망신 당한 박영식 대우건설 사장 풀스토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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망신 당한 박영식 대우건설 사장 풀스토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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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광화문 대우건설 본사


'새가슴 사장님' 뭐가 그리 무서웠나

[일요시사 경제2팀] 박효선 기자 = 어이없는 일이 벌어졌다. 국내 굴지의 건설업체가 1년 동안 한 사기꾼에 놀아났다. 대우건설 이야기다. 박영식 대우건설 사장은 청와대 측근이라는 전과2범 사기꾼의 한 마디에 묻지도 따지지도 않고 부장급 자리를 덜컥 내 줬다. 그만큼 대우건설에 낙하산 인사가 활동할 수 있는 토양을 제공해왔다는 방증이다. 정권이 바뀌면서 새로 부임한 정통 ‘대우맨’ 박 사장에게 걸었던 업계의 기대는 한 번에 무너졌다. 이번 사건으로 박 사장의 수장 자격은 도마에 올랐다.

지난해 7월 박영식 대우건설 사장실에 한 통의 전화가 걸려왔다. “청와대 총무비서관 이재만입니다” 수화기 너머로 한 남성이 자신을 소개했다. 이 한 마디에 박 사장은 일면식도 없던 사람에게 부장자리와 연봉 6000만원을 내줬다.

대기업 맞아?
KT와 비교

서울중앙지검 특수2부(부장검사 임관혁)는 청와대 비서관을 사칭해가며 자신의 취업을 알선한 혐의(업무방해)로 조모(52)씨를 구속기소했다고 밝혔다. ‘만만회’를 들먹이며 청와대 비서관을 사칭한 한 50대 남성은 재판에 넘겨졌다. 만만회는 이재만 청와대 총무비서관과 박근혜 대통령의 동생 박지만씨, 옛 보좌관 정윤회씨의 이름을 딴 것으로 박 대통령의 비선라인으로 불린다.


검찰이 설명한 사건의 개요는 이렇다. 조씨는 지난해 7월 대우건설 박영식 사장에게 전화를 걸었다. 조씨는 “나는 청와대 총무비서관 이재만”이라고 운을 뗐다. 이재만 비서관은 박근혜 대통령의 최측근으로 꼽히는 인물이다.

조씨는 “조 장로를 내일 오후 3시에 보낼 테니 취업을 시켜주시면 좋겠다”고 요구했다. 실제로 다음날 조씨는 박 사장을 찾아왔다. 1인2역을 한 것이다. 그는 “총무비서관이 보내서 왔다”며 서류를 건넸다. 조씨가 건넨 응시원서에는 H신학대 학석사 학위, 충남 H대 겸임교수 등 조씨의 학력과 경력이 적혀 있었다. 모두 가짜였다.

박 사장은 의심하지 않았다. 청와대 측근의 추천이라는 말에 조씨가 능력이 있다고 믿었다. 다음 달 조씨를 대우건설 주택사업본부 서울 개봉동 분양사무소의 부장급 현장관리직으로 채용했다. 연봉은 6000여만원. 1년 계약직이었다.

‘만만회’ 들먹이는 전과범에 속아
 전화 한통에 부장자리 덜컥 내줘

그러나 조씨는 사기 전과 2범이었다. 전주지법에서 사기죄로 징역 1년 6월에 집행유예 3년을 선고받았던 사기꾼이다.

조씨는 1년 가까이 아파트 건설현장에서 근무하는 동안 출근조차 제대로 하지 않았다. 애초부터 경력이 전무했기에 업무능력이 있을 리 만무했다. 결국 대우건설은 지난7월 조씨를 퇴사시켰다.

대우건설은 채용과정에서 청와대에 사실관계조차 확인하지 않은 것으로 확인됐다. 대우건설은 억울하다는 입장이다. 오히려 자신들이 피해자라고 호소했다.

 

  
▲ 박영식 대우건설 사장

대우건설 관계자는 “인사정보를 쉽게 조회할 수도 없고, 마음먹고 사기 친 사람을 어떻게 한 번에 알아보겠냐”면서 “(조씨가) 사기꾼이었다는 사실을 발견한 KT가 대단하다고 봐야 한다”고 말했다.

일면식도 없던 사람을 너무 쉽게 채용한 게 아니냐는 지적에 그는 “정직원이 아닌 계약직으로 채용했고, (조씨가) 나이가 있다 보니 실무능력이 있을 것이라고 판단했는데 근태가 좋지 않아 먼저 우리 측에서 해고통지를 했다”고 해명했다. 이어 "박 사장님이 직접 (조씨를) 뽑을 리가 있겠느냐”라며 “인사 담당자가 채용을 결정한 것이고, 상식적으로 청와대에 확인전화를 어떻게 할 수 있겠느냐”고 되물었다. 

그러나 신분조회 정도는 얼마든지 가능하다는 게 업계의 중론이다. 윗선의 지시가 있었기에 전화 한 통만으로 취업이 가능했다는 지적이다. 청와대에서 확인받기 어려웠다 하더라도 졸업증명서, 경력증명서, 교수 재직증명서 등은 해당 학교나 당사에 전화만 해도 알 수 있다. 대우건설은 이런 시도조차 하지 않은 것이다.

익명을 요구한 경쟁업체 인사팀 관계자는 “애초에 전화 한 통만으로 취업한다는 것 자체가 말도 안 되는 일”이라며 “청와대 비서관 출신이라는 말에 취업이 가능했다는 것은 분명히 사장의 지시가 있었기 때문에 가능했을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청와대 측에 확인 전화를 할 필요도 없이 회사 측에서 신분조회 정도는 당연히 할 수 있다”며 “개인정보 조회 불가를 들먹이는 것은 핑계에 불과하다”고 지적했다.

조씨의 ‘대통령 측근’ 사칭 범행은 계속됐다. 검찰에 따르면 조씨는 대우건설 퇴사 후 지난8월 황창규 KT 회장실에 전화를 걸었다. 전화번호도 이재만 총무비서관의 실제 번호와 유사하게 개통했다. 그는 같은 수법을 썼다. 조씨는 황 회장에게 “이재만 비서관인데 사람을 보낼 테니 만나보고 원하는 대로 해줬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황 회장은 “알겠다”고 답한 뒤 이튿날 오후 직접 조씨를 만났다.

“청…” 얘기에
회사문 활짝

조씨는 황 회장에게 “나는 10여 년 전부터 VIP(박근혜 대통령)를 도왔고 선거 때 비선 조직으로 활동했다”며 “지금도 VIP를 한 달에 한두 번 면담하고 직언을 하고 있다”고 전했다. 그는 “정부 산하기관 기관장이나 감사로 갈 수도 있지만 ‘회사에 취업하겠다’는 입장을 전달했으니 KT에 취직시켜 달라”고 요구했다.

  
▲ 황창규 KT 회장

황 회장은 조씨의 신분을 수상히 여겼다. 신분 조회를 한 뒤 청와대에 신고했고, 청와대는 경찰청 특수수사과에 수사를 의뢰했다. 황 회장의 눈치에 조씨의 꼬리가 잡힌 것이다.

KT 관계자는 “(조씨가) 황 회장에게 전화를 걸었고, 이를 수상히 여겨 신분조회를 하게 됐다”며 “확인해보니 청와대 비서관이라는 것은 금방 거짓임을 알 수 있었다”라고 전했다. 다만 황 회장이 조씨를 만났다는 점에 대해서는 말을 아꼈다.

대우건설 직원들은 분통을 터뜨렸다. 대우건설 노동조합은 정치적 외압에 의한 낙하산 인사 반대 입장을 표명했다. 고문, 임원급부터 신입사원까지 인사 청탁이 심각하다고 비판했다. 청와대 사칭 취업사기사건 발생의 본질은 만성적인 인사청탁과 낙하산 인사라는 지적이다.

한때 대우건설 직원들은 높은 기술력과 우수한 인력을 갖춘 건설사라는 자부심을 가진 적이 있었다. 대우건설은 국내 시공능력평가 3위이자 건설업계 전통 강자이기도 하다. 하지만 지난 2011년 공기업인 산업은행이 최대주주가 되면서 분위기는 달라졌다. 대주주 산업은행과 대우건설 출신들 간 보이지 않는 알력다툼은 대우건설을 인사청탁 기업으로 만들었다.

대우건설 사내외 이사는 낙하산 인사들이 차지하고 있다. 산업은행 부행장 출신의 임경택 수석부사장은 대우건설 사내이사를 맡고 있다. 임경택 부사장은 1970년 산업은행에 입사해 개인금융부문부행장까지 지냈던 ‘산업은행맨’이다. 정통 ‘산업은행맨’의 길을 걷다가 올 초 대우건설 고위직을 꿰찼다.

“낙하산 떨어지다 떨어지다
이제는 사기꾼에까지”

사외이사 2명은 건설과 관련 없는 한국은행 및 언론인 출신 인사다. 올해 선임된 박간 사외이사는 한국은행 제주본부장, 한국은행 금융결제국장 등을 지냈다. 재선임된 권순직 사외이사는 동아일보 경제부장, 동아일보 편집국 부국장 등을 지낸 언론인 출신이다.

박 사장 전에는 ‘MB맨’으로 통했던 서종욱 전 사장이 대우건설을 맡았다. ‘대우맨’이었지만 서 전 사장은 이명박 전 대통령의 대학 후배로 전 정권 건설업계 실세로 유명했다. 이상득 의원 인맥으로 통한다는 경북출신이기도 했다. 그의 집권 2기 동안 대우건설은 각종 비리 의혹에 휩싸였다.

정권이 바뀌면서 대우건설 본사는 연쇄 압수수색을 당했다. 지난해 대우건설은 4대강 사업 등 온갖 비리 의혹으로 언론지상에 오르내렸다. 당시 야권은 서 전 사장이 2011년 1월 연임에 성공한 사실을 끄집어내면서 정권 유착의혹을 제기했다.

새 정부 출범 후 검찰과 경찰, 공정거래위원회의 칼날은 모두 서 전 사장을 향했다. 결국 그는 지난해 5월 사퇴했다.

온갖 악재가 노출되면서 대우건설 직원들은 분위기를 바꿔줄 수장을 찾았다. 지난해 7월 박영식 사장이 대우건설에 취임했다. 박 사장은 정통 ‘대우맨’으로 내부 직원들의 기대를 한껏 받았다. 업계 역시 박 사장이 대우건설 특유의 낙하산 토양을 갈아줄 것으로 기대했다.

취업 청탁 얼마나 많길래…
“이재만인데” 한마디에 설설

박 사장은 비상경영전략을 선포하면서 외형 확대보다는 내실 경영에 힘 쏟겠다고 밝혔다. 올해 신년사를 통해 박 사장은 “위기가 찾아오면 더욱 강해지는 조직력과 대우건설의 위기관리 DNA를 올해 다시 한 번 보여주겠다”고 강조했다. 그렇게 조직안정화와 한 가족 동일체 문화 재건을 다짐했던 그의 약속은 이번 사건으로 거짓으로 드러났다.

  
▲ KT 사옥

대우건설 노동조합은 7일 낙하산 인사를 규탄하는 성명서를 발표했다. 대우건설 노조는 낙하산 채용을 즉각 중단할 것을 요청했다. 이미 채용된 인사들에 대해서도 당장 퇴직 조치할 것을 주문했다. 이번 청와대 사칭 취업사기 사건은 하나의 해프닝이 아닌 만성적인 인사청탁과 낙하산 인사가 본질이라는 지적이다.

원래부터
낙하산 천국

노조는 성명서를 통해 “신입사원 공채 시 모집 정원보다 더 많은 취업 청탁이 쏟아져 들어오는 지경”이라며 “사측은 임직원들에게 공식 사과하고 재발방지대책을 수립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어 “낙하산 인사로 직원들의 사기 저하와 허탈감이 패배주의로 이어지고 있다”며 “낙하산 천국이라는 오명을 벗지 못하면 회사 미래는 없다”고 밝혔다.

공기업인 산업은행 아래에 있지만 대우건설은 엄연히 민간기업이다. 산업은행이 매개가 되어 민간기업인 대우건설 자리는 정권의 ‘제편 나눠주기’ 수단으로 전락한 모습이다.

박효선 기자 <dklo216@ilyosisa.co.kr>

 

<기사 속 기사> KDB시니어브리지 가보니… ‘있으나 마나’ 수장 바뀌고 방치

지난 6일 찾은 KDB시니어브리지센터는 조용했다. 내부 직원은 “월요일은 특별한 일이 없어서”라고 했다. 이곳 직원은 KDB시니어브리지센터가 재취업보다는 사회공헌을 위한 기관이라는 점을 거듭 강조했다.

KDB시니어브리지 아카데미는 KDB금융그룹의 KDB나눔재단이 후원하는 기관이다. 퇴직자의 사회공헌형 일자리 창출을 통해 사회참여 기회를 제공하고자 지난해 4월 문을 열었다. 취지는 좋았다. 그러나 산업은행 수장이 바뀌면서 기관은 방치되고 있는 모습이다. 최근에는 실적이 문제가 됐다.

김정훈 새누리당 의원이 산업은행으로부터 제출받은 자료를 보면 KDB시니어브리지 아카데미 수료자들의 취·창업률은 저조한 것으로 나타났다. 김 의원 자료에 따르면 현재까지 KDB 시니어브리지 아카데미교육은 제1기부터 7기까지 총 227명이 지원해 190명이 교육을 수료했다. 지원된 예산은 1억8200만원이다.

그러나 제1기~제7기까지 아카데미 수료자 총 190명 중 재취업을 한 사람은 66명(약34.7%)에 불과했다. 창업을 한 수료자는 19명(10%)으로 나타났다. 전체 수료자 중 절반도 취·창업하지 못한 것이다.

KDB시니어브리지 아카데미 교육을 수료해 재취업한 총 66명 중 정규직은 1명에 그쳤다. 나머지 50명은 비정규직, 15명은 단기직에 취업한 것으로 조사됐다. 결론적으로 산업은행은 비정규직과 단기직 채용을 알선해 주려고 1억8200만원이나 되는 돈을 들여 교육시킨 셈이다.

실적이 이처럼 저조한데도 산업은행은 사업을 수행할 계획이다. 올해도 사업을 연장하기로 했다. 객관적 실적을 배제한 채 재단이 사업 목적에 반하는 수행기관을 내부회의로만 뚝딱 결정한 것은 문제가 있다고 김 의원은 제기했다. 제2의 인생을 펼쳐보려는 퇴직자들을 금융회사의 홍보성 이벤트 사업에 동원하고 있다는 지적이다.

이 기관은 강만수 전 산은 회장 때 계획됐다. 그런데 정권이 바뀌면서 수장은 홍기택 산은 금융지주 회장으로 바뀌었다. 이후 기관은 찬밥 신세가 됐다.

산업은행 측은 퇴직자들을 정규직으로 채용시키는 데 현실적으로 한계가 많다는 입장이다. KDB나눔재단 관계자는 “아무래도 60세 이상의 은퇴하신 분들이 참여하다보니 정규직 채용은 현실적으로 어렵다”면서 “KDB시니어브리지 아카데미에 참가하시는 분들은 대부분 대기업 임원급 퇴직자들이라 생계보다는 활동자체에 관심이 많아 취업보다는 사회공헌의 취지가 더 강하다“고 해명했다. 1년 연장에 대해서 이 관계자는 “아직 결정이 난 것은 아니다”라며 “앞으로의 상황은 불투명하다”고 선 그었다.

강 전 회장이 추진했던 KDB금융대학교도 비슷한 사례다. KDB금융대는 강 전 회장이 고졸 채용 인력 확대를 위해 각별한 애정을 갖고 만든 금융권 최초 사내 대학였다. 그러나 홍 회장 취임 이후 산업은행의 고졸채용 직원 수 자체는 줄어들었고, 자연스레 입학생수도 감소했다. 학사 경고자도 속출했다. 현재 KDB금융대학교는 폐교 위기에 놓여 있다. <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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