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회의원 묻지마 해외출장 일정 해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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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회의원 묻지마 해외출장 일정 해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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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회만 끝나면 고고씽 “묻지마 관광 뺨치네”

[일요시사=정치팀] 국회 일정만 ‘땡’ 치면 국회의원들은 해외로 나가기 바쁘다. 국민들은 국회의원들을 의심의 눈초리로 바라보지만 해외출장을 떠나는 의원들은 저마다 정상적인 의원활동이라며 항변한다. 국민들은 그들의 항변을 곧이곧대로 믿어도 되는 것일까? <일요시사>가 국회의원들의 국회 휴지기 해외출장 일정을 해부해봤다.

지난 대선을 거치며 정치권에 몰아닥친 정치쇄신의 바람이 거세지만 국회의원들의 국회 휴지기 해외출장 러시는 올해에도 예외가 없었다. 물론 해외출장을 떠나는 국회의원들은 정상적인 의원활동임에도 무조건 ‘외유성’이라고 비판받는 것은 억울하다는 입장이다.

출장이유 묻지마

하지만 <일요시사>가 살펴본 국회 휴지기 해외출장 실태는 여전히 출장 목적이 불분명한 경우가 많았다. 우선 지난 5월, 4월 임시국회에서 추경안 심사가 마무리되자마자 75명의 국회의원들이 해외출장을 떠났다. 5월 한 달 동안 이들의 해외출장비에 지급된 예산은 약 8억원에 달한다. 국회의원 1인당 평균 1000만원이 넘는 경비를 사용한 것이다.

법제사법위원회에서는 지난 5월20일부터 28일까지 체코, 폴란드, 크로아티아 등을 다녀왔다. 약 7700만원의 예산이 들어간 이 출장의 목적은 사법제도 및 정치·행정제도 변화 연구였다. 박영선 위원장을 비롯해 새누리당 권성동, 김회선, 김도읍 의원과 민주당 이춘석, 최원식 의원이 함께 갔다. 법사위에서는 지난 2009년부터 사법제도 현황파악이라는 명목으로 해외출장을 떠나고 있지만 해외출장을 다녀온 후 뚜렷한 성과는 내놓지 않고 있다. 해외출장의 효용성에 의문이 제기되는 것이다.

국토교통위원회는 5월19일부터 26일까지 프랑스, 스페인, 영국 등 유럽 국가를 다녀왔다. 방문목적은 지난 4월 임시국회에서 통과된 ‘도시재생 활성화 및 지원에 관한 특별법’과 관련해 도시재생제도의 다양한 사례 조사 및 시찰을 통해 우리 현실에 맞는 도시 재생 정책 방향 모색이었다. 주승용 위원장을 비롯해 새누리당 안효대, 이철우 의원과 민주당 이윤석 의원이 함께 갔고 약 6200만원의 예산이 들어갔다. 하지만 법안이 이미 국회를 통과한 시점에서 뒤늦게 관련 사례 조사를 위해 출장길에 올랐다는 점은 쉽게 이해하기 어려웠다.

이 밖에도 지난 5월 국회의원들의 해외출장 목적에는 단순한 친선 교류 형식이 상당수였다. 국회의원들은 5월에만 우즈베키스탄, 키르기스스탄, 타지키스탄, 영국, 아일랜드, 파라과이, 페루 등 다양한 국가로 출장을 떠났다. 국정원 국정조사가 예정되어 있었고 민주당이 7월 임시국회를 열겠다며 자당 의원들의 해외출장을 만류했던 7월에도 국회의원들의 해외출장 러시는 이어졌다. 6월 임시국회가 끝난 후 31명의 국회의원들이 해외출장길에 나섰다. 역시 국회의원 1인당 해외출장비는 평균 1000만원을 웃돌았다. 또 해외출장 사유 중 대부분은 ‘친선’이었다.

국회일정 끝나면 쫓기듯 줄줄이 해외로
의원 1인당 해외출장비 1000만원 웃돌아

지난 7월3일부터 10일까지 새누리당 안홍준, 유재중, 신경림 의원과 민주당 김우남, 최재천 그리고 무소속 송호창 의원은 한러의원외교협의회 합동회의에 참석했다. 투입된 예산은 약 8600만원이다.
지난 7월18일부터 23일까지는 한중의원외교협의회 청년의원대표단이 양국 의회 간 협력 증진을 위해 중국을 방문했다. 새누리당 정몽준, 김용태, 김희정, 서용교, 홍지만, 하태경 의원과 민주당 김관영, 정호준, 이언주 의원이 참여했다. 투입된 예산은 약 3300만원이다.


이외에도 7월28일부터 8월6일까지 미얀마 인도 스리랑카 의원친선협회 상대국 방문도 예정되어 있다. 새누리당 송광호, 정갑윤, 신성범 의원과 민주당 백재현, 이찬열 의원, 그리고 통합진보당 오병윤 의원이 참여한다.
7월 국회의원들의 해외출장 일정 중 가장 논란이 되는 것은 안전행정위원회의 페루, 아르헨티나 출장이다. 이번 해외출장에는 경찰간부를 폭행했다는 의혹을 받아 논란이 됐던 김태환 안행위 위원장과 새누리당 황영철 의원, 민주당 이찬열 의원이 참여했다. 이들은 치안제도 및 재난방지제도를 조사하겠다며 페루와 아르헨티나로 떠났다. 하지만 페루와 아르헨티나는 치안이 불안하기로 유명한 국가다. 도대체 무엇을 배워오겠다는 것인지 궁금한 대목이다.

이에 대해 안행위 측은 “치안이 불안한 국가라고 해서 배울 제도가 없다는 것은 편견”이라고 해명했다. 하지만 취재기자가 “그렇다면 구체적으로 어떤 제도를 배우기 위해 간 것이냐?”고 질문하자 “자세한 사항은 같이 가신 행정실장님이 알고 있다”며 답변을 내놓지 못했다. 안행위 위원장이 포함된 해외시찰 일행이 해외출장을 떠난 목적을 행정실장 외에는 아무도 정확하게 알고 있지 못하다는 사실은 쉽게 납득이 되지 않는 대목이다.

이들의 일정을 살펴보면 7월16일부터 26일까지 무려 10일간이나 현지에서 체류하면서도 공식적인 일정은 7월19일 아르헨티나 경찰청 부청장 면담과 7월22일 페루 국회 치안위원장 면담, 페루 내무부 장관 면담이 전부였다. 이외에는 일정이 전혀 없는 것인지 단순히 기재를 하지 않은 것인지는 알 수 없었다.

한편 페루와 2시간 거리인 멕시코에서는 지난 7월15일부터 21일까지 세계태권도대회가 열렸는데 대한태권도협회장을 맡고 있는 김태환 위원장은 세계태권도대회에 참석한 후 해외시찰 일정에 참여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를 두고 일각에서는 김 위원장의 세계태권도대회 참석 일정을 고려해 안행위의 해외시찰 국가를 멕시코와 가까운 페루로 정한 것 아니냐는 의혹도 일고 있다. 안행위 해외시찰에는 약 5900만원의 예산이 투입됐다. 의원 1인당 2000만원 꼴이다.

국회의원들은 또 공식 해외출장이 아니더라도 공짜로 해외여행을 즐겼다. 새누리당 정희수, 권성동, 조해진, 홍일표, 김동완, 김종태, 김태흠, 민병주, 박대동, 손인춘, 안덕수, 윤명희, 이강후, 이상일, 이현재 의원과 민주당 김재윤 의원 등은 지난 7월3일부터 4박5일간 새누리당 김을동 의원과 김좌진장군기념사업회가 주최한 ‘2013 대한민국 제19대 국회의원 및 사회지도층 항일전적지 탐방’ 행사에 참여해 중국 동북3성을 순회했다.

일단 가고보자

이 과정에서 국회의원들은 비용을 전혀 부담하지 않고 공짜 여행을 즐긴 것으로 알려졌다. 이번 탐방에는 장태평 마사회장과 신용섭 EBS 사장, 이청휴 현대자동차 이사, 정승인 롯데백화점 전무, 박형일 LG유플러스 상무 등이 참여하고, 이들 기업이 1000만~3000만원씩 협찬금을 내 후원했다. 이재현 회장 구속으로 논란을 빚고 있는 CJ그룹은 협찬을 하지 않은 대신 현직 대표이사가 참여했다.

이와 관련 현역 국회의원들이 대기업의 협찬을 받아 해외출장을 다녀온 것은 부적절하다는 지적이다. 한 정치전문가는 “매년 국회의원들의 해외출장과 관련해 문제가 제기됨에도 불구하고 이 같은 문제가 개선되지 않는 것은 매우 실망스러운 일이다. 국민들이 바라는 것은 국회의원들이 해외로 가지 말라는 것이 아니라 해외일정을 통해 무엇을 얻고자 하는지 분명한 목적의식을 갖고 떠나고 또 돌아와서는 무엇을 얻었는지 국민들에게 설명해 달라는 것”이라고 꼬집었다.


김명일 기자 <mi737@ilyosisa.co.kr>

 

<기사 속 기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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