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답으로 풀어본 유병언 미스터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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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답으로 풀어본 유병언 미스터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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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유병언 일가 비리를 수사중인 인천지검 특별수사팀이 지난 12일 오후, 인천지방검찰청에서 김엄마 친척집을 압수수색해 압수한 권총 5정과 현금을 공개하고 있다.












깃털 잡고 끝 “불신만 키웠다”


[일요시사=사회팀] 이광호 기자 = 지난 12일 세월호 실소유주 비리를 수사해온 인천지검 특별수사팀이 114일만에 중간 수사결과를 발표했다. 경영 비리로 21명을 재판에 넘기고, 숨진 것으로 알려진 유병언(73) 전 세모그룹 회장에 대해서는 ‘공소권 없음’을 처분하고 장남 대균(44)씨를 구속기소 한 것이다. 검찰은 사실상 국내 수사를 종결짓고, 해외도피자 검거와 은닉 재산 추척에 집중할 계획이다. 그러나 유씨 시신을 둘러싼 논란은 아직 끝나지 않았다. 그간 제기된 각종 의혹에 대한 경찰과 국과수의 설명을 문답 형태로 정리해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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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월25일 전남 순천 송치재 별장에서 도주한 유씨가 그날 바로 숨졌다 해도 숨진 지 18일 만에 발견된 셈인데, 시신 부패가 이렇게 빠를 수 있나.
 
- 당시 유씨 시신은 구더기로 인해 많이 훼손돼 뼈가 드러난 상태였다. 얼굴과 목 등은 부패가 시작되면 곤충이 탐습하기 좋은 부위다. 곤충들 때문에 백골 상태인 것처럼 보인 것이다. 시신의 다른 부위에는 근육과 피부가 남아 있었다. 경찰이 처음 밝힌 대로 백골화가 진행된 것도 아니었다. 열흘 만에 구더기로 인해 시신 전체가 뼈만 남을 정도로 심하게 훼손되는 경우도 있었다. 미국 테네시대학교에서 시신 부패 실험을 한 결과가 그랬다. 유씨 시신은 백골화가 아닌 사후손괴로 봐야 한다.
 
- 몸통은 어디에?
 
▲국과수 유전자 분석이 40일씩이나 걸렸다.
 
- 엄밀히 말하자면 공휴일을 제외하고 24일 만에 완료됐다. 유씨 시신은 6월 12일 발견됐고, 그 다음 날 순천에 있는 성가롤로병원 의사가 부검을 하면서 유씨 시신에서 대퇴골과 치아 한 점을 떼어내 같은 달 16일 광주과학수사연구소로 감정 의뢰됐다. 경조직류인 뼈나 치아 등 유전자 분석은 국과수 원주 본원에서 하게 돼 있어 18일 원주 본원으로 이첩됐다.
 
경조직류 유전자 분석은 국과수 내부 운영규정상 공휴일을 제외하고 30일 만에 완료하게 돼 있다. 하지만 국과수는 이달 21일 오후 5시께 유전자 분석을 24일 만에 끝냈다. 이 유전자를 데이터베이스에 등록된 유전자들과 대조 작업을 거친 뒤 유씨로 추정된다는 결과가 나왔다. 유전자 대조 결과가 나오기 전까지는 국과수조차도 이 유전자가 유씨의 것일 수 있다는 생각을 할 수 없었기 때문에 다른 감정물보다 서둘러 분석하기는 어려웠다.
 
검찰 중간 수사결과 발표 
‘공소권없음’으로 마무리
 
▲숨진 유씨는 평소 술을 먹지 않았다. 유류품 중 술병이 발견된 이유는 무엇인가.
 
- 여러 정황을 모아봤을 때, 유씨는 술을 먹었다기보다는 술병을 물병으로 활용할 생각으로 소지하고 있었던 것으로 추측된다. 일부 병은 몸체와 뚜껑이 다르기도 했다. 시신에서 알코올 성분이 검출됐는데, 이는 사망 당시 유씨가 술을 먹었다기보다는 시신의 부패로 인한 것에 무게가 실린다. 유씨가 술을 먹었다는 증거는 없다. 예외는 있다. 유씨가 술을 먹었지만 사망 당시에는 술에서 깼다면 알코올 성분이 검출되지 않을 수도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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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유병언 일가 비리를 수사중인 인천지검 특별수사팀이 지난 12일 오후, 인천지방검찰청에서 김엄마 친척집을 압수수색해 압수한 권총 5정을 공개하고 있다.
 
▲유씨가 저체온증으로 사망했을 가능성은.
 
- 시신 발견 당시 현장은 습기로 인해 표피에도 물기가 많았다. 시신의 신발과 양말이 벗겨진 것도 저체온증 때문에 덥다고 착각하는 ‘이상탈의’ 현상에 의한 것으로 판단된다. 이 때문에 유씨가 저체온증으로 사망했다고 생각할 수 있다. 그러나 시신의 장기 훼손이 너무 심해 분석하는 데 한계가 있었다. 국과수는 공식적으로 이런 결론을 내리지 않았다.
 
▲유씨의 목이 몸통에서 절단됐다는 이야기가 돈다.
 
- 목이 외부의 힘에 의해 떨어져 나간 흔적은 전혀 없다. 목의 근육과 연골 조직의 부패가 워낙 심했고, 사후 동물 등에 의해 떨어져 나갔을 수도 있다.
 
▲시신이 바꿔치기 됐다는 주장도 있다. 6월13일 1차 부검 때와 7월22일 국과수 2차 정밀 부검 때 무슨 일이 있었나.
 
- 1차 부검 당시 유씨의 신체 특징인 손가락 일부가 절단된 것으로 파악됐다. 국과수 시신 부검에서도 마찬가지였다. 또 치아 정보와 두개골 특징도 1차와 2차 부검 자료가 정확하게 일치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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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민 절반 이상 “못믿어”
사망 둘러싼 의문들 여전
 
▲유씨의 수배 전단에서 유씨의 키는 165cm였다. 그런데 160cm으로 수정됐다. 혹시 변사체의 신장(159cm)과 맞추려고 한 것 아닌가.
 
- 5월22일 검찰이 경찰에 유씨 부자에 대한 공개수배를 요청했다. 당시 유씨 신장이 16cm라고 통보받았고 이를 토대로 수배 전단을 만들었다. 그러나 경찰이 검찰로부터 유씨의 수형기록을 받아 다시 확인해본 결과, 유씨 키가 165cm가 아닌 160cm라는 사실을 알게 됐다. 이에 6월16일 신체특징을 수정한 새로운 전단을 배포한 것이다.
 
- 도대체 뭐가 진실?
 
▲경찰은 6월12일 유씨 시신을 발견했지만 지문 채취에 두번이나 실패했다. 그러나 40일이 지난 7월22일 시신의 유전자 분석 결과가 나왔고, 비로소 지문을 읽을 수 있었다. 늦어진 이유는 무엇인가.
 
- 지문 채취가 불가능할 정도로 시신의 부패 상태가 심각했다. 6월13일 부검할 때 부패가 덜 진행된 왼손 손가락 5개를 절단해 물에 불린 후 이달 18일과 24일 ‘고온습열처리기법’으로 지문을 채취하려 했지만 실패했던 것이다. 이후 7월21일 시신이 유씨인 것으로 확인되자 사건의 중요성을 인식해 베테랑 과학수사요원을 투입해 ‘주사기법’(탈수 건조된 손가락에 주사기로 물을 주입해 팽창시켜 지문을 뜨는 기법)을 사용해 오른쪽 집게손가락 지문을 얻을 수 있었다. 
 
 
<khlee@ilyosis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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