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면초가 검·경 사생결단 '플랜B' 해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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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병언 사망> 사면초가 검·경 사생결단 '플랜B' 해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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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유병언 전 세모그룹 회장












"청와대에 바칠 제물이 필요하다"


[일요시사=사회팀] 강현석 기자 = 세월호 사건의 책임을 물었던 정권 차원의 수사가 동력을 잃었다. 청해진해운의 실소유주로 지목된 유병언 전 세모그룹 회장이 숨진 채 발견됐다. 지난주 그의 사체를 둘러싼 여러 의혹이 불거졌다. 괴담과 음모론이 극에 달했다. 상식선에서 봐도 유 전 회장의 죽음은 석연찮은 구석이 많았다. 이 같은 불신은 정부 당국이 자초했다. 수사 과정에서 드러난 실망스런 모습은 검·경 지휘부에 대한 책임론으로 번졌다. 최재경 인천지검장은 사표를 제출했고, 정순도 전남경찰청장은 직위해제됐다. 검·경 수뇌부에 대한 문책성 인사도 예정됐다. 사실상 실패로 반환점을 맞은 유병언 수사. 난국을 돌파할 '플랜B'가 절실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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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근혜 대통령이 공개석상에서 5번이나 재촉한 수사. 누적 검거인력만 100만명 넘게 투입된 수사. 군 조직이 돕고, 반상회까지 열었던 수사. 유병언 일가를 조준했던 수사가 수렁에 빠졌다. 핵심 피의자인 유병언 전 세모그룹 회장이 의문의 변사체로 발견됐기 때문이다.

의문의 변사체
커지는 의혹들

유 전 회장의 죽음은 세월호 참사 100일을 전후로 세상에 알려졌다. 유 전 회장의 행방을 ?던 검·경은 그가 죽은 지 40일이 넘도록 헛물을 켰다. 설계 단계에서부터 세월호 정국 타개를 염두에 뒀던 이번 수사는 목표가 명확했다. 유 전 회장을 법정에 세우는 일이었다.

정권 입장에서 세월호 참사의 근본책임은 청와대에 없었다. 유 전 회장에게 있었다. 법의 심판을 받게 함과 동시에 카메라 앞에 세우면 끝날 일이었다. 그러나 권력의 기대와 달리 '제물'은 제단에 오르지 못했다. 백골이 된 시체는 말이 없었다.

유 전 회장의 죽음을 둘러싼 미스터리가 증폭됐다. 연이은 관계당국의 브리핑에도 불신의 덫은 걷히지 않았다. "믿지 못하겠다"는 여론이 힘을 받았다. 사체 수습 과정에서 드러난 검·경의 미흡함은 이 같은 여론을 부채질했다. 유병언을 유병언이라고 해도 믿지 않았다. '신뢰'가 추락한 수사기관에 비상이 걸렸다.

불똥은 청와대에도 튀었다. 지난 22일 유 전 회장으로 의심되는 변사체가 확인되자 김기춘 대통령 비서실장은 이성한 경찰청장과 만났다. 이날 청와대는 이 청장을 호출해 사체가 발견된 경위를 보고받았다. 이 자리에서 김 실장은 격노하며 이 청장에게 호통을 쳤다고 전해진다.

황교안·김진태·이성한 수뇌부 문책론 대두
체면구긴 수사당국…장남 등 자녀 검거 총력

시신을 확보하고도 이 사실을 몰랐던 이 청장은 청와대의 진노에 진땀을 뺐다. 결과적으로 박 대통령은 유 전 회장이 죽은 뒤 공개적으로 그의 검거를 재촉해 체면을 구겼다. 현재 청와대는 이 청장에 대한 문책 수위를 검토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앞서 이 청장은 유 전 회장의 시신을 수습하는 과정에서 초동수사가 미흡했다는 이유로 정순도 전남지방경찰청장을 경질했다. 같은 이유로 우형호 순천경찰서장과 담당 형사과장 역시 직위해제했다. 그렇지만 이 청장 본인도 청와대 안팎에서 제기된 사퇴 압력으로부터 자유롭지 않은 모습이다. 경찰 조직 전반에 후폭풍이 거세다.

수뇌부 교체하고
수사팀 정비한다

검찰도 골머리를 앓기는 마찬가지다. 지난 24일 인천지검 세월호사건 특별수사팀은 지휘부 전원이 사표를 던졌다. 총대는 최재경 당시 인천지검장이 대표로 멨다. 김회종 제2차장검사(특별수사팀장)와 정순신 특수부장, 주영환 외사부장 등 수사 실무 핵심간부들이 일괄 사표를 냈지만 최 지검장은 반려했다. 최 지검장은 혼자 물러났다. 유 전 회장 사망 사실을 파악하지 못한 책임을 진 것이다.

  
▲ 유병언 수배 전단지 <사진=뉴시스>

급한 대로 최 지검장이 옷을 벗었지만 궁극적인 책임은 황교안 법무부장관 내지는 김진태 검찰총장에게 물을 것이란 분석이 나온다. 검찰은 이른바 유병언 일가 수사 과정에서 초기 대응에 실패했다. 유 전 회장에 대한 혐의 입증을 자신하며 제 발로 출석하리라는 막연한 기대를 품었던 게 패착이다. 핵심 피의자를 놓친 검찰은 이후 대대적인 검거인력을 투입하고도 한 발 늦게 쫓거나 엉뚱한 곳에서 시간을 허비하며 속을 태웠다.

경찰과의 수사 공조에서도 검찰은 문제를 노출했다. 지난 23일 송치재 별장 내 비밀 은신처를 언론에 공개하면서 뒷북을 친 게 대표적이다. 검찰은 지난달 말 송치재 별장을 급습해 현금 10억원가량이 든 돈가방 2개를 확보했다. 그렇지만 검찰은 최근 '유 전 회장의 돈가방과 관련한 정보를 공유해달라'는 경찰의 요청에 '모르겠다'고 답한 것으로 알려졌다. 당시 유 전 회장의 돈가방은 타살 의혹과 관련된 중요 증거물이었다.

검찰은 또 경찰이 송치재 별장을 압수수색하기 위해 영장을 청구하자 자신들만 알고 있던 비밀 은신처를 언론에 공개했다. 관련 배경을 놓고 유 전 회장이 숨어있던 은신처가 경찰을 통해 밝혀지는 게 두려워 이를 막으려 했다는 의혹이 일고 있다.

아울러 검찰은 지난 5월25일 있었던 송치재 별장 수색에서도 경찰을 소외시켜 유 전 회장이 달아날 빌미를 제공했다는 비난을 듣고 있다. 어느 하나 개운치 못한 수사 과정은 황 장관을 비롯한 검찰 수뇌부의 경질론으로 수렴 중이다. 일각에서는 황 장관 교체시기를 7·30 재보선 전후로 보고 있다.

반면 김 총장은 유임 쪽에 무게가 실리는데 어렵사리 임명한 검찰총장을 1년도 안 돼 낙마시키는 건 부담이라는 지적이다. 다만 후원자 격인 김 실장이 정치적인 이유로 사퇴한다면 김 총장 역시 자의든 타의든 물러날 가능성이 높다는 해석이다.

유대균 검거
수사력 집중

수뇌부 경질론과는 별개로 검찰은 시름에 빠졌다. 수사 내부 동력이 빠졌기 때문이다. 당장 최 지검장을 대체할 다른 검사장을 수사팀에 투입한다고 하더라도 앞으로 남은 수사에서 얼마만큼 성과를 낼지가 의문이다. 지난 3개월간 이어져온 사건 경과나 피의자에 대한 이해가 부족한 상황에서 자타공인 '특수통'으로 불렸던 최 지검장의 공백은 뼈아프다.

  
▲ 유대균 수배 전단지 <사진=뉴시스>

법조계에서는 땅에 떨어진 조직 사기를 끌어올릴 해법으로 '기다림'을 꼽고 있다. 그간 청와대는 유 전 회장 검거에 조바심을 드러냈다. '윗선'의 절박함은 오히려 수사에 독이 된 것으로 풀이된다. 검찰 내부에서도 처음부터 고개를 갸웃거렸던 수사다.

한 검찰 관계자는 수사 초기 단계에서 "잡범(유병언) 하나 잡으려고 우리가 뭐하는 건지 모르겠다"고 했다. 일선 반응도 비슷했다. 몇몇 경찰 관계자는 "당시 순천 수색에 투입됐던 경찰력 중 일부가 시간 때우기로 일관했다"고 전했다. 연이은 검거 작전에 수사 피로도가 누적된 상황에서 윗선과 현장의 검거 의지가 온도차를 낸 것으로 보인다.

유 전 회장 사망을 전환점으로 검찰은 숨고르기에 들어갔다. 첩보를 수집하며 수사팀 정비에 주력했다. 그간 검찰은 유 전 회장 신병확보에 수사력을 집중했다. 하지만 유 전 회장이 사망하면서 장남 대균(44)씨 검거로 타깃을 바꿨던 검찰이다. 여지껏 대균씨를 쫓았던 경찰 입장에서는 달갑지 않은 대목이었다.

당초 검찰은 대균씨가 유 전 회장 장례식장에 나타날 것으로 기대했다. 검찰은 유 전 회장의 여동생인 경희(56)씨와 매제 오갑렬(61) 전 체코 대사 등을 통해 대균씨의 자수를 설득했다. 그러나 대균씨는 검찰이 아닌 경찰에 의해 검거됐다.

지난 25일 오후 경찰은 경기 용인에 있는 한 오피스텔에서 대균씨와 그의 조력자인 박모(34)씨를 체포했다. 박씨는 일명 '신엄마'로 불리는 신모(64)씨의 딸이며 태권도 선수 출신이다. 박씨는 그간 대균씨를 수발하며 '호위무사' 역할을 했던 것으로 알려졌다.

수천억원대 재산 징수 박차
구원파로 수사 확대 불가피
사인·로비…남은 숙제 산적

경찰은 앞서 대균씨의 수행원으로 지목한 바 있는 하모씨의 여동생이 사용하다 비어 있는 오피스텔에 주목했다. 해당 오피스텔에서 5월 이후 수도세와 전기세가 급증하는 걸 수상히 여긴 경찰은 이날 오후 7시 오피스텔을 급습해 두 사람을 검거했다. 

대균씨를 뺏겨 자존심이 상한 검찰은 해외 도피 중인 장녀 섬나(48)씨와 차남 혁기(42)씨 등에게 거듭 귀국을 권하고 있다. 섬나씨는 프랑스에서 범죄인 인도 재판을 진행 중이며 혁기씨는 미국에서 종적을 감춘 뒤 행방이 묘연하다. 검찰의 갖은 노력에도 불구하고 이들의 자진 귀국 가능성은 높지 않다는 게 중론이다.

반면 대균씨는 세월호 참사 직후 프랑스 출국을 시도했으나 실패했고, 국내에 머물다 검거됐다. 수사당국은 유 전 회장 대신 대균씨를 법정에 세워 세월호 사고의 책임을 물을 것으로 전망된다. 

법정공방 난항
재산환수 어려워

그런데 진짜 문제는 대균씨의 신병확보가 된 지금이다. 산적한 법정공방을 어떻게 처리할 것인지에 대한 대안이 뚜렷치 않다는 우려가 나온다. 검찰은 유 전 회장이 사망함에 따라 그에게 씌웠던 1390억원 상당의 횡령 및 배임 혐의에 대한 기소를 사실상 중지했다. 죽은 자를 법정에 세울 수는 없기 때문이다.

앞서 법무부는 유 전 회장의 재산을 가압류하기 위해 '기소 전 추징보전명령'을 내렸다. 그렇지만 유 전 회장이 '공소권 없음'으로 기소되지 않아 명령의 효력이 곧 상실될 것으로 전망된다.

  
 

검찰은 세월호 사고 보상금 등을 목적으로 유병언 일가 재산 1054억원을 동결했다. 이중 60% 정도인 645억여원이 유 회장의 실명 및 차명 재산으로 파악됐다. 그러나 유 전 회장이 사망하면서 이 재산은 자녀에게 상속될 것으로 보인다. 정부 입장에선 가압류를 새로 신청해야하는 상황인 것이다. 이 경우 남은 자녀들의 신병이 확보되지 않으면 재산 압류과정에 난항이 예상된다.

뿐만 아니라 "세월호 사고의 원인은 무리한 증축이고, 증축을 지시한 자가 유병언이다"라는 논리로 업무상과실치사 혐의를 적용하려했던 검찰은 유 전 회장의 사망으로 불리한 입장에 놓였다. 이어질 재판에서 유 전 회장과 세월호 사고의 직접적인 연관성을 입증하기 어려워진 까닭이다.

여기에 검찰은 민사소송에서 차명 관리된 재산의 실소유주가 유 전 회장이라는 점을 입증해야하고, 구상권 청구를 위해 국가에 얼마만큼 손해를 끼쳤는지를 계량해야한다. 형사소송에서는 구속된 유 전 회장의 측근들이 자신들의 혐의를 유 전 회장에게 떠넘길 경우 이중고를 겪게 될 수 있다.

현재까지 검찰이 자녀들의 범죄액수로 파악한 금액은 대균씨가 56억원, 혁기씨가 559억원, 섬나씨가 492억원이다. 이 금액은 유 전 회장의 사망과 관계없이 효력이 유지된다고 검찰은 설명했다. 하지만 이 돈을 검찰이 환수할 수 있을지에는 의문이 쏠린다. 주변 상황이 어렵기 때문이다.

앞으로도 검찰은 유병언 검거 실패라는 멍에를 지고 수사할 수밖에 없다. 유 전 회장의 사인마저 명확히 규명되지 않아 '음모론'은 더욱 창궐 중이다. '비장의 카드'로 유 전 회장과 관계된 정·관계 로비 의혹 수사가 거론되지만 '돈을 준' 죽은 자는 말이 없다. 그래서 검찰이 선택할 '신의 한수'는 아무리 생각해도 붙잡힌 대균씨의 신상털기 밖에 없다는 지적이다.

 

<angeli@ilyosis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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