⑧2004년 들쥐 사체 훼손사건

한국뉴스


 

<풀리지 않은 미제사건> ⑧2004년 들쥐 사체 훼손사건

일요시사 0 4557 0 0
▲ 노양이 내렸던 정류장 <사진=네이버 로드뷰>













야산서 갈기갈기 찢긴 여대생 시신

[일요시사=사회팀] 이광호 기자 = 끊이지 않는 잔혹범죄에 경찰과 검찰 등 수사기관이 각고의 노력을 펼치고 있지만, 전체 사건 중 미제사건이 차지하는 비율은 10% 초반으로 유지되거나 오히려 늘고 있다. 미제사건 피해자 가족들은 여전히 지옥 같은 고통을 느낀다. <일요시사>는 서서히 잊혀진 미스터리 사건들을 재조명 해본다. 그 여덟 번째 이야기는 ‘들쥐 사체 훼손사건’이다.

 icon_p.gif 
2004년 10월27일, 경기도 화성시 봉담읍에 거주하던 여대생 노양은 대학 중간고사를 마치고 평소 즐겨했던 수영강습을 받기 위해 화성복지관 수영센터로 향했다. 그리고 이날 오후 8시25분, 노양은 수영센터를 나와 화성복지관정류장에서 경진여객 소속 34번 버스에 탑승했고 동시에 가족에게 귀가를 알리는 문자메시지를 보냈다. 

흩뿌려진 유류품
 
버스를 탄 지 10분이 지났을까. 노양은 수원대학교 정류장을 지나고 봉담읍 와우리공단에서 하차했다. 딸이 일찍 도착할 것으로 예상한 노양의 어머니는 9시10분, 딸에게 전화를 걸었지만 전원이 끊긴 상태였다. 그리고 오후 11시, 노양의 실종신고가 접수됐고 새벽까지 수사했으나 딸의 흔적을 발견할 수 없었다. 어머니는 포기하지 않고 계속 전화를 건 끝에 이튿날 오전 7시30분, 통화에 성공한다. 문제는 딸이 아닌 딸의 휴대전화를 주운 신문배달원이었던 것.
 
당시 신문배달원은 협성대 근처 커피자판기 근처에서 노양의 휴대폰을 주웠다. 노양 집에서 수영장과 반대방향으로 4.2km 거리인 협성대학교 인근에서 발견된 것이다. 경찰이 이를 수상히 여기고 수사에 착수한 결과, 노양의 집 방향으로 향하는 편도 1차로 67번 시도 오른편에서 200~500m 간격으로 흩뿌려진 가디건과 티셔츠, 청바지, 브래지어, 운동화 등 노양의 것으로 추정되는 유류품을 발견할 수 있었다.
 
수영 강습 받고 홀연히 사라져
전과 4범이 휴대폰 발견해 전화
 
같은 달 30일, 노양 집에서 2km 가량 떨어진 정남면 보통리저수지 둑에서 노양의 것으로 추정되는 속옷과 반팔 티셔츠, 화장품, 가방 등이 무더기로 발견됐다. 다음 날 31일에는 인근 도로에서 수영복과 수영모자, 물안경, 쇼핑백 등이 발견됐다. 확인결과, 발견된 유류품은 실종된 노양의 물건이 맞았다.
 
노양의 유류품에서 음지와 나무그늘에서 군락형태로 자라는 주름조개풀 열매가 발견되면서 경찰은 야산을 집중수색했다. 군경은 매일 600~700명의 병력과 군견을 동원했다. 뿐만 아니라 잠수부 30명이 보통리저수지를 수중수색했다. 원활한 수색을 위해 보통리저수지 물을 빼기도 했다.
 
각고의 노력에도 수사에 진척이 없자 경찰은 버스에서 함께 하차한 여대생과 버스 운전사를 상대로 최면수사를 벌이기도 했지만 기대했던 성과를 이루지는 못했다. 노양의 유류품 옷가지에서 정액과 혈흔 일부, 모발이 발견돼 수원, 화성, 평택, 안성, 안산 등 화성 인접지역의 성폭력범죄 전과자 2000여명을 상대로 수사를 벌이며 우범자 300여명에 대해서도 행적수사를 벌였지만 수사를 푸는 직접적인 열쇠가 되진 못했다.
 
이후 경찰은 노양의 휴대전화 발견시간대 사건현장주변 기지국을 이용한 휴대전화 18만909건을 발췌해 통신수사를 벌이면서 장기수사를 피할 수 없었다.
 
사건발생 47일후 시체 발견
짐승이 갉아먹은 뼈만 남아
 
사건발생 46일만인 12월12일, 화성시 정남면 보통1리 태봉산에서 동네 주민들에 의해 반 백골 상태의 유골이 발견됐다. 발견 당시 시체 주변엔 뼈를 갉아먹는 들쥐들로 가득했다. 확인 결과 키는 171.5cm, 35cm의 긴머리, 골반은 여성이었다. 노양의 과거 치과치료 기록을 본 결과 유골의 치아가 일치했다. 
 
대학생 노양은 실종 47일만에 싸늘한 주검으로 돌아왔고, 경찰은 여전히 용의자에 대한 어떠한 정보도 파악하지 못한 채 사건이 발생한지 10년이 지난 2014년 현재, ‘화성 여대생 살인사건’은 아직도 미제사건으로 남아있다.

주검이 된 딸
 
이 사건은 화성 연쇄살인사건이 발생했던 화성시 일대에서 20대 여대생이 실종되고 유류품이 길가에서 발견된 점 때문에 언론에 부각되며 세간에 알려졌다. 그러나 사건의 본질적인 면에서도 유류품이 길가에 일정한 간격을 두고 발견되고 한달째 실종자의 생사여부 조차 확인되지 않는 등 여러가지 의문점을 던지고 있다.
 
그중에서도 가장 큰 의문점은 유류품이 발견된 상태다. 휴대폰은 한 식당 앞 자판기 앞에서 발견됐고, 이곳에서 1.6km 떨어진 도로 옆 수로에서 반팔티셔츠와 점퍼가 물에 젖은 채 발견됐다. 청바지는 200m 떨어진 도로 옆 수로 시멘트 경계석에서, 브래지어는 청바지 발견지점에서 800m 떨어진 도로변 풀밭에서, 운동화는 같은 방향 도로에서 200~500m 간격으로 발견됐다.
 
일반적으로 납치살해 범죄의 경우 유류품을 한데 모아 버리거나 매장하는 행태를 보이지만 이 사건은 유류품 처리가 특이했기 때문에 경찰 내주에서도 해석이 분분했다. 경찰은 공개수배로 대대적인 수색을 펼치며 자신감을 보였지만 끝내 범인을 붙잡지 못했다. 이 사건의 공소시효 종료일은 2019년 10월27일이다.
 
<khlee@ilyosisa.co.kr>

0 Comments
광고 Space available
Facebook Twitter GooglePlus KakaoStory KakaoTalk NaverBan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