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 이상 ‘들러리’는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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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더 이상 ‘들러리’는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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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나라당 이대론 안 된다’ 수도권 전역 확산 움직임
초선 14명 포함 총 22명 ‘앞으로 강행처리 안 해’

이번 한미 FTA 추가 협상안은 부정적 평가를 받았지만 국회 비준에 대해서는 찬성하는 의견이 더 많은 것으로 나타났다. 여론조사 전문기관 리얼미터가 지난 12월 6일 전국 성인 남녀 700명을 대상으로 여론조사를 실시한 결과 국회 비준동의안 처리에 대해 ‘찬성’ 응답자가 43.7%, ‘반대’ 응답자가 26.9%로 나타났다. 국회 비준에 찬성한다는 응답이 훨씬 높게 나타난 것으로 조사됐다. 연령별로는 40대를 제외하고 전 연령층에서 찬성이 더 많았다.

그러나 한나라당은 현재 호떡집에 불 난 것 마냥 부산하고 심각하다. 한나라당 한 관계자는 지난 12월29일 구제역 확산의 심각성을 이야기하며 “구제역은 국가적으로 심각한 문제이지만, 당 차원에서 느끼는 민심이반도 현재 심각한 문제”이라고 말했다. 올해 4·27 재보선은 물론이고 내년 총선과 대선을 생각하면 한숨부터 나온다고 했다. 그는 이어 “FTA는 우리가 차분하게 리드했으면 충분히 재미볼 수 있었다. 하지만 너무 서둘러 민심이 이반했다”면서 “민심 회복의 돌파구가 마련되지 않으면 2004년 총선보다 당이 더 어려워질 것”이라고 말했다.

남경필 국회 외교통상통일위원장을 포함한 한나라당 의원 22명은 지난 12월16일 한미 자유무역협정(FTA) 비준동의안 직권상정 시 국회 본회의 표결에 참여하지 않기로 했다. 한나라당 개혁 성향 초선 의원들의 모임인 ‘민본21’을 중심으로 3선 이상 급 의원들도 함께 한 22명 규모의 ‘국회 바로세우기를 다짐하는 국회의원’ 모임은 국회에서 기자회견을 통해 이 같은 내용의 성명을 발표했다.

약속 어기면 총선 불출마

처음 성명서를 발표할 당시 참여 의원수는 배영식 의원을 포함해 23명이었다. 하지만 배영식 의원이 “서명 내용 중 일부가 나의 견해와 상충된다”며 명단 삭제를 요청해 최종적으론 22명의 의원이 남게 됐다. 정두언·권택기·박민식·신성범·이학재 의원 등도 이름이 오르내렸지만 최종 성명서에는 이름이 오르지 않았다.

이들은 성명서에서 “2011년도 예산안이 강행 처리된 데 동참해, 국회를 폭력에 얼룩지게 만든 책임이 우리 자신에게도 있음을 반성한다”면서 “앞으로 우리는 의원직을 걸고 물리력에 의한 의사진행에 동참하지 않을 것이고 이를 지키지 못할 때에는 19대 총선에 출마하지 않을 것임을 약속드린다”고 밝혔다. 성명에 참여한 외통위 소속 홍정욱 의원은 기자들과 만난 자리에서 “한미 FTA에 공감하지만 정부가 설득 노력을 해야 한다. 물리력을 동원한 직권상정에는 참여하지 않겠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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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무성 원내대표는 한미 FTA 비준동의안 처리 문제와 관련 “급할 거 없다. 내년 7월 이전에만 하면 된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외통위 한나라당 간사인 유기준 의원도 “미 의회의 비준을 봐가며 움직이면 된다”고 했다. 하지만 바닥 민심의 심각함을 느낀 일부 의원들의 생각은 달랐다. 단독 처리에 대한 입장 표명 없이 느긋하게 해 넘어가는 것을 기다리다간 ‘배지 수성’이 힘들어질 수 있음을 느낀 것이다.

친이계 한 의원은 지난 12월14일 연합뉴스와의 통화에서 “문제의 본질은 당이 청와대에 끌려가고 있다는 것”이라고 지적하기도 했다. 이같은 주변 분위기를 감지한 성명 의원들은 앞으로 있을 한미 FTA 비준동의안 처리시 더 이상 거수기 역할을 하지 않겠다고 못을 박기에 이른 것이다.

사실 한미 FTA 비준 동의안 관련해 국민 여론은 ‘찬성’쪽에 가까웠다. 지난 12월6일 여론조사 전문기관인 리얼미터 조사 결과 ‘찬성’ 응답 43.7% ‘반대’ 응답 26.9%로, 40대를 제외하고 전 연령대에서 ‘찬성’쪽으로 무게를 실어줬다. 하지만 지난해 12월 한나라당이 예산 정국에서 보여준 ‘여물지 못한 행동’으로 오히려 민심의 역풍을 맞고 있는 것이다. 한나라당의 한 유력 인사는 “단독 처리를 할 땐 하더라도 최대한 연말까지 끌고가 어쩔 수 없었음을 보여줬어야 했다. 12월 초에 단독 처리를 해버리고 국민에게 이해를 어떻게 구하겠는가”라고 말했다.

성명에 참여한 의원들은 4선의 남경필·황우여, 3선 권영세·이한구·정병국, 재선 신상진·임해규·진 영, 그리고 초선의 구상찬·권영진·김선동·김성식·김성태·김세연·김장수·성윤환·윤석용·정태근·주광덕·현기환 홍정욱·황영철 의원이다. 친이 친박은 물론, 계파색이 옅은 황우여·권영세 의원의 참여 등 성명 의원들의 면면을 살펴봐도 현 상황은 지엽적이 아닌 전방위적 영향을 미칠 수 있음을 보여준다.

특히 수도권 지역 향후 총선 전망은 탄핵정국 속에 치러진 지난 2004년보다 더 힘든 상황이다. 한나라당은 아직도 ‘탄핵 역풍’이라는 말에 몸서리친다. 하지만 ‘탄핵 역풍’이라는 단어가 다시 거론되는 현 상황이 그만큼 심각하다는 반증이다.

한나라당은 지난 2008년 총선 당시 수도권을 싹쓸이했다. 서울의 48개 의석 가운데 40개를 차지했다. 경기·인천에서는 더 많은 의석을 차지했다. 전국적으로 과반 이상인 153석을 얻었다. ‘친이계’ 초선 의원이 새롭게 부상했고, 이혜훈, 구상찬 등 일부 친박계 의원들도 경쟁에서 이겨냈다.

22명 빠져도 ‘딱 과반’

그러나 2004년 총선은 그와 정반대 상황이었다. 탄핵 역풍이 거세게 불며 열린우리당이 152석을 얻었고 한나라당은 121석에 그쳤다. 영남을 기반으로 수도권 일부 의석을 간신히 지켜낸 결과다. 사실 100석도 힘들다는 분석이었지만, 한나라당 박근혜 전 대표가 전국을 돌며 몸을 조아렸기에 그나마 체면 유지를 했다. 하지만 지금은 간신히 체면 유지했던 2004년보다 민심이 더 안 좋다는 분석도 나오고 있는 실정이다.

현재 국회의원 총 수는 현재 재적의원 299명보다 2명 부족한 297명으로, 재적 의원 과반은 149석이다. 현재 한나라당 총 의석수는 171석이다. 성명에 참여한 의원 22명이 빠져도 149석으로 딱 과반이 된다. 성명 의원이 빠져도 FTA 법안은 물리력 여부를 떠나 표결로 마무리 지을 수 있다. 수단과 방법은 한나라당이 선택하면 된다.

하지만 총선을 앞두고 본인의 자생력 확보를 위해 독자 행동을 불사할 의원 수는 더 늘어날 것으로 보인다. 재보선·총선·대선을 앞둔 한나라당의 거대 행보 속에서 오는 2012년 ‘총선 생존’에 사활을 건 각개 의원들의 소신이 얼마나 힘을 발휘할지 귀추가 주목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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