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병언, 별장 벽 안에 숨어 있었다" 검·경 부실 수색 논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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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병언, 별장 벽 안에 숨어 있었다" 검·경 부실 수색 논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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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DNA 감식을 위해 국립과학수사연구원으로 긴급 후송되고 있는 유병언 전 세모그룹 회장 <사진=뉴시스>












  

[일요시사=사회2팀] 박 일 기자 = "유병언, 별장 벽 안에 숨어 있었다" 검·경 부실 수색 논란

검·경이 유병언(73) 전 세모그룹 회장에 대한 수색 과정에서 벽 하나를 두고 그냥 지나치거나 시신을 수습하고도 일반 변사체로 보고하는 등 어이 없는 실수를 했던 것으로 드러나 적지 않은 논란이 예상된다.

게다가 유 전 회장은 이미 사망한 것으로 잠정 결론 내려져 이에 대한 파장은 걷잡을 수 없이 퍼질 전망이다.

유 전 회장 일가의 비리를 수사 중인 인천지검 특별수사팀(팀장 김회종 2차장검사)은 전날(23일), 유 전 회장이 은신했던 전남 순천 송치재 인근 별장(숲속의 추억)에 대한 급습 작전 당시 상황을 공개했다.

검찰은 지난 5월25일 유 전 회장과 함께 별장에 은신하며 그의 도피를 도운 혐의로 현장에서 체포됐던 여비서 신모(33·구속 기소)씨의 진술을 통해 당시 상황을 설명했다.

검찰에 따르면, 유 전 회장은 지난 5월25일 밤 9시30분~11시20분 검찰 수사관 등 검거팀이 별장을 급습했을 당시 검거팀의 수색이 끝날 때까지 별장 2층 통나무 벽 안에 숨어 있었다.

검찰 관계자는 "(별장에서 유 전 회장을) 찾지 못한 것은 통탄할 노릇"이라며 "별장에 유 전 회장이나 주변 인물 등이 다시 나타날 가능성이 있다고 보고 잠복, 감시했지만 (나타나지 않았다)"고 말했다.

별장 2층은 복층식 복도로 돼 있는데, 대형 소파 4개와 긴 테이블이 전부였던 것으로 알려졌다. 벽은 세로로 놓인 굵은 통나무와 민무늬 벽면으로 돼 있는데, 유 전 회장은 세로로 놓인 굵은 통나무 문 너머에 은신하고 있었던 것으로 파악됐다.

벽 안 쪽에는 나무로 만든 잠금장치가 설치돼 있었으며 벽 밖에 통나무를 끼워 맞춰 위장을 해놓은 상태였다고 검찰은 설명했다.

하지만 검찰은 벽 안에서 유 전 회장을 찾지 못하고 4번, 5번이라고 적힌 띠지와 함께 현금 8억3000만원과 미화 16만달러 등이 들어있는 가방 2개만 발견했다.

유 전 회장이 순천 별장을 빠져나간 시점에 대해서는 "신씨의 진술만으로 수사하기에는 위험부담이 크다"며 말을 아꼈다.

이 공간은 10㎡ 남짓한 크기로 성인이 눕거나 서 있기 충분한 공간이었고, 바닥에는 얇은 스티로폴이 깔려져 있던 것으로 알려졌다.

이를 두고 일각에서는 인간의 후각·청각 능력보다 월등한 경찰견을 왜 이용하지 않았는지에 대해서도 의구심이 제기되고 있다. 또 실내 수색에서는 최루탄을 투척해 내부에 숨어 있는 인물을 제발로 나오게 하는 이른바 '너구리잡기' 방식을 이용하지 않은 점도 의문이다.

신씨의 진술 번복으로 이와 같은 사실을 뒤늦게 파악한 수사팀이 지난달 27일 다시 별장을 찾아가 내부를 수색했지만 이미 유 전 회장은 사라진 이후였다.

순천 별장에서 유 전 회장을 놓친 검찰은 이후 차명 휴대전화 1000여대의 통화내역 170만건을 분석하고 8만8000여명에 대해 가입자 조회를 실시했다.

또한 유 전 회장의 도피를 돕는 것으로 의심되는 기독교복음침례회(일명 구원파) 신도 등의 휴대전화 180여대를 집중 추적해 관련자들을 체포했다.

아울러 유 전 회장의 도피에 사용되는 것으로 의심되는 차량을 찾기 위해 주요 관련자 220여명의 보유 차량을 확인한 뒤 그 중 60여대를 특정해 이동경로를 추적했다. 유 전 회장의 도주 경로와 관련해 순천 일대 CCTV(폐쇄회로)를 모두 분석해 2만2000대의 통과 차량 중 도피 의심 차량을 구분했다.

이처럼 검찰은 유 전 회장 추적 및 검거에 온 힘을 다했다는 입장이다. 하지만 결국 유 전 회장은 지난달 12일 오전 9시6분께 전남 순천시 서면 학구리 매실밭에서 형체를 알아 볼 수 없을 정도로 심하게 부패돼 있는 변사체로 발견됐다.

이에 대해 특별수사팀장인 김 차장검사는 "발견된 시신이 유 회장이 아니기를 바랐다. 모든 노력을 다해 추적했으나 결과적으로 유 회장을 검거하지 못하고 변사체로 확인돼 할 말이 없고 참담한 심정"이라고 밝혔다.

이어 "수사팀은 지난 4월20일 수사 착수 이후 세월호의 억울한 영혼들을 생각하며 100일 가까이 정말 쉼 없이 달려왔다. 무능하다는 질책과 비판은 얼마든지 감수하겠으나 유병언 부자(父子)를 반드시 검거하겠다는 일념으로 검사로서 부끄럽지 않게 일했다고 자부한다"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유병언 부자 검거 과정은 모두 수사팀장인 제 지시에 의한 것이고 그 과정에서 발생한 잘못과 비난은 오로지 저의 몫"이라며 "제 지시에 따라 밤낮과 휴일 없이 끼니를 거르면서 잠복하고 일해 온 검사, 수사관들의 노력과 고생은 보증하겠다"고 덧붙였다.

검찰은 유 전 회장이 도피 자금으로 20억원을 보유했다는 의혹에 대해서는 "20억원은 모르는 사실이다. 발견된 돈가방은 2개"라며 부인했다.

경찰 역시, 부실 수사 논란에서 자유롭지 못한 것은 매한가지다.

경찰은 지난달 12일, 인근 주민 박모씨로부터 변사체 신고를 접수 받았으나 단순 변사자로 처리했고 순천장례식장 영안실에 보관처리했다.

게다가 이 변사체는 지난 5월 말까지 유 전 회장이 머물렀던 것으로 확인된 전남 순천의 송치재 인근 별장에서 2~3㎞ 떨어진 매실밭에서 발견됐다. 발견 당시 시신은 상당히 부패한 상태였으며, 겨울용외투를 입고 있었다.

아무리 고도부패로 인해 신원을 파악하기 힘든 상황이었더라고 하더라도 유 전 회장의 사망 가능성도 어느 정도 염두해야 했다는 지적의 목소리가 높다. 경찰은 또, 변사체와 함께 발견된 유 전 회장의 것이라고 유추할 수 있는 그의 설교집 '꿈같은 사랑' 등의 유류품 등도 가능성 자체를 아예 간과해 버렸다.

이성한 경찰청장도 지난 22일, 기자간담회에서 "시신을 발견하고도 현장에서 바로 유병언과 연관성을 생각하지 못해 아쉽다"며 "초동수사의 실수"라고 인정한 바 있다.


< park1@ilyosis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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