역대 대통령 고향 발전사 엿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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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특별기획> 역대 대통령 고향 발전사 엿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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발전하면 "당연한 것!" 낙후되면 "웬 역차별?"

[일요시사=정치팀] 국내 경기가 아무리 냉랭해도 대통령의 고향은 불황이 없다는 말이 있다. 대통령이 취임한 후 대통령의 고향이 급격하게 발전하며 특혜논란에 휩싸이는 경우가 잦았기 때문이다. 때문에 역대 대통령의 고향은 늘 주목을 받아왔다. 이처럼 지역주의는 반드시 척결해야 할 구태지만 어쩔 수 없는 우리나라의 정치현실이기도 하다. 역대 대통령들의 고향은 그동안 어떤 특혜를 받아왔던 것일까? <일요시사>가 역대 대통령의 고향 발전사를 살펴봤다.

우리나라의 초대 대통령인 이승만 전 대통령의 고향은 황해도 평산이었다. 게다가 이 전 대통령은 우리나라가 일제로부터 독립하기 전까지는 줄곧 해외에서 독립운동에 매진하다 광복 이후 국내로 돌아왔다. 때문에 이 전 대통령의 고향이라고 할 만한 곳이 국내엔 없었고 지연을 이유로 특혜를 입은 지역도 딱히 없었다.

대통령의 힘
대도시로 탈바꿈

이 전 대통령의 뒤를 이어 집권한 윤보선 전 대통령의 고향은 충청남도 아산이었지만 윤 전 대통령 역시 채 2년이 되지 않은 임기로 고향을 돌볼 여력이 없었다. 대통령의 고향이 본격적으로 혜택을 입기 시작한 것은 박정희 전 대통령부터였다. 박 전 대통령의 고향은 경북 구미다.

구미는 역대 대통령 고향 중 가장 크게 성장한 도시이기도 하다. 당시만 해도 구미는 인구 2만의 작은 농업도시였지만 박 전 대통령이 재임시절 구미산업단지를 조성하면서 현재는 연간 350억달러 이상을 수출하는 국가산업의 전진기지로 발돋움 했다.

정부가 구미에 국가산업단지를 조성하게 된 것은 구미가 풍부한 용수와 노동력, 편리한 교통 등 내륙이지만 수출 공업단지에 적합한 조건을 갖고 있었기 때문이다. 하지만 구미가 대통령의 고향이라는 점은 변하지 않는 사실이다. 일각에선 박 전 대통령이 고향발전을 염두에 두고 구미에 대규모 산업단지를 조성했다는 의혹이 끊이질 않았다.

'묻지마 투자'로 야당 반발 직면하기도
취임만 해도 기대심리로 부동산 호황

박 전 대통령이 고향발전을 염두에 두고 구미에 산업단지를 조성한 것인지 단지 입지조건이 맞았기 때문인지는 여전히 논란거리지만 어찌됐든 박 전 대통령의 재임시절 인구 2만의 구미시는 발전을 거듭해 현재는 인구 50만의 경북 제1의 도시가 됐다.

박 전 대통령의 뒤를 이어 대통령에 오른 이는 최규하 전 대통령이다. 최 전 대통령의 고향은 강원도 원주시. 하지만 최 전 대통령은 대통령의 자리를 1년도 채 지키지 못했다. 최 전 대통령은 역대 최단 기간 대통령직을 역임했다는 불명예스런 기록의 소유자다. 당연히 고향이 혜택을 받을 시간도 없었던 것이다.

다만 최 전 대통령은 대통령 시절 자신의 모교인 원주초등학교의 도서관 신축을 위해 금일봉을 전달하고 편지도 직접 써 보냈으며 대통령직에서 물러난 이후에도 정관계 인사들과 만날 때면 낙후된 강원도와 원주 발전을 위해 신경 써 달라고 입버릇처럼 말했다는 후문이다.

수십년 묵은 사업도
한마디에 OK

최 전 대통령에 이어 권좌를 차지한 이는 전두환 전 대통령이었다. 전 전 대통령의 고향은 경남 합천이다. 전 전 대통령의 고향 사랑은 무척 깊은 것으로 알려져 있지만 의외로 합천은 인근에 지방도가 새로 생긴 것을 제외하고는 전 전 대통령의 재임시절 큰 혜택을 받지 못했다는 평가다.

그나마 가장 큰 변화는 전 전 대통령이 합천에 합천댐을 건설한 것이다. 합천댐은 전 전 대통령이 취임한 뒤인 1984년 4월 본격 착공해 1988년 12월 준공했다. 합천은 다목적댐인 합천댐의 건설로 홍수조절과 수력발전은 물론이고 훗날 관광지로 변모하며 크게 발전했다. 합천댐 건설과 도로정비는 전 전 대통령의 막후지원이 큰 힘이 됐다.

합천댐은 일제시대부터 계획이 있었지만 수십 년 동안 실행되지 못했던 것을 전 전 대통령이 취임하자마자 실행에 옮긴 것이기 때문이다. 지역주민들 역시 합천댐의 건설이 합천군의 발전에 큰 도움이 됐다고 입을 모은다.

전 전 대통령의 뒤를 이어 취임한 노태우 전 대통령의 고향은 대구시 동구다. 노 전 대통령의 고향마을은 역대 대통령 고향 가운데 가장 변화가 없는 곳으로 손꼽힌다. 노 전 대통령은 재임시절 고향인 대구시 동구 팔공산 자락에 순환도로를 내 시민들의 팔공산 접근성을 크게 높였지만 이를 제외하고는 별다른 발전 현황이 보이지 않는다. 때문에 지역주민들의 원성이 높다는 후문이다.

김영삼 전 대통령 고향인 경남 거제시는 한때 'IMF도 피해갔다'는 말이 나돌 정도로 크게 발전했다. 특히 부산과 거제를 잇는 거가대교가 개통되면서 잠재적인 발전 가능성은 더욱 커졌다. 거가대교는 김 전 대통령 생가가 위치한 거제시 장목면과 부산 강서구 천성동 가덕도를 잇고 있다.

거제시의 발전 속도는 매우 빠른 편이다. 과거 어촌마을이었던 거제시는 대우조선해양, 삼성중공업 등 초대형 조선소가 들어오면서 크게 발전했고 1인당 국민소득 역시 울산, 구미, 포항, 창원 등과 함께 전국 최상위권을 형성하고 있다.

하지만 김 전 대통령에 대한 고향사람들의 평가는 야박하다. 조선소가 없었으면 거제도는 죽은 도시라는 것이다. 사실상 김 전 대통령은 한 것이 없다는 것이다.

김 전 대통령의 뒤를 이은 김대중 전 대통령의 고향은 전라남도 신안군 하의도로 역대 대통령 중 유일한 호남출신 인사였다. 역대 정권을 거치며 소외감을 느꼈던 호남에서는 김 전 대통령에게 거는 기대가 그 어느 때보다 컸다. 하지만 하의도는 목포에서 뱃길로 150리나 떨어진 섬이라는 한계가 있었고 김 전 대통령은 실질적 정치적 고향인 목포 발전에 많은 투자(?)를 했다.

김 전 대통령은 임기 중 많은 예산을 투입해 목포대교, 북항과 신항, 쌍둥이 빌딩 등 목포 미래 발전의 밑거름을 마련했다. 특히 목포-광양 고속도로는 생산성이 떨어진다는 예비타당성조사결과에도 불구하고 김 전 대통령의 임기 중 예산이 본격 투입돼 건설됐다.



김 전 대통령의 뒤를 이어 당선된 노무현 전 대통령은 경남 김해가 고향이다. 노 전 대통령의 임기 중 김해시는 전체적으로 발전을 거듭했다. 도로가 확장됐으며 주변에 아파트들도 많이 들어섰다. 하지만 노 전 대통령이 직접적으로 예산을 몰아줬다고는 볼 수 없었다.

노 전 대통령의 고향은 특이하게도 노 전 대통령이 퇴임 한 후 더욱 발전했다. 노 전 대통령은 퇴임 후 고향으로 돌아간 첫 대통령이었다. 논과 밭이 즐비한 전형적인 시골마을이었던 경남 김해 봉하마을은 퇴임한 노 전 대통령의 사저가 들어서고 이어 노 전 대통령의 서거 이후 묘역까지 이곳에 마련되면서 관광객들이 엄청나게 몰리게 됐다.

자연스럽게 관광객들을 맞이하기 위한 시설들이 속속 들어서며 발전을 거듭했다. 이후 봉하마을에는 165억원이 투자돼 종합복지관, 정자, 생태연못, 생태체험장 등을 갖춘 '웰빙 생태마을'로 변신했다.

관광객 행렬
또 다른 부수입

특히 눈에 띄는 것은 노 전 대통령이 퇴임 뒤 애정을 쏟았던 친환경 생태농업이다. 노 전 대통령 덕에 홍보효과는 높았고 친환경 무농약쌀인 봉하쌀은 매진행렬을 이어갔다. 경남도가 발표한 지역별 인구증감 추세에 따르면 김해시는 도내 인구증가율 1위를 차지했다. 김해시는 지난 2010년 10월4일을 기준으로 전국에서 15번째로 인구 50만명을 돌파했다.

이명박 전 대통령은 일본 태생이다. 하지만 실질적 고향은 경북 포항. 친형인 이상득 전 의원의 지역구이기도 했다. 이 전 대통령은 매년 예산심사 때마다 자신의 고향이자 이 전 의원의 지역구인 포항에 사회간접자본 예산을 과도하게 책정해줘 논란을 겪었다.

이른바 '형님예산' 논란이었다. 당시 야당이 지목한 형님예산 사업은 포항~삼척철도건설(1100억원)과 울산~포항복선전철(2200억원), 포항영일만신항인입철도(100억원), 포항영일만항(126억원) 등이었다.

사실 이 전 대통령의 대구·경북(TK)사랑은 유별났다. 이 전 대통령은 경북 포항출신으로 명실상부 TK정치인이었지만 TK지역에서 지지기반이 유독 약했다. 때문에 더욱 TK지역에 신경을 썼던 것이다.

살림살이는 나아졌는데 만족은 못해
고향 특혜냐 배신이냐 대통령의 딜레마

이상득 전 의원이 "이 대통령의 약점은 대구·경북 사람들이 대통령을 고향사람으로 생각하지 않는다는 것이다. 대통령이 동생이기는 하지만 불쌍하고 가련할 때가 많다"고 말할 정도였다. 실제로 2007년 한나라당 대선 경선 때 TK지역에서 이 전 대통령은 박근혜 당시 경선 후보에게 사실상 완패 했다. 이때부터 TK를 향한 이 전 대통령의 일방적인 구애는 시작됐다.

이동관 당시 청와대 홍보수석비서관은 "(대구) 첨단의료복합단지 같은 경우도 이 대통령이 챙겨주지 않았으면 선정되지 못했을 프로젝트"라는 발언으로 구설수에 오르기도 했다. 사실 첨단의료복합단지의 유력한 후보는 일찍부터 의료기기 클러스터를 준비해온 강원 원주시였다. 원주시를 제치고 대구가 첨단의료복합단지에 선정됐을 때 특혜 논란이 많았는데, 이 홍보수석비서관이 특혜 논란을 확인해준 셈이나 마찬가지였다.

마지막으로 박근혜 대통령의 정치적 고향은 대구 달성군이다. 대구·경북의 부동산 시장은 최근 나홀로 호황이다. KB국민은행의 주택가격 동향을 보면 올 상반기 대구의 부동산 매매가격 상승률은 3.6%로 전국 평균(-0.2%)을 크게 웃돌았다.

아파트만 놓고 보면 6월 기준 대구 매매가는 1년 전에 비해 8.0% 급등했다. 같은 기간 서울은 4.22% 떨어졌다. 고 박정희 전 대통령 생가가 있는 구미가 5.42%로 전국 시·군·구 중 1위를 차지하는 등 경북 지역의 상반기 부동산 상승률도 3.17%였다. 이제 겨우 취임 6개월을 맞이한 박 대통령은 고향 지원을 위한 별다른 움직임을 보이지도 않았지만 대통령의 고향이라는 기대심리가 대구지역의 부동산 호황을 이끌고 있다는 분석이다.

취임만 해도
부동산 호황

특히 박근혜정부에서의 지방공약 중 박 대통령의 고향인 대구·경북지역 공약이 최우선적으로 시행되지 않겠냐는 기대심리가 지역 부동산시장에 긍정적인 영향을 미치고 있는 것이다.

이처럼 역대 정권이 바뀔 때마다 대통령의 출신지역에 따른 지역적 차별은 끊임없이 논란이 돼왔다. 대통령이 취임한 후 대통령의 고향이 급격하게 발전하면 특혜 논란이 일었고, 반대로 고향발전이 더딜 경우엔 지역여론이 배신감으로 들끓기도 했다. 고향만 챙길 수도, 고향을 안 챙길 수도 없는 대통령의 딜레마다.

한 정치전문가는 이에 대해 "역대 대통령의 고향이 상대적으로 특혜를 받은 것은 분명한 사실"이라며 "하지만 아무리 특혜를 줘도 대통령을 배출한 고향사람들의 기대를 충족시키긴 어려웠을 뿐"이라고 평가했다.


김명일 기자 <mi737@ilyosis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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