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류품에 답?' 유병언 사체, 인근 노숙자 가능성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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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류품에 답?' 유병언 사체, 인근 노숙자 가능성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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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브리핑하는 우형호 순천경찰서장 <사진=뉴시스>













  


40여일간 지문감식 못하다가 DNA결과 나오자 한시간만에 '동일인물'

[일요시사=사회2팀] 박 일 기자 = '유류품에 답?' 유병언 사체, 인근 노숙자 가능성도

스쿠알렌 빈병, 육포 2봉지, 빈 막걸리통, 잎새주 소주 한병, 교촌 허니머스타드 빈통...

이는 전날(21일) 발표된 '세월호 실소유주' 유병언 전 세모그룹 회장의 사체로 추정되는 시신 주변에서 발견된 경찰발 브리핑을 통해 알려진 그의 소지품 목록이다.

이튿날인 22일 오전, 전남 순천시 순천경찰서 3층에서 우형호 서장은 긴급 브리핑을 갖고 "지난달 12일 순천시 서면 한 밭에서 발견된 시신의 지문을 분석한 결과 유병언 전 세모그룹 회장과 일치했다"며 해당 시신이 유 전 회장인 것으로 단정지었다.

하지만, 지문의 복원, 시신의 부패 정도, 종교인인 그가 술을 전혀 마시지 않는 점, 경찰의 사건 발표 시기 등에 대해 풀리지 않는 의혹들이 제기되고 있다.

그 중에서 가장 시선을 끄는 부분은 지문의 복원과 시신의 부패 정도로 경찰에 따르면, 지난달 12일 발견 당시 백골이 드러나 있었고 머리카락이 분리될 만큼 부패가 심한 상태로 신원 인상파악조차 불가능한 상태였다는 점이다.

80% 이상 백골화가 진행중인 사체에서 DNA로 유 전 회장과 상당수 일치한다는 발표가 나오자 경찰은 부랴부랴 한 시간여 만에 집게손가락의 지문을 복원해 유 전 회장의 것과 일치한다고 밝혔다.

일반적으로 DNA 검사는 육안 식별이나 치아·지문 감별 등으로의 감식이 되지 않을 경우, 최종단계에서 이뤄지게 되는데, 이번 경우는 그 순서가 완전히 바뀐 셈이다.

또, 부패 정도와 관련해서는 40일이 지난 이후 5월25일까지는 그가 생존해 있었고, 이튿날 사망했다고 하더라도 40여일만에 백골이 될 가능성은 높지 않다는 게 의학계에서는 중론으로 통한다.

무엇보다 해당 시신이 유 전 회장이 아닐 가능성이 높은 것은 함께 발견된 유류품을 통해서도 유추가 가능하다.

시신 주변에서 발견된 유류품들은 유 전 회장의 것이라고 단정짓기에는 억지스러운 부분이 많다. 특히, 음식물의 경우는 일반 생수나 음식점에서 판매하는 음식을 먹지 않고 고급 브랜드의 생수나 유기농 음식만 먹는 것으로 알려진 유 전 회장이니 만큼 육포나 교촌 허니 머스타드 빈통 등을 그가 소지하고 있었을 가능성은 매우 낮다.

게다가 종교인인 그가 술을 전혀 입에 대지도 않음에도 불구하고 소주병과 빈 막걸리병을 그의 것으로 해석했다. 오히려, 함께 발견된 잎새주나 육포 2봉지 등의 유류품들은 유 전 회장보다는 노숙인의 것이라는 주장이 설득력을 얻고 있다.

또 인근 주민들 사이에서는 벙거지와 검은 바바리 차림의 노숙자를 자주 목격했으나 최근 행방을 감췄다는 증언도 나온 만큼 해당 시신이 유 전 회장의 것이 아닌 노숙인이 아니냐는 설에 무게가 실린다.

최초 발견자로 알려진 박모씨도 "행색을 보아하니 노숙자 같았고, 경찰도 노숙자로 여겼던 것 같다"고 경찰에 신고했다. 심지어 해당 경찰서인 순천경찰서도 시신이 유 전 회장일 가능성은 염두하지 않았다.

순천경찰서는 실제로 시신과 발견되었던 빈 막걸리병 등 유류품들에 대해서도 수거 후 육안 조사만 벌였을 뿐 정밀 분석은 하지 않았다.

당시 경찰이 담당 검사에게 제출한 보고서에는 "신원불상인 변사체가 발견됐고, 사인과 신원을 확인해 유족에게 인계하겠다"며 일반적인 변사 사건과 같은 절차를 밟았다. 담당 검사 역시 같은 취지로 사건 지휘서를 내려보냈다.

통상적인 변사 사건은 부장검사 전결 사안으로 상급자인 차장검사나 지검장, 대검 유관부서 등에 일일이 보고하지 않기 때문에 검찰 수뇌부 조차 유 전 회장이 사망했다는 사실을 알지 못했다.

이 때문에 검찰은 전날까지만 해도 "꼬리를 놓치지 않고 있다. 검거되는 것은 시간문제"라며 유 전 회장에 대한 구속영장을 재발부받았다.

우 순천경찰서장도 이날 브리핑에서 "유병언씨로 추정되는 시신이 발견됐을 때 유품에 대한 조사가 완벽하지 못했다는 것을 인정한다"며 "유류품도 국립과학수사연구원에 감정의뢰 하지 않았다"고 말했다.

 

<park1@ilyosis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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