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본호 ‘대박 먹튀’ 내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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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재계뒷담화> 구본호 ‘대박 먹튀’ 내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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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영 관심 없었는데 ‘이게 웬 떡’

[일요시사 경제1팀] 김성수 기자 = LG가 3세인 구본호씨가 돈방석에 앉게 생겼다. 대주주로 있는 범한판토스가 팔려서다. 당장 손에 쥘 돈이 무려 수천억원에 이른다. 그동안 ‘LG 일감’으로 덩치를 불린 범한판토스. 친절하게도(?) LG가 선뜻 사준단다. 내부거래로 말들이 많은데다가 평소 경영에 관심이 없었던 구씨로선 반가운 소식이 아닐 수 없다.

LG그룹이 범한판토스를 인수하기로 했다. 계열사인 LG상사를 통해 이르면 연내 인수한다. 현재 법률 검토 등 실사 중이다. 조만간 이사회를 열고 인수를 확정할 예정이다. LG상사는 범한판토스를 그룹 내 물류 전담 계열사로 키울 계획이다. LG전자의 물류 자회사인 하이로지스틱스가 있지만, 그룹 전체 물량을 소화하기엔 무리였다.

손 안대고 코 푼다

LG상사는 “시너지 효과와 안정적인 수익원 창출 면에서 인수를 검토하고 있다”며 “가격과 자금조달 등이 구체적으로 확정되는 대로 인수 절차에 본격 착수할 것”이라고 밝혔다.

1977년 설립된 범한판토스는 육해공을 아우르는 화물운송 중개·대리 업체다. 당초 범한흥산으로 설립됐다가 2006년 지금의 상호로 변경됐다. 11개 종속회사와 42개 관계회사를 두고 있다. 서울 여의도에 본사가 있으며 인천국제공항을 비롯해 부산, 창원, 구미 등에 지역 사무소를 운영하고 있다. 미국·중국·인도네시아 등 40개국에 진출해 있다.

지난해 연결 재무제표 기준 매출 2조417억원에 영업이익 592억원, 순이익 493억원을 기록했다. 총자산 6490억원, 총자본 2503억원에 부채비율은 159%로 비교적 양호한 재무구조를 갖추고 있다. LG상사는 범한판토스 지분을 얼마나 인수할지 아직 결정하지 않았다. 시장에선 지분 100% 인수에 약 8000억∼9000억원이 필요할 것으로 보고 있다. 양측은 5000억∼7000억원 선에서 조율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범한판토스 대주주들은 돈방석에 앉게 생겼다. 조원희 회장과 아들 구본호씨가 주인공. 고 구자헌 전 회장이 100% 지분을 소유했으나 1999년 세상을 떠나면서 부인 조 회장과 구씨에게 상속됐다. 범한판토스는 조 회장과 구씨가 각각 50.86%(101만7140주), 46.14%(92만2860주)의 지분을 갖고 있다.

 

모자가 97%를 보유해 사실상 개인회사나 다름없다. 범한판토스 몸값으로 LG가 지불하는 돈이 거의 모두 이들의 주머니로 들어가는 셈이다. 조 회장의 남편은 고 구정회 LG그룹 창업고문(고 구인회 LG그룹 창업주의 둘째동생)의 셋째아들이다. 구씨는 이들 부부의 외아들로, 구본무 LG그룹 회장의 6촌 동생이다.

LG상사 범한판토스 인수…오너 모자 돈방석
‘LG 일감’으로 덩치 불린뒤 다시 LG에 넘겨

문제는 범한판토스가 덩치를 키운 과정이다. 업계에선 말들이 많다. 그동안 ‘LG 일감’으로 사세를 불렸기 때문이다.

범한판토스는 2000년대 들어 가파른 성장세를 보였다. 2000년 850억원이던 매출은 지난해 1조2873억원으로 무려 15배가 넘게 증가했다. 이 기간 총자본과 총자산의 경우 107억원, 406억원에서 2501억원, 4980억원으로 불었다. 자본금은 창업 당시 7억원이었으나 수차례의 유·무상증자를 거쳐 100억원으로 늘어났다. 직원은 10년 전 200여 명에서 현재 1000명 가까이 됐다.

범한판토스가 계열사에서 거둔 매출은 그다지 많지 않다. 지난해 매출 1조2873억원 가운데 1418억원(11%) 뿐이다. 그전에도 범한판토스의 계열사 의존도는 낮은 수준이었다. 범한판토스가 계열사들과 거래한 매출 비중은 10%를 넘지 않았다.

다만 거래 대상을 LG 쪽으로 맞추면 얘기가 달라진다. 범한판토스는 대부분의 매출이 LG그룹에서 나오고 있다. 해마다 적게는 50%에서 많게는 80% 이상의 매출을 LG그룹으로부터 올려왔다. 결국 범한판토스는 매년 수천억원에 달하는 돈을 앉아서 번 셈이다.

업계 관계자는 “범한판토스는 LG그룹의 물류부문을 전담하면서 급성장했다”며 “LG전자를 비롯해 LG디스플레이, LG화학 등 LG그룹 계열사들의 해외 물류가 전체 매출의 60% 이상을 차지하고 있다”고 말했다.

범한판토스도 LG그룹과의 거래를 부정하지 않았다. 회사 측은 “LG그룹 물량이 많은 것은 사실이지만 80∼90%까지 높지 않다”며 “LG 거래 비중을 점차 줄이고 다른 기업들과의 거래를 늘리고 있다”고 설명했다.

 

범한판토스와 LG그룹간 주고받은 거래는 공시 등을 통해 확인이 불가능하다. 각자 별개 회사인 이유에서다. 일감 몰아주기 과세 대상에서도 제외돼 논란이 많았다. 만약 LG상사가 범한판토스를 인수하면 조원희-구본호 모자는 따가운 시선에서 자유롭게 된다.

더구나 구씨는 경영에 뜻이 없어 보인다. 범한판토스는 구 전 회장이 별세한 1999년부터 조 회장이 지휘봉을 잡았다. 처음엔 전문경영인(CEO) 체제로 돌아가다 2011년 직접 대표이사를 맡아 오너 체제로 전환했다.

모친과 달리 구씨는 회사에 관여하지 않았다. 하라는 일은 안하고 쉽게 돈 벌 궁리만 했다. 구씨는 한때 증권가에서 손대는 종목마다 대박을 터뜨려 이른바 ‘미다스의 손’으로 불렸다. 그러다 주가 조작을 통해 거액의 시세차익을 거둔 혐의(증권거래법 위반)로 2008년 구속됐다. 1심 징역 3년에 이어 2심에서 징역 2년6월을 선고받았지만, 2011년 대법원은 원심을 깨고 징역 3년에 집행유예 4년을 확정했다.

꿩 먹고 알 먹고

구씨는 이듬해 범한판토스 사내이사를 맡아 경영수업을 시작하는 듯 했다. 이도 잠시. 1년도 채우지 못하고 회사를 떠났고, 결국 범한판토스를 LG그룹에 넘기기로 했다. 미국 국적의 구씨는 현재 미국에 거주하고 있다. 평소 경영에 관심이 없었던 구씨로선 범한판토스 매각이 반가운 소식이 아닐 수 없다.

<kimss@ilyosisa.co.kr>

<기사 속 기사> 범한판토스 회장 ‘조금숙→조원희’ 개명 미스터리

조원희 범한판토스 회장의 이름을 두고 뒷말이 무성하다. 2년 전 갑자기 개명해 해석이 분분하다.

조 회장은 1999년 세상을 떠난 남편 고 구자헌 전 회장의 지분을 상속받아 범한판토스 최대주주가 됐다. 범한판토스는 주주 현황을 공개하지 않다가 2003년 말 기준 감사보고서에 주주명부를 공개했다. 당시 조 회장은 ‘조금숙’이란 이름으로 올랐다. 이후에도 계속 조금숙으로 등재되다가 2012년 말 기준 감사보고서부터 지금의 ‘조원희’로 변경됐다. 2012년 이름을 바꾼 것이다.

일부에선 다른 사람이 아니냐는 의견도 있지만, 지분이 그대로인 점을 감안하면 동일 인물로 판단된다는 게 중론이다. 만약 개명했다면 왜 이름을 바꿨지는 미스터리다. 설왕설래가 끊이지 않고 있는 조 회장은 올해 64세다. <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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