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우조선해양 ‘비리 은폐’ 의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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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독> 대우조선해양 ‘비리 은폐’ 의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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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뇌물 받았다” 고해성사…회사는 ‘쉬쉬

[일요시사 경제1팀] 한종해 기자 = 3월 임기만료를 앞두고 있는 고재호 대우조선해양 사장이 납품비리로 얼룩진 이미지 개선에 힘을 기울이고 있다. 신년사에서 윤리경영과 투명경영의 기업문화를 확산하는 데 앞장서 줄 것을 당부했고, 준법경영 선포식까지 열었다. 그래도 비리는 여전하다. 그저 숨기기에 급급하다.

대우조선해양이 겉과 속이 다른 경영을 하고 있다는 의혹이 제기됐다. 내부 비리가 만연하다는 것. 감사실에서 적발한 비리 사실을 대우조선해양 주요 임원들의 주도로 은폐하고 있다는 게 골자다.

최근 대우조선해양 Y모 수석위원은 협력사인 K사의 K회장으로부터 몇 회에 걸쳐 편의를 제공해 달라는 목적으로 300만원을 수수했다고 회사에 자진신고 했다. 대우조선해양은 청렴성 제고를 위해 관리직 임직원들에게 금융거래동의서를 제출 받아 본인의 금융거래상 문제점 유무를 감사 중에 있다.

겉으론 '클린'

하지만 문건에 따르면 대우조선해양은 L전무와 H전무 등의 주도로 비리 사실을 은폐하고 있다. 내부 관계자는 "대우조선해양이 비리를 처벌할 경우 윤리기준에 의해 K사를 협력사에서 퇴출해야 하고 그로 인해 K 회장이 금품로비 사실을 폭로할 우려가 크다고 판단해 Y수석위원을 인사조치 하는 선에서 마무리하려 하고 있다"고 폭로했다.

변압기생산업체인 K사는 대우조선해양의 주요 협력사다. 지난 2013년 이 회사의 매출액은 670억원에 영업이익은 85억원에 이른다. 단순한 협력사가 아니라는 얘기다. 또한 K사는 글로벌탑협력회 소속이다. 글로벌탑협력회는 대우조선해양에 철의장품과 배관재, 각종 기계 장비 등을 제작, 납품하는 부산경남지역 133개 중소기업 대표들로 구성된 협력사 모임이다. 협력사의 특성상 현 경영진과 우호적일 수밖에 없다.

K사 측은 관련 내용을 확인해 주지 않고 있다. K사 비서실과 수차례 통화했지만 항상 K회장은 자리에 없었으며 관계자는 "K회장이 건강상의 이유로 회사에 출근하는 날이 많지 않아 내용 파악이 힘든 상황"이라는 말만 반복했을 뿐이다.

대우조선해양은 관련 비리 사실이 외부에 알려질까 전전긍긍하고 있다. 내부 관계자는 "대우조선해양이 비리 임직원 및 연루 업체들을 퇴출하는 등 윤리경영을 선포해 놓고 현 경영진의 이해득실에 따라 편의적이고 불법적인 행태를 하고 있다"며 "회사 내에는 현 경영진의 우호적인 인물을 보호하려는 위선적 행태라는 여론이 퍼지고 있다"고 전했다.


 



▲ 대우해양조선 본사

대우조선해양 측은 "은폐가 아니다"란 입장이다. 대우조선해양 관계자는 <일요시사>와의 통화에서 "Y모 수석위원이 금융거래상 문제점 유무 감사에서 자진신고를 한 것은 맞다"면서도 "감사실에서 관련 내용을 조사하는 중이지 덮어두고 가려는 것은 아니다"고 밝혔다. 이 관계자는 "조사가 마무리 되지 않아 자세한 내용은 밝혀지지 않은 상태"라며 "조사 결과가 나오는 대로 무관용원칙을 적용해 내규에 따라 처벌 수위를 결정할 예정"이라고 덧붙였다.

"300만원 수수" 자진신고에 시간만 질질
고재호 사장 3월 연임 결정…관계있나

대우조선해양의 올해 화두는 '신뢰받는 책임경영'이다. 고재호 사장은 신년사에서 "회사는 과거의 잘못을 전화위복의 계기로 삼고 윤리경영의 철저한 실천을 통해 글로벌 수준의 윤리기업으로 거듭나고 있다"며 "각 조직이 배전의 책임 의식을 갖고 항상 스스로를 경계하는데 추호의 소홀함이 없어야 한다"고 말했다.

고 사장은 지난해 신년사에서도 '윤리경영의 철저한 실천'을 경영화두로 제시하면서 "엄격한 윤리기준을 마련하고 무관용 원칙을 적용하는 한편 모든 비리나 잘못된 관행을 확실히 뿌리 뽑도록 시스템을 갖추겠다"며 "투명하고 공정한 업무로 우리와 관련된 모든 이해관계자들의 신뢰를 되찾아야 할 것"이라고 말한 바 있다.

고 사장은 올해 3월 말 임기 만료를 앞두고 있다. 일단 고 사장의 앞길에는 파란불이 켜진 상태다. 조선업계 빅3 가운데 유일하게 흑자를 이어가며 선방하고 있고, 고 사장이 35년 동안 대우조선해양에서만 일한 대우맨으로 회사 안팎의 신뢰도 두텁다. 거기에 지난해 3월에는 퇴직금을 자진 삭감하면서 최대주주인 산업은행(31.5%)의 긍정적인 평가를 받고 있다.


 



▲ 고재호 대우조선해양 사장

그러나 부담도 있다. 2013년 납품비리건으로 울산지검에서 임직원이 구속되는 등 사회적 물의를 일으켜 기업 이미지가 추락했고 신용등급의 잇따른 강등으로 자금 확보의 어려움에 직면해 있다.

노조와의 관계도 변수다. 고 사장은 그간 노조와의 원만한 관계를 유지해 왔다. 현시한 대우조선해양 노동조합 위원장이 지난 15일 고 사장에게 지난해 어려운 시장 환경 속에서도 수주목표를 초과 달성하는 등 안정적으로 회사를 운영했다는 이유로 축하난을 보내기도 했다. 그러나 통상임금이 문제였다. 대우조선해양 노사는 200%의 설·추석 상여금이 통상임금에 포함되는지를 두고 대립각을 세우고 있다.

속으론 '곪아'

안정적으로 연임이 예상되던 고 사장 앞에 이처럼 변수가 지속적으로 등장하자 한편에서는 새로운 사장 후보가 떠오르고 있다. 홍기택 산업은행 회장과 경기고 동창인 김연신 전 성동조선해양 사장이다. 김 전 사장은 대우조선에 입사, 선박영업과 오슬로지점 주재원 등을 맡는 등 대표적인 '대우맨' 중 한명으로 꼽힌다.

대우조선해양의 사장추천위원회 일정은 아직 나오지 않은 상태다. 다만 임기가 끝나는 CEO에 대해선 통상적으로 2∼3개월 앞서 연임 여부를 알리는 게 관행이기 때문에 2월 초에 사추위에 대한 세부 일정이 발표될 것으로 보인다. 키를 쥐고 있는 산업은행의 최종 선택에 업계의 관심이 집중되고 있다.

<han1028@ilyosis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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