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패션재벌’ 신원 수상한 대물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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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패션재벌’ 신원 수상한 대물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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불 꺼진 컨트롤타워…도대체 무슨 일이?

[일요시사=경제1팀] 직원이 없다. 매출도 없다. 보통 이런 회사는 서류상으로만 존재하는 ‘페이퍼컴퍼니’로 의심받는다. 이른바 ‘유령회사’다. 국내 최대 패션기업 신원그룹이 수상한 회사를 등에 업고 있다. 석연치 않은 구석이 한두 가지가 아니다. 베일에 싸여 있는 신원의 컨트롤타워. 이를 둘러싼 각종 의혹을 캐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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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 마포구 공덕동 르네상스타워 1902호. 대한민국 대표 ‘패션재벌’ 신원의 지배구조 핵심인 ‘티앤엠커뮤니케이션즈(이하 티앤엠)’ 주소다. 지난 1일 찾아간 이곳엔 아무도 없었다. 문을 두드려도 인기척이 없었다. 티앤엠 사무실이 있는 9층은 45㎡(약 14평)짜리 오피스텔형 사무실이 다닥다닥 붙어있다. 국내 최대 패션기업의 컨트롤타워가 세 들어 있다고 믿기 힘들 정도였다.

14평짜리 사무실
회사 실체 모호

신원그룹의 지배구조가 도마에 올랐다. 최대주주 티앤엠 실체를 두고 말들이 많다. 업계에 석연치 않은 구석이 많다는 뒷말이 끊이지 않고 있다. <일요시사>의 취재 결과도 다르지 않았다. 티앤엠을 중심으로 수상한 대물림마저 감지돼 의혹을 더한다.

직원이 없다. 매출도 없다. 그 흔한 홈페이지도 없다. 이쯤 되면 서류상으로만 존재하는 ‘페이퍼컴퍼니’로 의심해볼 만하다. 금융당국 관계자는 “페이퍼컴퍼니, 즉 유령회사 여부를 판단할 때 가장 먼저 매출 발생을 파악한다”며 “매출이 없거나 허위매출이 발생하고 있다면 거의 맞다고 보면 된다”고 전했다.

‘꽁꽁’베일에 싸인 티앤엠은 어떤 회사일까.

1973년 설립된 신원은 박성철 회장이 차린 의류보세 가공공장으로 출발, 연매출 6000억원을 올리는 ‘패션 공룡’으로 성장했다. 중간에 부도 위기에도 몰렸는데, 1998∼2003년 워크아웃 과정에서 소리 소문 없이 생긴 게 바로 티앤엠이다.

구조조정으로 한창 정신이 없던 2001년 설립된 티앤엠은 잡지광고 등 광고대행 업체다. 타법인 지배 등도 사업목적에 포함돼 있다. 당초 강남구 신사동에 ‘둥지’를 틀었다가 서초구 잠원동을 거쳐 2004년 현 주소로 이전했다.

티앤엠이 주목받는 것은 신원 지배구조의 핵심이기 때문이다. 티앤엠은 신원 지분 28.42%(1798만8210주)를 보유한 최대주주다. 나머지는 모두 지분 5% 미만의 소액주주들로 구성됐다. 신원은 신원글로벌(50%)·신원네트웍스(100%)·신원지엘에스(100%) 등 계열사와 과테말라·베트남·중국·인도네시아 등 해외법인을 지배하고 있다. 결국 티앤엠은 신원을 통해 그룹 전체를 장악한 셈이다.

문제는 티앤엠을 둘러싼 의문들이다. 이상한 점은 한두 가지가 아니다. 우선 그 실체가 모호하다.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에 따르면 티앤엠은 매출이 전혀 없다. 공시를 처음 시작한 2005년 매출 6900만원이 전부다. 이마저도 신원에서 발주한 금액. 이후 지난해까지 올린 매출은 ‘0원’이다. 국내 굴지의 기업을 수하에 두고 있는 회사가 사실상 ‘뇌사’상태란 점은 언뜻 이해가 되지 않는 부분이다.

여기서 한 가지 의문이 더 생긴다. 티앤엠이 신원 지분을 보유하게 된 과정이다. 매출이 없는데 무슨 돈으로 매입했냐는 것이다.

‘매출 0원’ 티앤엠 그룹 지배구조 핵 부상
최대주주 오른 과정·배경 두고 뒷말 무성

티앤엠은 증자와 차입 등을 통해 신원 지분을 사들였다. 설립 자본금은 5000만원에 불과했다. 2002년 1억원, 2003년엔 4억원이 됐다. 이후 변동이 없다가 2012년 갑자기 대규모 증자를 실시하면서 77억원으로 늘었다. 티앤엠은 이를 기반으로 꾸준히 신원 지분을 매입해 그룹 지배구조의 정점에 섰다.

티앤엠이 신원 지분 취득에 쓴 돈은 188억원으로 장부가액은 258억원으로 나타났다. 총부채는 104억원에 이른다.

직원이 몇명 없다는 점도 짚고 넘어가지 않을 수 없다. 2012년 말 기준 티앤엠이 세무당국에 신고한 직원(상시종업원)은 단 3명뿐이다. 통상적으로 종업원수엔 대표이사도 포함돼 있다. 티앤엠은 매년 1억원에 달하는 인권비를 지출하고 있다.
 

  
 

외부에 알려진 사명도 중구난방이다. 이는 부실하게 관리되고 있다는 방증이기도 하다. 대법원 법인 등기부등본상 ‘티앤엠’으로 표기된다. 반면 공시 회사명엔 ‘티엔엠’, 내용은 ‘커뮤니케이션즈’가 아닌 ‘커뮤티케이션즈’로 기재돼 있다. 신원 홈페이지에도 티앤엠 사명이 혼동되는 실정이다.

무엇보다 ‘매출 제로’인 티앤엠이 신원을 지배하게 된 배경이 의문이다. 이는 신원의 경영승계 문제와 직결된다.

박 회장이 70대 중반에 들어서면서 신원은 2세 체제를 준비하고 있다. 목회자의 길을 걷고 있는 장남을 빼고, 차남과 3남이 입사해 경영수업 중이다. 장남 박정환 목사는 세계적인 패션 디자인학교인 뉴욕 팔슨대를 졸업했지만 선교활동을 펼치고 있다.

오너 세 아들 ‘무혈입성’
‘사전조율’ 편법승계 의혹

차남 박정빈 부회장은 회계학을 전공하고 삼일회계법인 회계사로 근무하다가 2009년 신원에 입사해 전무·부사장을 거쳐 2012년부터 부회장을 맡고 있다. 3남 박정주 부사장은 2007년 신원 상하이법인 과장으로 입사해 수출·내수 통합 구매본부장을 지내고 올초 부사장으로 승진했다.

지난 3월 말 현재 삼형제가 소유한 신원 지분은 똑같다. 각각 0.82%(52만주)씩 보유하고 있다. 경영권을 승계하기에 아직 미미한 수준이다. 그렇다고 박 회장이 지분을 쥐고 있는 것도 아니다.

박 회장은 1998년 신원이 워크아웃에 들어가자 책임을 지는 차원에서 보유 주식을 모두 회사에 무상증여해 현재 지분이 전혀 없다. 당시 출연한 개인 재산은 모두 180억원에 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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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 회장 일가가 믿는 구석은 따로 있다. 다름 아닌 티앤엠이다. 티앤엠 주주들은 베일에 싸여 있다. 공시 등 일체 공개하지 않고 있다. 감사보고서를 보면 2008년까지 이동훈 전 대표이사가 40%의 지분을 소유한 것으로 나타나다 이듬해부터 삭제됐다. 이를 기점으로 주주 구성에 변화가 있었던 것으로 추정된다.

업계에 따르면 티앤엠은 박 회장의 지인들이 지분 100%를 보유하고 있다. 이중엔 박 회장 자녀들의 지분도 포함돼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증자에 참여해 지분을 확보한 것으로 전해진다. 신원 측도 부인하지 않았다. 홍보실 관계자는 “정확한 티앤엠 주주 구성을 알 수 없지만 회장 자녀들의 지분이 있는 등 오너일가에 우호적인 지분인 것은 맞다”고 확인해줬다.

박 회장 자녀들이 티앤엠을 이미 장악한 것으로 보는 근거는 또 있다. 경영에도 직접 관여해서다. <일요시사> 확인 결과 박 회장의 세 아들은 티앤엠 이사로 등기돼 있다. 목사인 장남까지 그랬다. 삼형제는 모두 2011년 말 임기 3년의 티앤엠 사내이사로 선임됐다. 티앤엠이 신원 2세 체제를 위한 ‘전진기지’란 분석이 힘을 받는 대목이다.

업계 관계자는 “박 회장은 신원 지분이 없다. 그런데도 오너 지위를 유지하는 것은 최대주주인 티앤엠을 장악했기 때문으로 보인다”며 “나아가 2세들이 티앤엠을 장악했다는 것은 경영승계 작업이 이미 마무리됐다는 의미로도 해석된다”고 설명했다.

사정이 이렇자 업계엔 잘 짜인 각본대로 진행된 ‘회장님 작품(?)’이 아니냐는 시선이 적지 않다. 그도 그럴 게 티앤엠이 신원의 ‘대물림 히든카드’로 부상했기 때문이다. 일각에선 박 회장이 티앤엠의 실제 사주란 의혹까지 불거진 상황이다. 지난 10년간 티앤엠의 행적을 보면 이런 의심을 지울 수 없다는 지적이다.

신원과 티앤엠이 인연을 맺은 것은 2003년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당시 신원은 우여곡절 끝에 워크아웃을 졸업했다. 남은 건 채권단의 지분 정리였다. 박 회장은 수중에 돈이 없었다. 신원이 다른 사람 손에 넘어갈 위기였다.

돈 한푼 없이
신원 수하에

그때 구원투수로 등장한 회사가 설립 2년 밖에 안 된 소규모 업체 티앤엠이다. 티앤엠도 ‘실탄’이 없었지만, 신원 주채권 은행이었던 외환은행 등으로부터 60억원을 차입해 신원 지분을 사들이기 시작했다. 이후에도 차입금을 늘려 지분을 불렸다. 빈손으로 신원 대주주가 된 티앤엠은 2005년 최대주주가 됐다. 처음 6.83%였던 지분율은 현재 28.42%로 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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터닝포인트는 2012년 10∼12월 사이였다. 그해 10월 신원 2대주주였던 김모씨는 보유주식 14.14%(849만주) 전량을 티앤엠에 매도했다. 이를 계기로 티앤엠은 ‘굳히기’를 할 수 있었다. 티앤엠은 김씨가 내놓은 주식 전량을 전액 주식담보 차입금으로 매수했다.

당시 김씨는 경영권 프리미엄은커녕 시가보다 싸게 주식을 넘겨 뒷말이 무성했다. 김씨가 처분한 주당 가격은 1060원으로 총 90억원이었다. 이날 신원 종가가 1285원인 점을 감안하면 19억원 가량을 손해보고 넘긴 셈이다.

아무리 김씨가 박 회장의 우호세력이라 해도 업계엔 이해할 수 없다는 반응이 많았다. 우연일까. 두 달 뒤 박 회장의 아들들이 티앤엠에 등기이사로 ‘무혈입성’해 박 회장과 김씨, 그리고 티앤엠간 ‘사전조율설’이 돌기도 했다.

‘신원맨’들이 경영
회장님이 컨트롤?

티앤엠엔 박 회장과 무관치 않은 인사들이 적지 않아 의혹을 더욱더 짙게 한다. 티앤엠 전현직 임원을 보면 박 회장과 직·간접적으로 인연이 있는 ‘신원 사람들’을 어렵지 않게 찾아볼 수 있다.

티앤엠 설립을 주도한 장모씨는 ‘신원맨’출신이다. 장씨는 대학 졸업 후 신원에 입사해 기획 업무를 담당하면서 ‘베스띠벨리’, ‘INVU’, ‘모두스비벤디’등의 홍보와 마케팅을 담당했었다. 주요 업무를 맡았던 만큼 박 회장의 신임이 대단했던 것으로 전해진다. 장씨는 2001∼2002년 티앤엠 대표이사를 역임한데 이어 2005∼2011년 사내이사를 지냈다.

2012년 3월부터 지난해 7월까지 티앤엠 감사를 지낸 박모씨도 신원 전략기획실 이사 출신이다. 현재 티앤엠 감사를 맡고 있는 최모씨는 신원 내수담당 상무를 겸임하고 있다.

업계 관계자는 “돈이 없는 회사가 기를 쓰고 지분을 매입했다면 분명히 그럴 만한 이유가 있을 것”이라며 “티앤엠을 둘러싼 여러 정황상 박 회장과의 관계와 관련한 각종 의혹이 제기될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2세 체제 위한
전진기지 분석

신원 측은 티앤엠에 대해 모르쇠로 일관하면서도 박 회장과의 연관성에 대해선 부인했다. 홍보실 관계자는 “티앤엠은 신원 최대주주일 뿐이다. 박 회장은 지분이 전혀 없다”고 선을 그었다. 다만 “유령회사 논란과 승계 문제, 우회지배 의혹 등은 모두 사실이 아니다”고 강조했다. 그는 “더 이상 티앤엠에 대해 아는 사실이 없다. 어디서 뭘 하는 회사인지도 잘 알지 못한다”고 잘라 말했다.

 

김성수 기자 <kimss@ilyosisa.co.kr>

 

<기사 속 기사> 박성철 회장은…
보신탕 좋아하는 장로?

박성철 신원그룹 회장은 독실한 기독교 신자다. 현재 신길교회 장로인 박 회장은 국가조찬기도회 회장을 맡기도 했다. 일흔이 넘은 나이에도 하루도 거르지 않고 새벽기도를 한다는 게 신원 관계자의 전언이다.

그런데 박 회장이 2001년 한 언론과 인터뷰를 하면서 밝힌 자신의 프로필엔 다소 의아스런 대목이 포함돼 있다. 그는 “크리스찬으로서 담배와 술을 전혀 하지 않는다”고 했다. 좋아하는 책은 성경과 람세스. 문제는 좋아하는 음식이다. 박 회장은 이 질문에 ‘보신탕’이라고 답했다. <수>

 

<기사 속 기사> 신원 해명 & 반박
모르쇠 일관…의문 더 키운다

신원 측은 티앤엠에 대해 모르쇠로 일관하면서도 박 회장과의 연관성에 대해선 부인했다. 다음은 신원 관계자와의 일문일답.

-티앤엠 사무실에 직원이 없는 것 같던데.
“진행되는 사업이 없어서 그런 걸로 안다”

-페이퍼컴퍼니로 보이는데.
“티앤엠 내부 상황은 전혀 아는 게 없다. 다만 유령회사란 표현은 문제의 소지가 있다”

-매출 0원인 회사가 어떻게 연매출 6000억원 회사를 지배할 수 있나.
“최대주주가 맞다는 사실만 확인해 줄 수 있다”

-회장의 아들들이 사내이사를 맡고, 지분도 갖고 있다는데.
“사내이사는 맞고, 지분은 많지 않은 것으로 안다”

-티앤엠을 통해 승계작업을 하고 있나.
“아직 회장님이 건강하시다. 승계를 얘기하기 이르다”

-신원의 워크아웃 이후 잘 짜인 각본대로 진행된 회장님 작품이 아니냐는 시선도 있다.
“전혀 사실무근이다”

-회장이 티앤엠의 실제 사주란 의혹도 있는데.
“이 또한 사실이 아니다. 회장과 티앤엠은 전혀 관계가 없다”

-티앤엠을 이용한 편법승계 의혹도 있다.
“전혀 그렇지 않다. 법적으로나 도의적으로 아무런 문제가 없다”

-신원 전현직 임원들이 티앤엠에 들어가 있다.
“개인적인 문제다. 회사가 답할 내용이 아니다”

<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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