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정치연합 차기 당권 룰 전쟁 내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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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정치연합 차기 당권 룰 전쟁 내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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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새정치민주연합 문재인 의원, 문희상 새정치민주연합 비상대책위원장, 박지원 의원(사진 왼쪽부터)

“어찌 선수가 심판 완장 차고 룰을 정하나?”

[일요시사 정치팀] 김명일 기자 = 절체절명의 위기에 빠진 당을 구하기 위해 출범한 새정치민주연합 비상대책위원회가 벌써부터 삐걱거리고 있다. 차기 전당대회 출마가 유력한 비대위원들 사이에서 전당대회 룰을 둘러싼 미묘한 신경전이 감지되고 있는 것이다. 차기 당권을 둘러쌓고 이미 시작된 ‘룰의 전쟁’을 <일요시사>가 살펴봤다.

박영선 원내대표의 거취문제로 극심한 내홍을 겪은 당을 정상화시키기 위해 출범한 새정치민주연합(이하 새정치연합) 비상대책위원회가 시작부터 삐걱거리고 있다. 차기 전당대회 출마가 유력한 비대위원들 사이에서 전당대회 룰을 둘러싼 미묘한 신경전이 감지되고 있는 것이다.

뜨거운 감자

이 같은 조짐은 문희상 비대위원장이 지난 21일 언론 인터뷰를 통해 모바일투표의 재도입 가능성을 시사하면서 시작됐다. 문 위원장은 인터뷰에서 “(모바일 투표는) 문제 있는 게 아니다. 개표 확인작업이 까다로운 점 등을 보완하면 그(모바일 투표)처럼 간단명료한 게 어디 있나”라고 언급했다.

이에 대해 전당대회 출마가 유력한 박지원 비대위원은 “문 비대위원장에게 공사석에서 발언을 조심하라 말씀드렸다”면서 “(모바일 투표는) 문제가 없는 게 아니라 가장 큰 문제”라고 지적했다. 문 위원장이 친노(친노무현)계에 유리한 것으로 알려진 모바일투표 재도입을 지지하고 나서자 새정치연합 내에선 이른바 ‘쌍문 연대설(문희상+문재인)’까지 불거져 나왔다.

사실 모바일투표제 도입은 최근 야권의 내부 경선 때마다 뜨거운 감자로 떠올랐던 문제다. 모바일투표 시행과 관련해 친노진영에선 ‘전국정당으로 나아가기 위해서는 불가피하다’는 입장인 반면, 비노 진영에선 ‘당원도 아닌 사람들에게 투표권을 준다면 오히려 당원들의 권리를 박탈하는 것’이라며 팽팽히 맞서고 있다.

모바일투표는 조직 동원력이 뛰어난 친노계에 유리한 것으로 알려져 있다. 실제로 지난 2012년 대선을 앞두고 치러진 민주통합당 전당대회에서는 김한길 의원이 대의원투표에서 1위를 하고도 모바일투표에서 역전돼 친노계 이해찬 의원에게 패했다.

지난 민주당 대선후보 경선 과정에서도 당시 손학규 후보가 대의원투표에서는 앞섰으나 문재인 후보가 모바일투표에서 압도적인 지지를 받아 대선후보로 선출됐다. 이 과정에서 손학규, 김두관 후보 등의 지지자들은 달걀과 페트병 등을 주최 측에 던지며 격렬히 항의하기도 했다.

이외에도 모바일투표와 관련한 크고 작은 오류들이 경선 과정에서 드러나면서 비노진영 지지자들은 ‘모바일투표는 사기 경선’이라는 뿌리 깊은 불신을 가지고 있다. 때문에 모바일투표제에 대한 비노세력의 거부감은 상상을 초월한다.

모바일투표 넣느냐 빼느냐 폭풍전야
당 정상화보단 유리한 전대 룰 우선?


하지만 당 안팎의 반대여론에도 불구하고 친노진영에서는 모바일투표제의 유혹을 뿌리치기가 쉽지 않은 상황이다. 모바일투표제를 도입하지 않고 당내 조직이 탄탄한 비노계를 상대로 승리하기가 쉽지 않기 때문이다. 실제로 내년 전당대회와 관련해 대중적 인지도가 높은 문재인 의원 쪽에서는 “국민참여경선을 실시해야 한다”는 주장을 굽히지 않고 있는 반면, 조직이 상대적으로 강한 박지원, 정세균 의원 측에서는 “대의원 중심의 투표를 해야 한다”고 주장하고 있는 형국이다.

차기 전당대회에서의 승패는 사실상 차기 공천권이 달린 문제다. 차기 전당대회 승패는 더 나아가 차기 대권경쟁과도 직결되어 있다.

실제로 차기 전당대회 룰 논란이 빚어지자 정세균 비대위원은 “비대위가 전대 룰을 만들거나 가이드라인을 제시하는 것은 적절하지 않다. 비대위가 본질과 무관한 논란에 휘말리면 맥없이 좌초되고 구제불능의 죄인이 될 수밖에 없다”며 자제를 부탁했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친노계 좌장인 문재인 의원은 지난 25일 일반인이 온라인을 통해 의사결정에 참여하는 ‘네트워크정당’ 구현을 다시 한 번 주창하고 나서 중도파들의 반발을 사기도 했다.

문 의원은 확대해석을 경계했으나 중도파로 분류되는 조경태 의원은 “모바일투표를 하지 않겠다는 말을 100% 다 믿기 어렵고, 네트워크 정당이라는 말 자체가 ‘그들만의 리그’를 준비하고 있다는 것”이라고 비판했다.

새정치연합의 한 관계자는 “지금 우리 당 내부에선 계파갈등이 극에 달해 있는 상태다. 만약 다른 한쪽이 당권을 잡으면 차기 총선에서 분명히 공천학살을 하려 들텐데 어떻게 가만히 앉아서 당할 수 있겠는가? 비대위 내부에서 전대 룰을 놓고 이전투구가 벌어질 수밖에 없는 구조”라고 설명했다.

새정치연합 비대위가 출범 사흘 만에 삐걱거리고 있는 것에 대해 당내에선 ‘예고된 참사’라는 지적도 나오고 있다. 조경태 의원은 비대위 구성에 대해 “차기 당권주자로 거론되는 계파 수장들이 직접 비대위에 참여하면서 선수가 심판의 완장을 차고 자기 멋대로 룰을 정할 수 있게 된 셈”이라고 꼬집었다. 비대위에 참여하고 있는 정세균, 박지원, 문재인 의원 등은 차기 전당대회 출마가 유력하다.

물론 전대준비위를 따로 두기로 했기 때문에 비대위에서 직접 전대 룰을 정하지는 않겠지만 이번에 구성된 비대위가 지역위를 꾸리는 조직강화특위와 당헌당규 특위, 전대준비위 등을 꾸리게 돼 전대 룰에 적지 않은 영향을 끼칠 수밖에 없다. 결국 위기에 빠진 새정치연합을 구하기 위해 출범한 비대위에서 차기 당권을 놓고 꼴사나운 이전투구가 벌어질 가능성이 크다는 얘기다.

때문에 일각에선 새정치연합이 현재 당대표와 최고위원을 분리하는 단일지도체제를 포기하고 각 계파 간 지분 나누기가 수월한 집단지도체제로 변신을 시도할 가능성도 높다고 내다보고 있다. 이미 당의 지지율이 바닥까지 추락한 상태에서 새정치연합 비대위가 꼴사나운 계파싸움을 벌인다면 다음 총선은 정말 장담하기 어려워진다. 따라서 계파 간 적당히 지분을 나누는 선에서 갈등을 봉합하려 하지 않겠느냐는 예측이다.

국민은 무시?

이렇게 되면 새정치연합의 차기 총선은 최악의 줄서기 공천이 될 가능성이 크다. 차기 총선이 계파 간 나눠먹기식으로 진행되면 계파색이 옅은 인사들은 정치적 희생양이 될 수 있기 때문이다.

새정치연합은 특히 차기 총선에서 현역의원의 30%를 물갈이하기로 원칙을 세워놓은 상태다. 상황이 이쯤 되다 보니 비대위 구성에서 제외된 당내 중도혁신파 의원들도 지분을 요구하기 위해 적극적으로 나서기 시작했다. 이들은 중도파를 대변하는 비대위원 임명을 추가 요청하고 김한길 전 대표의 비대위 참여를 적극 설득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이 같은 새정치연합 내부의 움직임에 대해 정치권의 한 관계자는 “비대위를 출범시키며 국민들에게 ‘살려 달라’고 읍소했던 새정치연합이 벌써부터 전대 룰을 놓고 신경전을 벌이고 있다. 국민들은 새정치연합에 또 한 번 속았다고 생각할 것”이라고 지적했다.

<mi737@ilyosisa.co.kr>



<기사 속 기사> 박주선 “새정치 도로 열린우리당 됐다”

“모바일투표 도입 논란 역겨워”

중도성향의 ‘민주당 집권을 위한 모임(민진모)’에 소속된 새정치민주연합 박주선 의원은 지난 25일 문희상 비상대책위원장이 이끄는 당 비대위에 대해 “도로 열린우리당이라는 비판이 나온다”고 주장했다. 박 의원은 이날 YTN라디오 인터뷰에서 “문희상 위원장도 중도적인 분인 줄 알았더니, 벌써 모바일투표 문제를 들고 나와서 찬성을 하는 등 상당히 친노성향을 가지고 계신 분이 아닌가 하는 의구심을 가지고 있다”고 밝혔다. 이어 “이번 비대위가 문희상, 문재인 주도로 운영되는 것 아니냐 해서, ‘이문동위원회’니 ‘쌍문동위원회’니 그런 이야기를 한다”며 모바일투표 도입 논의에 대해서는 “많이 역겹다”며 비판 수위를 높였다. <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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