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대입구 서희스타힐스 '3월 붕괴' 공사현장 가보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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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대입구 서희스타힐스 '3월 붕괴' 공사현장 가보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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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사 재개됐는데…무너진 집은 그대로

[일요시사=경제1팀] 서울대입구역 부근 서희스타힐스 공사현장. 지난 3월 지반 붕괴와 함께 무너진 집 한 채가 흉물스럽게 서있다. 안방은 천장까지 사라졌고 집은 점점 기울고 있다. 지금 당장 주저앉아도 이상하지 않을 정도다. 공사는 재개됐는데 집은 그대로다. 도대체 어찌된 일일까.

서희건설은 지난해 5월 봉천신시장 재개발정비사업을 목적으로 오피스텔 신축에 들어갔다. 서울대입구역 부근 관악구 봉천동 10-4 일대에 들어서는 '서희스타힐스'는 건축면적 3493m² 일대에 지하 4층∼지상 15층, 전용면적 52∼84m² 중소형 규모 142가구의 오피스텔이다.

재해? 부실공사?

이 공사현장에서 지난 3월17일 밤 9시께 공사현장의 일부 지반이 붕괴되면서 일부 주민들이 긴급히 대피하는 소동이 일어났다. 이 사고로 인명 피해는 없었으나 공사현장과 가깝게 붙어 있는 집 한 채가 반파되고 인근 건물에 균열이 가는 사태가 발생했다. 공사현장 인근에 거주한 17가구 중 주민 27명은 추가 붕괴의 위험이 있어 인근 여관이나 찜질방으로 대피했다.

주민과 상인들은 부실공사 의혹을 제기하며 건설사와 해당 구청 등에 항의했다. 완공이 내년 8월에 예정되어 있음에도 이제야 골조 공사가 진행되고 있어 촉박한 기간을 맞추려다 결국 부실공사로 이어진 것 아니냐는 주장이다. 한 주민은 "설계도를 확인한 결과 조합 측에서 제공한 설계도와 구청에서 받은 설계도면에 차이가 있었다"며 "건물의 기초 골격을 이루는 철근의 위치와 개수가 눈에 띄게 줄어들었다"고 전했다.

특히 소음, 분진 등에 따른 민원은 물론 붕괴 위험 등 안전문제가 사고 전부터 지속적으로 제기되어 왔음이 알려짐에 따라 서희건설 측이 이를 차일피일 미뤄 사고 위험을 키웠다는 지적도 나왔다.

당시 서희건설 측은 "공사현장 땅에 묻혀 있던 오래된 하수관에 누수가 생겨 지반이 약해져 붕괴가 일어난 것"이라며 부실공사 의혹을 부인했다. 서희건설은 추가 사고 방지를 위해 덤프트럭 약 800대 분량의 토사를 이용해 흙막이 공사를 실시했고 지난 5월 공사를 재개했다.

그런데 지난 8일 기자가 찾은 공사현장 인근 가장 큰 피해를 입은 주택은 복구 흔적조차 찾아볼 수 없었다. 안방은 지반 붕괴와 함께 흔적도 없이 사라졌고 벽과 마당 여기저기에는 금이 가 있었다. 대문도 뒤틀려 열리지 않아 옆집을 통해 출입해야했다.

이 집에서 40년을 거주한 이모(80)씨의 말에 따르면 지난해 말부터 붕괴의 조짐이 보이기 시작했다. 이씨는 "지난해 말 벽에 금이 가기 시작해 서희건설에 보수 요구를 하니 '3개월 후에 보수해 주겠다'는 말과 함께 인근 아파트로 이주를 요청했다"며 "그 말을 믿고 간단한 세간만 챙겨 이주했는데 몇 달 뒤 집이 무너지고 아직까지도 이렇다 할 대책도 마련해 주지 않고 있다"고 토로했다. 또 "서희건설은 붕괴 사고가 자신들의 잘못이 아닌 외부적 요인으로 발생한 것이라는 입장으로 일관하며 책임을 회피하고 있다"고 주장했다.

'지반붕괴'피해 입은 주택들 복구 전무
"외부적 요인으로 발생"책임 회피 급급

실제로 <일요시사>가 입수한 서희건설이 이씨의 아들에게 보낸 내용증명에 대한 회신이 담겨있는 문서에는 붕괴사고 원인에 대해 '불가항력적인 외부적 요인에 의하여 발생한 사고'라고 명시돼 있다.

서희건설은 대한토목학회의 조사결과를 근거로 사고원인에 대해 ▲붕락이 발생한 가실설벽체 코너부 배면토사가 우수로 자중의 증가 등 외적인 하중변화 요인이 발생 ▲구조적으로 취약한 부분인 코너부에 해빙기 시점에서 동절기 발생한 강우 및 강설이 해빙되면서 지반의 함수량 증가로 배면 토사의 자중 증가 ▲지층구조상 기반암선이 경사져 있어 경사 버팀대에 측압 발생 ▲굴착으로 인한 일시적 편토압 발생 등 복합적인 문제로 시공사의 과실이 아니라고 주장하고 있다. 많은 양의 눈과 비가 겨울을 지나면서 녹아 토사에 스며들면서 무게가 증가해 무너졌다는 얘기다.

하지만 이씨는 "이 집에서 40년 정도를 살았는데 공사가 시작되기 전까지는 균열 한번 없었다"며 "공사 장비를 들여놓기 위해 우리 집과 공사현장을 구분에 놓은 펜스까지 철거하는 마당에 책임회피를 하는 것은 이해할 수 없는 처사다"고 반박했다.

서희건설 관계자는 <일요시사>와의 통화에서 "해당 주민이 원하는 조건이 너무 과해 협의에 어려움이 있다"고 전했다. 이 관계자는 "추가 사고를 막기 위한 흙막이 공사는 계속 진행 중이며 회사 부담으로 아파트를 제공하고 적극적으로 협의에 나서는 등 사태 해결을 위한 노력을 하고 있다"고 말했다.

그는 "해당 건물을 대수선보수 하는 쪽으로 방향이 잡혔고 이를 민원인에게 전달했다"며 "공사를 이행함에 있어 불편함이 없도록 최선을 다해 조속히 완공될 수 있도록 하겠다"고 덧붙였다.

전부터 붕괴 조짐

서희건설이 이씨의 집을 대수선보수해 주기로 했다고 해서 모든 문제가 해결되는 것은 아니다. 해당 지역(봉천 14구역)이 재개발예정구역으로 묶여 있기 때문이다. 재난 및 안전관리기본법에 따르며 재개발예정구역에 속한다면 국가가 인정한 재난으로 일어난 일이 아닐 경우에는 건축물의 건축(신축·증축·개축 등)이나 토지 분할은 할 수 없다.

관악구청 관계자도 "14구역은 내년 2월까지 재개발예정구역으로 지정된 상태이고 재개발구역 지정을 위한 절차를 밟고 있다"며 "재개발예정구역이 해제되거나 붕괴 사고가 자연현상의 변화 또는 인위적 사고라는 점이 입증되지 않는다면 신축은 불가능한 상황"이라고 설명했다.


한종해 기자<han1028@ilyosis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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