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회고위층 증권범죄 의혹 추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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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독> 사회고위층 증권범죄 의혹 추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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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치권 겨냥' 대형 주가조작 사건 터진다


[일요시사=사회팀] 한 대기업 협력사를 둘러싼 주가조작 사건과 관련해 사정기관과 작전세력 간의 유착 의혹이 제기됐다. 여기서 눈여겨 볼 부분은 사회고위층이 대거 연루된 것으로 의심되는 증권범죄 과정에 해당 작전세력 중 1명이 투입됐다는 증언이다. 만약 그가 소문대로 범죄 혐의와 관련한 핵심 증거를 갖고 있다면 증권가는 물론 사회 각계에 여파를 미칠 것으로 보여 귀추가 주목된다.


최초 주가조작 세력 간의 책임공방으로 알려진 한 사건이 있었다. 지난 8월 익명의 민원인 ㄱ씨는 청와대와 검찰, 금감원 등 모두 15개 기관에 주가조작 주포로 알려진 ㄴ씨를 수사 제보했다.

하지만 ㄱ씨는 도리어 본인이 주가조작 혐의로 기소돼 재판을 앞둔 상황이다. 어떻게 된 일일까. 관련한 내막은 다소 복잡하다. 먼저 ㄱ씨 본인 등 참고인들이 공동으로 보증한 내용을 살펴보자.

범죄 제보자가
주가조작 주포로

ㄱ씨와 ㄴ씨는 서로 호형호제하는 사이로 지난 2011년 처음 만났다. 차분한 성품의 ㄱ씨는 활달하면서도 싹싹한 ㄴ씨를 마음에 들어 했고, 둘은 가족끼리도 자주 어울리며 친분을 쌓았다. 그런데 2012년 3월 ㄱ씨는 그릇된 판단으로 돌이킬 수 없는 수렁에 발을 들였다. ㄴ씨의 꾐에 빠져 주식 투자를 시작한 것이다.

ㄱ씨에 따르면 ㄴ씨는 한 대기업 협력사 주가가 곧 오를 것이라며 ㄱ씨에게 투자자 알선을 부탁했다. 전문직 종사자 ㄱ씨는 비교적 인맥이 넓은 편에 속했다. 하지만 ㄱ씨는 주식 투자에 별 관심이 없던 터라 ㄴ씨의 요구를 거절했다.

이에 ㄴ씨는 주식 시장에서 M&A 전문가로 이름 높던 ㄷ씨를 자신의 파트너로 소개했다. 뒤늦게 알려진 바에 따르면 ㄴ씨와 ㄷ씨는 감옥에서 서로 인연을 맺은 사이였다.

사정기관-작전세력 유착 혐의 수사
조사 중 다른 사건 개입 증언 나와

ㄷ씨는 과거 한 사모펀드를 운영하는 과정에서 연매출 2000억원에 육박하는 중견기업 인수전에 참여했다. '주식계의 거물'을 자처한 ㄷ씨는 출소 후 새로운 작전 아이템을 찾았는데 대기업 협력사인 A사가 그의 타깃이 됐다는 설명이다.

같은 달 경기 분당 한 음식점에서 ㄱ씨는 ㄷ씨와 만났다. 이 자리에서 ㄷ씨는 ㄱ씨에게 A사로 투자할 것을 권유하며 원금보장과 고수익을 약속했다. ㄱ씨의 마음은 서서히 흔들리고 있었다.

2012년 6월 ㄴ씨는 ㄱ씨에게 "동업을 하고 있는 ㄷ씨는 5:5계좌(투자자로부터 세력이 돈을 받아 관리하는 계좌)가 많은데 나는 하나도 없다"며 "계좌를 트기 위해 1억원만 빌려 달라"고 요청했다. 2달 후 상환을 조건으로 ㄱ씨는 자신의 지인을 통해 약속된 금액을 ㄴ씨 동생 계좌로 입금했다. 문제는 여기서부터 시작됐다.

비슷한 시기 ㄱ씨는 ㄴ씨의 요청에 따라 지인 3∼4명에게 A사 종목을 소개했다. 두 달만 기다리면 고수익이 날 거라는 말에 ㄱ씨의 지인들은 ㄱ씨를 믿고 투자를 결정했다. 하지만 넉 달이 지나도록 주가는 오르지 않았고 되려 하강곡선을 그렸다고 한다.

피해자 늘어나
세력들 정체는?

화가 난 ㄱ씨는 ㄴ씨에게 원금 보전을 요구했다. 그러자 ㄴ씨는 "나도 ㄷ씨 때문에 손해를 봤다"며 "모두가 손해 보지 않고 주식 처분을 할 수 있도록 급전이 필요하다"고 답했다. 고민하던 ㄱ씨는 ㄴ씨가 요구한 돈을 또다시 ㄴ씨 동생 계좌로 분할 입금했다.

하지만 주가 하락은 해가 바뀌도록 계속됐고, ㄱ씨는 자신의 지인들을 상대로 투자 유치를 했던 까닭에 곤란한 상황에 처했다. 차일피일 상환을 미루던 ㄴ씨는 또다시 사건 해결을 명목으로 ㄱ씨와 ㄱ씨 지인들에게서 거액을 가져갔으나 주가는 변하지 않았다.

ㄴ씨를 믿지 못하게 된 ㄱ씨는 ㄷ씨와 접촉했다. 그러자 ㄷ씨는 "내가 오히려 ㄴ씨 때문에 손해를 봤다"고 말했다. ㄴ씨가 했던 진술을 모두 뒤집은 것이다. 이어 그는 "주식투자 손실액을 2달 내에 보상하겠다"며 ㄱ씨에게서 주식 거래가 가능한 USB를 가져갔다. ㄴ씨는 지푸라기라도 잡는 심정으로 ㄷ씨의 말을 믿었다. 하지만 약속한 보상은 없었고, 수억원의 원금은 또다시 허공으로 증발했다.

ㄱ씨는 해당 USB를 통해 ㄴ씨와 ㄷ씨가 코스피 상장사인 B사에 투자했다고 주장했다. 특수 계좌인 핍스계좌로도 살 수 없던 B사의 주식을 이들이 고가로 매입했다는 것이다. B사는 업계 인지도가 높지만 위험종목으로 분류된 탓에 투자자들이 기피하는 종목으로 전해진다.

2013년 9월 ㄱ씨는 서울중앙지검을 직접 방문했고, 주가조작 사건을 담당하고 있던 수사관을 만났다. ㄱ씨는 그동안 자신이 겪은 일들을 수사관에게 낱낱이 알렸다.

ㄱ씨를 비롯한 피해자들은 자신들이 투자한 돈이 ㄴ씨와 ㄷ씨가 차명으로 관리하는 세력들의 시세차익을 위해 묶여 있었다고 주장했다. 하지만 수사관은 "민원인이 당한 사건은 주가조작이 아닌 주식을 이용한 사기"라고 답했다. ㄱ씨를 비롯한 8인은 ㄴ씨와 ㄷ씨에 대해 사기죄로 고소장을 제출했다.

고소인 조사를 하루 앞둔 10월의 어느 날, ㄱ씨 사무실로 갑자기 경찰이 들이닥쳤다. 사건을 맡은 경기지방경찰청 광역수사대는 압수수색영장과 체포영장을 발부받아 ㄱ씨 회사를 급습했다.

그런데 ㄱ씨가 연행된 경찰서에는 ㄴ씨와 ㄷ씨가 참고인 자격으로 나와 있었다. ㄱ씨 입장에선 가해자와 피해자가 뒤바뀌었던 셈. ㄱ씨에게는 주가조작 및 뇌물공여 혐의가 적용됐다.

경찰은 해당 사건을 고위공직자 비리 혐의로 내사하던 중 핵심 피의자로 ㄱ씨를 지목했다. 그러나 ㄱ씨는 고위공직자에게 뇌물을 건넨 일이 없다고 항변했다. 하지만 경찰은 플리바게닝을 언급하며 ㄱ씨를 추궁했다.

그런데 수사 과정에서 한 형사가 눈에 띄었다. 과거 룸살롱에서 ㄴ씨와 함께 만났던 ㄹ씨였다. 당시 ㄴ씨는 ㄱ씨에게 ㄹ씨를 '친한 형님'으로 소개했다.

ㄱ씨에 따르면 ㄹ씨와 ㄴ씨는 자신들만의 은어로 대화를 나눴는데 먼저 ㄹ씨가 "동생, 나 향냄새(마약사범) 한 번 맡게 해 달라"고 하면 ㄴ씨가 "형님, 조금만 기다리십시오. 작업하고 있습니다"라고 답했다고 한다. 이처럼 ㄴ씨와 ㄹ씨는 서로 공생관계에 있었다고 ㄱ씨는 주장했다.
 
ㄷ씨는 잡혔지만
ㄴ씨는 풀려났다?

수사 과정에서 ㄱ씨는 이번 주가조작의 총책이 ㄴ씨라고 거듭 밝혔다. 하지만 경찰은 사건을 기소 의견으로 검찰에 송치했다. 실제로 ㄴ씨와 ㄷ씨는 A사 주식을 한 주도 갖고 있지 않았던 것으로 알려졌으며, 대부분의 주식거래는 ㄱ씨와 그의 지인들 계좌에서 벌어진 것으로 파악됐다.

꼼짝없이 검찰 수사를 받게 된 ㄱ씨와 지난 11월 만났다. 그는 주변에 대한 미안함과 억울함을 토로했다. 여러 번에 걸쳐 그의 이야기를 들었고, 진술의 일관성을 따졌다. 그러던 중 문제의 사건이 터졌다.

이번 달 초 B사에 대한 주가조작 의혹으로 ㄴ씨와 ㄷ씨가 체포됐다는 소식이 들렸다. 덩치가 큰 코스피 회사라 구속된 인물만 20여명에 달했다고 전해진다. 수사가 진행 중인 사안이라 정확한 확인은 불가능했다.

그런데 수사선상에 오른 인물 중 구속 수사를 피한 사람이 있었다고 한다. 바로 ㄴ씨다. 실제로 복수 사정기관 관계자는 "ㄴ씨를 알고 있다"고 말했다. 그리고 ㄱ씨는 "ㄴ씨가 한 코스피 기업의 작전 정황이 담긴 녹취록을 갖고 있었기 때문에 풀려난 것 아니냐"는 의혹을 조심스레 제기했다. 여기서 등장한 코스피 기업은 C사다.

회계사·의사 등 수사선상
전정권 핵심 정치인도 거론

한때 ㄴ씨는 소위 '10인회'로 불리는 작전 세력 밑에서 일했던 것으로 전해졌다. 10인회의 타깃은 C사. 문제의 10인회에는 회계사, 의사는 물론이고 정계 거물이 포함된 것으로 알려졌다.

증권가 한 관계자는 "만약 C사에 작전 세력이 개입했다는 의혹만으로도 그 파장은 어마어마할 것"이라고 예고했다.

당시 기자는 한 언론사 관계자를 통해 금감원에 접촉했으나 "증시에 영향을 미칠 수 있으므로 확인해 줄 수 없다"는 답변을 받았다. 단 금감원은 "관심 있게 지켜보고 있다"며 여운을 남겼다. 

C사에 대해 잘 알고 있다는 증권 전문가를 직접 만났다. 그는 기자와 만난 자리에서 관련한 의혹에 대해 "전혀 몰랐다"고 답했다. 또 그는 "증권가에 파다한 소문이라면 누군가 먼저 얘기해줬을 것"이라며 "일방적인 얘기는 신뢰할 수 없다"고 말했다. 단 그는 "나중에라도 피해자가 있다면 누군가 입을 열 수 있지 않겠냐"고 의견을 덧붙였다.

C사에 대한 취재를 진행하던 중 ㄴ씨에 대해 알고 있다는 사업가와 접촉할 수 있었다. 그는 "그 사람이 무슨 일을 하고 있는지는 정확히 모른다"며 "다만 그쪽 바닥에선 굉장히 유명한 사람으로 알고 있다"고 전했다. 또 "발이 넓어 지청(검찰)을 제집 드나들 듯 오가는 사람이란 소문도 있다"며 "다칠 수 있으니 웬만해서는 건들지 않는 게 좋을 것"이란 충고도 덧붙였다.

최근 C사가 연 행사에 직접 참석했다. 우려와 달리 행사는 무난하게 마무리됐다. 몇몇 투자자는 주주 구성이 바뀐 사실에 주목하는 듯 했지만 커다란 동요는 발견되지 않았다.

한 금융 관계자는 "기업의 수익성이 좋다면 설사 작전을 공모했을지라도 혐의를 입증하기 어려울 것"이라고 조언했다. 베일에 싸인 10인회의 존재 여부도 여전히 불투명했다.

복잡한 함수관계
10인회 존재하나

적극적 M&A로 몸집을 불린 C사는 지난 몇 년간 급성장을 기록했다가 최근 성장세가 둔화된 것으로 소개된다. 한 관계자는 익명을 전제로 "작전 세계에서 유명한 K씨가 BW 발행 등 실무를 맡았다"고 전했다. 그러나 결정적인 증거는 되지 못했다. 기자가 만난 한 사정기관 관계자의 설명도 비슷했다.

그는 "떠도는 소문들은 익히 들어 알고 있다"며 "사건 흐름도 이미 다 파악했다"고 말했다. 하지만 이 관계자는 "혐의가 입증되려면 피해자가 있어야 하는데 본 건은 피해자가 없다는 점이 중요하다"고 말했다. 즉 현 상황으로는 사건 자체가 성립되지 않는다는 완곡한 표현인 것이다.

때문에 앞선 A사 및 B사와 관련한 수사가 관심을 끈다. 해당 사건들과 모두 연계된 키맨 ㄴ씨가 C사와 관련한 정보를 쥐고 있을 확률이 높기 때문이다. 경우에 따라 본 사건이 증권가를 넘어 사회 각계에 파장을 미치는 권력형 비리로 이어질 가능성이 대두되고 있다. 

 

강현석 기자 <angeli@ilyosis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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