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람 몸을 그리는 시각예술가 이동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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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트&아트인> 사람 몸을 그리는 시각예술가 이동엽

일요시사 0 3224 0 0


“콤플렉스 드러내야 울림이 있죠”

[일요시사=사회팀] 강현석 기자 = 인체는 오랫동안 예술가들의 중요 탐구 주제였다. 많은 예술가는 ‘인간의 몸’을 내면화(자화상)하거나 타자화(초상화)하는 방법으로 인체에 깃든 영혼을 표현했다. 이동엽 시각예술가도 마찬가지다. 그는 인체를 주제로 한 연작들을 선보이며 자신의 섬세한 영혼을 드러냈다. 이 작가의 작품은 완벽한 인체에 대한 작가 자신의 욕망과 완벽에 가까운 미적 균형이 집약된 결과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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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동엽 작가의 첫 작업은 설치미술이었다. 오브제를 중심으로 회화를 밀도 있게 배치해 강렬하지만 짙은 페이소스를 담았다. 자신의 신체적 콤플렉스를 숨기지 않고 드러낸 작품들은 언제 봐도 큰 울림이 있다. 

인체를 묘사
 
사실 ‘내 오른다리’라는 첫 번째 전시는 언론의 조명도 많이 받았다. 그러나 이 작가는 만족하지 않았다. 영국으로 유학을 떠난 것은 결과적으로 이 작가에게 득이 됐다. 유학을 기점으로 이 작가는 활동의 무게를 설치에서 페인팅(회화)으로 옮기고 본인의 주제의식을 더욱 구체화했다. 
 
“설치 작업을 그만둔 것은 아니에요. 하지만 아무래도 작업공간이 한정적이라는 고민이 있었어요. 그에 반해 평면 작업, 즉 페인팅은 제약이 덜하고 다양한 미적 시도가 가능했죠. 과거 작품을 보시면 알겠지만 작업 스타일이 많이 바뀌었어요. 뭐랄까요. 드로잉 과정에서 거칠었던 터치가 세밀하게 바뀌었고, 모노톤으로 절제했던 컬러도 이전보다는 많이 쓰는 편이죠.”
 
이 작가의 작업은 생물학적인 관점에서 출발한다. 고등학교 내내 이과 과정을 공부한 그는 인체 단위를 세포로 쪼개 조합하거나 변형하는 방법으로 그 어디서도 본 적 없는 ‘유기체’를 구현한다. 뼈와 피를 포함한 인체를 이루고 있는 각 기관들은 이 작가의 작품 안에서 무한히 분열하고 또 확장한다. 일종의 돌연변이라고 볼 수 있는데 이 작가는 이것이 ‘의식의 흐름’이라고 했다. 
 
생물학 관점으로 인체 그려…뼈와 피 재구성
꼼꼼한 묘사 특징…시각적 아름다움 극대화
 
“각 신경 조직체가 분해됐다가 다시 하나의 유기체로 변화하는 과정인데요. 먹과 잉크를 활용해서 캔버스에 그림을 그리고 있어요. 제 작업이 시각적으로 독특하다보니 미디어를 활용한 영상작업으로 풀어낸 경우도 있었는데요. 그때 보신 분들 중에선 ‘이 작업으로 도대체 뭘 보여주려 하느냐’고 묻는 일도 있었어요."
 
"당시만 해도 추상적인 형태였는데 지금은 그래도 어느 정도 형태를 갖춘 생물의 형상을 하고 있죠. 제 조형의 기본단위는 뼈입니다. 저는 세일이라고 부르는데요. 각 세일들이 주변 세일과 네트워킹을 통해 끝없이 확장되는 모습을 표현하고 있어요.”
 
이 작가는 작가 본인이 자신의 작업에 책임질 수 있어야 한다고 생각한다. 작가 스스로가 그림을 그려놓고 무엇을 그렸는지 설명을 못한다면 안 된다는 것이다. 영국으로 유학을 갔던 것도 그 때문이다. 한국으로 돌아온 이 작가는 마침내 결론을 내렸다.
 
“이동엽이라는 사람이 누구인지부터 출발해야 한다”는 확고불변한 뿌리였다. 어찌 보면 이 작가의 그림은 인간 이동엽의 몸을 소재로 그리는 자화상이다. 작품 안에 등장하는 형형색색의 곡선은 그의 심리 기저에 자리한 복합적인 감정을 암시한다. 뿐만 아니라 작은 선 하나도 허투루 쓰지 않는 꼼꼼함과 완벽에 가까운 미적 균형은 이 작가의 치열한 삶을 대변한다. 
 
“그림을 그만둘까도 했었어요. 더 그려야 하나. 이런 생각도 많았고. 그런데 그때마다 이상하게 전시를 하자고 연락이 왔어요. 그렇게 10년이 지났고. 지금은 또 하반기에 있을 기획전을 준비하고 있습니다. 어떤 분들은 제 작업이 패션 쪽과 잘 매치가 될 거라고 보시나 봐요. 혹은 영상 쪽과 접목하면 더 큰 시너지를 낼 거라고 조언도 해주시고요. 콜라보 기회가 생긴다면 감사하고. 어떤 형태로든 보다 많은 사람들이 미술작품을 제대로 감상할 수 있는 환경이 조성됐으면 해요.”

봐줘야 그림
 
이 작가는 자신의 전공을 살려 미술교육과 관련된 일을 해보고 싶다고 밝혔다. 사람들이 그림을 보는 것만이 아니라 그릴 수 있는 여건을 만들어 가는 게 자신이 해야 할 일이라고 믿었다. 이 작가의 열정 가득한 마음이 그의 그림처럼 많은 사람들에게 확산되길 바래본다. 
 
 

 
[이동엽 작가는?]
 
▲고려대 사범대학 미술교육과 졸업·미술교육 석사  
▲University of the Arts London, Chelsea College of Art and Design
▲내 오른다리(조형갤러리·2000), Organic Drawing(갤러리 쿤스트독·2012) 등 개인전 10회
▲광주비엔날레 특별전 인간의 숲, 회화의 숲(광주비엔날레·2000), Sweet Fourtune(롯데호텔갤러리·2013)
▲저술 <그림으로 말하는 아이>(3인 공저·2010 문화체육관광부 우수교양도서)
▲전 고려대학교 조형학부 강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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