눈물겨운 금천구 대형병원 유치전 막전막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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눈물겨운 금천구 대형병원 유치전 막전막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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백병원-부영 신경전에 속터지는 주민들


[일요시사=경제1팀] "병원을 지어주세요." 금천, 관악, 광명, 시흥, 안양 등 수도권 서남부 주민들이 똘똘 뭉쳤다. 금천구청 앞 대형부지에 종합대학병원 유치를 성사시키기 위해서다. 종합병원 건립은 서남권 주민들의 오랜 숙원이다. 이미 주민운동본부 주도로 15만 주민서명을 받았다. 하지만 아직 넘어야 할 산이 많다.


서울시 금천구는 광역교통의 요충지다. 가산디지털단지와 구로디지털단지와 인접, 1960년대부터 수출 진흥과 국민경제발전 등 국가 산업기반의 중추적 역할을 수행해왔다.

하지만 금천구는 수도권 서남부의 대표적 의료사각지대로 꼽힌다. 서울 25개 구청 중 가장 소외된 지역으로 주변의 관악, 경기 광명, 시흥, 안양 등 수도권 서남부는 3차 종합병원이 없고 광역적 의료서비스가 취약하다.

제3차 의료급여기관으로 불리기도 하는 3차 종합병원은 모든 진료과목이 있고 1차와 2차에서 치료가 불가능할 경우 이동하는 곳으로 대학병원은 500병상 이상, 대학병원이 아닌 종합병원은 700병상 이상을 기준으로 한다. 최상위 의료기관인 셈이다.

수도권 서남부 지역 주민들은 3차 진료를 위해 인근 구로 고대병원이나 영등포구 가톨릭성모병원, 목동 이대병원 등 원정 진료를 받는 불편함을 겪고 있다. 시흥본동에 종합병원인 희명병원이 있지만 120병상으로 규모가 작다.

계획시설 청원 위해
대규모 서명운동

또한 금천구심에는 대규모 공장부지(대한전선, 기아자동차, 롯데알미늄 등)가 많아 공장·연구소·전시장·업무시설·지식산업센터 등 산업부지에 허용된 용도만으로는 개발 수요를 충족하기 어려워 낙후된 지역의 이미지 쇄신과 지역 경제 활성화에 한계가 있었다.

그래서 금천구가 나섰다. 금천구청 앞 대규모 나대지에 종합병원을 유치하기로 한 것. 금천구는 지난 3일부터 15일까지 13일간 금천구를 포함한 서남부의 중학생 이상 주민과 관내 기업·단체·기관을 대상으로 서명운동을 추진했다.

당시 금천구 측은 "종합대학병원 부지가 도시계획시설로 결정이 되면 안정적이고 최상의 의료서비스 혜택과 일자리 창출 등 지역 발전에 파급효과가 크다"며 "지역의 중심적 랜드마크로 자리매김 할 수 있도록 주민 모두가 하나 된 마음으로 서명운동에 참여해 숙원사업을 성공적으로 이룰 수 있도록 적극적인 참여를 당부한다"고 밝혔다.

종합병원 유치는 금천구민의 숙원사업이다. 그런데도 금천구가 굳이 서명운동을 추진한 이유는 뭘까?

금천구는 지난해 7월 주민들의 의료복지를 획기적으로 개선하기 위해 시흥동 113-121 일대 대한전선 부지를 종합의료시설 부지로 지정하기로 방침을 정했다. 대한전선 부지는 금천구심 지역 공장부지 중 규모가 가장 크고 대중교통 접근성이 용이한 곳이다. 그러나 2004년 공장 이전 후 10여 년간 나대지로 방치됐다.

금천구는 방치된 공장부지(8만3000m²)중 의무적으로 확보해야 하는 산업부지(약 3만3000m²)의 일부에 2만m²을 종합의료시설 부지로 지정해 도시관리계획안을 만들었으며 지난해 7월 서울시 도시건축공동위 자문을 득했다.

현재 토지 소유주인 부영주택도 지난해 2월 대한전선 토지를 매입할 당시, 병원수요자가 있을 경우 병원부지로 계획하겠다는 의견을 금천구에 제시한 것으로 알려졌다. 부영주택은 부영그룹 계열사로 임대주택 사업을 영위한다. 시공능력평가 순위는 지난해 말 기준 31위다.

수도권 서남부 대표적 의료 사각지대
인근 광명·시흥도 3차 종합병원 전무

부영그룹의 재계 순위는 2004년 36위에서 작년 말 22위로 14계단 올라섰다. 기업경영성과 평가 사이트인 CEO스코어는 "부영보다 상위에 올라있는 한진, 동부, 현대 등 구조조정을 앞둔 그룹들이 예정대로 자산을 순조롭게 매각한다면 3계단이 상승해 19위를 기록할 것으로 보인다"고 전했다.

대한전선 부지는 2004년 공장 이전에 이어 2007년 철거된 후 지난해 2월 소유주가 대한전선이 주요 주주로 있는 시흥동복합시설개발피에프브이(주)에서 부영주택으로 변경됐다.

대한전선은 프로젝트파이낸싱 보증 채무 부담 해소 등 재무개선을 위해 8만3000m²에 이르는 대형 부지를 3.3m²당 약 520만원(총 1250억원)에 매각했다. 부영주택은 그간 전국 주요 알짜 토지를 매입하면서 부동산 업계 '큰 손'으로 떠올랐다. 2011년 무주리조트를 1360억원을 주고 사들였으며 한국토지주택공사(LH)에서 내놓은 화성향남택지지구·위례신도시·경북혁신도시·광주전남혁신도시·양산물금지구 등 총 9020억원 어치의 토지를 매입했다.

제주도에서는 제주 앵커호텔에 600억원, 삼화지구에 175억원, 서귀포시 혁신도시에 336억원을 들여 토지를 사들였다. 2012년에는 1721억원을 들여 삼환기업으로부터 중구 소공동 112-9번지 일대 토지와 건물을 매입했다. 

대한전선 부지가 부영주택에 매각된 후 해당 부지는 지난해 말까지 '한내텃밭'이라는 금천구 친환경 주말농장으로 사용됐다. 그러나 토지를 임대한 금천구가 부영으로부터 퇴거 요청을 받으면서 현재는 연장계약 여부가 불투명한 상태다.

금천구는 병원부지를 별도로 구획, 대한전선 부지 전체에 대한 개발계획수립 시기와 관계없이 토지 매입 후 종합의료시설 부지 개발을 우선 추진할 수 있도록 도시계획시설 입안을 추진했다. 부영주택이 구체적 개발추진 계획이 없어 토지가격 협의 완료 후에도 토지주의 세부개발추진계획이 불명확할 경우 계획수립이 지연됨으로써 종합병원 유치계획이 무산될 것을 우려했기 때문이다. 서울시가 시설결정 요청을 받아들이면 해당 부지는 대한전선 부지 전체 세부개발계획과 별도로 병원 부지로 개발이가능해 진다.

'땅부자' 부영
고액 요구했나

금천구는 이와 함께 전국의 500병상 이상 74개 종합병원과 300병상 이상 92개 종합병원을 상대로 병원부지 수요자를 찾아 마침내 지난해 11월 인제대학교 백병원과 1000병상 규모의 종합대학병원 건립 협약(MOU)을 체결한 후, 토지매입에 대해 백병원과 부영주택 간에 협의토록 했다.

김칫국부터 마신 구청
땅주인·병원은 나몰라라

서울 백병원 이전설은 오래 전부터 소문으로만 존재해왔다. 그러던 지난해 3월 백병원이 SH공사가 서울 송파구 문정동 일대에 조성하는 '문정동개발지구'에 이전을 위한 토지매입 의향을 밝힌 것으로 알려지면서 구체적인 지역이 거론되기 시작했다. 이어 지난해 4월에는 최석구 백병원 원장이 직접 기자간담회를 열고 서울 백병원의 현 부지를 메디텔로 건립하자는 부동산투자신탁회사의 제안을 받았다는 사실을 공개했다. 또 학교법인 인제학원이 지난 9월 서울 백병원의 수익성 악화 등의 이유로 재도약을 위해 서울지역 내 새 병원을 건립해 이전을 계획하고 있으며 이에 대한 외부환경과 진료권 분석 및 운영전략수립을 고려한 타당성 분석을 추진하고자 새병원건립 타당성 분석 용역을 발주하면서 서울 백병원 이전 추진이 기정사실화 됐다.

감정평가 전문가
"윈-윈 할 것"

금천구청과의 MOU 체결은 금천구청 측의 적극적인 구애 결과인 것으로 전해졌다. 하지만 금천구 측에 따르면 부영주택은 도시계획시설 결정에 대해 장기미집행시설 우려가 있고 토지의 이용제한과 가치하락 등 막대한 사유재산권 침해를 이유로 도시계획시설 결정에 반대 의사를 표했다. 서울시도 사유재산권 침해를 우려해 신중한 태도를 보이고 있다. 백병원 관계자도 <일요시사>와의 통화에서 "금천구와 MOU를 체결한 것은 맞다"면서도 "아직까지 아무 것도 결정된 사항은 없다. 뭐라 말할 수 있는 부분이 아니다"며 언급을 피했다.

금천구 측만 의견이 다르다. 금천구와 서울시, 백병원, 부영주택 모두 실보다는 득이 많다는 것. 금천구 관계자는 "서울시는 준공업정책과 산업정책의 실현이 가능하고 금천구는 지역발전과 주민 숙원사업을 해소할 수 있으며 백병원은 병원부지 개발의 불확실성 해소로 투자의사 결정이 수월해지는 장점을 가지고 있다"고 밝혔다. 이 관계자는 이어 "부영주택 역시 투자금 조기회수와 잔여 토지의 가치 상승 효과를 볼 수 있을 것"이라고 덧붙였다.

한 부동산 감정평가 전문가도 "토지가격 평가에 큰 영향이 없어 우려하는 것만큼의 재산권 침해는 없을 것으로 보인다"며 "최근의 부동산 경기 침체로 개발 수요가 미약한 산업부지에 병원을 유치할 경우, 투자금의 조기회수와 나머지 부지에 개발호재로 작용해 부영주택에게도 불리하지 않을 것으로 판단된다"고 전했다.

서명운동의 결과에 따라 서울시가 금천구의 청원을 받아들인다고 하더라도 금천구가 넘어야 할 산은 또 있다. 백병원과 부영주택이 토지가격에 대한 의견 차이가 크다는 점이다.

금천구 고위 관계자에 따르면 백병원은 해당 토지에 대해 감정평가를 실시, 그 결과에 따라  부영주택에 3.3m²당 약 900만원에 구입하겠다는 의사를 전달했다. 그러나 부영주택은 3.3m²당 1480만원을 요구한 것으로 전해졌다. 불과 1년도 채 지나지 않은 상황에서 토지가격을 3배 가까이 불렀다는 것. 부영주택은 고액 요구 근거로 지난 2010∼2011년 시흥대교 확장공사 당시 일부 부지가 편입돼 광명시에서 3.3m²당 1350만원에 구입했다는 점을 들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주민 15만명 "지어주세요" 서명했는데…
[백병원] 병원유치 MOU 체결하고 모른 척
[부영] 당초 병원부지 계획 접고 반대

이에대해 금천구 관계자는 "2010년과 2011년은 우리나라 부동산 가치가 최고점을 찍었을 때"라며 "지금은 부동산 경기가 지속적으로 하향세인데 그 때와 같은 조건을 요구하는 것은 무리가 있다"고 말했다.

부영주택은 "문제가 없다"는 입장이다. 부영주택 관계자는 '너무 높은 금액을 요구하는 것이 아니냐'는 질문에 "소유주가 매각 금액을 높게 부르는 게 무슨 문제가 있느냐"며 "부영주택이 해당 부지에 대해 구체적인 개발계획을 가지고 있지 않은 것은 사실이지만 임대주택 건설 등의 계획 수립을 위해 검토 중이다"고 말했다.

이 관계자는 또 "백병원과 금천구청이 병원 이전을 추진 중이라는 얘기를 언론을 통해 알게 됐다"며 "부영주택 내부 어떤 부서에서도 관련 내용을 알고 있지 않다. 확인해 주기 힘들다"고 전했다.

백병원 관계자도 "확정된 것은 아무 것도 없다. 금천구청 앞 대한전선 사업부지는 병원 이전 지역 후보 중 한 곳일 뿐이다. 송파구 문정동도 유의 깊게 보고 있다"고 밝힌 뒤 "아직까지는 부영주택에 매입 의사를 전달한 사실이 없다"고 말했다.

10년간 논 땅
더 놀아야 하나

결국 금천구청만 안달이 났다. 금천구청 고위 관계자는 "서울시, 백병원, 부영주택 모두 발을 빼고 있다. 백병원은 실속있는 토지 매입을 위해, 부영주택은 최대한의 금액을 위해, 서울시는 법적 분쟁을 피해가기 위해 신중한 태도를 보이고 있다"며 "이들의 상황이 이해되지 않는 것은 아니지만 종합병원 유치가 주민숙원사업임을 감안해 원만한 해결을 바란다"고 말했다.


한종해 기자 <han1028@ilyosis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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