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살얼음판’ 윤원영 일동제약 회장 이중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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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살얼음판’ 윤원영 일동제약 회장 이중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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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릿고개 넘자마자 ‘산 넘어 산’


[일요시사=경제1팀] 윤원영 일동제약 회장이 겹겹 악재에 몸살을 앓고 있다. 지주사 전환 실패로 녹십자에 발목이 잡혔다. 설상가상으로 자산승계 문제도 남아 있어 진땀을 빼고 있다. 올해 76세로 나이까지 고령인 윤 회장은 전열을 가다듬는 중이다. 평소와 다름없이 경영에 주력하겠다고 밝혔지만, 앞으로 행보는 역대 최악의 가시밭길로 예상되고 있다.

일동제약의 지주사 전환이 무산되면서 경영권 분쟁이 본격화 될 것으로 전망된다. 윤원영 일동제약 회장은 허일섭 녹십자 회장에게 경영권을 넘겨줄 수도 있는 심각한 위기에 내몰렸다. 여기에 자산승계문제까지 남아있어 보유한 지분을 상당부분 처분해야 할 수도 있다.

지키냐 뺏기냐

일동제약은 지난 24일 서울 양재동 본사에서 임시주주총회를 소집, 투자사업부문(일동홀딩스)과 의약품사업부문(일동제약)을 분리하는 내용의 지주사 전환 안건을 상정했다. 하지만 2대 주주인 녹십자 등의 반대로 부결됐다.

녹십자 대리인은 임시주총에 참석해 “지주회사 전환과 관련해 일동제약과 다르게 생각 한다”며 녹십자의 경영참여 뜻을 전달했다. 단순투자에서 경영참여로 지분매입 의도를 달리 하면서 일동제약 인수 의사를 분명히 했다.

제약업계에서는 녹십자가 일동제약 경영에 본격 참여를 선언한 것으로 분석하고 있다. 녹십자는 지난 16일 일동제약 지분을 기존 15.35%에서 29.37%로 2배 가량 끌어올리면서 윤 회장 등 최대주주 지분율 턱밑까지 추격한 상태다.

특히 지분 보유 목적을 ‘단순투자’에서 ‘영향력 행사’로 변경해 사실상 경영 참여 의사를 우회적으로 밝혔다. 윤 회장 일가가 보유하고 있는 지분은 34.16%로, 녹십자와의 격차는 단 4.79%다. 일동제약은 녹십자로부터 경영권을 지키기 위해 지주사 전환을 시도했지만 주총에서 안건이 부결되면서 궁지에 몰리게 됐다.

만약 녹십자가 일동제약을 인수하게 된다면 제약산업 판도가 달라질 것으로 보인다. 녹십자가 일동제약을 인수할 경우 녹십자는 단숨에 매출 1조원이 넘는 업계 1위 제약사로 올라선다. 2012년을 기준으로 녹십자 연매출은 8118억원, 일동제약은 3628억원이다.

그간 약점으로 지적된 ‘일반의약품 사업’도 확장할 수 있다. 녹십자는 백신·혈액제제 부문에서는 국내 최고이나 일반약 부문은 약하다는 평가를 받아왔다. 전체 매출 가운데 일반약이 차지하는 비율은 10%가 되지 않는다. 반면 일동제약은 ‘아로나민’ 등 인지도가 높은 일반약은 물론 매출이 꾸준한 전문의약품을 동시에 갖추고 있다.

뿐만 아니라 일동제약이 보유한 600만돌턴(Da) 이상의 초고분자 히알루론산(HA) 생산기술은 엄청난 수익을 창출할 것으로 기대된다.

이를 통해 녹십자는 식품, 화장품, 미용, 슬관절치료제, 안과수술보조제, 유착방지제 등 다양한 시장에 진출할 수 있다. 이런 이점 탓에 녹십자의 적대적인 M&A 가능성이 고조되고 있다.

‘지주사 좌절’녹십자와 경영권 다툼 본격화
승계 문제도 골치…지분 상당부분 처분해야

앞으로 윤 회장은 경영권을 둘러싼 지분확보를 놓고 녹십자와 치열한 경쟁을 벌여야 하지만, 업계에서는 내부 리스크로 윤 회장 일가의 미래를 낙관할 수 없다는 관측이 지배적이다.

올해 76세로 고령인 윤 회장이 나이에 비해 자산 승계를 더디게 진행해 온 탓이다. 이는 또 다른 걸림돌으로 작용하고 있다.




기업 경영성과 평가사이트인 CEO스코어에 따르면 윤 회장부부와 1남 2녀의 자녀들이 보유하고 있는 일동제약 지분 20.68% 중 자녀들이 보유한 주식은 1.94%에 불과하다. 오너 일가가 보유한 주식자산 가운데 자녀들에게 승계된 물량은 10분의 1도 채 되지 않는 셈이다.

나머지 지분 17.74%는 윤 회장 부부가 갖고 있다. 윤 회장이 지분 전부를 소유한 컨설팅회사 씨엠제이씨가 8.34%, 윤 회장이 6.42%, 부인 임경자 여사가 2.67%를 나눠 갖고 있다.

장남인 윤웅섭 일동제약 부사장은 3세 경영을 이끌 차기 후계자로 일찌감치 낙점됐지만, 보유 지분이 1.63%에 불과하다. 장녀인 혜진씨는 0.22%, 차녀인 영실씨는 0.09%를 보유하고 있는 것으로 집계됐다.

윤 회장 부부가 갖고 있는 주식자산의 가치는 약 400억원 대로 추정된다. 이 자산이 자녀들 손에 쥐어지려면 증여세만 어림잡아도 100억원 대에 이른다. 경영권 방어를 위해 한 주가 아쉬운 상황에서 윤 회장 일가가 감당하기 어려운 금액이라는 게 업계의 분석이다.

윤 회장 일가는 이미 적대적 M&A에 노출돼 있어 증여세로 인한 출혈은 곧 경영권 상실로 이어질 공산이 높다. 현재 지분 9.99%를 보유해 캐스팅보트를 쥐고 있는 일동제약 3대주주인 펀드회사인 피델리티와 녹십자의 지분을 합하면 39.36%에 달해 윤 회장 일가의 지분율을 넘어선다.

일동제약은 과거에도 오너 일가의 낮은 지분율 탓에 지속적으로 경영권 위협을 받아왔다. 지난 2009년 일동제약의 자회사 일동후디스의 지분 보유 문제를 두고 안준찬 일동제약 전 감사의 아들 안희태씨와 충돌한 것이 대표적인 예다.

안씨는 2003년 24억원으로 일동제약 지분 7.65%를 사들였고 이후에도 지분을 꾸준히 매입해 2대 주주에까지 오른바 있다. 이후 안씨는 세 차례에 걸쳐 경영권 분쟁을 일으키며 오너 일가를 위협했다.

그러던 중 2012년 말 또 다른 주요 주주였던 녹십자가 일동제약을 적대적 M&A의 대상으로 삼고 있다는 설이 퍼지면서 윤 회장의 마음이 급해졌다. 위기의식을 느낀 윤 회장은 안씨가 보유한 지분확보에 나섰다. 지난해 5월 시세에 20% 가량을 더 얹어서 안씨 지분 일부를 인수했다.

경영권 트라우마

우여곡절 끝에 1차적 경영권 방어에는 성공했지만, 오는 5월이면 일동제약 창립 73주년을 맞는 윤 회장은 ‘녹십자’라는 또 다른 산에 부닥쳤다.

일동제약의 안방을 윤씨 일가가 지키게 될지 아니면 녹십자의 허씨 일가가 새롭게 꿰차게 될지. ‘실타래처럼 꼬인 경영권과 승계 문제’를 둘러싼 살얼음판 레이스에 업계의 관심이 쏠리고 있다.


김설아 기자 <sasa7088@ilyosis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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