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테크 달인' 된 국회의원들 사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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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테크 달인' 된 국회의원들 사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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억대 연봉에 소득세는 0원 '합법적 탈세?'

[일요시사=김명일 기자] 19대 국회의원들 중 지난해 소득세를 단 한 푼도 내지 않은 사람이 무려 37명에 달하는 것으로 알려져 국민들을 분노케 하고 있다. 정치권이 최근 증세 없는 복지는 사실상 불가능하다며 증세카드를 적극 검토하고 있는 것을 감안하면 더욱 분통이 터지는 일이다. 국회의원들은 매년 억대 연봉을 받고 있다. 도대체 어찌된 일일까? 국회의원들의 기막힌 세테크 수법을 <일요시사>가 살펴봤다.

전체 국회의원의 17%에 해당하는 51명이 지난해 10만원 미만의 소득세를 납부한 것으로 밝혀졌다. 이중 소득세를 단 한 푼도 내지 않은 국회의원도 37명(12%)에 달했다. 그나마 소득세를 납부한 국회의원들 중에서도 두 명은 각각 단 4원과 6원의 소득세만 납부했다.

분통터지는 꼼수

이 같은 사실은 국회사무처가 최근 공개한 국회의원 300명의 지난해 소득세 납부액에서 소득공제 등 연말정산을 통해 환급받은 액수를 뺀 실제 세금 납부액 자료를 통해 드러났다. 그러나 의원들의 실명은 공개되지 않았다.

국회사무처가 공개한 자료에 따르면 A의원은 1300만원의 소득세 중 1252만원을 돌려받았다. B의원은 682만5354원의 세금을 냈다가 연말에 682만5350원을 환급받았다. B의원이 실제 낸 소득세는 단 4원이었다. 심지어 C의원은 710만원의 소득세와 지방소득세를 냈지만 연말정산 때 710만원 전액을 돌려받으면서 소득세를 단 한 푼도 내지 않았다.

이들 의원들 대부분은 종교·사회단체 기부 등을 통해 세금 감면 혜택을 받았다. 이들 중 일부는 다른 사람에게 받은 정치후원금으로 기부를 하고 개인적으로 소득공제 혜택을 받은 경우도 있었다. 또 한 의원은 전당대회 출마를 위한 기탁금으로 정당에 8000만원을 내고 나서 이를 정치자금 기부로 연말정산 때 처리해 자신의 소득세 1000만원 전액을 환급받은 경우도 있었다.

사례 중 가장 돋보이는 꼼수는 서로 '품앗이' 방식으로 정치후원금을 내 세금 감면 혜택을 받은 의원들이다. 세테크를 위해 서로 '짜고 친 고스톱'이 아니냐는 의심을 할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이들은 정치후원금을 서로 주고받으면서 결과적으로 지출한 돈은 한 푼도 없었지만 세금 감면 혜택만 받게 된 것이기 때문이다.

이에 대해 일부 전문가들은 "국회의원들이 정치후원금을 주고 받으며 공제혜택을 받는 것은 대기업들의 상호출자와 같은 개념과 같은 것"이라며 "기업은 순환출자, 일감몰아주기를 못하게 하면서 국회의원들이 이러는 것은 납득할 수 없다"고 비난했다.

국회의원들이 이처럼 절세를 할 수 있었던 또 다른 비결은 연간 1억4500만원에 달하는 세비 중 비과세 소득이 4700만원에 달하기 때문이다. 웬만한 기업체 과장 연봉에 해당된다.

시민단체 '바른사회시민회의' 조사 결과에 따르면 국회의원들은 2011년 매달 189만1800원을 받던 입법활동비를 작년부터 313만원으로 65.8% 인상했다. 특별활동비도 하루 1만8918원에서 3만1360원으로 65.8% 올렸다.

국민 몰래 비과세 목록 야금야금 늘려가
국민들에겐 증세하자더니 황당한 뒤통수

반면 일반 직장인들처럼 소득세를 내는 국회의원들의 일반수당과 관리업무수당은 각각 624만5000원에서 646만4000원, 56만2050원에서 58만1760원으로 2011년에 비해 3.5% 인상하는 데 그쳤다. 정근수당도 2011년 624만5000원에서 646만4000원으로, 명절휴가비도 749만4000원에서 775만6800원으로 3.5%인상에 그쳤다. 비과세 혜택을 받는 소득의 인상률이 소득세를 내는 수당 인상률의 18.8배에 달한 것이다.

이들 활동비는 명목만 활동비일 뿐 지출 관련 증명 서류를 제출할 의무도 없다. 당연히 돈을 지급한 국회 측은 국회의원들이 이 돈을 어디에 사용했는지 알 길이 없고 국회의원들은 남은 돈을 반납할 의무도 없다. 사적 용도로 얼마든지 유용이 가능한 사실상의 봉급인 것이다.

시민단체들은 과세 수당을 인상할 수 있는데, 비과세 수당을 대폭 인상한 것은 처음부터 '세테크'를 목적으로 한 꼼수가 아닌지 의심하고 있다.

뿐만 아니다. 국회의원들은 같은 소득 수준의 직장인에 비해 국민건강보험료도 적게 내는 것으로 드러났다. 입법·특별 활동비가 건강보험료를 책정하는 보수액 산정기준에 포함되지 않기 때문이다. 지난해 가장 많은 소득세를 낸 사람은 새누리당 정몽준 의원으로 2억3465만원의 소득세를 냈다. 정 의원을 제외한 국회의원 299명의 소득세 평균 납부액은 434만원이었다.

정치권은 최근 '증세 없는 복지는 사실상 불가능하다'며 증세카드를 적극 검토하고 있는 중이었다. 또 박근혜정부는 직장인들의 소득공제를 감소시키는 내용을 골자로 하는 세제개편안을 이미 발표한 상태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정작 국회의원들은 매년 근거가 약한 비과세 급여항목을 대폭 늘려왔다는 사실은 국민들을 황당하게 한다.

전문가들은 "복지를 위한 증세의 필요성이 대두되는 시점에서 정작 국회의원들이 일종의 꼼수를 써가면서까지 세금을 적게 내려 한다면 국민들의 '조세저항'은 더 커질 수밖에 없다"고 지적했다.

이 같은 국회의원들의 세테크 꼼수 때문에 현재 시민단체를 중심으로는 국회의원들의 급여체계와 인상률을 국회가 아닌 독립된 외부기구에서 결정하도록 해야 한다는 주장이 다시 힘을 얻고 있다. 자신의 수당을 스스로 결정하는 모순을 없애야 한다는 것이다.

국회의원은 공직자 중 유일하게 자신의 급여 수준을 국회의원 수당법이나 국회규칙을 개정하는 방식으로 스스로 결정하고 있다. 문제는 국회의원들이 그동안 이러한 특권을 이용해 자신들에게 유리한 방향으로 급여체계를 꾸준히 개편해왔다는 것이다. 지난해 국민들 몰래 세비를 20퍼센트나 인상했다가 뒤늦게 알려지면서 여론의 비판을 받았던 것이 대표적인 사례다.

국민만 봉?

이미 스웨덴, 호주, 영국, 캐나다 등 많은 선진국은 외부기구가 의원급여의 기준을 국회에 권고하도록 하고 있다. 이들 나라에서 외부기관의 권고를 국회가 거부하는 경우는 거의 없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한 정치전문가는 "국회의원들이 세금을 절약하는 것이 불법도 아니고 어쩌면 당연한 일일수도 있지만 국회의원은 국민들의 대표라는 점에서 도덕적으로 더 높은 수준의 모범을 보여야 한다"고 지적했다.


김명일 기자 <mi737@ilyosis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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