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경일 '이스타항공 회장' 수십억 횡령 전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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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경일 '이스타항공 회장' 수십억 횡령 전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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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야금야금' 회사 곳간 털다 쇠고랑

 

[일요시사=경제1팀] 지난달 서울 소재 모 금속제조업체 전 임직원들이 구속 기소됐다. 회사 돈 수억원을 횡령했다는 혐의가 포착됐기 때문인데 당시 또 다른 임직원들도 회사 돈 10억여원을 회사 운영 외 다른 목적으로 사용한 정황이 포착됐다. 그들 중의 한 사람으로 지목됐던 국내 항공사 회장이 최근 구속됐다. 회사 돈 38억여원을 횡령했다는 것. 동생인 현역 국회의원도 범행에 가담한 것으로 전해졌다.


지난달 15일 청주지검은 회사돈 수억원을 횡령한 혐의(특정경제범죄가중처벌법상 횡령·배임)로 서울 소재 모 금속제조업체 전 임직원 2명을 구속 기소했다고 밝혔다. 검찰 수사로 드러난 이들의 횡령 규모는 총 8억여원에 달하는 것으로 파악됐다. 검찰은 또 이들과 또 다른 임직원들이 회사 돈 10억여원을 회사 운영 외 다른 목적으로 사용한 정황도 포착, 수사를 확대했다. 이들 중에는 이 회사 대표이사직을 지낸 국내 모 항공사 회장도 포함되어 있었다. 이경일 이스타항공 회장이다.

실적 개선됐는데…

지난 14일 이 회장이 회사 돈 38억원을 횡령한 혐의(특정경제범죄가중처벌법상 횡령·배임)로 검찰에 구속됐다. 검찰에 따르면 이 회장은 2008년부터 올해 3월까지 금속제조업체 공동대표로 일하며 허위로 용역을 발주하거나 회사 직원을 통해 물품을 구입한 뒤 대금을 거짓으로 지불하는 등의 방법으로 회사 돈을 빼돌린 혐의를 받고 있다.

이 회장은 또 이스타항공을 경영하면서 친·인척 등을 회사 임원으로 허위 등재한 뒤 고액의 급여를 지급하는 방법도 사용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 회장은 전주대 사학과를 졸업하고 서울대 최고경영자 과정을 수료했다. 그룹 내에서 ㈜케이아이씨 상무, ㈜삼양감속기 대표이사, ㈜새만금관광개발 대표이사, ㈜케이아이씨 대표이사 등 주요 자리를 두루 거쳤다. ㈜케이아이씨는 이스타항공그룹의 모기업이다. 이 회장은 지난해 1월 ㈜케이아이씨 대표이사 부회장이 됐다가 금속제조업체에 대한 검찰의 수사가 시작되자 돌연 대표이사직을 사임했다.

지난해 5월부터는 동생인 민주당 이상직 의원으로부터 100%에 가까운 에이스이공이공 지분과 함께 이스타항공 회장직을 물려받아 회사를 이끌고 있다. 이 의원은 2007년 말 이스타항공 출범 이후부터 회사를 운영해 오다가 지난해 19대 국회의원(전주 완산을)에 당선된 후 정경분리를 선언하며 경영일선에서 물러났다.

검찰은 이 회장이 횡령한 돈의 용처에 대해 수사를 확대하고 있다. 이 회장이 횡령한 돈이 개인적인 용도 이외에 또 다른 용도로 사용됐을 가능성이 있는 것으로 보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엎친 데 덮친 격으로 검찰은 이 회장의 동생인 민주당 이상직 의원이 이전부터 이스타항공과 관계를 맺어왔던 점 등으로 미뤄 이번 사건과 연관이 있을 가능성이 있는 것으로 보고 수사를 확대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사전선거운동 등 공직선거법 위반 혐의로 기소된 이 의원에게 상고심에서 벌금 300만원을 선고한 원심을 깨고 대법원이 사건을 무죄취지로 광주고법으로 돌려보내면서 가까스로 의원직 상실 위기를 넘긴 직후 찾아온 비보다.

이 의원은 지인들이 만든 ‘울타리’라는 모임에서 선거운동기간 전에 지지를 호소했으며 자신의 중학교 동창과 공모해 유사기관을 설치하고 사전 선거운동을 벌인 혐의 등으로 기소됐다.

물품대금 허위지불…회사 돈 38억원 빼돌려
임원으로 친인척 허위 등재해 급여도 챙겨

대법원은 "이 의원이 총선을 앞두고 공식 선거사무소가 아닌 사무실에 비선조직을 설치해 공직선거법에서 금지하는 유사기관을 설치했다는 혐의를 유죄로 판단한 것은 잘못됐다"며 "비선조직이 선거운동을 목적으로 하는 조직이라거나 비선조직의 활동이 선거운동이라고 본 원심의 판단을 수긍할 수 없다"고 밝혔다.


대법원은 또 이 의원이 실질적으로 자신의 지배하에 있는 이스타항공과 ㈜새만금관광개발의 직원들을 동원해 홍보업무를 담당하게 하는 등 직무상 직위를 이용해 선거운동을 벌인 혐의도 무죄취지로 판단했다. 대법원은 "이스타항공 그룹의 직원들이 경선운동을 넘어서 선거운동을 했다고 볼 만한 구체적인 내용이 없다"고 말했다.

국회의원은 공직선거법 또는 정치자금법 위반 혐의로 기소돼 벌금 100만원 이상의 형이 확정되면 당선무효가 된다.

의원직 유지 여부는 파기환송심 결과에 따라 갈릴 전망이지만 대법원이 무죄취지로 파기환송한 만큼 의원직을 유지할 가능성이 높은 것으로 전망된다.

검찰 측은 "수사가 진행 중인 사안이라 구체적인 내용을 확인해 줄 수 없다"면서도 "이씨의 혐의가 확인됨에 따라 주변 인물과의 연관성을 집중 조사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스타항공은 지난 2010년과 2011년에 각각 84억원과 269억원의 당기순손실을 냈고 2011회계년도 말 기준 부채총계가 자산총계를 206억원 초과해 자본 전액 잠식 상태에 빠졌었다. 지난해 상반기에도 유가 상승 여파로 영업 손실을 내는 등 흑자 전환에 실패했고 재무구조 개선이 이뤄지지 않았다. 이 때문에 2011년부터 매각설이 나돌았고 이스타항공은 "정상 영업을 하고 있는 만큼 매각 계획은 없다"고 강조해왔다.

실제로 올해 상반기에는 매출 1169억원, 영업이익 4억2000만원을 달성하며 취항 이후 처음으로 흑자전환을 기록했다. 이는 다수의 중국 부정기편 운항과 올해 항공기 2대 추가 도입 등을 통한 공급성 증가로 인한 매출증대, 그리고 직/간판 판매 호조에 따른 매출 상승으로 인해 실적이 크게 개선됐기 때문으로 분석됐다.

수사 확대 움직임

이스타항공 측은 "상반기 흑자전환에 이어 7∼8월 성수기 매출증대와 4/4분기 영업실적을 잘 이어간다면 2013년에는 흑자전환에 이르는 한 해가 될 것"으로 기대했다. 이스타항공은 총 9대의 항공기를 운영하며, 도쿄, 오사카, 대만, 방콕, 코타키나발루, 푸켓, 심양 정기노선과 국내 LCC(저비용항공사) 중 최다 운항 노선의 중국 부정기편을 운항하며 공격적인 영업활동을 펼쳐 나가고 있다. 이 회장의 구속이 이스타항공에게 마른 하늘에 날벼락이 아닐 수 없는 이유다.

한종해 기자<han1028@ilyosis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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