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CC-동국대 수상한 거래 내막

한국뉴스


 

KCC-동국대 수상한 거래 내막

일요시사 0 3836 0 0
▲ KCC 사옥

'구린' 수백억 대형공사 밀어주기

[일요시사 사회팀] 강현석 기자 = 정상영 KCC 명예회장이 이른바 '수의계약' 스캔들에 휘말렸다. 동국대학교(이하 동국대) 차기 총장 선거 과정에서 지펴진 의혹이다. 불교계 안팎에선 그의 학교 후배인 김희옥 동국대 총장의 위법 여부가 쟁점으로 떠오르고 있다. 조계종 지도부의 선거 개입 파문을 촉발시킨 수상한 커넥션. 진실은 가려질까.

불교계의 선거 개입 파문으로 송사에 휘말린 동국대가 오는 15일, 이사회를 통해 총장 선출을 재논의할 방침이다. 앞서 대한불교조계종 총무원장인 자승스님(이하 경어 생략)은 종립학교인 동국대 총장 선거 과정에 개입해 특정 후보를 사퇴하도록 했다는 혐의로 고발됐다. 자승 원장이 사퇴를 종용한 후보는 연임을 노렸던 김희옥 동국대 총장(정부공직자윤리위원장 겸임)이다.

수의계약 스캔들

지난 한 달간 총장 선거를 둘러싼 양측의 갈등은 진정되지 않았다. 한쪽에선 김 총장의 연임을 지지했고 또 한쪽에선 김 총장의 사퇴를 요구하고 나섰다. 동국대는 차기 총장 선출을 보류하고 종단의 관련법 위반 혐의에 대한 유권해석을 교육부에 의뢰했다.

교육부는 지난 2일 "관계법령 및 정관·규정에 따라 적정한 판단을 요한다"는 취지로 회신했다. 사실상 학교 측에 처리를 위임한 셈이다. 하지만 단독후보인 보광스님이 절차적 정당성을 인정받지 못한 상황이라 양측의 힘겨루기는 당분간 지속될 전망이다.

지난주 <일요시사>는 '자승스님 vs 김희옥 파워게임 내막(인터넷판 1월5일)'이란 기사에서 총장 선임을 둘러싼 권력싸움의 전모를 보도한 바 있다. 수면 위로 드러난 종단 선거 개입 이면에는 현 총장을 옹호하는 세력과 반대하는 세력 간의 주도권 다툼이 있었다.

현 총장을 옹호하는 세력은 이른바 '학교파' 동창회다. 이들은 한목소리로 자승 원장의 선거 개입을 규탄하고 있다. 취재 과정에서 기자는 이들 '동문세력'의 구심점을 알아낼 수 있었다. 학교파의 중심에는 동국대 안팎에서 영향력을 행사해 온 정상영 KCC 명예회장이 있었다.

동국대를 대표하는 또 다른 동창회인 '반학교파' 측은 오래 전부터 학교파인 정 회장 쪽 동창회가 학교 내에서 기득권을 점유해 온 것에 우려를 나타냈다고 한다. 이들은 자체 발간한 <동창회보>(232호-10월24일)를 통해서도 정 회장과 김 총장 사이의 커넥션 의혹을 제기했다.

<동창회보>에 따르면 김 총장은 동국대 일산 바이오캠퍼스 공사와 관련해 '수의계약'을 맺었다. 공사비 총액 2억원이 넘는 공사는 현행법에 의거해 경쟁입찰에 부쳐야 한다. 그런데 김 총장은 총공사비 300억원의 바이오캠퍼스 공사를 정 회장이 있는 KCC에 수의계약 형태로 맡겼다. 그러면서 정 회장으로부터 '사상 최대 액수'인 100억원을 기부 받았다고 대대적으로 홍보했다.

반학교파는 "당초 250억원이었던 공사비를 300억원으로 증액하면서 김 총장이 수의계약 안건을 재단이사회에 올렸다"고 주장했다. 이사회에서 김 총장은 "50억원을 늘려주어도 (정 회장에게) 100억원을 기부 받으면 학교 입장에서는 50억원이 남는 셈"이라고 말한 것으로 알려졌다.

선거 과정서 정상영-김희옥 커넥션 의혹
100억 기부해 일산 캠퍼스 개발권 따냈나

동국대 복수 관계자는 정 회장이 김 총장의 법대 선배며, 평소 의견을 주고받는 사이라고 말했다. 정 회장은 오랜 기간 동창회의 고문을 역임했고 학교파의 '좌장' 역할을 했던 것으로 전해졌다.

2013년 2월27일 김 총장은 KCC와 문제의 '수의계약'을 맺고, 3월18일께 정 회장의 기부 사실을 이사회를 통해 확인했다. 당시 김 총장은 "현금으로 합니까? 물자로 합니까?"라고 질의했고 이사 가운데 한 사람은 "현금으로 합니다"라고 답했다. 이는 '두 사람' 사이의 사전조율이 있지 않았겠냐는 의심으로 확대됐다.

KCC 반기보고서(2014년 6월)에 따르면 2013년 3월~2014년 3월까지 KCC가 동국대에서 따낸 공사는 모두 3개다. 반학교파가 지적한 일산 바이오캠퍼스 공사는 273억원에 도급계약(공시는 290억원)을 맺었다. 전체 기본도급액은 375억원 규모다.

동국대 홈페이지에는 각종 입찰 공고가 기록돼 있다. 하지만 위 3개 공사에 대한 입찰 공고는 없었다. 관련한 예산심의 과정에서 일부 이사는 "수의계약은 감사원 감사대상"이라고 우려했다고 전해진다.

교육부 측은 "'사학기관재무회계규칙 제35조'에 따라 학교법인이 발주한 공사라도 '국가를 당사자로 하는 계약에 관한 법률'을 준수해야 한다"고 설명했다. 풀어서 말하면 경쟁입찰을 통해 업체를 선정함이 합당하다는 것이다.

하지만 동국대는 경쟁입찰을 하지 않았다. 오히려 1년 뒤엔 학교 기숙사 신축공사(100억여원 규모)를 KCC에 추가 발주했다. KCC가 시공한 일산 바이오관에는 '상영바이오관'이란 이름이 헌정됐다. 상영바이오관은 정 회장의 이름을 딴 것이다.


 



▲ 김희옥 동국대 총장과 정상영 KCC 명예회장

KCC 측은 조심스러운 입장이다. 발주처(동국대)가 발주한대로 공사를 진행했을 뿐 회사 차원에서 계약 과정에 부당하게 개입한 일은 없다는 것이다. KCC 관계자는 "정 회장이 100억원을 모교에 현금으로 기부한 것은 맞지만 경영 일선에서 물러난 명예회장이기 때문에 개인 자격으로 기부한 것으로 알고 있다"고 말했다. 또 공사비 증액과 관련해서도 "현장의 요청이 있었던 것이지 (윗선의) 특별한 요구는 없었다"고 강조했다.

동국대 측은 "법적으로 문제될 여지가 없다"고 자신했다. "변호사 자문까지 거쳤다"고 말했다. 동국대 측의 해명을 종합하면 수의계약은 학교 측에서 먼저 요구한 것이다. 이들은 2억원 이상의 계약에 대해 경쟁입찰을 하도록 한 규정은 '강행' 규정이 아니라고 판단했다. 일종의 '권고' 규정이고, 건설 공사에 막대한 돈을 지불할 수 없는 사학 재무현실과 맞지 않는다는 입장이다.

또 조달청의 평균 낙찰률과 근접한 액수로 계약을 맺었고, 1군 업체(KCC)에 공사를 맡겨 건축물의 품질이 높아졌다는 평가를 내놨다. ‘(일산 바이오캠퍼스 공사를 제외한) 다른 계약은 경쟁입찰에 붙였다’는 지적에 대해선 “내부 규정에 따라 한 것일 뿐”이라고 답했다.

"법적 문제없다"

좋은 취지로 한 기부에 대해 나무랄 이유는 없다. 하지만 기부금을 투자하고 계약을 따냈다는 의심은 지울 수 없다. 동국대가 사들인 경기 고양시 동국로 일대 부지에는 학교 발전방안(BT 육성)에 따라 추가적인 공사가 예정돼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국가를 당사자로 하는 계약에 관한 법률 시행령 26조'를 보면 '작업상 혼란이 초래될 우려가 있는 등 동일 현장에서 2인 이상의 시공자가 공사를 할 수 없는 경우' 수의계약을 할 수 있도록 돼 있다. 즉 기숙사 건축(2015년 7월 완공 예정)을 시작한 KCC는 앞으로도 동국대와의 계약에서 선제적인 위치를 점할 수 있게 된 것이다. 동국대가 자체 발간한 홍보집 '동국리포트(6호)'를 보면 "일반적으로 대규모의 기부가 이뤄질 경우 공사는 기부한 기업이 시공하는 것이 대학가의 관례"라고 적혀있다.

<angeli@ilyosisa.co.kr>

<저작권자 © 일요시사 무단전재 및 재배포금지>

0 Comments
광고 Space available
Facebook Twitter GooglePlus KakaoStory KakaoTalk NaverBan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