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앙대 ‘학생회선거 개입' 논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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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앙대 ‘학생회선거 개입' 논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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학생이 뽑는데 왜 학교가 간섭?


[일요시사=사회팀] 2008년 두산그룹이 재단으로 들어온 이후 크고 작은 갈등이 이어지고 있는 중앙대학교. 학과 구조조정으로 진통을 겪었던 중앙대 갈등의 불씨가 이번에는 인문대 학생회장 선거로 번졌다. 구조조정 반대 시위로 정학을 당했던 김창인(24·철학과)씨가 학생회장에 출마하려 하자 학교가 학칙을 들어 등록 금지를 권고한 것. 이를 두고 팽팽한 기싸움이 벌어지고 있다.


학생 대표자를 선출하는 선거에 후보를 놓고 학교 본부가 반기를 들었다. 중앙대학교 3학년 김창인씨가 인문대 학생회장 선거에 등록하려 하자 인문사회계열 선거지도위원회(교수진·행정실장 등)는 학생회 선거관리위원회 측에 ‘피선거권 자격 기준에 미달하는 학생은 후보자 등록을 금지하라’는 공문을 지난달 14일 보냈다. ‘감독 및 행정지원’을 목적으로 하는 선거지도위원회는 학칙에 따라 공문을 보냈다는 입장이다. 이에 학생회는 학생회 선거는 학생자치의 영역이기 때문에, 학생회칙을 가장 우선 적용해야 한다고 맞불을 놨다. 학생회칙에 따라 후보자는 결격사유가 없다는 것이다.

“전과자 취급”

지난달 26일 오후 1시 중앙대 해방광장에는 학생들의 목소리가 울려 퍼졌다. 점심을 먹고 나오는 학생들은 갑작스러운 마이크 소리에 발걸음을 멈추곤 했다.

이 목소리의 주체는 인문대 학생회 선거를 두고 학교 측과 대립하고 있는 인문대 선거관리위원회 학생들이었다. 이들은 학교 측의 선거지도위원회가 학생회 소속인 선거관리위원회에 징계조치를 할 수 있다는 위협으로 인해 학생회 선거가 무산되고 3월로 연기됐다고 설명했다.

비교민속학과 학생회장 정태영씨는 “민주시민을 양성하는 대학 공간에서 이렇게 말도 안 되는 일이 일어나고 있다는 게 아직도 믿기지 않는다. 학교 측의 전횡, 이제는 멈춰야 한다”고 말했다. 학교가 20년 전의 학칙을 적용해 의도적으로 선거를 방해했다고 주장했다.

학과 구조조정 반대한 학생 출마 저지
“기준미달”선거지도위에 등록금지 권고

이어 정치국제학과 비대위원장 박남규씨는 “사회과학대 소속으로 인문대에서 일어나는 사건을 그저 지켜만 보고 있었다. 그런데 중앙대 커뮤니티에 ‘학생 자치는 학교가 정한 룰 안에서만 가능하다’는 홍보실장의 글을 보고 경악을 금치 못했다”고 말하며 학생 자치를 위해 함께 싸워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번 사건의 중심에 서 있는 인문대 학생회장 후보자 김창인(철학과)씨는 “저만의 문제가 아니라 인문대 학우 모두가 투표할 수 있는 권리를 박탈당한 사건이라고 생각한다”며 “앞으로 학생회가 자치적으로 운영되는 것에 어려움이 있을 것이라고 예상되기 때문에 학생 자치권을 보장하기 위해서 열심히 싸우겠다”고 말했다.

이들에 따르면 인문대 운영위원회는 인문대 학생회칙 제 9장42조에 의거 11월 중 선거를 진행하기로 결정하고 제4대 인문대 선관위를 구성했다. 인문대 선관위는 선거 진행을 위해 선거 일정을 공고하고 후보자 추천서를 12일에 배부했다. 후보자 추천서는 ‘런닝맨’ 측 선본이 수령했다.




그러나 인문사회계열 행정실 측은 인문대 학생회장 선거 후보자의 자격에 이의를 제기하며, 인문대 학장, 각 학과 학과장 그리고 행정실장으로 구성된 ‘선거지도위원회’를 구성했다. 14일 학생회 선관위 측은 “선거지도위로부터 특정 예비 후보가 학칙 내규 제 4항에 의거 징계를 받은 전력이 있고, 학점미달 사항이 있으므로 선거를 진행하는 것이 학칙에 위반된다”는 내용의 공문을 인문대 선관위에 발송했다.

1997년에 제정된 학생자치기구 선거지도 내규 4항에 따르면 학생회장 후보자는 ▲4차 학기 이상 등록을 필한 재학생 ▲각 학생회의 대표로서 손색이 없는 자 ▲전체 이수 학업성적의 평균 평점이 2.0이상 ▲학사 및 기타 징계 사실이 없는 자여야 한다.

이에 인문대 선관위는 ▲학생회 선거는 학생자치의 영역이기 때문에 학생회칙을 가장 우선으로 적용하며 학생회칙에 따라 후보자는 결격사유가 없다는 점 ▲학교 측에서 주장하는 내규는 16년 동안 적용한 적이 없는 사문화된 내규라는 점 ▲내규의 적용 조항과 적용 시기, 적용 대상이 일관되지 않고, ‘2013년’ ‘인문대 선거’에서 ‘제 4항’만 적용하고 있다는 것이 다분히 의도적이라고 학교 측을 비판했다.

또 학생회 측은 최근 판결 난 A학우(구조조정 반대 시위자)의 내규 관련 소송에서 해석의 여지는 존재하지만 내규의 문제가 있다는 점과 학교본부에서 내규로 학생자치에 개입하는 것이 옳지 않다는 해석이 가능하다는 점 등을 이유로 들면서, 선거를 그대로 진행할 것을 공문으로 선거지도위에 발송했다. 또한 인문대 학생회 선거관리 세칙에 의거 런닝맨 측 선본을 후보로 등록했다.

“학칙 우선” vs “학생 자치”

이에 선거지도위는 인문대 선관위가 피선거권 자격기준 미달 학생을 등록시켰기에 학칙을 어겼고 이를 준수할 것을 요구했다.

조숙희 위원장(영어영문학과 교수)은 “내규에 따르면 피선거권 제한이 있고 학생자치를 존중하지만 학칙의 범위를 지켜야 한다”며 선거지도위의 결정을 설명했다.

21일 면담에서 인문대 선관위는 “학칙 내규가 대부분 지켜지고 있지 않다”고 지적하자 선거지도위는 “내규는 중요도에 의해 필요한 경우에 준수될 수 있다”고 답한 것으로 알려진다. 학교 측은 절충안을 가져오라고 했고, 학생회 선관위는 절충안을 작성했다. 주 내용은 선거 진행 관련 사과문, 후보자의 자격 미달 사과문, 전자 투표 과정에서 관련 내용에 대한 주의문 게재였다.

선거지도위는 거절 후 인문대 학생회장 중징계 경고 및 학생자치에 따라 선거를 진행할 경우 선거지도위 전원에 ‘징계를 받을 수 있다는 점을 알고 있음을 확인’하는 각서를 인문대 학생회장과 각 학과 학생회장들에게 요구했다.

“개입 아닌 판단”

이에 인문대 선관위는 두 차례의 긴급회의를 거쳐 선거 강행을 결정했다. 하지만 당선 시 자치적인 활동에 제약 등 정상적인 선거가 진행되기 어렵다는 판단에 선거 연기 결정을 내렸다.
중앙대 관계자는 “학교가 일방적으로 입후보를 막을 수 없다. 학칙의 경우 개정되지 않은 것이 더 많다”며 “학칙 개정을 정식으로 요구하면 검토할 수 있다”고 말했다.


이광호 기자 <khlee@ilyosisa.co.kr>

 

[미니인터뷰] 김창인 인문대 학생회장 후보
“학생들 판단에 맡기겠다”

-이번 사건의 핵심은 무엇인가?
▲사실 누가 당선되느냐는 중요하지 않다. 앞으로 어디의 선거든 학교가 개입할 수 있다는 여지가 핵심이다. 학생 자치 전반에 대한 문제다. 학교 측이 말하는 징계조항은 코에 걸면 코걸이 귀에 걸면 귀걸이다. 예를 들어, 추천서를 받아야 한다는 조항이 있다. 추천서 안 써주면 그만이다.
 
-선거가 3월로 연기됐다. 그때까지 어떤 활동을 계획 중인가?
▲일단 학생회 일을 계속하면서 출마 권리를 얻기 위한 활동을 할 것이다. 지금 당장은 학칙개정을 위한 서명운동을 준비 중이다. 인문대 학우 절반 이상에게 서명을 받는 게 목표다. 해당 내규를 수정한 후 보궐선거를 진행해, 현재 상황이 좋지 않은 전례로 남지 않도록 노력할 것이다.

-두산 측이 일방적으로 대학을 운영한다는 비판이 끊이지 않고 있다. 실제로 느끼는 불편함은?
▲학과 구조조정으로 인해 비교민속학과, 아동복지학과, 가족복지학과, 청소년학과 등 4개 학과는 폐지돼 더 이상 신입생을 받지 않는다. 학교 측은 경쟁력 있는 학과를 집중적으로 육성하겠다는 취지로 구조조정을 단행했다. 교양과목의 다양성도 실종됐다. 콩나물 시루처럼 한 강의실에서 70명 이상이 수업을 듣는 환경도 문제다. 앞으로 학교가 어떻게 될지 모르겠다. <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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