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근혜정부 '세월호 위기 탈출' 전술전략 대해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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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근혜정부 '세월호 위기 탈출' 전술전략 대해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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언론통제·이슈분산·전면개각 카드 ‘만지작만지작’

[일요시사=정치팀] 허주렬 기자 = '세월호 참사'로 최대 위기에 직면한 박근혜정부가 위기 탈출을 위한 다양한 전술과 전략을 구상하거나 구사하고 있다. 사고 수습과정에서 드러난 '정부의 무능'을 감추고, 쏟아지는 여론의 비판을 피하기 위해 나름 안간힘을 쓰고 있는 것이다. 정부가 그리고 있는 위기 탈출 시나리오를 <일요시사>가 들여다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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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부의 운명은 때로는 정치와 전혀 연관되지 않는 사건들에 의해 결정된다."

독일의 유력매체인 <프랑크푸르터 알게마이네 차이퉁>의 정치편집자인 페터 스투엄이 지난 4월18일 세월호 참사와 관련해 쓴 '비극적인 선박참사, 한국 연안에서의 죽음'이라는 제목의 칼럼에서 박근혜정부에 미칠 파장을 예상하며 사용한 의미심장한 표현이다.

칼럼에서 그는 국가정보원 대선 댓글 개입 등의 위기를 버텨낸 박근혜 대통령이 세월호 참사라는 비정치적 사건으로 치명타를 입을 수도 있다고 전망했다.

세월호 침몰
정부도 침몰?

실제로 세월호 침몰 사고를 수습하는 과정에서 보인 정부의 총체적 무능은 '국가는 국민의 생명과 재산을 안전하게 지켜야한다'는 기본적 책무조차 지키지 못한 결과를 낳으며 거센 비판을 받고 있다. 302명 실종 및 사망, 실질적 구조자 '0명'이라는 초유의 참사에 '안전'을 유달리 강조했던 박근혜정부의 신뢰도는 바닥까지 추락했다. 이와 함께 60%를 넘나들었던 박 대통령의 지지율도 급락하고 있다.

여론조사전문기관 '리서치뷰'의 지난 4월25일 여론조사에서 박 대통령의 지지율은 40%선도 무너진 39.8%를 기록했고, 부정적 평가는 과반에 육박한 49.3%에 달했다. 직전 조사(4월4~5일) 대비 긍정 평가는 9.9%p나 급락한 반면, 부정 평가는 무려 15.3%p나 급등한 것이다(조사대상 : 전국 성인남녀 1000명, 조사방식 : 실시간 공개조사시스템 이용한 RDD 조사, 표본오차 : 95% 신뢰수준에 ±3.1%p).

세월호 참사로 순식간에 나락으로 떨어진 박근혜정부는 위기를 타개하기 위해 다양한 전략을 구상 중이거나 추진 중이다. 언론을 통제해 국민의 눈을 가리고 귀는 막으려는 정황이 곳곳에서 포착되고 있으며, 비판의 화살을 다른 곳으로 돌리기 위한 시도도 엿보이고 있다. 그래도 상황이 여의치 않을 경우에는 전면적 개각으로 국면을 전환한다는 카드도 만지작거리고 있는 것으로 알려진다.

세월호 관련 보도통제 논란 시끌
성난 국민 눈 가리고 귀 막기?

우선 언론통제는 <미디어오늘>이 지난 4월28일 입수해 보도한 방송통신위원회(이하 방통위) 내부문건 '세월호 관련 재난상황반 운영계획'에 잘 나타나 있다. 이 문건에 따르면 정부는 방송사 인허가 권한을 가진 방통위를 이용해 방송사를 '조정통제'하고, 모니터링을 강화해 언론사업자에게 '보도삭제'를 요구하는 방식으로 세월호 관련 보도를 통제했다.

구체적으로 방통위는 지난 4월22일 재난상황반(이하 상황반)을 구성하면서 상황반 내 방송정책국의 주요임무로 '방송사 조정통제'를 부여했다. 또 방송기반국은 '방송 오보내용'을 모니터링하고, 이용자정책국은 '인터넷 오보'를 모니터링하는 임무를 부여해 해당 언론사들을 관리했다.

특히 방통위는 정홍원 국무총리가 수장을 맡고 있는 범정부사고대책본부에도 직원을 파견해 여론을 환기하는 역할을 맡겼다. 이에 따라 정부가 방통위를 이용해 언론과 시민들의 의혹 제기를 막고, 여론을 환기하려 한 것 아니냐는 의혹이 강하게 제기되고 있다.

방송통신심의위원회(이하 방심위)도 움직였다. 이 매체가 확보한 방심위가 방통위에 보고한 '여객선 세월호 침몰사고 관련 대응 보고' 문건에는 두 기관이 언론과 시민들의 의혹제기를 강력하게 규제, 통제하는 활동을 벌이고 있는 정황이 담겨있다.

방심위가 24시간 비상근무를 실시하면서 비하, 차별성, 과도한 욕설, 유언비어 등 매체별 중점 모니터링을 실시하고 필요시 네티즌 자정 권유 및 사업자 '삭제' 신고 등의 일을 했다고 밝히고 있는 것이다.

이에 대해 방통위 측은 "사업자들에게 오보를 방지하기 위해 재난 관련 준칙을 지켜달라고 요청한 적은 있지만 방송의 독립성이 있는 만큼 보도에 관여할 수도 없고, 관여하지도 않았다"고 해명했다.

오보의 기준
자의적 해석

방통위의 해명을 그대로 받아들이더라도 '오보'를 판단하는 기준이 적절했는지는 의문이다. 오보 여부를 가리는 주체가 정부인 만큼 합리적인 문제제기도 정부의 입맛에 맞지 않으면 오보로 판정할 여지가 있기 때문이다.

실제로 경찰청이 제시한 온라인 허위사실 유포 사례에는 ▲민간 잠수부들의 수색을 막고 있다 ▲산소주입, 수색 등은 다 거짓말이다 등도 포함돼 있다. 하지만 민간 잠수부들을 중심으로 해경과 군 구조팀이 민간 잠수부들의 잠수를 막고 있다는 증언이 여러 차례 나왔고, 산소주입도 했다고 구조당국이 발표했지만 실제로는 몇 시간 동안 주입이 되지 않은 것이 드러나기도 했다.

여러 정황상 충분히 제기할 수 있는 합리적 의심도 정부의 자의적 잣대로 허위사실로 판단하며 '정부가 불러주는 말만 믿어라'는 태도를 보이고 있는 셈이다.

이에 일각에선 "정부가 본연의 임무인 실종자 구조 등 사고수습에는 무능하면서 정권을 지키는 데는 발 빠르게 움직이고 있다"는 비판의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 세월호 분향소에서 슬픔을 감추지 못하는 조문객들

조국 서울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는 자신의 트위터를 통해 "가라앉는 배 속에서 살려달라고 카카오톡을 보내는 학생들 구조에는 늑장을 부리던 자들이 분향소 수를 줄이고 언론보도를 통제하는 데는 앞장을 서고 있다"며 "희생 학생들의 영정 앞에서 눈물 한 방울 비치지 않던 냉혹한 자들이 그 냉혹함으로 국면전환을 준비하고 있다"고 비판했다.

<뉴스타파> 최승호 PD는 "유신, 5공 시대를 연상시키는 보도통제 시스템이 드러났다"며 "방통위를 이렇게 노골적으로 범정부대책반의 하수인으로 내세운 것은 언론에 대한 의식이 유신시대에 멈춰있는 박근혜정부가 아니면 상상하기 어려운 일"이라고 꼬집었다.

정부부처가 '언론 물타기'를 시도한 정황도 있다. 해양수산부가 지난 4월24일 공개한 위기대응 매뉴얼에 대형 선박사고 발생 시 '충격 상쇄용 아이템'을 발굴하라는 언론대응 지침이 포함된 것. 비판여론이 거세지자 해수부는 이날 오후 해당 부분을 삭제했지만 해수부 매뉴얼이 정부부처가 따라야 할 대통령 훈령 제286호에 근거로 작성된 것인 만큼 비공개 상태인 다른 부처 위기 대응 매뉴얼에도 같은 내용이 담겼을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

해수부 관계자는 "좋은 쪽으로 현장에서 고생하는 구조 활동 등을 많이 발굴해서 본질과 달리 부정적인 것을 보도하는 것을 막아보자는 의도일 뿐"이라고 해명했지만, 국민들의 비난을 피하기 위한 수단이 아니었냐는 지적을 피하기 어려워 보인다.

이슈분산 시도, 전면개각도 검토
구조는 '무능', 정권수호는 '발군'

실제로 세월호 침몰 사고에 쏠린 언론과 여론을 분산시키려는 다른 정부부처의 의심스러운 행보도 있었다. 국방부 김민석 대변인은 지난 4월22일 "북한이 큰 것 한 방을 준비하고 있다"는 첩보내용을 공개하며 북한의 4차 핵실험 임박설을 공개했다. 여기에 발맞춰 다음날 박 대통령이 중국 시진핑 국가주석에게 전화를 걸어 이 문제를 논의하는 등 비상상황임을 알리기도 했다.

하지만 미 국무부는 북한 핵실험 임박설에 대한 우리 국방부의 발표내용을 확인해주지 않았고, 북한의 입장을 대변해온 재일본조선인총연합회 기관지 <조선신보>는 국방부의 북한 4차 핵실험 가능성 거론에 대해 "세월호 참사에 관한 여론을 바꾸려는 술책"이라고 비난했다.

이와 관련해 한 시사평론가는 "정부가 북한의 핵실험이라는 정보를 느닷없이 공개한 것은 세월호 참사에 대한 국내의 비난여론을 다른 곳으로 돌리려는 의도도 있지만, 외신들의 비판여론을 북한으로 돌리기 위한 의도도 포함된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전면적 개각
카드 만지작

정부의 다양한 시도에도 좀처럼 수그러들지 않는 비판여론에 정부가 전면개각을 준비 중이라는 얘기도 흘러나오고 있다. 지난 4월27일 정홍원 총리의 전격적인 사의 표명으로 정부 책임론을 무마하려 했지만, 오히려 실종자 구조가 끝나지 않은 상황에서 나온 무책임한 결정이라는 역풍을 맞았다.

새누리당 관계자는 "국민적 분노가 극에 달한 상황에서 국면을 전환하기 위해선 개각이 필요하다"며 "이대로 목전에 다가온 지방선거를 치를 경우 결과가 뻔하다"고 말했다.

이러한 기류 속에서 정치권에선 구체적 개각시기가 지방선거 후보자 등록일(5월15~16일)과 선거운동 개시일(5월22일) 사이가 될 것 이라는 전망이 나온다. 이때쯤이면 세월호 침몰 사고 수습도 어느 정도 이뤄진 후일 것이고, 신임 장관 후보자들에 대한 인사청문회도 지방선거 이후에 열 수 있기 때문이다.

이와 함께 지방선거에서 패배할 경우에는 청와대 비서진도 개편을 할 필요가 있다는 얘기도 나오고 있다. 새누리당 핵심 관계자는 "정부가 지방선거 이후 국가개조 차원의 개혁 드라이브를 강하게 걸 것이 확실시되기 때문에 청와대부터 인적쇄신을 한다는 긴장감을 공직사회 전반에 불어넣어 줄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비난의 화살
선사로 돌리기?

세월호의 선사인 청해진 해운과 실소유주인 유병언 전 세모그룹 회장 일가, 그리고 가장 먼저 배를 탈출해 국민적 공분을 사고 있는 이모 선장 이하 승무원들에게 비난을 화살을 집중시키려는 움직임도 감지된다.

박 대통령은 수사가 진행 중인 이 선장을 향해 '살인자'라는 표현을 썼고, 해양경찰의 편집된 교신기록과 구조 당시 영상 공개 등에도 승무원들의 책임을 부각시키려는 의도가 엿보인다.

물론 선사와 승무원의 잘못된 행위가 확인된다면 합당한 처벌이 필요하다. 그러나 늑장 대처, 부처 간 혼선 등으로 구조에는 무능했던 정부가 이들에 대한 수사만큼은 유독 빠르게 진행하고 있는 모습에 정부의 다른 의도를 의심하는 의혹의 시선이 커지고 있다.

 

<carpediem@ilyosis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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