②2006년 전주 여대생 실종사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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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풀리지 않는 미제사건> ②2006년 전주 여대생 실종사건

일요시사 0 3409 0 0













종강파티 후 홀연히 사라진 그녀 "어디에?"

[일요시사=사회팀] 이광호 기자 = 끊이지 않는 잔혹범죄에 경찰과 검찰 등 수사기관이 각고의 노력을 펼치고 있지만, 전체 사건 중 미제사건이 차지하는 비율은 10% 초반으로 유지되거나 오히려 늘고 있다. 미제사건 피해자 가족들은 여전히 지옥 같은 고통을 느낀다. <일요시사>는 서서히 잊혀 진 미스터리 사건들을 다시 재조명 해본다. 그 두 번째 이야기는 ‘전주 여대생 실종사건’이다.

  
 
2006년 6월5일, 전북대학교 수의학과 4학년에 재학 중이던 이윤희(당시 29세)씨는 강의를 마치고 전북 전주시 덕진구 덕진동의 한 호프집에서 강의 종료를 기념하는 종강총회에 참석했다. 그리고 다음 날 새벽녘 학과 동기인 김씨가 배웅하는 가운데 자신이 자취하는 금암동 원룸으로 귀가한 뒤 다시는 나타나지 않았다.

원룸엔 애완견만
 
다음 날인 6월7일, 실종 당일에 이씨를 배웅했던 김씨는 이씨의 원룸을 방문했으나 개짖는 소리만 들릴뿐 인기척은 없었다. 실종 이틀 후인 8일, 평소 강의 출석을 칼같이 지킨 이씨가 출석을 하지 않고 연락이 두절되자 이를 수상히 여긴 학과 동기들이 이씨의 원룸을 찾지만 현관 문은 굳게 닫힌 채 미동조차 하지 않았고 초인종을 아무리 눌러도 안에서는 그 어떤 반응도 나오지 않았다.
 
이씨의 동기들은 곧 경찰과 119를 불렀고 현관문을 강제로 뜯게 됐다. 문을 열고 들어서자 내부에는 이씨가 평소 예뻐했던 애완견이 꼬리를 흔들 뿐이었다. 애완견들이 집안을 마구 휘저은 탓에 방은 아수라장이 된 상태였다. 이때 학과 동기들이 방을 깨끗하게 청소하기에 이른다. 문제는 이씨의 방이 너무 깔끔해진 탓에 경찰은 초기증거를 제대로 확보할 수 없었다.
 
이후 경찰은 자택 수사도중 이씨의 인터넷 사용기록을 발견한다. 경찰 확인 결과 이씨는 6일 새벽 2시59분경부터 1시간 정도 포털사이트를 이용했다. 그녀가 검색한 단어는 ‘112’ ‘성추행’ 등이었다. 또한 한 포털 사이트에서 성추행과 관련된 내용을 검색하기도 했다. 그리고 컴퓨터 전원은 4시21분에 꺼졌다. 그런데 이씨는 평소 컴퓨터를 한 번 켜놓으면 잘 끄지 않았었다고 전해진다. 즉 누군가에 의해서 수동으로 전원이 꺼졌을 가능성에 무게가 실린다.
 
꽃다운 나이에 실종된 수의대생 
벌써 8년째 여전히 행방묘연 
 
경찰은 이씨 실종신고 즉시 위치추적을 시도하려 했지만, 이씨의 휴대폰은 사건이 일어나기 수일 전인 6월2일에 이미 가방을 날치기 당해 휴대폰과 신분증 등을 잃어버린 상태였다. 위치추적과 연락은 애초에 불가능한 상황이었다. 그러나 6월10일, 이씨의 계정으로 음악 사이트를 접속하고, 이메일을 확인한 흔적이 확인됐다. 추적해본 결과 접속 장소는 서울 여의도의 한 호텔이었다. 이에 경찰은 이 호텔의 CCTV를 판독해봤으나 용의자로 의심되는 자는 발견하지 못했다. 그리고 이씨는 아직도 행방불명 상태다.
 
이 사건에 대한 의문점은 크게 여섯 가지가 있다.
 
첫째, 방에 있던 찻상과 망치가 사라졌다. 학과 동기들과 경찰이 집안에 가장 먼저 들어갔을 때, 방은 난잡해져 있었으나 없어진 물건은 단 두 가지뿐이었다. 방에 늘 놓아두던 찻상과 공구상자 안에 있던 망치 하나. 찻상은 며칠 뒤 건물 앞 쓰레기더미에서 한쪽 다리만 정교히 잘려나간 채 버려져 있었고, ‘망치’는 끝내 찾지 못했다.
 
둘째, 입었던 옷과 신발이 사라졌다. 이씨는 사건 추정일 전인 2006년 5월30일 경부터 6월2일, 아버지의 생일잔치 및 둘째 언니를 만나기 위해 경기도 남양주로 올라왔고 31일 경복궁에 놀러갔다. 당시 입었던 옷은 사건 발생일인 6일에도 입었던 옷이었다. 그런데 사건 발생 후 이 옷과 신발이 사라진 것으로 보아 이씨는 원룸에 들어와서 옷을 갈아입지 않은 상태에서 실종됐거나 실종 사실이 확인된 8일 오전 이전에 동일한 옷을 입고 실종됐을 가능성이 있다.
 
셋째, 떨어진 꽃다발. 경찰과 이씨의 학과 동기들이 현관 번호키를 부수고 들어갔을 때, 이씨의 방에는 보기 좋게 잘 건조된 마른 꽃다발이 떨어져 있었다. 이씨는 선물 받은 꽃다발을 버리지 않고 벽에 걸어 둔 것으로 추정된다. 그런데 왜 하필 사건이 발생한 시기에 떨어져 있었던 것일까.
 
넷째, 이씨의 베란다에서 담배꽁초가 발견됐다. 이씨는 평소 담배를 피우지 않았다. 이 담배꽁초는 결정적 증거가 될 수 있었으나 학과 동기들이 청소 과정 중 버렸다.
 
다섯째, 이씨의 원룸 앞 다른 원룸에서 수상한 흔적이 발견됐다. 경찰이 이씨의 원룸 인근을 수색한 결과 이씨의 원룸 앞 다른 원룸의 존재가 드러났다. 여기서는 이씨의 원룸 내부까지 훤히 들여다 보였다. 경찰은 이 원룸을 수색하던 중 누군가가 머무르다 간 흔적을 발견했다. 빈 담배갑과 휴지가 남아 있었던 것이다. 다만 앞서의 담배 꽁초와의 연관성은 알 수 없다.
 
단서 포착됐지만
입증 어려워 미궁
 
여섯째, 이씨의 가방에서 동물용 마취제와 주사기가 발견됐다. 이씨가 그날 종강총회에 들고온 가방을 경찰이 열어보니 동물용 마취제와 주사기가 발견되었고 사용한 흔적도 확인됐다. 이 동물융 마취제는 마약류로 지정된 약물로 개인이 함부로 소지할 수는 없지만 이씨가 수의학과 학생이었기 때문에 별다른 의심은 받지 않았다. 그러나 굳이 종강총회에 동물용 마취제와 주사기를 가져온 이유는 무엇이었을까.
 
실종된 이씨의 가족과 친구들은 수많은 의문들을 제기했다. 그러다 한 사람을 가리켰다. 이씨를 아는 모든 사람이 한결같이 지목했던 유력 용의자 K군은 ‘실종자를 마지막으로 바래다 준 사람’ ‘실종자에게 스토킹에 가까울 정도로 집착했던 사람’ ‘실종자의 방을 철저하게 청소하는 데 솔선수범해 증거를 모두 인멸한 사람’ ‘유일하게 최면수사를 거부했던 사람’이었다. 그리고 2007년 2월26일, K군의 미니홈피 방명록에 한 친구가 익명으로 글을 남긴다. “○○야 이제 자수해라…”.
 
용의자 K군을 조사한 결과 ‘혐의없음’. 현재 그는 한 동물병원의 원장으로 평범한 삶을 살고 있다고 알려진다. 아무리 찾아도 나오지 않는 증거에 수사는 시들해진 상태다. 도대체 이씨는 어디에, 아니 어떻게 된 걸까.

납치? 살해? 자작?
 
수의사라는 푸른 꿈을 품고 서울에서 전북으로 내려온 여대생 이씨. 그녀는 2006년 6월6일을 마지막으로 자신의 흔적을 남기지 못했다. 결국 그녀가 죽어가며 남겼을지도 모르는 마지막 비명은 세상에서 사라졌다. 사건 발생 시점부터 각종 제보가 끊이지 않았고 사회 각지의 뜨거운 관심을 받았지만, 그리 오래가지는 않았다.
 
만 8년이 지난 지금, 이씨는 사람들의 기억 속에서 잊혀졌고 소수의 관련자들만이 그녀를 잊지 않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 이씨는 실종 후 단 한 번도 인터넷 계정에 접속하지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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