화류계 떠도는 ‘에이즈 괴담’ 추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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화류계 떠도는 ‘에이즈 괴담’ 추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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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라진 에이즈녀 “6년간 레지로 일했다”

[일요시사 사회팀] 이광호 기자 = 그동안 풍문으로 떠돌던 ‘에이즈 괴담’이 사실로 드러나고 있다. 자신의 에이즈감염 사실을 알면서도 여성과 동거하며 불특정 다수의 여성을 성폭행한 남성의 충격적인 행태가 밝혀졌다. 사라진 에이즈녀의 미스터리한 6년간 행적도 도마에 올랐다.

지난 1일 자신의 에이즈 감염 사실을 알면서도 12세 초등학생을 성폭행했던 20대 남성이 교도소 출소 후 또다시 장애여성을 성폭행해 구속기소됐다. 서울중앙지검 여성아동조사부는 지적장애 3급 여성 ㄱ씨를 유인해 성폭행한 혐의(성폭력범죄처벌특례법·에이즈예방법 위반)로 이모(26)씨를 구속기소했다.

감염 사실
알고도 ‘쉿’

검찰에 따르면 에이즈에 감염된 이씨는 지난 2월 인터넷 채팅을 통해 알고 지내던 ㄱ씨와 만나 “집에 가지 말고 같이 놀자”며 ㄱ씨를 인천시 남동구 자신의 집으로 데려갔다. 이씨의 동거녀 박모씨는 ㄱ씨에게 청소와 집안일을 시키며 욕하고 때렸다고 전해진다. 이씨는 박씨가 잠든 사이 ㄱ씨를 강간했고, 박씨의 동네 후배인 최모씨와 손모씨도 이씨의 집을 매일같이 드나들며 ㄱ씨를 성폭행했다는 것이다.

감금돼 있던 ㄱ씨는 간신히 할머니와 연락이 닿아 경찰에 신고해 이들에게서 벗어났다. ㄱ씨는 현재 임신한 상태다. 보통 성폭행을 당해 임신한 경우 중절수술을 받을 수 있지만 수술시기를 놓쳤다. ㄱ씨의 변호인은 ㄱ씨가 에이즈 검사 결과 음성판정을 받았지만 잠복기가 있어 아직 안심할 수 없다고 설명했다.

이씨의 동거녀 박씨의 동네 후배 최씨와 손씨는 현재 각각 특수절도 등 다른 범죄로 붙잡혀 각각 교도소와 소년원에 수감 중이며 그곳에서 성폭행 혐의에 대한 수사를 받고 있다. 동거녀 박씨는 관할 검찰청으로 이송됐다. 검찰은 최씨 등과 동거녀 박씨의 에이즈 감염 여부에 대해서는 “개인 정보라 밝힐 수 없다”고 말했다.

앞서 이씨는 군 입대 후 훈련 중 에이즈 감염 사실이 드러나 퇴소 조치된 바 있다. 이씨는 2010년 7월 경남 창원에서 초등학생(당시 12세)을 성폭행했다. 당시 그는 1심 창원지법에서 징역 3년을 선고받고 “형량이 너무 무겁다”며 항소했다. 2심 부산고법은 징역 2년으로 감형해줬다. “성적 욕구를 억제하며 지내다가 피해자가 자신을 잘 따르며 좋아하자 성적 욕구를 이기지 못했다”는 사유였다.

이씨 본인이 에이즈에 걸린 사실을 알면서도 범행을 저지른 점은 고려되지 않았다. 이후 인터넷커뮤니티,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 등에서는 형량이 너무 가볍다는 비판 여론이 일었다. 그런데 이씨는 2012년 8월에 출소해 전자발찌를 찬 지 얼마 지나지 않아 다시 ㄱ씨를 성폭행했다. 에이즈 감염자로 성범죄 전과까지 있는 이씨의 재범을 막지 못했다는 점에서 법조계에서는 이 같은 문제를 통합관리 할 시스템 구축이 필요하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질병관리본부에 따르면 국내 에이즈 감염자는 총 8362명(2013년 기준)이다. 지난해에만 1114명이 새로 감염돼 하루 3명씩 감염되고 있어 새로운 관리체계를 요구하는 목소리가 높다.

현행법상 에이즈 예방과 관리 대책은 부실한 형편이다. 에이즈 감염자에 대해 의료기관은 일정기간 간단한 진료만 하고, 관할 보건소는 주거 사실만 확인하는 수준에 그치는 게 현실이다. 감염자들이 주소지에 거주하는 것으로 파악되더라도 관할 보건소가 행적을 추적할 수 있는 제도적 장치가 없는 상태다.

앞서 지난 4월에는 6년간 행방불명이었던 여성 에이즈 환자 A(37·여)씨가 보건 당국의 관리를 받지 못한 채 지내다가 경기도 가평군에서 에이즈 합병증인 폐렴으로 숨지는 일이 발생했다. A씨는 21세였던 1998년, 인체면역결핍바이러스(HIV) 감염 사실이 확인돼 거주지인 관할 안동시보건소에서 관리 대상자로 선정됐다.

이에 A씨에 대해서는 3개월에 한 번 꼴로 서로 연락을 주고받는 식으로 추적 관리가 이뤄졌다. 그러던 중, 2008년 A씨와 연락이 두절됐고, 행방불명 기간이 길어지면서 그의 주민등록이 말소됐다. 이후 A씨는 10년간 보건당국의 관리 밖에서 무방비 상태로 지내다 에이즈 합병증인 폐렴으로 숨졌다.

감염 사실 알면서도 동거생활
불특정 다수 여성들도 성폭행

과거 A씨를 추적 관리했던 안동보건소 관계자는 “본인(A씨)이 주민번호를 말소 시키고 번호를 바꿨기 때문에 찾을 방법이 없었다”며 “당시 직원들이 그녀를 찾기 위해 노력했었다”고 말했다. 안동보건소 측은 과거 A씨와 꾸준히 연락을 주고받았으나, 2008년 들어 통화에 실패한 것으로 알려졌다.

질병관리본부 에이즈결핵관리과 관계자는 “당시 에이즈 환자의 과도한 관리규제와 인권침해 요소가 지적되면서 2008년부터 ‘후천성면역결핍증 예방법’이 개정됐다”고 말했다. 이 관계자는 “이전부터 에이즈 환자들의 불만이 컸었다”고 전했다. 그는 이어 “2008년 이전에는 감염인이 입·퇴원할 때와 거주지를 옮길 경우 보건소장에게 신고하도록 했다”며 “‘후천성면역결핍증 예방법’이 개정된 이후에는 이런 의무가 전면 삭제돼 감염인을 추적관리할 수 없다”고 말했다. 감염인 사체 검안 및 사망자에 대한 신고의무만 있다는 것이었다.

충격적인 사실은 A씨가 숨지기 직전까지 가평군의 ‘아는 언니’가 있는 한 다방에서 지냈다는 점이다. 이 다방 업주는 A씨가 건강이 좋지 않아 일을 하지는 않았고, 다방에서 일하는 언니를 만나러 왔다가 머물렀다고 진술한 것으로 전해졌다. A씨는 1998년 9월, HIV 감염 사실을 확인했다. 성관계에 의한 감염이었다. 그녀의 최종상담 기록은 2007년 10월19일이다. 가평보건소 관계자에 따르면 A씨는 분명 가족과 함께였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다방에 머문 이유는 무엇일까.

A씨는 한 남성과 성관계를 가진 뒤 자신이 에이즈에 감염된 사실을 알게 됐다. 이후 그녀는 거주지인 관할 안동보건소에서 꾸준히 관리를 받으면서 약물도 복용했다. 그녀는 나이 21세 때의 일이다. A씨는 2007년까지 안동에 머무른 것으로 파악됐다. 경제활동 여부는 알 수 없다. 다만 다방에 있었다는 사실이 그녀의 20∼30대를 들여다 볼 수 있는 유일한 단서다.

가평군 관계자에 따르면 A씨는 다방에서 일을 하지 않았다. 단지 아는 언니와 함께 있었다는 것이 전부라는 것이다. 하지만 가족이 있다고 알려진 그녀가 꾸준히 다방을 출입한 데는 이유가 있지 않았을까. 아마도 그녀는 과거 취업 준비 시 필요했던 건강검진진단표를 숨기고 싶었을 것이다. 에이즈 감염 사실이 사측에 알려지면 취업이 불가능하다는 것을 그 누구보다 잘 알고 있었기 때문이다. 이런 점으로 미루어 봤을 때, 그녀가 자연스레 화류계로 빠졌을 가능성도 점쳐진다.

감염자들 동선
제대로 관리되나

A씨가 생전에 다방을 출입했다는 소식에 화류계 한 관계자는 “보통 다방에서 일하는 사람들은 과거 화류계에 몸담았던 여성”이라며 “특히 ‘아는 언니’를 통해 출입을 했다는 건 누군가를 매개로 연결돼 함께 일 했을 가능성이 매우 높다”고 말했다. 다방은 왕년에 활발하게 활동했던 화류계 여성들의 최종 목적지와 같은 곳이라는 것이다.

이 관계자에 따르면 화류계에 유입되는 여성 중에는 ‘아픔’을 갖고 있는 사람들이 많다. 예를 들어, 미성년일 때 성폭행을 당했거나, 학창시절 때 심한 따돌림을 당했거나, 혹은 말 못할 사정이 있는 경우다. A씨의 경우는 말 못할 사정이 있는 경우에 속한다고 볼 수 있다. 비교적 젊은 나이인 37세에 다방을 들락날락 한 저의가 의심스럽다는 것이다.

문제는 일부 다방에서는 단순히 커피만 판매하지 않는다는 점이다. 일부 다방에서는 ‘2차 연애’ 가 이루어진다. 특히나 지방에 있는 다방은 2차가 필수옵션으로 자리 잡은 지 오래다. 커피 값과 별도로 추가비용을 지불하면 다방 여성과 유사성행위가 가능한 건 익히 알려진 사실이다. 이런 점 때문에 다방을 찾는 이들이 끊이지 않는다. 더군다나 A씨는 30대 후반으로 다방 내에서는 나름대로 젊은 편에 속했기 때문에 그 인기가 상당했을 것이라는 추측이 가능하다.

A씨의 과거 행방을 찾기 위해 가평에 위치한 몇몇 다방을 취재했지만 다방 종업원들은 A씨에 대해 잘 알지 못했지만, 다방 관계자들에 따르면 가평에 있는 다방에서 일하는 여성들의 주 연령대는 40∼50대다. 30대는 흔히 ‘영계’에 속한다.

다방에서 20∼30대는 황금라인으로 매출 일등 공신으로 알려진다. 아무래도 A씨는 남들보다 2배 3배 더 뛰었을 것이다. 그리고 시골 다방에서는 숙식이 제공되는 경우가 많다. A씨는 숙식을 제공받으며 ‘아는 언니’들과 함께 일 했을 가능성이 높다. 그런데 시골 다방의 경우 커피만 팔아서는 절대 돈을 벌 수 없는 형태다. 화류계 한 관계자는 “다방 미시들은 100% 2차를 나갈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본인의 수입을 위해서는 필사적으로 남자들을 유혹해 모텔에 진입해야 한다는 것이다.

이러한 다방을 흔히 ‘티켓다방’이라고 부른다. 출장성매매의 원조격이다. 보통 티켓을 끊는다고 하는데, 이것이 곧 외출증이다. 외부에서 자유롭게 ‘서비스’를 제공하는 것이다. 장소도 다양하다. 식당이나 호프집, 노래방 등 아무데서나 아가씨를 부를 수 있다. 티켓 2차는 다방 수입을 지탱하는 기둥이다.

다방 일하다 숨진 여성 알고보니 보균자
남자들과 잠자리? 그동안 행적 미스터리

티켓다방은 특히 지방일수록 기승을 부린다. 일부 모텔 객실 전화기에는 티켓다방 전화번호가 단축키로 지정돼 있을 정도다. 이처럼 티켓다방이 모텔을 끼고 영업을 할 수 있는 이유는 단속 사각지대이기 때문이다. 막상 단속되더라도 혐의 입증이 어렵다. 증거가 남지 않는 이유는 간단하다. 성매매 업소 단속을 위해서는 업소의 카드 사용 기록, 종업원의 휴대폰에 남아 있는 남성들의 전화번호 혹은 인터넷 예약기록 등이 필요하다. 하지만 티켓다방에서는 모텔 유선전화를 사용해 티켓을 끊거나 현장에서 종업원과 성매매를 하기 때문에 흔적이 남지 않는다.

현행법상 다방 커피 배달은 미성년자가 아니라면 불법이 아니다. 설사 성매매를 했더라도 “서로가 좋아서 한 일”이라고 하면 경찰도 별다른 도리가 없다. 티켓다방 업주 또한 “종업원이 나가서 뭘 하는지 알지 못한다”고 할하면 그만이다. 모텔업주도 마찬가지다. 다방에서 일하는 여성들은 다른 술집 여성들과 달리 술을 마시지 않아 이 일을 선호한다고 전해진다. A씨가 일 하기에 수월했을 것이다.

그렇다고 A씨가 다방에서만 일 했다고 단정 지을 수는 없다. 개중에는 조금 더 돈을 모으고 싶은 마음에 남성 손님들을 유혹해 개인적인 만남을 이어가며 금품 등을 받는 경우도 적지 않기 때문이다. 반대로 화대를 받지 않고 남성과 관계를 하는 경우도 있다고 전해진다. A씨로 인한 2차 피해자가 발생했을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는 것이다. 앞서의 전자발찌 성폭행범 이씨와의 연관성도 주목할 만하다.

A씨가 다방을 전전하다 사망한 사실이 알려진 시점에 한 인터넷 커뮤니티 게시판에는 자신을 HIV 보균자라고 밝히는 글이 올라왔다. 이 글에서 B씨는 20대 중반으로 콘돔을 사용하지 않고 성관계를 맺어 HIV 보균자가 됐다고 밝혔다. 그는 자신이 복용하고 있는 약의 사진까지 올리면서 추가 피해자들을 막기 위해 노력하는 모습을 보였다. HIV에 걸린 사실을 알았을 때 자포자기 상태였다고 했다. 너무 황당해서 눈물도 나오지 않았다는 것. 약을 먹고 있는 지금은 구토증상과 어지러움을 느끼고 있다고 설명했다. B씨는 자신이 HIV에 감염된 사실을 그 누구에게도 알리지 않았다. 부모님도 모르는 상태였던 것이다.

B씨는 “내가 이 HIV에 걸렸을 때 2달 동안 30번 정도 자살을 생각했다”며 “부모님에게 절대 얘기할 수 없는 사정이 있다”고 말했다. 도대체 그 사정은 무엇일까. 그는 이에 대해 명확하게 밝히지 않았지만, 일각에서는 성매매때문이라는 지적이 나오기도 했다.

B씨는 자신의 감염사실과 현재 복용하고 있는 약 등을 이야기하면서 “성관계 할 때는 반드시 콘돔을 착용하라”고 강조했다. B씨에 따르면 콘돔은 HIV 뿐만 아니라 HVC(C형간염), B형간염, A형간염, 헤르페스 등을 예방해준다. 곤지름은 예외라고 덧붙이기도 했다. 그러면서 그는 “HIV 보균 검사는 꼭 한 번 받아보길 바란다”며 “검사는 익명으로 무료로 진행된다”고 전했다.

가평군 인근 부대에서 근무했던 C씨도 입을 열었다. 그에 따르면 과거 부대원들이 휴가나 외박을 통해 다방 여성들과 접촉하는 일이 잦았다. 속칭 ‘여관바리’라 불리는 성매매를 했었다는 것이다. C씨는 “당시 여성들은 대부분 40대였다”면서 “30대는 운이 좋은 경우”라고 말했다. 당시 여관으로 들어오는 아가씨 중에는 투잡을 뛰는 다방 아가씨가 많았다고 전해진다.

설마, 혹시
그녀와?

2008년 ‘후천성면역결핍증 예방법’이 개정된 이후 현 법률체계는 감염자 보호라는 온정주의에 초점이 맞춰졌다. 그렇다 보니 방역기관은 속수무책이다. 이것이 에이즈 감염자 증가 원인으로 지적되기도 한다. 인권차원에서 에이즈 환자의 감시와 격리는 불가능한 상황이다. 지나친 행적 감시는 감염자 인권을 침해하고 정신적 피해를 줄 수도 있는 민감한 문제기 때문이다. 그렇더라도 에이즈 환자 관리 책임은 1차적으로 보건당국에 있다. 국민들의 생명유지권이 침해되는 일이 없도록 대책마련이 시급해 보인다.

<khlee@ilyosisa.co.kr>


<기사 속 기사> 국내 연구진 개발

에이즈 잡는 신물질은?

최근 국내 연구진이 에이즈를 치료할 수 있는 새로운 물질을 개발했다. 지난달 30일 유재훈 서울대 화학교육과 교수와 이연 서울대 화학부 교수 공동 연구진은 에이즈를 유발하는 HIV를 치료할 수 있는 신약 후보 물질을 찾았다고 밝혔다. 기존 치료제와는 전혀 다른 방식으로 바이러스를 공격해, 내성 바이러스 치료에 도움이 될 전망이다.

에이즈 바이러스는 RNA에서 DNA가 만들어지는 역전사 과정과 이 DNA로부터 RNA를 만드는 전사 과정을 통해 복제된다. 기존 치료제는 RNA에서 DNA가 만들어지는 역전사 단계를 공격했다. 그런데 연구팀이 개발한 ‘펩타이드’는 DNA에서 RNA가 만들어지는 다음 단계를 공략한다. 펩타이드의 가장 큰 장점은 천연물질과 비슷해 인체 독성이 거의 없다는 것이다. 현재 연구진은 동물실험을 준비하고 있으며, 5년 이내에 상용화할 수 있을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이번 연구결과는 국제 학술지 <앙케반테 케미> 최신호에 실렸다. <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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