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광복절 특사 무산’ 성은 간절한 거물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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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광복절 특사 무산’ 성은 간절한 거물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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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은 왼쪽부터 김승연 한화 회장, 담철곤 오리온 회장, 박연차 전 태광실업 회장


빨간줄 좀…‘은전’ 기다리는 범털들

[일요시사=경제1팀] 8·15 광복절 특별사면을 앞두고 정치권과 재계가 뒤숭숭하다. 박근혜 대통령이 광복절을 코앞에 두고도 이렇다 할 특사 소식을 내놓지 않고 있어서다. 역대 대통령이 광복절 등을 포함해 5∼10여 차례에 걸쳐 사면을 단행한 것과 사뭇 다른 모습. 이대로라면 올해는 정·재계 인사 중 특별사면이 없는 쪽으로 기우는 모양새다.

박근혜 대통령이 ‘광복절 특사’에 대해 부정적 입장을 갖고 있는 것으로 전해지면서 정치권과 재계 인사들 중 상당수가 ‘은전’을 받기 어려워 보인다. 특히 사면 대상에 포함되기 위해서는 형이 확정되거나 벌금과 추징금 미납이 없어야 하지만, 거론되는 거물급 재계 인사나 정치인들 상당수는 현재 재판이 진행 중이거나 벌금을 납부하지 않는 등 사면 조건조차 충족하지 못하고 있는 것으로 파악됐다.
 
누가 되고
누가 안 되나

거론되는 재계 인사 들은 대부분의 형이 확정되지 않았다. 김승연 한화그룹 회장이 건강문제로 구속집행정지가 된 상태에서 마지막 기회인 3심이 진행 중이다. 김 회장은 수천억원대 횡령 배임 혐의로 기소돼 1심에 이어 2심에서도 징역 3년에 벌금 51억원의 실형을 선고 받았다.

거액의 회삿돈을 빼돌린 혐의 등으로 재판을 받고 있는 최태원 SK그룹 회장도 내달 13일 항소심 선고를 앞두고 있고, 이재현 CJ그룹 회장 역시 최근 구속돼 재판을 앞두고 있는 등 이들은 당장 사면대상이 되기는 어려울 것으로 보인다.

상고심을 진행 중인 이호진 전 태광그룹 회장과 그의 모친인 이선애 상무에 대한 사면도 구조적으로 불가능하다. 이 전 회장은 수천억원대의 비자금을 조성하고 계열사 주식을 부당 취득한 혐의로 2011년 1월 검찰에서 세 차례 소환 조사를 받은 뒤 구속 기소됐다. 모친인 이 상무 역시 불구속 기소되면서 모자가 함께 재판에 넘겨지는 불명예를 안았다. 이들 또한 현재 마지막 재판에 대비하고 있다.

업무상 횡령 등의 혐의로 재판을 받고 있는 구자원 LIG 회장 일가와 같은 혐의로 서울서부지법에서 재판을 받고 있는 박찬구 금호석유화학 회장도 1심 재판에서 치열하게 다투고 있어 이번 사면 대상에 포함될 가능성은 전혀 없다.

회삿돈 수십억 원을 횡령한 혐의 등으로 구속 기소돼 2심에서 징역 3년을 선고받은 조경민 전 오리온그룹 사장도 사면 대상자가 될 가능성은 낮아 보인다. 조 전 사장은 현재 상고심을 준비하고 있다.

박근혜정부 첫 특사 무산 “조건대상자 없다”
‘전과자’족쇄 달린 정치인·기업인 한숨 푹푹

담철곤 오리온 회장은 올해 4월 상고심에서 징역 3년에 집행유예 5년을 확정 받았다. 담 회장은 법인자금으로 고가 미술품을 매입해 자택 장식품으로 설치하는가 하면 람보르기니 등 고급 외제 승용차를 계열사 자금으로 리스해 개인용도로 사용하는 등 총 226억원을 횡령하고 74억원을 유용한 혐의로 2011년 5월 서울중앙지검에 소환된 뒤 구속기소된 바 있다.

담 회장은 거론되는 기업인 중 유일하게 형이 확정됐지만 박 대통령이 무엇보다 횡령·배임·탈세·외화유출 등 범죄로 처벌받은 기업인들에 대한 사면은 없다고 밝힌 만큼 이번 사면에 배제 될 것이라는 의견이 지배적이다.

거물급 MB맨들
발만 ‘동동’

정치인들에 대한 사면도 현실 여건상 어렵다. 여권 일각에서는 정치 대화합을 모색하는 차원에서 불법정치자금 사건에 연루됐던 이상득 전 새누리당 의원과 정두언 새누리당 의원을 사면하자는 주장이 나오고 있다. 그러나 이 전 의원은 지난달 말 열린 항소심에서 감형과 함께 추징금 4억 5750만원을 선고 받았다. 8ㆍ15 때까지 이 전 의원이 벌금을 완납할 가능성은 없어 보인다.

이 전 의원과 정 의원은 임석 솔로몬저축은행 회장에게서 불법정치자금을 받은 혐의 등으로 1심에서 실형을 선고 받고 법정 구속됐다. 지난달 말 열린 항소심에서는 두 사람 모두 감형됐으나 여전히 실형을 살고 있다.

이 전 의원은 17대 대선을 앞둔 2007년 10월 임 회장에게서 3억원을, 2007년 12월 중순 김 회장에게서 저축은행 경영 관련 청탁과 함께 3억원을 받은 혐의 등으로 구속 기소됐고 정 의원은 임 회장으로부터 지난 2007년 9월 3000만원, 2008년 3월 1억원을 받아은 혐의 등으로 불구속 기소됐다. 이들은 각각 9월과 11월 출소 예정이다.

담철곤·박연차 형 확정
김승연·이호진은 재판중

친이계 의원들 사이에서는 ‘MB’정권 실세였던 신재민 전 문화체육관광부 차관과 박영준 전 지식경제부 차관을 사면하자는 움직임도 있다. 그러나 이들 역시 각각 억대의 추징금을 미납하고 있다.

SLS조선 워크아웃 저지 등을 위해 영향력을 행사해주는 대가로 이국철 SLS그룹 회장으로부터 금품을 받은 혐의(특가법상 뇌물, 정치자금법 위반)로 구속 기소된 신 전 차관은 지난 4월 열린 상고심에서 징역 3년 6월에 벌금 5400만원, 추징금 1억1000여만원을 확정 받았다. 민간인 불법사찰을 지시한 혐의 등으로 구속된 박 전 차관도 지난 5월 항소심에서 1심과 같은 징역 2년에 추징금 1억9478만원을 선고받았다.

이 외에 건설업자로부터 공사 수주 청탁과 함께 억대의 금품을 수수한 혐의로 최근 구속된 원세훈 전 국가정보원장 역시 특사 대상에 포함되지 않는다.

박 대통령 원칙?
엄정한 법 준수

‘MB맨’들의 이름이 정치권 사면 대상자에 오르내리고 있지만, 박 대통령이 이명박 전 대통령의 형인 이 전 의원을 포함한 그 측근들을 사면에 포함시킬 리 만무하다는 의견이 지배적이다. 실제 박 대통령은 이 전 대통령의 임기말 특별사면 추진에 직접 반대 의사를 밝힌 바 있다.

박 대통령은 당시 “그동안 죄를 짓고도 권력이 있다는 이유로, 또 돈이 많다는 이유로 법망을 피해가는 경우가 많았다”면서 “‘유전무죄, 무전유죄’라는 잘못된 관행을 이번에는 확실하게 바로잡아야 할 것”이라고 지도층 인사에 대한 엄정한 법 집행 의지를 보인 바 있다.


▲사진은 왼쪽부터 김승연 한화 회장, 담철곤 오리온 회장, 박연차 전 태광실업 회장
▲사진은 왼쪽부터 김승연 한화 회장, 담철곤 오리온 회장, 박연차 전 태광실업 회장

이러한 의중은 지난달 말 박연차 전 태광실업 회장의 가석방 불허에서도 잘 드러났다. ‘박연차 게이트’의 장본인으로 참여정부 핵심 실세들에게 전방위 로비를 벌인 혐의로 구속 기소돼 복역 중인 박 전 회장의 ‘가석방심사위의 결정’을 황교안 법무부장관이 뒤집은 이례적인 일이 발생한 것이다.

가석방은 징역형을 받고 수감된 사람이 죄를 뉘우치고 교도소 생활을 성실히 할 경우 형기 3분의 1 이상을 채우면 풀어주는 제도로, 당초 예상대로라면 박 전 회장은 지난달 30일 출소를 앞두고 있었다. 

법무부는 가석방 불허 배경에 대해 “사회적으로 이목을 끈 사건의 주요 수형자, 사회 지도층 인사, 고위 공직자들에 대한 가석방을 불허하기로 결정했다”며 “그동안 일정 집행률을 충족하면 당연히 석방되는 권리처럼 인식돼 왔지만 앞으로는 새로운 가석방 정책을 적용하기로 했다”고 밝혔다. 

이 때문에 박 전 회장은 남은 형기를 모두 마친 뒤에야 사회로 복귀할 수 있게 됐다. 박 전 회장과 함께 저축은행으로부터 금품로비를 받은 혐의로 수감 중인 김희중 전 청와대 제1부속실장의 가석방 신청도 불허된 것으로 알려졌다.

‘박근혜 정권’의 이같은 행보는 과거 정부의 특사와 맥을 달리한다. 특사는 형 선고를 받은 사람에 대해 형의 집행을 면제하거나 선고의 효력을 상실케 하는 사면법으로 헌법이 보장한 대통령 고유권한이다. 그동안 권력 남용 등의 비판으로 논란 속에서도 1990년대 이후 5년마다 시행돼 왔다. 특히 대통령이 취임하는 해마다 정치인과 경제인을 포함한 특별사면·복권이 대거 이뤄졌다.

이상득·신재민·박영준 다음에?
여론에 따라…가능성은 ‘희박’

법무부에 따르면 전두환 정부부터 현 정부까지 58차례에 걸쳐 17만4187명을 대상으로 특사가 집행됐다. 김영삼 정부는 8차례, 김대중 정부 6차례, 노무현 정부는 9차례 사면을 실시했고, 이명박 정부도 6차례 사면 결정을 내렸다.

노태우 전 대통령은 임기말에 전두환 전 대통령의 동생 전경환씨, 김종호 전 내무부 장관, 이학봉 전 의원 등 5공 비리 관련자를 사면했다.

첫 문민정부인 김영삼(YS) 정부는 집권 초기 비리 사건에 연루된 인사들을 대거 사면했다. 슬롯머신사건, 율곡비리, 동화은행장 뇌물비리 등 대형 사건으로 사법 처리된 정치권·군부·재계 인사들이 사면됐다.

김대중(DJ) 정부에서는 가장 많은 범죄자가 사면됐다. 8차례 특사로 7만321명에게 형 집행을 면제했다. 김 전 대통령은 2002년 외환위기의 주범으로 꼽히는 정태수 전 한보그룹 회장과 이용호·최규선 게이트 연루자인 김영재 전 금융감독원 부원장보, 최일홍 전 국민체육공단 이사장 등 93명을 특별사면했다.

특별사면 단행
역대 정권은?

노무현 정부는 2005년 개인 비리로 구속됐던 노무현 전 대통령의 후원자 강금원 창신섬유 회장을 사면했다. 2006년에는 노 전 대통령의 최측근인 안희정 충남도지사와 여택수 전 청와대 행정관, 신계륜 전 의원이 사면 대상에 포함됐고, 임기 말이었던 2008년에는 자신의 집사로 불렸던 최도술 전 대통령총무비서관을 사면했다. 박용성 전 두산그룹 회장 등 기업인을 석방하기도 했다.

이명박 정부는 2008년 8·15 특사 때 정몽구 현대·기아차그룹 회장, 최태원 SK그룹 회장, 김승연 한화그룹 회장 등 74명을 사면했다. 2009년 12월에는 평창 동계올림픽 유치 활동 등의 이유로 국제올림픽위원회(IOC) 위원인 이건희 삼성전자 회장 1명에 대해서만 특사를 단행해 파문이 일기도 했다.


김설아 기자 <sasa7088@ilyosis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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