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호텔 이상한 면접기

한국뉴스

<재계뒷담화> A호텔 이상한 면접기

일요시사 0 729 0 0
▲ 취업 박람회에서 모의 면접을 보는 참석자들 <사진=일요시사 DB>












사람 뽑는다 모아놓고 ‘없던 일로’


[일요시사=경제2팀] 박효선 기자 = 지난달 대기업 계열 호텔이 채용 공고를 내고도 아무도 뽑지 않은 사실이 확인됐다. 호텔의 ‘간보기’식 면접은 구직자들을 허탈하게 만들었다. 호텔 측은 사실을 시인하면서도 특채는 없었다고 확대해석을 경계했다. 마음에 드는 사람이 나올 때까지 면접을 보겠다는 것이다. 호텔의 무책임한 면접방식은 구직자들을 두 번 울렸다.

 icon_p.gif 

지난달 한 대형 호텔은 정규직 호텔리어를 모집한다고 홈페이지에 공지했다. 어렸을 때부터 호텔리어를 꿈꿔온 A씨는 이 호텔에 이력서를 넣었다. 호텔리어로서 그의 능력은 부족할 게 없어 보였다. A씨는 서울에 있는 사립대에서 경영학을 전공했다. 어린 시절 외국에 살아 토익 900점은 가뿐히 넘겼다. 대학생 때는 통역아르바이트를 했다. 그러나 A씨는 결국 채용면접에서 탈락했다. 호텔은 그가 외국어 소통능력이 부족해서라고 했다.

전원 탈락 왜?

A씨가 화가 난 것은 온전히 자신을 떨어뜨려서가 아니었다. 호텔의 무책임한 대응과 무의미한 면접 때문이었다. 면접 후 채용 여부조차 호텔은 알려주지 않았다. 불합격했다는 사실보다 불합격을 기다리는 마음은 더 고통스러웠다. 합격인지 불합격인지 알 수 없는 희망고문은 A씨를 지치게 만들었다.

답답한 마음에 A씨는 호텔에 직접 전화를 했다. 그러나 “채용이 밀려서 어쩔 수 없었다”라는 호텔 측의 모호한 답변만 돌아왔다. 이후 면접을 보면서 친분을 쌓았던 경쟁자와 연락이 닿았다. 그런데 함께 면접을 본 사람 중 합격한 인원은 아무도 없었다. 모두 면접에서 탈락한 것이다.

다른 부서에서 면접을 봤던 사람들과도 연락이 닿았다. 그런데 이 부서에서 면접을 본 4명도 모두 채용에 떨어졌다는 사실을 알게 됐다. 호텔이 판촉팀, 환경/안전관리부 두 부서 모두 면접을 보고도 채용한 사람이 없었던 것이다. 면접자들은 속았다는 기분이 들었다.

자연스레 면접자들 사이에서는 특채 의혹이 불거졌다. 호텔이 채용할 사람을 미리 점찍어놓고 구색 맞추기로 면접을 본 게 아니냐는 의혹을 제기됐다.

다만 호텔에서 이달 다시 두 부서에서 인원을 뽑기 위한 채용공고를 낸 것으로 보아 특채는 없었던 것으로 추정된다.

채용 공고 내고 아무도 뽑지 않아
짜고 치는 고스톱? 특채 의혹 제기

호텔 측은 면접자들의 자격미달을 강력 주장했다. 호텔 관계자는 “판촉부 업무는 해외 거래처를 대상으로 판촉이 진행되기 때문에 영어 회화 능력이 굉장히 중요하고, 환경안전담당자는 전문적인 지식이 있어야 한다”면서 “(모든 면접자가) 해당 직무역량을 갖추지 못했다”고 설명했다.

판촉팀 면접자의 경우 어린 시절 외국에 살아 소통하는 데 문제가 없었을 것이라는 지적에 호텔은 입장을 번복했다. 회사 인재상과 맞지 않았다고 해명했다. 이 관계자는 “안타깝게도 채용대상자가 면접 당시 피력하지 못했던 부분이 있었을 것”이라며 “채용 진행 과정에는 외국어 능력 외에도 도전정신, 혁신정신 등 인성부분과 신용부분을 함께 보고 있어 회사의 인재상과 맞지 않은 사람을 무리하게 뽑을 수는 없었다”라고 답했다.

특히 공개채용이 아닌 수시채용이라는 점을 들어 채용은 회사권한임을 강조했다. 그는 “의도적으로 공채를 진행하고 전원 탈락시킨 것은 절대 아니다”라며 “우리로서도 빨리 채용을 해야 하기 때문에 이달 두 부서에서 채용 공고를 낸 상황이지만, 인사채용 결정권은 회사에 있다”고 선 그었다.

실제로 이달 호텔에서는 판촉담당과 환경/안전 담당자를 다시 뽑고 있다. 이 호텔은 매달 호텔리어를 모집한 것으로 파악됐다. 지난 6월에도 해당 호텔은 정규직 호텔리어를 모집했다. 5월에도 호텔리어를 뽑는다는 공지를 올렸다. 구직자들 입장에서는 홈페이지 모집공고만 보고 ‘공채’로 오인할 수 있다.

“마음에 드는 사람
올 때까지 간보기”

게다가 불합격자 대부분 결과에 대한 연락조차 받지 못한 것으로 파악됐다. 호텔 측의 답변대로 수시채용이라면 응시인원이 많지 않았을 것으로 예상된다. 그런데도 호텔은 불합격 여부조차 알려주지 않았다. 기본적인 채용 매너를 지키지 않았다는 게 면접자들의 입장이다.

익명을 요구한 한 대기업 인사담당자는 “보통은 구직자가 몰리지 않는 중소기업들이 공채가 아닌 수시채용을 통해 마음에 드는 사람이 나타날 때까지 ‘간보기’식 면접을 많이 보는데 국내 호텔들도 이런 식으로 면접을 진행하고 있는 것으로 알고 있다”면서 “채용 여부는 회사의 권한이겠지만, 대기업에서 운영하는 호텔이 면접을 진행하고도 한 사람도 뽑지 않고 은근슬쩍 넘어 가려고 했다는 점은 보여주기 식 면접이나 마찬가지”라고 꼬집었다.

“채용은 회사 권한”

해당 호텔은 대기업 계열사에서 운영하는 특급호텔이다. 지난해 중증 장애인 7명을 특채로 뽑아 호평받은 바 있다. 그러나 유독 청년채용에는 인색한 모습이다. 호텔리어를 꿈꿨던 구직자들은 호텔업계에서 블랙리스트가 돌아다닌다는 소문에 면접에 떨어지고도 속앓이만 하고 있다.

 

<dklo216@ilyosisa.co.kr>

0 Comments
광고 Space available
Facebook Twitter GooglePlus KakaoStory KakaoTalk NaverBan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