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정치 '거리두기 정치' 내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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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정치 '거리두기 정치' 내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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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안철수 새정치민주연합 의원

난파선 키 잘못 잡으면 독박 쓴다?



[일요시사 정치팀] 김명일 기자 = 새정치민주연합이 표류하고 있다. 하지만 아무도 표류하고 있는 당의 방향키를 잡으려 하지 않고 있어 문제다. 우여곡절 끝에 비상대책위를 구성하긴 했지만 당 혁신 과제는 사실상 차기 당권주자에게 모두 떠넘겼다. 당의 중진인사들은 외곽에서 겉돌며 당을 비판하기에 바쁘다. 특히 거물급 인사들일수록 당과 거리두기에 나서고 있다. 도대체 무슨 이유일까?

지난 대선 패배 직후 민주당의 대선평가위원장을 맡았던 한상진 서울대 명예교수는 새정치민주연합(이하 새정치연합)을 침몰 직전의 세월호에 비유했다. 지난 7·30재보선 참패 이후 혁신을 다짐했지만 달라진 것이 없다는 지적이었다.

선당후사(先黨後私)

실제로 한국갤럽이 지난달 21일부터 23일까지 3일간 전국 성인남녀 1032명을 대상으로 진행한 설문조사에 따르면 새정치연합의 지지율은 21%에 불과했다. 새누리당 지지율(44%)의 절반에도 못 미치는 수준이다. 담뱃세 인상, 공무원 연금 개혁, 방산 비리, 사이버 검열 논란까지 그동안 새누리당에 악재가 될 만한 이슈가 줄줄이 터져 나왔던 것을 감안하면 새정치연합의 지지율은 무척 초라하다. 

특히 새정치연합은 텃밭 호남에서의 지지율이 무섭게 빠지고 있어 걱정이 이만저만 아니다. 한국갤럽의 다른 여론조사 결과를 살펴보면 50%대를 상회하던 새정치연합의 호남권 지지율은 어느새 35%대까지 추락했다. 반면 한 자릿수에 머물던 새누리당의 호남권 지지율은 25%대까지 치고 올라왔다. 

새정치연합의 상황이 이러한 데도 전면에 나서서 문제를 해결하려는 사람이 아무도 나타나지 않고 있다. 우여곡절 끝에 비대위가 구성되긴 했지만 당 혁신 과제는 사실상 차기 당권주자에게 모두 떠넘겼다. 

문희상 위원장은 혁신보다는 관리형으로 평가된다. 새정치연합의 창업주인 안철수 의원은 당 지도부의 비대위 참여 요청을 거절한 데 이어, 측근인 송호창 의원의 조직강화특위(이하 조강특위) 위원직을 사퇴하도록 했고, 원외에 있는 측근들에게는 지역위원장 공모에 응모하지 말 것을 권유했다. 안 의원 몫 부대변인으로 지난 7월부터 당 상근부대변인을 맡아온 강연재 변호사도 당의 입장과 안 의원의 입장이 다를 때가 많다며 부대변인직에서 물러났다.

차기 대권주자 지지율 1위를 달리고 있는 박원순 서울시장도 당과 거리두기 행보를 이어가고 있다. 박 시장은 지난달 26일 문 비대위원장이 개최한 첫 시도지사 정책협의회에 비공개 일정을 이유로 불참했다. 박 시장은 지난 9월 새정치연합이 국회의원과 광역단체장을 불러 문 비대위원장 지명을 발표하는 자리에도 나타나지 않았다. 

그런데 박 시장은 같은날 오후 3시에 열린 전 당원토론회에는 참석했다. 박 시장은 이 자리에서 당을 향한 신랄한 비판을 쏟아냈다. 누가 봐도 당과 거리두기 행보라는 지적이다. 


 



▲ 박원순 서울시장

새정치연합 비노인사들로부터 당대표 출마를 권유받고 있는 김부겸 전 의원도 ‘지역주의 극복이 먼저’라며 등판을 거부했고, 정동영 상임고문과 천정배 전 법무장관 등도 외곽에서 새정치연합에 대한 비판 수위를 높여가고 있는 상황이다. 손학규 전 상임고문은 당의 복귀 요청을 수차례 거절하고 전라도 토굴에서의 잠행을 계속하고 있다.

박원순 당 행사 불참, 안철수는 아예 개인 활동
서로 책임 안 지려 우물쭈물, 선당후사? 선사후당!

그렇다면 새정치연합의 거물인사들이 당과 거리두기에 나선 이유는 무엇일까? 가장 먼저 추락한 당의 지지율이 원인으로 꼽힌다. 각종 실책으로 지지율이 떨어진 새정치연합과 거리를 두는 게 정치적으로 유리하다는 판단을 했을 것이라는 분석이다. 실제로 안 의원은 당과 본격적으로 거리두기에 나선 직후 지지율이 소폭 반등하기도 했다. 

특정 계파의 당 장악에 대한 반발이라는 분석도 있다. 정동영 상임고문은 최근 호남지역에서 개최한 경청투어에서 “한 가지 분명한 것은 특정 계파가 당권을 장악하게 되면 그 당은 지지할 수 없다”고 언급하기도 했다. 다른 거물인사들도 사실상 친노(친노무현)진영이 장악한 새정치연합 당무에 참여해봐야 들러리로 전락할 수 있다는 우려를 갖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각종 당직 인선에서 친노의 영향력이 커지고 있는데 당무에 참여하게 되면 이에 대한 정당성까지 부여하게 되는 셈이라 당과 거리 두기에 나선 것이라는 분석이다. 

계파갈등에 따른 당 지도부 흔들기도 한 원인으로 거론된다. 새정치연합의 지도부는 지난 10년 동안 무려 28번이나 교체됐다. 임기는 2년이지만 채 1년도 버티지 못한 경우가 부지기수였다. 새정치연합은 선거 때마다 이합집산을 반복하며 현재 4~5개의 계파가 난립하고 있는 상황. 

 

▲ 정동영 새정치민주연합 상임고문 

특정 계파가 당권을 잡더라도 다른 계파들이 곧바로 흔들기를 시작해 강력한 리더십을 발휘하기 힘든 구조라는 지적이다. 이러한 당의 구조하에서 누군가 당을 개혁하겠다며 선뜻 나서기는 어렵다는 것이다. 

일각에선 새정치연합만의 현상이 아니라 전체적인 정치 불신 풍토 때문에 거물 인사들이 당과 거리를 두려 한다는 분석도 있다. 이는 반기문 UN사무총장 등 장외 인사들의 주가가 치솟고 있는 현재 상황만 봐도 알 수 있다. 

새누리당만 해도 김문수 보수혁신위원장은 국회의원 ‘무노동 무임금’을 추진하는 등 반정치 정서에 편승해 지지율을 끌어올리고 있다. 지금처럼 반정치 정서가 강한 시기에 괜히 당 전면에 나서봤자 얻을 수 있는 이득이 없다고 보는 것이다.

선사후당(先私後黨)

가장 가능성은 낮지만 새정치연합 내부에서 신당 창당이 임박했기 때문이 아니냐는 분석도 나오고 있다. 일례로 전북지역 경청투어에 나섰던 정동영 상임고문은 지난달 29일 “(그동안) 분당과 창당에 대한 질문을 많이 받았다. 우선 야당의 혁신을 위해 더욱 노력하겠다”면서도 “연말까지 좀 더 지켜보고 원로들의 의견을 듣고 동지들의 뜻을 모아 결정하겠다”고 언급해 화제가 됐다. 신당 창당 가능성을 크게 열어놓은 듯한 발언이다. 

여기에 호남지역 무소속 단체장들도 새정치연합으로의 복당을 미루고 있어 수상하다. 새정치연합 조경태 의원도 최근 “아예 당을 해체해야 한다”는 발언으로 신당 창당 논란에 기름을 부었다. 신당 창당과 연결시켜보면 거물 인사들의 당과 거리 두기 행보는 퍼즐처럼 맞아 들어간다. 

정치권의 한 관계자는 “이유야 어찌됐든 당이 어려운 시기에 당과 거리두기를 하며 정치적 이득만 챙기려는 행보는 국민들이 보기에 이기적으로 보일 수도 있다”며 “제1야당이 바로 서지 않으면 국정 전체가 흔들릴 수 있다. 당 중진들이 새정치연합을 개혁하기 위해 힘을 모아야 한다”고 지적했다. 



<mi737@ilyosis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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