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영란법에 묻다…언론인도 공무원인가?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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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설> 김영란법에 묻다…언론인도 공무원인가?   |

일요시사 0 1282 0 0

지난 3일, 공무원들에 대한 부정 청탁 및 금품 수수 금지에 관한 법률(이하 김영란법)이 국회 본회의를 통과했다. 2012년 김영란 전 국민권익위원장이 제안발의했던 이 법안은 이듬해 8월, 정부안으로 국회에 제출돼 2015년 1월8일에서야 국회 정무위원회 법안심사소위를 거쳐 2년 8개월만에 빛을 보게 됐다.

김영란법은 공무원들의 부패를 방지하는 것을 골자로 하고 있다. 이 법안은 애초 '스폰서 검사', '벤츠 검사' 등 청탁사건에 대한 직무 관련성과 대가성을 입증하지 못해 금품 제공자와 수수자를 처벌하지 못하는 것에 대한 문제의식에서 시작한 것으로, 청렴사회 건설을 목적으로 마련됐다.

하지만, 정치권은 지난해 5월, 국회 정무위원회 논의 과정에서 적용대상에 언론인들을 스리슬쩍 끼워넣었다. 당시는 모든 이슈들이 4·16세월호 침몰사태로 집중된 탓에 이 문제에 대한 견제 목소리는 나오지 않았다.

해가 바뀌고 세월호 사태가 자연스레 수면 아래로 가라앉으면서 다시 김영란법이 이슈가 됐고 언론인 등 그 적용대상 등을 두고 여야는 다시 샅바싸움을 벌였다. 불과 9개월 전에는 적용시키기로 합의했음에도 말이다.

결과적으로는 본회의 문턱을 넘는 데 3년 가까이라는 장고를 거쳤지만, 정작 정무위·법사위에서 제대로 논의되지 못해 '허점투성이 법안'으로 전락해 버렸다.

게다가 이해 당사자들인 의원들에 대한 안전장치가 마련된 부분도 석연치 않다.

국회의원들 역시 김영란법의 적용 대상이지만, '선출직 공직자 등이 공익적인 목적으로 제3자의 고충민원을 전달 또는 법령, 기준의 제·개정, 폐지 또는 정책·사업·제도 등의 개선에 관해 제안 및 건의하는 행위'라는 예외조항을 슬그머니 넣어 '빠져나갈 구멍'을 만들어놨다.

본회의로 가는 최종 관문인 법제사법위원회 이상민 위원장은 본회의 상정 후 "부정부패를 없애겠다는 입법취지에 뜻은 같이 하지만, 그를 실현하는 내용이 당초 원안에서 상당히 변형됐다"는 말은 시사하는 바가 크다.

2013년 8월에 국회로 넘어온 이 법안이 1년 7개월만에 통과된 점도 석연찮다.

더 심각한 문제는 여론에 떠밀려 '졸속처리'된 부분이다. 시간이 더 걸리더라도 애매모호한 부분들은 보완했어야 하고 더 손질해야 했다는 얘기다. 국회 법사위원장이 "부정청탁에 대한 규정들이 너무 졸렬하게 규정돼 있어 법률가인 제가 봐도 뭐가 되고, 뭔가 안 되는 건지 판단하기 어렵다"고 토로했을 정도다.

적용대상에 금융·법률·의료 등 다른 공공재 성격이 짙은 민간 부분은 빠진 채 교육·언론인들까지 확대된 것도 우려스럽다. 특히, 다른 민간 부분과의 형평성 문제나 언론출판의 자유라는 공익적 가치가 훼손되지 않겠느냐는 목소리도 만만치 않게 나온다.

KBS·EBS 등을 제외한 대다수의 언론은 국민의 세금으로 운영되지 않는다. 공직자(공무원)가 아니라는 얘기다. 연장선상에서 교육인들 역시 크게 다르지 않다. 언론과 함께 교육 부분을 적용대상에 포함시킨 점이 의아스럽다는 얘기가 나오는 것도 이 때문이다.

무엇보다 김영란법은 헌법 제21조와 11조 제1항의 '언론의 자유'와 '평등권'을 위배하고 있다.

대한변협(대한변호사협회, 회장 하창우)도 5일, "위헌 여부를 확인해 달라"며 헌법재판소에 헌법소원심판을 청구했다.


변협은 부정 청탁 행위와 예외규정을 예로 들며 "부정청탁의 개념만으로 국민 입장에서 어떤 행위가 부정인지 여부를 판단하기 어렵다. 이는 헌법 제12조 제1항서 규정한 죄형법정주의의 명확성의 원칙에 위배되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무엇보다 최근 김영란 전 위원장이 사석에서 "원래 공무원을 대상으로 했고, 나아가 국민의 세금으로 월급을 받는 사람까지를 대상으로 하려던 것인데 범위가 이렇게 확장됐다"는 관조섞인 발언이 무엇을 의미하는지 정치권에서는 심히 생각해 봐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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