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트라이프 ‘설계사 빼가기’ 공방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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메트라이프 ‘설계사 빼가기’ 공방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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빼간다 삿대질 하더니 이젠 빼가?

[일요시사 경제2팀] 박효선 기자 = 메트라이프생명이 경쟁사의 설계사를 빼간다는 논란에 휩싸였다. 경쟁사에 있는 설계사에게 유리한 조건을 내세워 도 넘은 스카우트를 강행하고 있다는 주장이 나온 것. 메트라이프는 “사실무근”이라며 거세게 반발했다. 이 같은 공방전이 이어지면서 업체 간 설계사 영입 경쟁은 ‘진흙탕 싸움’으로 치닫고 있다.

올해도 어김없는 보험설계사 스카우트 ‘과당 경쟁’논란이 일고 있다. 최근에는 메트라이프생명의 설계사 빼가기 논란에 업계가 시끄럽다. 2년 전 AIA생명의 설계사 영입에 발끈해 소송까지 걸었던 메트라이프가 같은 의혹을 받고 있는 것이다.

진흙탕 싸움

지난 2012년 메트라이프생명은 AIA생명을 대상으로 소송을 제기했다. AIA생명이 고액의 급여를 제시해 메트라이프 설계사들을 빼갔다는 이유에서다. 메트라이프는 AIA생명 본사와 이직 설계사들을 상대로 총 150억원의 손해배상을 요구했다. 메트라이프는 AIA생명이 500여명의 설계사들을 대거 빼갔다며 비판했고, AIA는 메트라이프에 불만을 느낀 직원들이 넘어왔을 뿐 과도한 인센티브는 없었다고 주장했다. 소송은 여전히 진행 중이다.

경쟁업체 한 관계자는 “설계사직은 워낙 이직률이 높고, 각자가 원하는 조건에 따라 움직이는 일이 비일비재하다” 며 “팀 단위로도 움직이고, 개인으로도 움직이는데 이걸 가지고 소송까지 벌인 것은 다소 과도한 행동으로 보여진다”고 비판했다.

그런데 최근 메트라이프생명이 거꾸로 AIA생명의 설계사들을 다시 끌어들이고 있다는 주장이 나왔다. 2년 전 메트라이프생명에서 AIA생명으로 자리를 옮긴 한 설계사는 “단순히 금전적인 이유로 수년간 몸 담았던 메트라이프를 떠난 것은 아니었다”며 “영업현장에 대한 지원을 거의 끊고 비용절감과 수익확보에 혈안이 된 메트라이프에 염증을 느꼈다”고 털어놓았다.

그는 “우리가 대규모로 이동하고 나서 메트라이프 전속설계사 조직은 계속 급감하고 있다”며 “메트라이프는 조직 급감에 대한 타계책으로 타사의 설계사들을 상당한 스카웃 머니를 제공하며 데려가고 있다”고 주장했다.

소송 이후 메트라이프의 설계사 수는 지속적으로 줄어들었다. 금융감독원 금융통계정보시스템에 따르면 메트라이프생명의 전속설계사는 2011년 말 기준 7222명에서 2012년 6399명, 지난해 5588명으로 감소한 것으로 나타났다.

설계사는 “회사를 떠난 사람들에게는 천문학적인 금액의 손해배상 소송을 해 놓고 뒤에서는 타사 사람들을 영입하는 행동을 버젓이 하고 있다”며 “‘내가 하면 로맨스고, 남이 하면 불륜’이냐”라고 비판했다.

아울러 올해 ING생명과 푸르덴셜생명의 설계사들이 메트라이프로 대거 옮긴 것으로 확인됐다. 보험업계에 따르면 올 상반기 ING생명의 한 지점에 근무하던 40여명의 설계사들이 한꺼번에 메트라이프로 넘어갔다.



지난해에 이어 올해 푸르덴셜생명의 이그제큐티브(Executive) 라이프 플래너 4∼5명도 메트라이프로 이탈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그제큐티브 라이프 플래너는 푸르덴셜의 라이프 플래너 최고 등급이다. 이 회사 라이프플래너가 된 뒤 이그제큐티브 등급에 오르는 데는 평균 12년의 시간이 걸린다.

‘과도한 베팅질’ 도 넘은 스카우트 논란
“원래 이직 많아…자유 의지일 뿐”일축

메트라이프는 경쟁사의 설계사들이 자사로 대거 들어왔다는 점에 대해 시인했다. 하지만 억울하다는 입장이다. 설계사들의 자발적인 결정이었을 뿐, 대가성 조건은 전혀 없었다고 거듭 강조했다. 메트라이프 관계자는 “(ING생명과 푸르덴셜의) 설계사들이 들어온 것은 사실이지만 ING생명의 경우 수장도 바뀌고, 영업 환경도 바뀌다 보니 설계사들 입장에서는 안정적인 회사를 다니고 싶어 하는 니즈가 높아진 것으로 알고 있다”며 “마치 우리가 빼왔다는 식으로 표현하는 것은 어폐가 있다”고 반박했다.

특히 제보자의 자료에 대해 “음해성 문건”이라며 “문건 내용을 100% 사실로 보지 말아야 한다”고 강하게 주장했다. AIA생명 이직설계사 소송에 대해 메트라이프 측은 “정확하게 몇 명에게 소송을 걸었는지 일일이 확인하기 어렵지만 일부 지점장들에 한해서만 소송을 한 것”이라며 “(AIA생명으로) 넘어갔던 500명의 설계사 전부에게 소송을 진행한 것이 아니다”라고 설명했다.

AIA에 넘어간 설계사들에게 재영입을 요구했다는 점에 대해 이곳 관계자는 “이직한 일부 설계사들이 해당 보험사의 문화나 보수 체계 등이 현실적으로 맞지 않아 메트라이프로 돌아오고 싶어 했다”며 “이직 후 1~2개월 동안만 (AIA에) 있었던 설계사에게만 다시 들어온다면 기존에 받았던 보수를 유지해주기로 했을 뿐, 절대로 대가성 인센티브를 제시했던 적은 없었다”라고 해명했다.

특히 문건에 안내돼 있는 설계사 동반 이동에 대한 스카웃 규정에 대해 메트라이프 측은 상세한 설명이 빠졌다고 강력 반박했다. 메트라이프의 주장은 이렇다. 팀장이 10명 이상의 설계사와 함께 들어오면 메트라이프는 최대 6000만원을 지급한다. 하지만 영입을 주도한 사람이 모두 받는 것이 아니라 팀장까지 합쳐 11명이 나눠 갖는 구조다. 한꺼번에 지급하는 방식이 아닌 1년 동안 12개월을 나눠서 지급한다. 즉, 1인당 한 달 동안 45만원가량을 받게 되는 것이다.



메트라이프 관계자는 “문건에서 최대 6000만원을 주는 것만 부각해 마치 엄청난 인센티브를 주는 것처럼 나타냈다”며 “어느 설계사가 한 달에 45만원 받겠다고, 다른 직원들까지 끌고 들어 오겠냐”고 되물었다. 그는 “우리로서도 설계사들의 이직이 잦은 게 좋은 게 아니다”라며 “설계사들의 정착률을 높이기 위해 교육에 역량을 집중하고 있을 뿐, 외부영입으로 사세를 넓히고 있지는 않다”고 밝혔다.

억울함 호소

하지만 업계의 시선은 곱지 않다. 이처럼 보험사들이 소송까지 벌여가며 보험모집인 스카우트에 심혈을 기울이는 이유는 설계사의 기여도가 크기 때문이다. 설계사는 보험사 영업 현장과 판매 실적 부문에서 '선봉장' 역할을 하고 있다.

보험인협회 한 관계자는 “보험사들의 지나친 스카우트 경쟁은 ‘철새 설계사’들을 양산하게 된다”며 “이는 고아계약(관리자 없는 계약)과 같은 부작용을 낳아 결국 보험소비자들의 피해로 이어진다”고 경고했다. 그는 “ 관행화된 타사 소속 설계사에 대한 스카우트 행위는 보험사 간 불필요한 마찰을 초래하고 있다"며 "이러한 스카우트 경쟁은 보험사의 생산성 및 경영효율 개선에 큰 도움이 되지 못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dklo216@ilyosisa.co.kr>

<기사 속 기사> 메트라이프 12년 전에도…

설계사 쟁탈전은 어제오늘 일이 아니다. 설계사 빼오기 경쟁은 2000년대 이후 외국계 보험사가 국내에서 사업을 시작하면서 심해졌다.

지난 2002년 푸르덴셜생명의 설계사 100여명이 메트라이프로 넘어갔다. 당시 푸르덴셜은 메트라이프를 상대로 민·형사상 소송을 제기했다. 푸르덴셜이 메트라이프를 상대로 소송까지 제기한 것은 메트라이프 측이 푸르덴셜의 보험설계사를 무더기로 영입한 데 이어 설계사용 교육 자료까지 불법 복제했다는 이유에서다.

메트라이프뿐만이 아니다. 설계사 끌어들이기 경쟁은 점차 보험업계 관행처럼 여겨졌다. 2008년에는 ING생명에서 뉴욕생명(현 에이스생명)으로 500여명의 설계사들이 대거 이동해 논란이 일었다. 2010년에는 ING생명에서 미래에셋생명으로 넘어갔다. 올해에는 AIA생명이 ING생명의 스타지점을 인수하기 위해 30억원을 제시하는 등 두 차례 접촉했던 것으로 알려졌다.

ING생명과 같이 매물로 거론되고 있는 보험사들의 소속 설계사들이 경쟁사의 집중 타깃이 되고 있다. 이에 따라 ING생명은 남아 있는 설계사들의 이탈을 막기 위해 파격적인 인센티브까지 도입했다. ‘장기 인센티브 제도(TARIS)'를 시행해 장기근무 보험설계사에게 매년 150억원을 성과급으로 지급하겠다는 등 안간힘을 쓰고 있다. <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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