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친노 비토' 민주당 계파갈등 급증 내막
"친노가 민주당 말아먹고 있다"
[일요시사=정치팀] 친노계(친노무현계)에 대한 민주당 내부의 불만이 폭발 직전이다. 일부에선 당이 쪼개지는 것 아니냐고 우려할 정도다. 비노계는 민주당이 현재 위기에 빠진 것은 당 지도부의 반대에도 불구하고 친노계가 연이어 돌출행동에 나선 탓이라고 주장한다. 일부 비노계 의원들은 "친노가 민주당의 발목을 잡고 있다"는 말까지 서슴지 않고 있다. 어찌된 사연일까? <일요시사>가 살펴봤다.
민주당 문희상 전 비상대책위원장은 대선이 끝난 직후인 지난 1월 "여기 친노 아닌 사람, 고 노무현 전 대통령 안 팔고 국회의원 된 사람이 있는가"라며 당내 팽배한 계파갈등을 경계했다. 당시 친노에 대한 민주당 내부의 불만은 그 정도로 심각했다. 민주당 대선 경선 과정에서 물병과 온갖 쓰레기가 투척되고 당원들 간 욕설과 폭력이 난무할 정도로 친노와 비노가 극단적인 갈등을 겪은 탓이었다.
극과 극
대선 이후 문 전 위원장의 노력과 친노가 대선 패배의 책임을 지고 당 전면에서 물러나면서 계파갈등은 수그러드는 듯했다. 하지만 최근 들어 민주당 내 계파 갈등이 다시 부활하는 모양새다. 친노계가 연이어 돌출행동에 나서면서 친노계를 향한 민주당 내부의 불만은 극에 달했다.
물론 친노계 역시 불만은 있다. 당내 비노계가 너무 유순한 탓에 박근혜정부와 선명성 경쟁에서 밀리고 있다는 주장이다. 친노계와 비노계의 갈등을 지켜보고 있자면 어떻게 한 당에 묶이게 되었는지 의심스러울 정도로 서로 생각이 다르다.
지난 7월 민주당 문재인 의원은 NLL 대화록 정국이 길게 이어지자 자신의 정치생명을 걸겠다며 대화록 원본을 공개하자는 초강수를 던졌다. 문 의원의 결단으로 친노는 대선 패배 책임론에서 벗어나 당 전면에 나서며 재기의 발판을 마련하는 듯했다. 그러나 얼마 못가 이 같은 문 의원의 결단은 엉뚱한 결과를 가져왔다. 대화록 실종이라는 상상치도 못한 사태가 발생한 것이다.
당시 민주당이 야심차게 준비해왔던 국정원 대선개입 국정조사는 순식간에 뒷전으로 밀렸고 민주당은 궁지에 몰렸다. 당내에선 문 의원을 향한 불만이 쏟아졌다. 당초 민주당 김한길 대표는 선 국정조사 후 원본 공개라는 입장을 천명했으나 문 의원이 조건 없는 원본 공개를 주장하고 나서면서 당의 대응 기류가 원본 공개 쪽으로 급속하게 쏠려버렸기 때문이다.
이후에도 문 의원의 '자살골'은 또 있었다. 문 의원은 지난달 23일 국가기관 대선개입과 관련해 "지금까지 드러난 사실만으로도 지난 대선은 불공정했다. 미리 알았든 몰랐든 박근혜 대통령은 그 수혜자"라며 박 대통령을 직접 겨냥하고 나섰다.
지금 대한민국은 민주주의의 위기라고도 했다. 지난 대선을 불공정 대선으로 명확히 규정한 것과 다름없는 발언이었다. 대선에서 박 대통령과 경쟁했던 당사자가 직접 대선의 불공정성을 언급하는 것은 자칫 대선불복으로도 비춰질 수 있는 문제였다. 그 후폭풍을 누구보다 잘 알기에 문 의원은 그동안 불공정 대선 논란과 관련해 거리를 두어왔다.
사고뭉치 친노, 당 대표 허수아비 취급
당보다 친노 입지만 고려? 당내 불만
당장 여권은 대선불복이라며 문 의원에 대한 총공세에 나섰다. 민주당 내에서도 문 의원에 대한 불만을 쏟아냈다. 비노계인 당 지도부는 문 의원이 직접 나서면서 한창 탄력을 받고 있던 국가기관의 정치개입 의혹 정국이 대선불복으로 비화되며 스스로 물 타기 한 꼴이 됐다며 문 의원을 비판했다.
게다가 문 의원뿐만 아니라 범친노로 분류되는 의원 상당수도 지난 대선을 부정선거로 규정하고, 박근혜정부의 내각 총사퇴를 요구하고 나서면서 대선불복론과 선 긋기를 해왔던 민주당 지도부를 당혹스럽게 했다.
문재인 후보의 선대위 종합상황실장을 맡았던 홍영표 의원이 지난 1일 발간한 비망록도 민주당 지도부와 비노계의 심기를 불편하게 했다. 지난 대선 당시 문 의원과 안철수 의원 간의 단일화 비화를 담은 비망록은 안 의원이 단일화 과정에서 문 의원 측에 미래 대통령, 새 정당 설립과 전권을 요구했다는 등의 내용을 담고 있다.
이 같은 내용들에 대해 민주당 내에서조차 "대선패배의 책임을 안 의원에게 전가하는 인상을 준다"며 홍 의원 측을 비판하고 나섰다. 특히 안 의원과 정의당을 포함하는 신야권연대를 구상하던 당 지도부는 홍 의원의 비망록에 대해 상식적인 행동이 아니라며 불만을 표시했다.
한편 홍 의원은 비망록을 출간하는 과정에서 문 의원에게도 내용을 설명한 것으로 알려져 홍 의원의 단독행동이라기보단 친노계가 주도권 회복과 세력 결집을 위해 계획적인 행동을 벌인 것이 아닌가 하는 의심을 받고 있다.
일부에서는 신야권연대가 만들어질 경우 친노계의 입지가 줄어들 것을 우려해 친노계가 사실상 판 깨기에 나선 것이라고 분석하기도 했다.
친노계의 지나친 강경성향도 비노계 지도부와 사사건건 마찰을 일으키고 있다. 비노성향의 지도부는 현재의 강경노선은 민생은 뒷전이라는 비판을 받고 있다며 국가기관 대선개입 정국에서 벗어나 민생과 정책중심노선으로의 변화를 시도하고 있다.
하지만 친노계는 여전히 국가기관 대선개입 사태에 집착하며 정부여당과 선명히 싸우는 것만이 야당의 존재감을 부각시킬 수 있다고 주장하고 있다. 정책중심의 노선으로 바꿀 경우 자칫 정부여당의 거수기로 전락할 수 있다는 주장이다.
갈라설까?
최근 친노계의 행보와 관련해 민주당의 한 관계자는 "비노계가 당 지도부를 장악한 이후 친노계는 사실상 '당신들이 당권을 잡았으니 잘해봐라'는 식"이라며 "민주당이야 어떻게 되든 자신들의 입지만 생각하는 것 같다"고 불만을 토로했다.
다른 관계자도 "그동안 문 의원이 사고(?)를 치면서 번번이 당 지도부와 상의했다는 식으로 언론에 이야기를 했는데 김 대표 측은 사실상 통보 수준이었다며 불만을 토로했다"며 "문 의원이 저지르고 나면 당 지도부는 어쩔 수 없이 따라가는 수순이다. 누가 당 대표인지 모르겠고 분명한 월권이다. 현재 친노는 민주당의 발목을 잡고 있는 게 분명하다"고 비판했다.
김명일 기자 <mi737@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