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질질 짠’ 국정원 요원들 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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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질질 짠’ 국정원 요원들 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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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수선한데 때아닌 비밀 임종체험

 

[일요시사=사회팀] 최근 국가정보원 직원 수십 명이 서울 영등포에 위치한 ‘효원힐링센터’에서 임종체험을 한 것으로 확인됐다. 이들은 영정사진을 찍고 죽음에 대한 강의를 들었다. 그리고 수의를 입고 관 속에 들어가기도 했다. 국정원 직원들이 임종체험에 나선 이유가 뭘까.

국정원 직원들이 죽음을 체험하기 위해 효원힐링센터를 찾았다. 지난 12일 효원힐링센터 관계자를 만나 국정원 직원들의 ‘임종체험’ 사실을 확인했다. 국정원 직원 수십 명은 당산역 인근에 있는 효원힐링센터 4층에 모여 차례대로 영정사진을 찍었다. 그리고 센터 강사로부터 죽음에 대한 강의를 듣고 5층에 올라가 준비돼 있는 관속으로 들어갔다.

“마음 풀고 갔다”

지난 6월 개원한 효원힐링센터의 임종체험자 수는 5000명을 넘어섰다. 체험 희망자는 꾸준히 늘고 있다. 임종체험을 위해 이 센터를 찾는 사람들은 주로 학생, 종교단체, 기업, 각종 동호회 등이다. 그런데 최근 의외의 기관이 이곳을 왔다 갔다. 바로 ‘국정원’이다.

국정원이 임종체험을 하고 유유히 떠났다고 밝힌 센터 관계자는 “일반인과 다름없이 임종체험 프로그램에 참여했다”며 “국정원 직원 50여명이 왔다 갔다”고 말했다. 이들은 다른 사람들과 마찬가지로 영정사진을 찍고 강의를 듣고 유서도 썼다. 그리고 저승사자를 만났다.

센터 관계자는 당시 국정원 직원들의 임종체험에 대해 “마음이 굳은 자들이 마음을 풀고 갔다”고 말했다. 이어 “국정원 직원들은 자신들의 흔적을 노출하지 않기 위해 단체사진은 찍지 않았다”며 “다른 사람들에게 신원을 밝히지 말아달라고 당부했다”고 작은 목소리로 말했다.

국정원 직원들이 이 센터를 방문한 날짜와 정확한 명단을 확인하고자 관계자에게 구체적인 자료를 부탁해봤지만 ‘지지난 주’ ‘50여명’이라는 정보 외에는 알려줄 수 없다는 입장을 취했다. 기자가 방문한 11월12일 기준으로 따져보면 10월28일부터 11월2일 중 방문한 것으로 보인다. 토요일은 단체가 아닌 개인 위주로 받기 때문에 국정원 직원들이 다녀간 날짜는 10월28일부터 11월1일, 즉 월요일부터 금요일까지로 좁혀진다. 즉 평일에 찾아온 것이다.

직원 50여명 효원힐링센터 극비리 방문 확인
영정사진 찍고 관 속 들어갔다 유유히 사라져

사실관계를 확인하기 위해 국정원 측에 연락했다. 국정원 측은 당황한 기색이 역력했다. 공보실 관계자는 기자와의 통화에서 “그런 이야기를 어디서 들었냐”며 “임종체험 장소가 어디냐”고 물었다. 이에 서울 영등포에 위치한 효원힐링센터 관계자로부터 전해 들었다고 밝히고 들은 정보를 토대로 국정원 직원들이 다녀간 날짜와 인원을 물었다.

그는 “지지난주에 국정원 직원들이 왔다 갔다고 그쪽(센터)에서 말했냐”며 “그쪽에서 이미 그렇게 말했다면 날짜가 무슨 의미가 있냐”고 말했다. 그리고 다소 날이 선 목소리로 “신원을 밝히지 말라고 했는데….”라며 한숨을 내쉬었다. 국정원이 센터 측에 비밀 유지를 부탁했던 것이다.

국정원은 지난 대선기간 중 심리정보국 직원 70명과 외부조력자들과 함께 커뮤니티 사이트를 돌아다니며 정치적인 댓글로 대선에 개입한 의혹을 받고 있다. 원세훈 전 국정원장은 공직선거법위반과 국정원법 위반으로 기소됐다. 이때부터 국정원의 신뢰도는 나락으로 떨어졌다. ‘부정선거’의 가장 큰 조력자라는 논란이 끊이지 않고 있다.

최근에는 통합진보당 내란음모 사건으로 ‘정치공작’에 나섰다는 비판도 받고 있다. 국정원은 내란음모 사건을 오로지 녹취록에 의존하고 있는 상황이다. 그러나 녹취 원본이 없다. 근거 자료도 불법으로 취득해 법적 문제도 제기된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국정원은 조작이 없었다고 주장하고 있다.

사실 확인에 당황

이런 정국에 국정원 직원들이 임종체험에 나섰다. 제 발로 저승사자를 만나러 온 국정원 직원들. 그들은 평일에 단체로 힐다잉(hilling-dying)을 체험했다. 그들은 관 속에서 어떤 생각을 했을까. 아무도 모르게 귀신처럼 다녀갔지만 꼬리는 길었다. 어수선한 정국에 국정원의 이러한 행보를 어떻게 받아들여야 할까.


이광호 기자 <khlee@ilyosisa.co.kr>

 

<기사 속 기사>

[르포] 임종체험 해보니…

웰빙’ 열풍에 이어 ‘웰다잉(well-dying)’이 뜨고 있다. 이제는 ‘잘 죽는 것’도 준비하는 시대다. 여기 가상의 죽음을 통해 삶의 소중함을 깨닫고 제2의 인생을 살아가는 사람들이 있다.

지난 12일 ‘임종체험’을 하기 위해 효원힐링센터를 찾았다. 이날 기자는 성동구의 한 사회복지관 노인들과 함께 프로그램에 참여했다. 시작은 영정사진 촬영이었다. 노인들은 밝은 미소로 촬영에 임했다. 촬영 후 센터 측 서포터즈는 영정사진을 나눠줬다. 영정사진을 받아 든 노인들은 각양각색의 반응을 보였다. “에이 좀 더 웃을 걸∼” “아주 잘나왔네!” “이거 가져도 되죠?”

그리고 본격적인 임종체험에 앞서 죽음에 대한 강의를 들었다. 강사는 죽음과 관련된 이야기를 한 뒤 노인들에게 지금까지의 인생이 어땠냐고 물었다. 한 노인은 “생각해보니 인생이 길었다”고 답했다. 강사는 “인생이 짧아야 후회 없이 산 거다”고 말하며 “여생을 즐겁게 보내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런데 노인들은 매우 쓸쓸해 보였다. 알고 보니 대부분 독거노인이었다.

“아들한테 연락이 안와…이제는 기다리지도 않고, 자식들 잘 사는 것만으로도 만족해….”

노인들은 울적한 마음을 뒤로하고 센터 직원들의 안내에 따라 ‘관’이 준비돼 있는 곳으로 향했다. 저승사자의 손을 잡고 계단 하나하나를 올랐다. 그리고 죽음의 문턱에 마주했다. 그곳에는 수십여 개의 관이 정렬돼 있었다. 각자 자신의 관 옆에 앉아 영정사진을 펼쳤다. 엄숙한 분위기 속 지나온 인생을 회상하며 간단한 명상을 했다. 명상 후 노인의 죽음과 관련된 영상을 시청했다. 그리고 유서를 작성하고 죽기 전 마지막 한마디를 남겼다.

“남편이 술 퍼먹어도 자식들 키우면서 잘 살았어요. 앞으로 몇 년이나 더 살까. 남은생 즐겁게 살다 가고 싶어요.”

“그저 자식들이 잘 살길 바라죠.”

“큰 아들이 애 못 낳고 작은 아들은 아직도 결혼을 못했어요. 손자를 보고 싶은데….”

몇몇 유서의 내용은 다소 충격적이었다.

“큰 어려움 없이 자랐어요. 남편에게도 많은 사랑을 받았죠. 그런데 아들 둘을 교통사고로 잃어서….”

애절한 사연을 끝으로 내부 조명이 꺼졌다. 무거운 분위기가 감돌았다. 그리고 강사의 지시에 따라 금태 두른 하얀 수의를 입었다. 묘한 음악과 함께 관 뚜껑이 열렸다. 앉아 있던 몸을 일으켜 관 속으로 들어갔다. 옆에 있던 저승사자가 관 뚜껑을 천천히 닫았다. 입관. 좁은 관속에 누운 순간 오만 생각이 교차했다.

“나를 위해 울어줄 사람은 누구일까….”

그리고 답답함이 밀려왔다. 비록 체험이었지만 관 뚜껑을 빨리 열고 싶었다. 10분 정도 지났을까. 저승사자들이 관 뚜껑을 열었다. 죽음에서 깨어난 것이다.

“아, 이런 느낌이구나….”

백문불여일견. 매우 뜻 깊은 시간이었다. 임종체험이 끝난 후 한 노인은 미소를 지으며 “앞으로 갈 날이 얼마 안 남았는데 이런 경험을 하니 오히려 마음이 편안해졌다”며 영정사진을 가슴에 품고 센터를 떠났다.

노인들을 인솔한 사회복지사는 “복지관에서 처음 시도한 프로그램이다”며 “기분이 묘했지만 관에 눕는 순간 가족들과 친구들이 생각나면서 삶의 소중함을 깨달을 수 있는 소중한 시간이었다”고 전했다. <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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