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영호 코트라 사장 저서’ 잘 팔린 내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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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영호 코트라 사장 저서’ 잘 팔린 내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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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 내는 사장…그 책 사준 회사

[일요시사=경제1팀] 대한무역투자진흥공사(코트라)의 혈세 낭비가 ‘점입가경’이다. 고위공직자들에게 지나친 의전 서비스를 제공해 여론의 뭇매를 맞은데 이어 이번에는 오영호 사장의 개인 저서 수천권을 국민 세금으로 구입해 눈총을 사고 있다. 사실상 코트라가 오 사장에게 ‘인세’를 준 셈이어서 파문이 커지는 모양새다.


구설을 몰고 다니는 대한무역투자진흥공사(코트라). 이번에는 오영호 코트라 사장의 저서를 국민 세금으로 구입했다는 의혹이 제기됐다. 2011년 말, 코트라 CEO로 취임한 오 사장은 지난해 저서 <미래 중국과 통하라>를 출간한데 이어 지난 10월에도 <신뢰경제의 귀환>이라는 제목의 책을 출간했다.

베스트셀러도 아닌데…

출판 및 관련 업계에 따르면, 코트라는 오 사장의 저서 <신뢰경제의 귀환>(1만5000원)과 <미래 중국과 통하라>(1만6000원)를 모두 1000권 이상 구입한 것으로 확인됐다.

문제는 이 과정에서 국민 혈세가 동원됐다는 점과, 직원들에게 개인 구매를 강요하고 대납까지 해줬다는 의혹이 제기된 점이다. 코트라는 직원들에게 오 사장의 저서를 구입할 것을 지시한 뒤 영수증을 제출하면 현금을 전달한 것으로 전해졌다.

코트라는 이와 관련해 논란이 일자 예정돼 있던 구매 절차를 전면 중단했다. 그러나 <신뢰경제의 귀환>은 최근 1쇄 분량인 2000부를 한 달 만에 판매하고 이미 2쇄를 준비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출판업계는 불황속에 베스트셀러도 아닌 경제서적이 2쇄 출판까지 되는 것은 매우 이례적이라는 해석을 내놓고 있다.

코트라 관계자는 이와관련 “<신뢰경제의 귀환>은 출판 후 200∼300권을 오 사장의 사재를 털어 구입했고 <미래 중국과 통하라>는 코트라가 주최한 중국 시장 유료 설명회 참석자들에게 800여권을 배포했다”며 “해당 책들은 중국시장과 관련해 해설해 놓은 실용서적으로써 중국진출 하는 기업에겐 실용 지침서가 된다”고 설명했다.

직원들에게 책 강매를 했다는 의혹에 대해선 “사내 독서 동아리 모임 직원들이 오 사장의 저서를 대상으로 ‘저자와의 대화’를 열어 50권한도 내에서 책값을 지원한 것”이라며 “책을 직원들에게 강매하거나 조직적으로 구입한 적은  없다”고 해명했다.

준정부기관인 코트라는 정부 지원금으로 운영된다. 올해 직·간접인 정부 지원금은 3437억원. 이러한 코트라가 본분을 망각한 예산 낭비로 구설에 오른 것은 한두 번이 아니다.

지난 10월 국정감사에서는 국회의원 및 고위공직자 등에게 지나친 의전서비스를 제공했다는 비판이 제기됐다. 코트라는 해외 120여개 도시에서 고위 공직자가 오면 공항에 마중을 나가는 건 물론 관광 안내에 식사까지 제공한 것으로 드러났다.

수천권 직원들에 구매 강요·대납 의혹
국민혈세로…영수증 제출하면 현금으로
‘펑펑’정부지원금 낭비 도마

코트라의 설립 목적이라고 할 수 있는 중소기업 직원이 해외 무역관에서 서비스를 받을 경우에는 30만∼60만원의 수수료를 받아 1억원 안팎의 수입을 내고 있는 것과 대조적이다.

새누리당 김상훈 의원이 최근 3년간의 코트라 해외 무역관 실태를 조사한 결과 의전 서비스를 받은 사람은 1800명이 넘었다. 국회의원의 경우 올해에만 한 달에 43명 꼴로 코트라 의전 서비스를 이용했다. 의전 서비스를 받은 지역도 대부분 해외 관광 도시였다.

이 같은 서비스가 관행이 된 건 코트라 같은 공공 기관이 정부 부처와 갑을 관계에 있기 때문인 것으로 분석된다. 기획재정부와 국회의원은 예산권을 가지고 있고 정부 부처들은 경영 평가권을 갖고 있어, 공공 기관들은 국회와 정부의 눈치를 볼 수밖에 없다.

김 의원은 당시 “해외 비즈니스 출장지원 사업을 통해 매년 약 1억2000만원 수익을 얻는 것은 수출을 위해 뛰는 중소 기업인들의 호주머니를 터는 것과 같다”면서 “고위공직자는 책정된 예산이 없음에도 무료로 지원을 받는데 반해, 어려운 환경에서 힘겹게 사업을 이끄는 중소기업인들에게는 꼬박 꼬박 수수료를 받는다는 것은 코트라 설립 취지에도 어긋난다”고 지적했다.

코트라는 또 최근 5년간 13억원을 들인 글로벌브랜드 사업 역시 효과가 없었다는 지적을 받았다. 글로벌브랜드 사업은 중소기업의 경쟁력을 강화하기 위해 코트라의 브랜드 가치를 활용, 중소기업의 해외 인지도를 높여 우리 기업의 수출 증대 효과를 노리는 사업이다.

그러나 지난해 글로벌브랜드 사업에 새로 선정된 40개사의 수출액은 전년과 비교해 큰 차이가 없었고, 오히려 수출액이 줄어든 회사도 16개사였다.

2008년부터 올해까지 5년째 매년 선정돼 코트라의 글로벌브랜드 사업의 지원을 받은 기업도 22개지만 이중 70% 기업의 수출액이 5년 전과 엇비슷하거나, 오히려 수출액이 감소했다.

새누리당 홍지만 의원은 특히 코트라의 브랜드 인지도를 등에 업고 중소기업의 수출을 증대하기 위해 시작된 것이 이 사업인데, 정작 2012년까지 코트라는 단 한번도 인지도 조사를 한 적이 없다고 꼬집었다.

간부 성희롱·횡령도

이 외에도 코트라는 고위 간부가 해외무역관 여직원을 상습적으로 성희롱하고 공금을 횡령한 사실이 뒤늦게 밝혀져 논란이 일기도 했다.

간부 A씨는 20여차례의 성희롱은 물론 심지어 무역관 공금으로 고급 승용차를 무단 리스하고 개인용 TV를 구입하는가 하면 딸을 무역관에 편법 취업시킨 뒤 봉급을 과다 지급하는 등 도를 넘는 비위행위를 일삼았지만, 코트라는 직급 강등 조치에 그쳐 ‘제 식구 감싸기’라는 비판을 받았다.


김설아 기자 <sasa7088@ilyosis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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