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도 너무한' 르노삼성차 ‘협력사 후리기’ 고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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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독> '해도 너무한' 르노삼성차 ‘협력사 후리기’ 고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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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0억 팔아줬는데 VIP커녕 머슴 취급


[일요시사=경제팀] 이창근 기자 = 특정 자동차영업소에 2000만원을 호가하는 차량을 매년 50대 이상 6년 동안 60억원이 넘는 매출을 올려준 거래처가 있다면 어떤 대접을 받을까. 일반적인 상식으론 해당 거래처는 사업소로부터 극진한 대접과 관리를 받을 것으로 예상하기 십상이다. 그러나 그 사례가 르노삼성차 사업소라면 전혀 얘기가 다르다. VIP 대접은커녕 채무자, 머슴, 심지어 아무 때나 빼먹는 곶감 취급을 당하기 일쑤다. 이에 반항하면 사업소로부터 곧바로 응징을 당한다. 르노삼성차에서 벌어지고 있는 도를 넘는 갑질 행태를 들여다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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르노삼성차 산하에 있는 전국의 사업소는 총 13개. 각 사업소마다 소위 ‘보증대차’에 대한 협력업체를 선정하면서 정상적인 협력계약 외에 차량출고를 전제한 구두계약을 체결한다. 그리고 이 구두계약을 빌미로 한 상식 이하의 영업행태, 이른바 ‘갑질’이 자행되고 있다.

출발은 윈-윈
결과는 갑질
 
‘보증대차’라는 것은 르노삼성차의 고객서비스 중 하나로 무상보증 기간 중 A/S로 인해 고객의 렌터카 수요가 생기면 이를 각 사업소가 지역 협력업체(전속 렌터카업체)의 차량을 임대해서 제공하는 서비스를 말한다. 차량 렌터비용을 르노삼성차가 부담하기 때문에 고객들의 호응이 큰 서비스다. 또한 협력업체로 지정된 렌터카 업체 입장에서는 꾸준히 발생될 것으로 기대되는 단기렌탈 매출이 매력적이다.  
 
물론 지역 사업소의 전속업체가 되는 데는 나름 부담도 있다. 르노삼성차를 일정량 확보해야 한다. 이는 고객에게 제공하는 보증대차 서비스 차량으로 현대차나 기아차가 아닌 르노삼성차를 제공하고 싶은 브랜드 메이커의 순수한 욕심의 발로로 해석하면 충분히 수긍할 수 있는 옵션이다. 
 
윈-윈 결합이라 할지라도 민감한 사안은 있다. 계약서에 구체적으로 명시되어 있지 않지만 ‘일정량 이상의 차량 확보’에 대한 조율 부분이다. 2009년, ‘스타스카이’라는 렌터카 업체가 르노삼성차 성수사업소와 구두 합의한 차량 대수는 65대였다.
 
또한 이 65대를 1년 이내에 성수사업소를 통해 신규로 출고하기로 했다. 확보차량을 중고차가 아닌 신규차량으로만 채워야 하는 협력업체의 부담을 덜어주고자 성수사업소는 보증대차뿐 아니라 ‘보험대차’에 대한 계약 건도 밀어주기로 했다. ‘보험대차’란 교통사고 발생으로 인하여 접수된 렌터카 수요를 가리키는 말이다. 
 
문제는 이러한 양자 간의 계약이 1년 단위로 갱신하기로 한 점을 사업소가 악용하는 관행이 생기면서 발생했다. 스타스카이가 2009년 한 해 동안 65대의 차량을 출고함으로써 계약서 및 구두로 합의한 ‘일정량의 차량을 확보’했음에도 불구하고 2010년 재계약 당시 추가로 65대의 차량출고를 요구받은 것이다. 
 
협력업체 입장에서는 기가 찰 노릇이지만 마지못해 사업소의 요구에 따라 재계약을 했다. 그리고 이것이 잘못된 관행의 시발점이 됐다. 스타스카이는 2009년부터 2014년까지 6년 동안 계약을 연장해 왔다. 그리고 매년 계약을 갱신할 때마다 신차출고를 약속하고, 이행해왔다. 이 기간 동안 출고한 차량은 324대.
 
2009년 65대, 2010년 65대, 2011년 64대, 2012년 64대, 2013년 55대, 2014년 올해는 42대의 출고를 약속하고 7월 현재까지 11대를 출고한 상태다. 차량 1대 가격을 2000만원으로 계산해보면 스타스카이가 사업소에 올려준 매출은 65억원 규모에 이른다. 
 
스타스카이 조기배 대표(49세)는 그간의 과정을 한마디로 ‘6년간의 악몽’으로 규정하고 있다. 사업소와의 구두계약을 지키기 위해 안 해본 방법이 없다는 것이다. 매출이 생기는 대로 최우선으로 차량을 출고하는 것은 물론이고 아는 회사나 주변 사람들이 차를 산다고 하면 어르고 달래서 성수사업소와 연결시켜줬다. 출고대수를 채우기 위해 1년밖에 안 된 다른 차를 중고차로 팔고 그 돈으로 다시 새 차를 주문하는 일도 다반사였다. 
 
수년간 협력업체에 악질적 갑질 논란
‘곶감 빼먹기’ 반항하면 곧바로 응징
 
이렇게 계약을 이어오는 과정에서 사업소를 통해 발생한 보증대차 및 보험대차의 매출은 월 1800만원에서 2000만원 수준. 그렇다면 스타스카이는 돈을 벌었을까? 
 
“보증대차, 보험대차 합해서 월 2000만원 매출이 나면 얼추 손익을 맞춘다. 1800만원 수준이면 손해가 난다. 차량 보험료에 파견한 직원 셋 인건비를 차감하고 나면 항상 차량할부금 낼 돈이 모자랐다. 차량할부금 비중이 너무 커서 도저히 이익을 남길 수가 없었다.” 
 
크게 남는 것도 없고 대부분 적자를 보는 전속계약을 6년이나 지속한 이유는 무엇일까? 조 대표는 그 이유를 중소기업들에 적합한 업종에 대기업이 뛰어든 결과로 규정하고 있다. 몇 해 전부터 렌터카 시장은 KT금호렌터카와 AJ렌터카 같은 대기업이 시장점유율 대부분을 잠식하면서 군소 렌터카업체의 위기감을 자극했기 때문이다. 르노삼성차 사업소와의 전속계약을 대기업 렌탈사업자에 대항하는 일종의 마지노선으로 삼았던 것이다.

대기업 몰려 
설자리 없어
 
그런데 가뜩이나 울고 싶은 조 대표의 뺨을 때려 울린 것과 다름없는 일이 생겼다. 지난 3월19일, 지난해 부임한 성수사업소장 정모씨가 조 대표를 사무실로 호출했다. 용건은 “이번 달에 세 대밖에 안 했으니 한 대만 더 출고해 달라”는 것.
 
조 대표는 정 소장의 부탁을 쉽게 들어줄 수 없었다. 그럴 여건이 안 됐다. 대기업들 틈바구니 속에서 매출이 많이 떨어졌기 때문이다. 결국 “한 대 더 뽑으라”는 정 소장과 “이번 달은 어렵다”는 조 대표 사이에 신경전이 벌어졌다. 그러던 중 정 소장 입에서 튀어나온 말이 조 대표를 격분케 했다. “내 직원 하나가 이번에 진급 케이스인데 차 한 대가 부족하다. 조 대표 때문에 직원이 진급을 못해서야 되겠는가!”
 
  
 
조 대표는 정소장의 ‘당신 탓’ 발언을 그냥 넘길 수 없었다. 추가할 필요도 없는 차량을 매년 수십대 씩 출고해 온 자신을 ‘직원 진급을 가로막는 사람’으로 대하는 처사가 참기 힘들었다. 
 
조 대표는 “그게 왜 내 탓인가, 책임을 왜 나한테 돌리는가”라고 반발했다. 그리고 조 대표의 반발에 이어진 정 소장의 발언이 6년간의 협력관계를 깨트렸다. “아, 내가 이 정도 그릇밖에 안 되는 업체와 계약을 하다니. 능력 없는 비즈니스 파트너를 만나서 이게 무슨 고생인가!”    
 
정 소장의 발언에 조 대표는 참을 수 없는 모멸감을 느꼈다. 게다가 그 자리에는 성수사업소의 직원이 배석해 있었는데 그 앞에서 “능력 없는 파트너” 운운하는 소리를 듣고 보니 피가 솟구치는 느낌이 들었던 것이다. 정 소장의 나이가 조 대표보다 다섯 살 가량 아래임을 알고 있었던 터라 모멸감은 더욱 컸다. 

버릇 고치려다 
뺨 맞고 울분
 
그날 미팅은 서로 얼굴만 붉힌 채 끝이 났지만 조 대표의 마음에는 깊은 상처가 남았다. 이후 조 대표는 4월부터 6월까지 3개월 동안 차량 출고를 하지 않았다. 그 배경에는 그동안 확보한 차량만으로도 계약서에 명기된 ‘서비스에 필요한 차량의 확보’ 조건은 만족되었다는 판단이 있었다. 또 구두약속인 42대의 출고 부분은 1년 안에 이행하면 되는 것이어서 하반기에나 감당하겠다는 계산도 있었다. 
 
그러나 조 대표의 행동에는 자신이 ‘을’이라는 자각이 부족했다. 7월에 접어들자마자 성수사업소로부터 ‘더 이상 계약을 지속할 수 없으니 사업소에 있는 차량과 인력을 철수시키라’는 통보를 받은 것이다. 이에 조 대표는 직접 정 소장을 찾아가 “계약기간도 남아 있고, 남은 기간 동안 출고목표를 채우겠다”며 읍소를 했다.
 
계약이 파기되면 사업소에 파견한 직원 셋을 해고해야 하고, 사업소에 주차된 20여 대의 차량의 주차공간도 마련해야 하는 등 현실적인 문제가 뒤따랐기 때문이다. 그러나 성수사업소의 대답은 “이미 다른 업체와 계약됐다”는 것. “차량 처분이나 대체할 주차 공간을 마련할 시간적 여유를 달라”는 부탁 역시 수용되지 않았다. 
 
조 대표가 <일요시사>에 자신의 사연을 호소한 것도 이 시점이다. 조 대표는 2009년부터 최근까지 3백대 이상 르노삼성차를 출고해온 협력업체에 대한 사업소의 처사가 너무 가혹하다는 입장이다. 또한 사업소가 협력업체에게 ‘파트너’가 아닌 ‘채무자’나 ‘부하직원’처럼 취급하는 태도에 대해서도 할 말이 많았다. 지난 6년 동안 사업소로부터 받은 무수한 설움도 털어놓았다. 
 
추가 출고 압박 영업소장 핀잔에 반박하다 보복
계약서에 독소조항 집어넣고 입맛대로 좌지우지
 
“왜 내가 능력 없는 파트너입니까? 더 이상 추가할 필요도 없는 차를 매년 수십 대씩, 6년 동안 300대가 넘도록 차를 뽑아줬으면 VIP 아닌가요. VIP 대접해달라는 게 아닙니다. 최소한 협력업체로는 대해줘야지 마치 채무자나 부하직원 다루듯 해서야 되겠습니까?”  
 
문제의 발단이 된 성수사업소 정 소장은 조 대표가 제기한 문제에 대해 인터뷰를 회피했다. 그러면서 “조 대표와 대화에서 폭언이나 욕설은 없었다. 스타스카이가 출고를 안 한 상태에서도 3개월간 보증대차 계약을 받아갔다. 그 동안 주차비도 안 냈다”면서 오히려 조 대표를 비난했다.
 
취재를 시작하면서 알게 된 첫 번째 사실은 르노삼성차 사업소와 협력업체의 갈등이 비단 성수사업소에서만 일어나는 일이 아니라는 점이다. 르노삼성차의 전국 사업소마다 비슷한 형태의 갈등이 진행되고 있었다. 
 
수도권의 한 협력업체 대표는 “르노삼성차 악랄한 것은 어제 오늘 일이 아니다”고 말문을 열었다. 그러고는 “업체마다 나름의 사정이 있기 때문에 차량출고 시점과 수량을 조절하면서 약속한 출고대수를 맞춰나가려는데 이게 사업소 맘대로다. 무슨 상호협력이 이 모양인가. ‘갑질’ 그 이상도 이하도 아니다”고 단언했다.

말로만 상생 
실상은 쪼기
 
일부 지역에서는 사업소가 인근 렌터카업체를 모아놓고 “몇 대를 출고할지를 써내라. 많이 써낸 곳과 계약을 하겠다”는 방식으로 업체를 선정하고 있음을 확인해 줬다. 사업소가 르노삼성차로 보증대차를 원활히 제공할 수 있는지를 판단하는 것이 아니라 앞으로 몇 대를 출고할 것이냐를 기준으로 업체를 선정하고 있다는 것이다. 
 
조 대표를 비롯한 전·현직 협력업체 대표들은 “르노삼성차가 협력업체들 등쳐서 매출을 올리는 마케팅을 하고 있다”며 입을 모으고 있다. 계약 당시에는 ‘르노삼성차 A/S로 제공하는 렌터카를 다른 브랜드 차량으로 제공할 수 없지 않겠느냐’는 것을 명분으로 삼지만 결국은 차량출고가 목적이라는 것이다. 
 
과연 르노삼성차 본사는 전국 사업소에서 보증대차를 빌미로 한 갈등이 조장되고 있음을 알고 있을까. 이에 대해 홍보실 관계자는 “개별 영업소가 해당지역의 렌터카업체들 중 한 두 곳을 선정해서 보증대차나 보험대차 계약을 밀어주는 것으로 알고 있다”며 전속계약의 실체는 인정했다. 그러나 매년 추가출고가 강제되고 있다는 점에 대해서는 부인했다. 그러면서 “랜터카 일감을 몰아주는 것에 대한 보답 차원에서 업체가 알아서 출고하고 있는 것으로 안다”고 덧붙였다. 
 
차량출고에 대해 구두계약을 하는 이유에 대해서는 “일감을 얼마나 밀어줄지 알 수 없기 때문에 계약서를 작성하지 못하고 구두계약을 하는 것”이라고 답했다. 구두계약한 출고대수 때문에 협력업체가 힘들어 한다는 점에 대해서도 “출고대수는 업체가 자발적으로 약속한 것이기 때문에 별 문제가 없다”는 입장이다.   
한편, 성수사업소가 계약기간이 남아 있음에도 불구하고 일방적으로 협력업체에게 계약파기를 통보한 것이 잘못된 것이 아니냐는 시각에 대해서도 본사는 별문제가 아니라는 입장이다. “해당 업체가 4월부터 3개월 간 차량 출고가 없기 때문에 신뢰할 수 없는 업체로 판단하여 계약을 해지한 것으로 보고받았다”는 것이다. 남은 기간에 약속한 출고대수를 채우면 되지 않느냐는 주장에도 ‘신뢰할 수 없는 업체’이기 때문에 어쩔 수 없다는 입장을 고수했다. 성수사업소장에게 물어도 같은 답변이 돌아왔다.
 
본사와 사업소가 한 목소리로 ‘신뢰할 수 없는 업체로 판단했음’을 강조하는 것에 대한 의구심에 다시 계약서를 살펴보니 그 안에 답이 있었다. 사업소와 협력업체가 체결한 계약서 제11조 ‘계약의 해제 또는 해지’ 요건을 보면 6번째 조항에 ‘갑의 입장에서 을의 신뢰도가 떨어졌다고 판단하는 경우’라고 명시되어 있다.
 
어떤 때 신뢰도가 떨어졌다고 보는지에 대한 기준조차 없다. 을의 소명 기회에 대한 언급도 없고, 그저 갑이 보기에 을의 신뢰도가 떨어졌다고 판단하면 언제든지 계약을 해지할 수 있도록 작성된 것이다.
 
이러한 독소조항은 대리점 주를 자살로 내몬 남양유업의 계약서와 비견할 때 전혀 뒤쳐지지 않는 수준이다. 갑의 지위를 이용해 을의 의사결정을 제한하는 것을 ‘갑질’이라고 볼 때 이 계약서는 그 대표적인 사례로 내놓아도 손색이 없을 정도다. 이 조항을 배경으로 사업소장에게 협력업체는 어느 때나 필요할 때 빼먹을 수 있는 ‘곶감(?)’이 됐다.
 
협력업체의 자금사정이나 계획보다 사업소의 필요와 의지에 따라 출고차량의 수량과 시점이 결정되는 불합리가 자행되는 것이다. 무엇보다 계약을 갱신하려면 새로 출고약속을 하라는 형태는 문제소지가 많다. 이미 인프라를 갖춘 업체를 상대로 요구할 사안이 아닌 것이다. 이 같은 지적에도 불구하고 르노삼성차는 전혀 개선의 의지를 내놓지 않고 있다. 

삼자대면 제의
나중엔 모르쇠
 
현대차나 기아차 영업소에는 없는 형태라는 지적에도 “다른 회사 일은 언급할 필요가 없고, 영업소에서 시행하는 것까지 이래라 저래라 할 수 없다”는 답변이다. 비난을 받더라도 협력업체들로부터 발생할 매출은 포기 할 수 없다는 입장으로 보인다. 
 
협력업체 대표가 사업소장으로부터 모멸감을 주는 발언을 들었다는 부분에 대해서는 본사와 사업소장 모두 민감하게 반응했다. “삼자대면을 하자”는 말을 먼저 꺼낸 것이 르노삼성차 측이다. 이 제의에 조 대표도 기꺼이 찬성을 했다. 그러나 일정을 잡아달라는 본지의 제안에 홍보실 관계자도 성수사업소장도 아무런 대답이 없다. 거듭 재촉해도 마찬가지였다. 6년 동안 멀쩡한 차 팔고, 주변에 아쉬운 소리해가며 르노삼성차 영업해 준 조 대표 입장만 우스운 꼴이 되고 있다. 
 
현재 조 대표는 계약파기의 후폭풍을 잠재우기 위해 뛰어다니고 있다. 직원 셋을 해고하기보다 다른 매출처를 찾는 쪽으로 움직이고 있다. 성수사업소에 있는 차량 20대를 주차공간도 찾아야 하고, 보유하고 있는 르노삼성차 80대도 처분하려면 하루해가 짧다. 한 여름 뙤약볕 아래 땀을 훔치며 뛰어다니는 조기배 대표 등 뒤로 이 시대를 살아가는 ‘을’의 그림자가 모질도록 짙고 어둡다. 
 
 
<manchoice@ilyosis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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