검찰 조사를 받았다.

먼저 홍씨는 "W건설을 둘러싼 소문이 와전됐다"며 김씨와 관련한 대부분의 의혹을 부인했다. 홍씨는 "(부도 직전인) 2011년 하반기부터 W건설에서 일했는데 가장 놀란 부분은 김씨가 결제를 한 번도 안 한 것"이라며 말을 이었다.

홍씨에 따르면 W건설은 지난 수년간 저가 입찰 원칙을 고수했다. 을의 입장에서 하나라도 더 많은 수주를 따내기 위해 무리를 할 수 밖에 없었다는 설명이다. 홍씨는 "내가 회사 장부를 살펴보니 매달 20억원 이상씩 적자를 보고 있었다"며 "'이럴 바에는 차라리 부도를 내자' 내가 그렇게 말했었다"고 회고했다.

W건설은 지난 2004년까지 대우건설의 오른팔로 불리며 고공 성장을 이뤘다. 홍씨는 "김씨가 일을 대우랑만 했었다"며 "예전 고 남상국 사장 때 비자금도 많이 해줬다"고 폭로했다. 홍씨에 따르면 김씨는 남 사장과 돈독한 관계였는데 W건설이 공사에서 손해를 보면 원도급인 대우건설이 손실을 보전해주는 방향으로 관계를 유지했다.

그러나 남 사장이 유명을 달리하자 W건설은 대우건설과의 커넥션이 완전히 끊겼다. 하지만 서종욱 사장 부임 후 일부 협력 관계를 회복했다는 게 홍씨의 증언이다.

"몰아주기 불가능”vs “이례적 수주"
"대기업 비자금 브로커" 그는 누구?

홍씨는 현대건설과의 인연도 털어놨다. 과거 고 정몽헌 현대아산 회장의 대북송금 및 비자금 조성 의혹과 관련 김씨와 함께 검찰 조사를 받았다는 것. 2000년 11월께 W건설은 현대건설이 시공하는 동해고속도로 동해-주문진 간 건설공사 중 115억원 규모의 토목공사를 수주했다.

이 과정에서 당시 국회 정무위 간사였던 이모 전 의원은 정 회장을 국정감사 증인 명단에서 제외하는 조건으로 W건설의 하도급 선정을 청탁했다는 혐의를 받았다. 그러나 검찰 수사과정에서 정 회장이 스스로 목숨을 끊었고, 김씨와 홍씨는 수사 종결과 함께 풀려났다.

홍씨는 "이렇게 매번 고생만 하고 덕 본 데는 없는 회사가 바로 W건설"이라며 "특혜를 받았느니 윗선에다가 로비를 했느니 지금 말이 많은데 윗선에서 보호해줬으면 김씨가 오늘 이 지경까지 왔겠느냐"고 반문했다.

홍씨는 삼척그린파워발전소 수의계약 의혹에 관해서도 김씨의 입장을 대변했다. 홍씨는 "W건설과 황보건설은 성격이 다르다"며 "황보건설은 그 당시 춘천지검 강릉지청장, 동해해경청장 등 만나는 사람이 어마어마했는데 우리는 두산중공업과 단 둘이 담판을 짓고 정정당당하게 계약했다"고 반박했다. 그는 이어 "W건설이 저가 수주로 유명해서 입찰을 딴 것이지 다른 이유는 없다"고 항변했다.

일련의 로비 의혹에 대해서도 "단순히 밥을 먹었을 뿐"이라는 해명을 내놨다.

김씨는 MB정부 실세의 측근 A씨에게 로비를 벌였다는 의혹을 사고 있다. 그러나 홍씨는 "김씨가 실세의 측근을 몇 차례 만난 건 맞지만 도움은 받지 않았다"며 "4년 전 한나라당(현 새누리당) 외곽조직인 국실련(국민행복실천연합) 행사에서 그 측근을 만나 밥을 같이 먹었지만 청탁한 적은 없고, 관련 조사도 이미 다 받았다"고 밝혔다.

홍씨에 따르면 김씨는 유명 사업가와의 친분으로 서울 여의도 63빌딩에서 그 측근을 소개받고, 몇 차례 식사를 대접했다. A씨를 소개한 사업가는 지난 MB정부 때 버마 정부로부터 해상광구 4곳의 탐사개발권을 따내 박영준 전 차관과의 커넥션이 돌았던 인물이다. 일각에서는 '여권의 숨은 실세'라는 평도 있다.

"로비스트면
왜 망했겠냐"

홍씨는 기자 앞에서 김씨와 직접 통화하며 "김씨가 '그 사람'을 만난 적이 없다"고 단언했다. 그러면서 "김씨가 민주평통자문회의 등 이런 저런 모임을 많이 해 오해를 샀던 부분이 있었다"며 "(김씨가) 원래 무엇을 부탁하는 성격이 아니어서 내가 대신 부탁을 하고는 했는데 그런 소문들이 모여 (김씨와) 나를 로비스트로 본 게 아니겠냐"고 말했다.

최근 김씨는 자신의 재산을 법원에 의해 차압당한 것으로 알려졌다. 개인 명의의 부동산도 경매에 나온 것으로 확인됐다. 홍씨는 "쓴 돈에 비해 10분의 1도 못 건진 게 김씨"라면서 "만약 조사받을 게 있다면 떳떳이 받겠다"고 입장을 전했다.

 

강현석 기자 <angeli@ilyosis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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