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컴 ‘김상철 박물관’ 불법건축 추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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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컴 ‘김상철 박물관’ 불법건축 추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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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김상철 회장이 운영 중인 프라움 악기박물관 전경












불법 다운로드 말자더니…오너 건물은 불법 덩어리


[일요시사=경제1팀] 한종해 기자 = 김상철 한글과컴퓨터 회장 소유의 박물관이 무허가 증축과 불법 용도변경 등으로 적발됐다. 박물관 외부 부대시설 역시 신축 허가 없이 무단으로 사용하고 있는 불법 건축물인 것으로 드러났다. 박물관 측은 불법 사실을 모두 인정했지만 “어쩔 수 없었다”고 해명했다. 문제의 박물관을 직접 찾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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팔당대교와 미사대교 사이에 위치한 프라움 악기박물관, 고풍스러운 외관과 탁 트인 팔당의 풍경으로 남양주시의 명소로 소개된다. 국내 최초의 서양악기 박물관으로 현악·관악·타악·건반악기 등 서양악기 150여점이 전시되어 있고 다양한 교육프로그램이 매주 진행되고 있다. 클래식 정기연주회와 오페라 갈라 콘서트 등 공연이 열리기도 한다.

대표는 남편
관장은 부인

박물관은 지난 2010년 5월 신축, 2011년 9월30일 문을 열었다. 주인은 김상철 한글과컴퓨터 회장. 그의 부인 김정실씨가 관장직을 맡고 있다. 연면적 1498m²에 지상 3층 규모다. 박물관은 까다로운 심사를 거쳐 신축이 허가됐다. 해당부지가 개발제한구역인 자연녹지지역으로 설정됐기 때문이다.

자연녹지지역은 국토의 계획 및 이용에 관한 법률에 의해 지정된 용도 중 녹지지역의 하나로 도시의 녹지공간 확보, 도시 확산의 방지, 장래도시용지의 공급 등을 위해 보전할 필요가 있는 지역으로서 불가피한 경우에 한해 개발이 허용된다. 따로 층수를 정하는 경우를 제외하고는 4층 이하의 건물만을 건설할 수 있다.

박물관 1층은 주차장 용도로, 2∼3층은 전시시설 용도로 사용토록 허가를 받았다. 개장 초기 박물관 2층에는 다양한 서양악기를 쉽게 이해할 수 있도록 바이올린, 비올라, 첼로와 하프 등 연악기군과 아코디언, 하프시코드, 고전 피아노의 건반악기 군을 전시했다. 관악기군과 타악기 군도 나누어 전시됐다. 3층은 기획전시실과 세미나실, 소강당, 체험교육실 등으로 활용됐다. 기획전시실에는 현악기 제작과정 전시실이 마련됐고 체험교육실에서는 악기 연주를 해 볼 수 있는 체험공간으로 구성됐다.

그런데 박물관이 각종 불법 논란에 휘말렸다. 무허가 증축과 불법 용도변경, 불법 신축 등으로 남양주시로부터 시정명령을 받고 이행하지 않아 벌금 부과 예고까지 받았다. 사실 확인을 위해 박물관을 직접 찾았다.

비닐로 싸인
수상한 가건물

지난달 29일 경기도 남양주시 와부읍 도곡리 504-41번지 소재 프라움 악기박물관. 중세 시대 풍으로 지어진 박물관은 작은 성을 연상케 했다. 서울춘천고속도로 덕소IC에서 5km, 차로 10분 거리에 위치해 뒤에는 한강이, 앞에는 예봉산자락이 펼쳐져 수려한 풍경을 자랑했다.

차를 몰고 박물관 앞 공터로 들어섰다. 1층 주차장을 찾기 위해 박물관 주변을 살폈지만 주차장이라고 쓰인 팻말은 박물관 외부 주차공간만을 가리키고 있었다. 주차장으로 알고 왔던 박물관 1층은 외벽이 가로막고 있었다. 아무리 봐도 주차장으로 보이지는 않았다. 입장료 5000원을 내고 박물관 안으로 들어가니 의심은 확신이 됐다. 주차장이어야 하는 1층이 버젓이 전시실로 운영되고 있었다.

'남양주 명소' 김상철 회장 소유 악기박물관
무허가 증축에 무단 용도변경…불법 신축도

박물관 팸플릿에서도 1층을 '건반악기존'과 '타악기존-체험공간'으로 소개하고 "피아노, 포르테피아노, 하프시코드, 오르간, 아코디언 등의 다양한 건반악기를 전시하고 있으며 팀파니, 봉고, 젬베, 탐탐, 드럼셋, 윈드차임 등의 다양한 타악기를 직접 연주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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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직원휴게실로 사용되고 있는 무허가 건축물

매표소를 기준으로 좌측과 뒤편은 악기 전시실과 체험학습실로, 우측은 화장실과 작품 판매공간 등이 자리했다. 오래돼 보이지만 보존이 잘돼 값을 상상조차 할 수 없는 옛 피아노와 바이올린 등이 전시되어 있었고 박물관 직원이 관람객 10여명 앞에서 악기에 대한 설명을 하고 있었다.

월 600만원 적자
"유지도 어렵다"

매표소 옆 계단을 통해 2층으로 올라갔다. 2층도 1층 구조와 비슷했다. 계단을 가운데 두고 각종 현악기와 관악기가 전시되어 있었고 대형 프로젝트 화면에서는 클래식 연주 화면이 흘러나왔다. 팸플릿에서는 2층을 "현악기존은 바이올린, 비올라, 첼로, 콘트라베이스, 만돌린, 하프 등으로 구성되어 있는데, 특히 장인 스트라디바리우스와 장 밥티스트 비욤이 제작한 바이올린을 만나보실 수 있으며 관악기존은 플루트, 클라리넷, 오보에, 바순 등의 목관악기군과 트럼펫, 트롬본, 호른, 튜바 등의 금관악기군으로 이루어져 있다"고 소개했다.

구석에는 박물관 사무실이 위치해 있었고 사무실에서 직원 3명이 근무를 하고 있었다. 3층을 살펴보기로 했다. 하지만 아무리 둘러봐도 3층으로 통하는 문을 찾을 수가 없었다. 전시실 내 계단은 2층에서 끊겨 있었고 엘리베이터도 3층 버튼은 눌러지지 않았다. 엘리베이터 옆 비상 계단으로 3층까지 올랐지만 문은 잠겨 있었다. 문에 귀를 대 봤지만 아무 소리도 들리지 않았다.

박물관 직원에게 자초지종을 묻기 위해 다시 2층 박물관 사무실을 찾았다. 내용을 알고 있다는 부관장은 부재 중. 박물관 직원은 대신 관리팀장의 연락처를 건넸다. 전화를 걸었지만 관리팀장은 "운전 중이라 1시간 뒤에 전화하겠다"는 말을 남기고 전화를 끊었다. 그러던 중 매표소 여직원이 다가와 "입장권을 끊었느냐?"고 물었다. "그렇다"고 답한 뒤 뒷주머니에 있던 영수증을 꺼내려고 하자 여직원은 "알았다"며 자리로 돌아갔다. 여기저기 기웃대던 기자가 수상했던 모양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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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주차장 용도의 1층 전시실

관리팀장의 전화를 기다릴 겸 박물관 주변을 살펴보기 위해 외부로 나왔다. 기사에 쓸 사진을 찍던 도중 박물관 좌측 나무 사이에서 여직원 2명이 나오는 것을 포착했다. 유심히 보니 건물 한 채가 보였다. 나무로 둘러싸인 데다가 건물이 검은색 비닐로 쌓여 있어 밖에서는 잘 보이지 않았다.

외부는 비닐 하우스 형식으로, 내부는 컨테이너 박스로 구성된 건물은 '직원휴게실'이었다. 유리로 된 미닫이 문을 열고 안으로 들어가니 테이블 2개와 의자 8개가 비치되어 있었다. 컨테이너는 화장실을 갖춘 방 2개로 구성되어 있었다.

방은 누군가 벗어 놓은 옷가지와 신발이 여기저기 널려 있었고 에어컨과 TV, 냉장고를 갖춰 숙소를 연상케 했다. 남은 공간은 문서보관함이 자리하고 있었다. CCTV는 있었지만 작동여부는 확인되지 않았으며 소화기 등 화재 예방 시설은 보이지 않았다. 건물 대부분이 비닐로 구성된 터라 화재 시 참사가 예상되는 상태였다.

직원휴게실은 오솔길을 통해 박물관 뒤편 정원과 연결되어 있었다. 정원은 잘 가꾼 잔디와 나무, 조각품으로 장식되어 있었으며 자전거 도로를 사이에 두고 한강과 마주하고 있었다. 폭 5m 내외로 한강과 연결된 배수로에는 누군가 심어놓은 20여 그루의 나무가 서 있어 비가 많이 오면 장애물로 변해 수해 피해도 예상되는 상황이었다.

왔던 길을 되돌아 나가니 박물관 좌측 외벽에 천막 한 동이 보였다. 의도적인지는 모르겠지만 건물 외벽 색과 비슷한 색으로 지어져 처음에는 잘 보이지 않았던 것. 창고 문을 살짝 여니 박물관 직원 소유로 보이는 외제차 한 대와 국산 중형차 한 대가 주차되어 있었다. 창고 맞은 편에는 건물관리실로 보이는 컨테이너 박스 한 채도 들어서 있었다.

주차장 용도 1층 전시실로 개조
관리·휴게실·창고 무허가 난립
시정명령 무시해 벌금 부과 예고

박물관 직원들은 이 같은 불법 사실을 알고 있을까? 매표소 직원도, 화장실 청소를 하던 직원도, 사무실 직원도 "박물관에서 근무한 지 얼마 되지 않아 잘 모르겠다"는 답변뿐이었다.

한 시간이 지나도 관리팀장으로부터 연락이 없어 다시 전화를 걸었다. 관리팀장은 "억울한 부분이 있다"며 말문을 열었다. 박물관도 속았다는 것. 관리팀장의 말에 따르면 박물관은 개장 초기 전시공간이 부족해 남양주시청에 질의를 하는 등 합법적인 용도변경을 시도했다. "기부체납이나 세금을 더 납부하겠으니 방법을 찾아 달라"는 박물관의 요청에 시에서는 "불가"를 통보했다.

그러던 중 한 건설사가 박물관에 "우리가 공사를 하면 용도변경이 가능하다"며 접근했고 이 말은 믿은 박물관은 공사를 진행했지만 공사가 끝난 직후 건설사는 공사비만 챙기고 잠적, 용도변경은 이뤄지지 않았다는 게 관리팀장의 주장이다.

  
▲ 김상철 회장 <한컴 홈페이지>

그렇다고 해서 2년이 넘는 기간 동안 불법을 알면서도 시정조치하지 않았다는 사실은 변함이 없다. 박물관 측도 불법 사항에 대해서 모두 인정했다. 다만 배수로 나무 식재와 관련해서는 "모르는 일"이라고 해명했다.

관리팀장은 "남양주시청에서 이행강제금 5000만원을 부과하겠다는 예정분이 와 있어 해결 방안을 모색 중"이라면서도 "좋은 뜻에서 시작한 사업이 외부에서 나쁘게 비춰지는 것 같아 안타깝다"고 말했다.

이어 "고정 지출이 월 1500만원에 매월 600만원씩 손해를 보고 있다"며 "직원 5명의 월급도 제대로 주지 못하는 상황에서 나무 식재할 돈이 어디 있겠는가"라고 반문했다.

해결방안에 대해서는 "1층을 원상복구하든, 돈이 더 들더라도 세금 납부하고 합법적으로 취득하든 그 방법에 대해 회장님과 얘기를 나누고 있다. 회장님도 좋은 일로 시작했지만 욕을 먹는 마당에 박물관 사업을 해야 하나 말아야 하나 고민 중인 것으로 알고 있다"고 설명했다.

한글과컴퓨터 홍보팀 관계자는 <일요시사>의 사실 확인 요청에 "이런 게 기사거리가 되는지 궁금하다"고 답했다. 이 관계자는 "전시품이 늘어나 공간이 부족해지자 주차장을 전시실로 사용한 것은 사실이지만 직원휴게실, 창고, 건물관리실 등 무허가 건축물은 없는 것으로 알고 있다"고 말했다. 또한 "입장료 5000원은 기본 운영비일 뿐 박물관 사업은 수익이 없다"며 "회장님이 사비를 들여 운용하고 있는 것으로 회사 업무와는 관련이 없다"고 덧붙였다.

시정명령 무시
최고벌금 부과

한글과컴퓨터 측의 해명은 거짓으로 드러났다. 남양주시청을 통해 박물관의 불법 건축물도 적발 대상임에 확인됐기 때문이다. 남양주시청 관계자는 "박물관 1층의 불법 용도변경 건이 시정명령과 이행강제금 부과의 메인인 것은 맞지만 외부 직원휴게실과 창고, 건물관리실 등 불법건축물도 단속 대상이었다"며 "시정명령을 내렸지만 박물관이 이를 따르지 않아 이행강제금 상한선인 5000만원을 부과할 예정"이라고 전했다.

  
 

이행강제금은 시장이나 군수가 불법 건축물을 적발한 후 철거 등 시정명령에 따르도록 하기 위해 건축주에게 매기는 것으로 금액은 위법 건축면적 과세지가 표준액의 50%다. 박물관 1층 주차장의 외벽은 585m² 규모. 해당 부지 공시지가는 1m²당 57만2800원으로 과세지가는 3억3500여만원, 50%는 1억6700여만원이라는 계산이 나온다. 그러나 이행강제금 상한선이 5000만원을 넘지 못하게 되어 있어 남양주시청은 상한선을 부과한 것이다.

남양주시청 관계자는 "이행강제금 예고 후 최종 고지까지 통상 한 달여의 유예기간을 두고 다음 이행강제금 부과는 1년이 지나야 할 수 있다는 행정상의 어려움이 있다"면서도 "지속적인 단속과 시정요구를 통해 모든 불법 사항들을 척결해 나갈 예정"이라고 말했다.

 

<han1028@ilyosisa.co.kr> 

 

<기사 속 기사> '정도 경영' 강조한 김상철 회장 누구?

김상철 한글과컴퓨터(이하 한컴) 회장의 경영에 대한 기본 철학은 '소유와 경영의 분리'다. '오너가 기업을 직접 경영해야 한다는 생각보다는 가장 그 업무를 잘할 수 있는 사람이 그 업무를 해야 한다'는 것이다. 실제 김 회장은 경영에 참여하고 있지 않다. 한컴은 이홍구 부회장이 단독 대표이사를 맡고 있으며 소프트포럼과 다윈텍의 경우도 전문경영인이 지휘봉을 잡고 있다.

죽어가던 한컴은 김 회장을 만나 회생했다. 한국 소프트웨어 산업의 역사를 대변하는 한컴은 이찬진 드림위즈 대표와 김택진 엔씨소프트 대표, 우원식 엔씨소프트 부사장이 개발한 '아래아한글'을 통해 창립 후 벤처기업 최초 코스닥 상장, 소프트웨어 기업 최초 매출 100억원 달성 등의 대기록을 썼다. 하지만 불법 다운로드족 때문에 1998년 부도위기에 처했고 2000년대 인수·합병(M&A)시장 단골 매물로 등장했다. 11년간 8번이나 인수·매각을 반복했을 정도다. 대표이사의 횡령·배임으로 코스닥 상장 폐지 심사까지 받아야 했다.

그러던 중 9번째 새 주인으로 나타난 인물이 김 회장이다. 김 회장이 이끌던 보안업체 소프트포럼이 한컴을 670억원에 사들였다. 2011년 김 회장은 한컴의 모든 금융부채를 없애고 무차입 경영을 하겠다고 선언하고 그간 거래기업에 현금으로 대금을 지급하는 등 업계 신뢰 회복에 나섰다.

한컴은 회생했다. 2006년부터 5년 동안 400억원대를 기록한 매출은 지난해 700억원에 이르렀고 올해도 1분기 기준 매출 192억원을 기록했다.

김 회장은 업계에서 M&A의 귀재로 통하지만 막가파는 아니다. 특히 한컴 인수 당시 소프트포럼 과장급 이상 직원들을 모두 모아놓고 인수문제로 찬반 투표를 했고, 찬성률이 99%가 나와 인수전에 뛰어들었다는 일화는 유명하다. 김 회장이 경영하는 9개 회사 중 그가 경영에 관여하고 있는 회사는 없다. 대부분 기업들에 대해 자유를 주고 회사 스스로 유지하도록 하고 있다.

김 회장은 지난 2011년 한컴 인수 직후 한 언론과의 인터뷰에서 성공적인 기업 인수와 경영 노하우에 대한 질문에 "진실성을 갖고 상호 소통하는 것이 모든 경영의 기본이다"며 "고객이 원하는 것에 대해 진심으로 응대하고 직원들과의 거리낌 없는 의사소통을 통해 진실성을 공유해야 한다"고 말했다.

그는 "어떤 기업이든 수장이 직원들을 믿고 오랫동안 따를 수 있는 존재감을 보여줘야 한다. 그런 기업이 장수 기업이 된다"며 "현재 소프트포럼과 한컴이 바로 좋은 사례로 이들 기업은 젊고, 유능하며, 패기 넘치는 CEO를 만났기 때문에 거리낌 없이 승승장구 할 것이라고 생각한다"고 전했다. <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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