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주당 정동영 최고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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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한민국 이끄는 유력 정치인 릴레이 인터뷰>민주당 정동영 최고위원

일요시사 0 2347 0 0

오는 2012년 대선을 2년 여 앞둔 시점에서 <일요시사>는 ‘유력 정치인 릴레이 인터뷰’라는 기획으로 편집국장 대담을 진행한다. 지난 세월 대한민국 정치발전의 주도적 역할을 담당했고 앞으로도 큰 역할을 담당할 것으로 판단되는 여야 유력 정치인, 정계 원로와의 만남을 통해 차제의 시대정신과 정치발전 과제 등에 관한 철학과 지혜를 담아낼 예정이다. 두 번째 로 정동영 민주당 최고위원을 만나봤다.   >

초심 잃은 MB정부“국민 신뢰 없이는 설 자리 없다”
‘평화’와 ‘복지’ 양대축 “전략과 비전 제시할 수 있어”

설 연휴를 앞두고 정치 일정이 빼곡했던 지난 1월24일, 국회 의원회관에서 민주당 정동영 최고위원을 만났다. 
최근 ‘복지’에 대해 목소리를 높이고 있는 그는 인터뷰 전 참석했던 당 최고위원회의에서도 복지문제에 대한당론과 관련, “당에 복지국가특별위를 구성해 재원문제를 비롯해 쟁점 사항을 넓고 길게 토론하고 당의 주인인 당원이 결정해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이고 온 터였다.

“민주당 과거 성찰하고
비전 제시할 수 있어야” 
 
그러나 잠시 숨을 돌릴 겸 이날 아침 한나라당 김무성 원내대표와 민주당 박지원 원내대표의 국회 개헌특위 구성 논쟁으로 정가의 이목을 집중시킨 개헌 논의에 대한 질문으로 인터뷰를 시작했다. 
지난 대선에 대한 반성과 정 최고위원이 담아내고자 하는 시대정신에 대한 이야기를 나누는 동안 시계바늘은 어느새 한 시간을 훌쩍 넘기고 있었다. 다음은 일문일답.

- 개헌 논의가 국회로 넘어오는 분위기다. 
▲ 국민이 무엇을 원하는가를 아는 것이 정치의 출발점이다. 개헌이 지금 국민이 원하는 일인가? 원하지 않는 일이라면 추진하기 힘들 것이다. 

- 평소 개헌에 대한 생각을 한 적이 있나?
▲ 있다. 그러나 무엇이든 때와 조건이 맞아야 한다. 여권은 지금 조건이 무르익었나를 살펴야 한다. 

- MB정부 출범 3년 동안 참 많은 일들이 있었다. 현 정부의 가장 큰 문제점을 꼽는다면 무엇이라고 생각하는가.  
▲ MB정부의 가장 큰 문제점은 초심을 잃었다는 것이다. 국민을 낮은 자세에서 모시겠다는…. 
고압적으로 국민을 호령하고, 억압하고, 끌고 가려하는 근본 자세가 문제다. ‘민무신불립(民無信不立)’이라고 국민에게 신뢰받지 아니하면 설 자리가 없다고 했다. 지금의 국민들은 독재정부 시절의 그들이 아니다. 이미 민주정부 10년을 경험했다. 찍어 누르고 일방적 방향으로 이끌 수 있다는 건 독선적 발상이다. 

- 현 정부의 문제점을 지적했지만, 정권을 넘겨 준 책임은 민주당에 있다. 민주당이 정권교체를 이루기 위해서는 어떤 노력이 필요하다고 보나.
▲ 성찰이다. 왜 정권을 빼앗겼는가. 국민, 시대가 원하는 바를 꿰뚫고, 구체적인 그림과 비전을 제시해야 한다.

- 정권교체에는 대상이 있어야 한다. 대권에 도전할 뜻이 있나. 
▲ 앞서 말했듯 중요한 건 성찰과 비전이다. 성찰을 해야 할 부분 중에는 민주정부 10년을 만들어준 사람들에 대한 것도 있다. 국민의 정부, 참여정부를 만들어준 사람들에게 구체적으로 이익을 돌려주지 못했다. 비정규직, 자영업자, 실업자에게 희망을 주지 못했다. 
대표적으로, 한미FTA는 가서는 안 될 길이었다. 당시 정부의 책임있는 위치에 있으면서 말리지 못했다. 내가 반대했어도 한미FTA는 진행했겠지만, 반대 목소리를 제대로 내지 못했다. 시대정신을 꿰뚫지 못한 것이다. 
미국발 금융위기가 오기 전 우리나라는 신자유주의 시장만능국가의 모범생이 되기 위해 노력했다. 한미FTA는 단순히 시장을 넓히는 것을 넘어 미국식 자본주의를 받아들이는 것이었다.

평화·복지 화두로 승부수
‘평화롭고 역동적인 복지국가’

그러나 10년 정권 동안 자영업이 힘들어지고 400만 백수시대가 됐다. 비정규직이 늘었다. 이에 대한 책임감과 성찰, 비전이 필요하다. 그것이 바로 평화롭고 역동적인 복지국가다. 
다음 정권에서는 평화체제를 만들어야 한다. 대내적으로는 복지를 성장 동력으로 만들어야 한다. 이를 위한 전략과 비전이 있다. 
평화·복지 화두는 국민이 원하는 것이다. 이 두가지 화두는 지난 전당대회, 그리고 앞서 대선에서도 말한 부분이다. 지난 대선에서 실패한 것은 당시 국민들께 ‘이쪽으로 갑시다. 가면 삶의 질이 좋아질 것’이라는 확실한 메시지를 전달하지 못했기 때문이다. ‘실패도 성공의 어머니’라고 친다면 지난 실패가 가르쳐 준 것은 ‘시대의 정신을 꿰뚫어라’라는 것이다.

- 차기 대선에 도전한다고 했을 때 선행되어야 할 노력은 무엇이라고 생각하나. 
▲ 복지 논쟁이 뜨겁다. 선두에 민주당이 있다. 복지국가 논쟁이 시작된 것이다. 민주당은 지난 전당대회에서 복지국가 노선으로 변경했는데, 이를 주도한 것이 바로 정동영이다. 
민주당의 강령·당헌은 ‘보편적 복지’를 민주당의 목적으로 규정하고 있다. 국민들의 최저한의 생활을 보장하는 ‘기초생활보장제’는 DJ정부의 업적이다. 이것을 ‘선택적 복지’ ‘선별 복지’라고 한다면 건강보험 등 4대 보험은 ‘보편적 복지’라고 할 수 있다. 
몇 년 전 국민들에게 ‘복지’에 대해 물어봤으면 ‘내가 벌어먹고 살아야지’라고 했을 것이다. 그러나 그동안 변화가 있었다. 이전보다 먹고 살기는 고단해졌고, 격차 사회가 돼 윗계단으로 올라가기 힘들어졌다. 위층으로 올라가는 사다리가 없어진 것이다. 
수출·수입 1조 달러. 경제성장 5%, 국민소득 2만불을 넘어 3만불 시대로 향하는 등 국가는 부유해지는데 장사는 안되고, 대학까지 가르쳐 놓은 아들, 딸은 집에서 놀고 있다. 국민들은 ‘국가가 나에게 해준 것이 무엇인가’를 생각하게 됐다. 이에 대한 정동영의 대답을 민주당의 대답으로 주장해 관철하겠다.

- 지난 전당대회에서 주장한 ‘담대한 진보’와 ‘연합정치’도 현재 진행형인가. 
▲ 민주당은 복지를 통해 성장하고 성장을 통해 보편적 복지를 하는 ‘담대한 진보’를 선택했다. ‘담대한 복지’를 선택하면서 복지노선으로 진보정당과의 거리감을 한강에서 실개천 수준으로 좁히기도 했다. 그 사이에 다리를 만들어 연대와 통합의 길로 갈 것이다.  
(야권의 연대와 통합이 이뤄지면) 대선과 총선은 1:1 구도가 될 것이다. 최근 여론조사에서 정권교체가 가능한 것으로 나오고 있다.

현 정부 대북정책 
철학·전략·능력 없어

- 그렇지만 차기 대선구도에서 박근혜 전 대표의 기세를 누를 수 있을지 의문이다. 일부에서는 ‘박근혜 대세론’이라고까지 말하는데 이를 넘어설 수 있을 것으로 보는가. 
▲ (여론조사를 보면) 박 전 대표를 지지한 이들 중 절반이 지지후보를 바꿀 수 있다고 답하고 있다. 이는 여야가 1:1 상황이 되면 야권 후보를 찍을 수 있다는 말이기도 하다. 뒤집을 수 있다. 
최근 한나라당 여의도연구소의 여론조사에서도 ‘한나라당이 계속 집권해야 한다’는 의견이 38%, ‘다른 정당으로 바꿔야 한다’는 의견이 62%로 나와 비상이 걸린 것으로 알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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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참여정부에서는 통일부 장관을, 현재 당에서는 남북평화특위 위원장을 맡고 있다. 현 정부의 대북정책을 평가한다면?
▲ 3대 부재다. ‘5년 동안 남북문제를 어떻게 끌고 가겠다’는 철학이 부재하고, 큰 그림이 없으니 전략도 세울 수 없다. 남북관계에 대한 경험도 없으니 능력의 부재까지 더해진다. 
남북관계의 3대 해답은 6·15 합의, 9·19 성명, 10·4 선언을 복원하는 것이다. 6·15 합의는 그동안 증오, 적대관계였던 남북이 악수하고 화해함으로써 협력관계로 전환한 것이다. 해방 후 역사는 6·15 이전과 이후로 시대를 구분할 수 있을 정도의 금자탑이다. 
9·19 성명에서 북한은 공개적으로 핵포기를 선언했다. 한반도의 미래를 위해 항구적인 평화체제를 수립하겠다는 데 합의했다. 이 과정에서 남한정부의 주도적인 노력이 있었고 당시 통일부 장관으로서 이에 기여했다는 게 자랑스럽다.  
10·4 선언은 노무현 전 대통령과 김정일 국방위원장이 46개 남북협력사업을 전면적으로 실행, 실천하자는 내용이 포함돼 있다. 남북경제공동체를 이루자는 것이다. 경제공동체가 이뤄진 후에는 남북국가연합으로 갈 수 있다는 점에서 통일에 성큼 다가선 것이었다. 
그러나 이명박 대통령은 이러한 3대 금자탑을 깡그리 무시했다. 

보편적 복지 실현 “재원대책 없는 복지는 허구”
‘복지’ 민주당 사활 분기점…정체성 회복 급선무

- 북한을 방문, 김정일 국방위원장을 만나고 싶다는 뜻을 공개적으로 밝힌바 있다. 만약 ‘대북 특사’ 요청이 들어온다면 받아들일 의향이 있나. 
▲ 남북문제에 여야가 따로 있을 수 없다. 초당적 대처가 필요하다.  야당이지만 협조할 용의가 있다. 나는 김정일 국방위원장과 대화·소통해본 경험을 가지고 있다. 남북관계 개선을 위해 어떤 역할이라도 하고 싶다.

- 정치권에 ‘복지 논쟁’이 한창이다. 여기에 “재원없는 복지는 허구”라며 부유세 도입 주장을 했는데.
▲ 복지는 자본주의가 건강하게 발전하기 위해서는 사회·복지제도가 필요하다는 데서 출발했다. 우리나라의 미래는 보다 풍요롭고 조화로운, 온 국민이 다 함께 잘 살 수 있는 나라가 돼야 한다. 이러한 나라를 만드는데 있어서 자산을 많이 보유한 이들이 사회통합에 기여할 수 있어야 한다.
우리나라는 OECD 국가 중 최상위 소득계층의 세 부담이 가장 낮다. OECD 국가에는 우리보다 잘 사는 나라도 있고, 못 사는 나라들도 있는데 평균에도 미치지 못하고 있는 것이다. 사회복지를 위해 최상위 계층이 사회 복지세를 내면 ‘부자가 존경받는 나라’ ‘투명한 나라’가 될 것이다. 
부유세를 준비하는 과정에서 지하경제가 절반 이하로 줄어들며 얻는 세수효과도 상당할 것으로 보인다. 우리나라의 지하경제는 20~27%로 추산되는데 국민총생산 1000조 중 200조에 세무서의 손이 닿지 않는다는 것이다. 개인도, 기업도 부유세를 내겠지만 지하경제가 드러나며 얻는 세수효과가 이보다 더 클 것이다. 
 
- 최근 박근혜 전 대표가 복지 논쟁과 관련, “왜 모든 것을 돈으로만 보고 생각하는지 안타깝다”면서 “정말 중요한 것은 사회적 관심”이라고 강조했는데, 이에 대해서는 어떻게 생각하나. 
▲ 이제까지 국가가 관심이 없어 복지국가를 만들지 못했나. 안아만 주겠다는 것은 순진한 얘기다. 왜 돈으로만 보느냐? 돈을 얘기하지 않는 복지는 허구이고 공허하기 때문이다. 
박 전 대표는 ‘줄푸세(세금 줄이고 규제 풀고 법 질서 세우고)’같은 공약을 낸 감세론자다. 그러나 세금을 낮추고 복지를 늘릴 수는 없다. 감세한 나라들이 (복지를 늘리기는커녕) 어려워졌다는 걸 생각하면 박 전 대표의 발언은 엇박자를 내고 있는 것이며, 말이 안 되는 얘기다.  
 
- 복지 논쟁과 관련, 민주당의 승부수는 무엇인가. 
▲ “민주당이여 정면승부하라”고 외치고 싶다. 국민은 변했다. ‘국가가 나에게 무엇을 해줬느냐’고 물어온다. 민주당은 ‘이렇게 해 줄 것이다. 하지만 그러기 위해서는 증세가 불가피하다’고 답해야 한다. 
1단계로 부자증세가 이뤄지고, 2단계로 복지를 체감해야 한다. 내가 내는 돈이 복지로 돌아오면 ‘나도 세금을 내겠다’는 보편적 증세가 이뤄질 것이다. 우리나라는 100원을 벌면 25원을 세금으로 낸다. OECD 평균은 35%다. 10년에서 20년 기간을 두고 국민 부담률을 올려야 한다. 여기에 진보신당이 주장하는 ‘사회복지 목적세’가 결합할 수 있다. 
국민에게 물어보자. 세금을 올리고 무상급식·의료·연금 등을 받는 것이 좋으냐, 제2, 제3의 MB정부가 되는 것이 좋으냐고.  

- 국가 운영의 원리, 원칙을 바꾸는 것인데, 롤모델로 삼은 곳이 있나. 
▲ 작은 미국이 아니라 큰 스웨덴이 돼야 한다. 미국은 홈리스가 1500만 명으로 전체 인구의 5%나 된다. 우리나라로 따지면 250만 명이다. 그런 나라가 우리의 모델이 될 수 없다. 반면 스웨덴은 인구 940만 명의 작은 나라지만 복지와 성장을 다 잡았다. 복지도 잘 돼있고 기술 강국이기도 하다. 

사활 분기점 선 민주당
복지에 살고, 복지에 죽고

- 정당 지지율을 보면 한나라당과의 지지율 격차가 있다. 한나라당이 잘해서 높은 지지율을 받고, 민주당이 못해서 낮은 지지율은 받는 것만은 아닌 것 같은데. 
▲ 민주당은 사활 분기점에 서 있다. 복지를 하면 살고, 아니면 죽는다. 복지에 사활을 걸고 정체성을 확실히 해야 한다. 한나라당은 정체성이 확실하다. 신자유주의다. 한미FTA를 비준하는 것이 그들의 정체성이다. 한미FTA는 참여정부에서 했다. 민주당은 이에 대한 반성문을 쓰고, 정체성을 확실히 해야 한다. 회색지대에 있어서는 성공하지 못한다.

- 2월부터 국회 상임위를 외교통상통일위원회에서 환경노동위원회로 옮긴다. 상임위를 바꾸게 된 이유는 무엇인가. 
▲ 공부하러 간다. 보편적 복지를 말하면서 비정규직이나 노동을 말하지 않는 것도 허구다. 최상의 복지는 좋은 일자리다. 공기업 등 ‘신의 직장’으로 불리는 곳에 취직했다면 이미 최상의 복지를 누리고 있는 것이 아닌가. 
양질의 좋은 일자리가 많이 없어졌다. 대기업에 다니는 이들이 210만 명이었는데 IMF 이후 130만명으로 줄었다. 그동안 대기업은 부채는 낮아지고 이윤은 커졌다. 환율효과까지 봤다. 고용있는 성장으로 갈 것이냐, 고용없는 성장으로 갈 것이냐. 이게 주제다. 
 
- 새해 들어서만 두차례 토론회를 개최하고, 이를 트위터를 통해 생중계 하는 등 트위터와 토론회를 활용하고 있다. 트위터와 토론회의 장점은 무엇인가. 
▲ 국내 정치인 중 페이스북은 첫 번째로 트위터는 원내 인사로는 처음으로 시작했다. 이들의 장점은 ‘호흡’이다. 함께 할 수 있다는 것이다.

- 언론인 출신으로 정치하는 장점이 있다면.
▲ 잘 들을 수 있다는 것이다. 기자는 주장하는 사람이 아니라 듣는 사람이다. 국민의 가슴속에 있는 말, 얘기를 잘 들을 수 있는 이가 좋은 지도자인데 언론인으로서 이 부분이 훈련된 거 같다. 국민의 생각, 아픈 곳 잘 듣는 한해가 되도록 하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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