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금 안 내는 거물들 추적 (17)천세명 지포럼에이엠씨 대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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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속기획> 세금 안 내는 거물들 추적 (17)천세명 지포럼에이엠씨 대표

일요시사 0 1070 0 0
▲ <사진=SBS 보도화면 캡처>

유령회사로 사라진 돈 어디로…

[일요시사 사회팀] 강현석 기자 = 정부는 항상 세수가 부족하다고 말한다. "돈이 없다"면서 만만한 서민의 호주머니를 털기 일쑤다. 그런데 정작 돈을 내야 할 사람들은 부정한 방법으로 조세를 회피하고 있다. 적게는 수천만원에서 많게는 수백억원까지 정부가 걷지 못한 세금은 40조원에 이른다. <일요시사>는 서울시가 공개한 고액체납자 명단을 토대로 체납액 5억원 이상(법인은 10억원 이상)의 체납자를 추적하는 기획을 마련했다. 17화는 71억7100만원을 체납한 지포럼에이엠씨(대표 천세명)다.

지포럼에이엠씨는 2006년 3월부터 등록세 등 5건의 세금을 체납했다. 서울시가 징세할 체납액은 61억2300만원이다. 국세청의 자료에 따르면 지포럼에이엠씨는 2003년부터 부가가치세 등 2건의 세금도 내지 않았다. 국세청이 거둘 체납액은 10억4800만원이다.

선인상가 투자

지포럼에이엠씨의 등기상 대표는 천세명씨다. 그러나 2006년까지 언론 지면에는 대표이사인 진호준씨가 더 많이 등장했다. 1992년 설립된 지포럼에이엠씨는 부동산 M&A 컨설팅기업으로 소개됐다. 등록 업종은 비주거용 건물 임대업이다.

지포럼에이엠씨가 거액의 세금을 납부하지 않은 배경은 다소 복잡하다. 페이퍼컴퍼니를 앞세운 외국계 자문사의 개입, 상가 임차인(실제 상인인 전차인과는 별개)과의 소유권 분쟁 등 여러 사건이 얽히고 설켰다.

결론부터 말하면 지포럼에이엠씨는 용산 선인상가를 매입 후 되파는 수법으로 수백억원의 차익을 남겼다. 그럼에도 세금은 내지 않았다. 지포럼에이엠씨 입장에서 보면 투자에 실패했다고 주장할 수 있다.

선인상가는 1997년까지 선인산업이 소유했다. 그해 11월 선인산업이 부도를 내면서 채권단은 선인상가를 경매에 넘겼다. 2001년 선인상가를 분할 관리하던 임차인들은 조합을 만들어 상가 소유권을 선낙찰 받았다. 당시 임차인 조합은 2002년 7월까지 남은 매수대금 853억원을 내기로 합의했다.

그런데 약속한 날짜를 앞두고 임차인들에게 날벼락이 떨어졌다. 2002년 7월 법원 경매에 참가한 지포럼에이엠씨가 선인산업과 1400억원에 선인상가 매매계약을 체결한 것이다. 지포럼에이엠씨는 곧장 건물을 점유하고 있던 임차인 조합을 상대로 근저당권 말소청구 소송 등을 제기했다. 지포럼에이엠씨는 법의 힘을 적극 이용했다.

당시 보도 내용을 살피면 지포럼에이엠씨는 회사 자본금이 2억5000만원에 불과한 작은 시행사였다. 그런데 이 회사의 대표 진씨는 한미은행으로부터 상가를 인수 할 목적으로 1400억원을 투자 받는 데 성공했다. 임차인들은 관련 대출 과정에 편법이 있었다며 청와대에 진정을 넣었으나, 금융감독원은 조사 결과 문제가 없다고 판단했다.

 



진씨가 선인상가를 인수한 자금은 대한전선에서 나왔다. 지포럼에이엠씨가 한미은행의 금융상품(특정금전신탁)을 취급하면서 대한전선이 맡긴 돈을 쓴 것이다. 법적으로는 어떤 문제도 없었다. 대한전선 역시 "선인상가를 인수하려 했던 의도가 전혀 없었으며, 한미은행의 자의적인 투자였다"라고 발뺌했다. 더구나 임차인 조합은 법원 경매를 앞두고 몇 차례 잔금 납부를 연기하는 실수를 범했다.

소유권을 얻은 진씨는 우선 조합 측이 임명한 강제관리인을 상대로 소송을 제기했다. 법원은 진씨의 손을 들어 줬다. "강제관리인에 대한 자격을 박탈하라"고 판결했다. 지포럼에이엠씨는 석달 만에 선인상가의 경영권마저 거머쥐었다.

서울시 61억2300만원 
국세청 10억4800만원
선인상가 매매로 728억원 차익

그런데 선인상가는 법정관리 때문에 지포럼에이엠씨의 뜻대로 리모델링 하거나 전차인들을 내쫓을 수 없었다. 임차인 조합도 여전히 자신들의 권리를 시위를 통해 주장하고 있었다. 아울러 진씨나 지포럼에이엠씨가 선인상가를 정상화시킬 수 있는 역량이 있는가에 대한 논란까지 계속됐다. 지포럼에이엠씨는 2013년 12월 선인상가의 매각을 결정했다. 협상 대상자는 임차인 조합이었다.

임차인 조합은 지포럼에이엠씨의 주식 4만2500주(85%)를 1328억원에 매입했다. 또 조합은 별도의 합의금 명목으로 800억원을 주기로 사인했다. 총 매각대금은 2128억원이었다. 이대로라면 지포럼에이엠씨는 728억원의 매각 차익을 남겼어야 했다.

하지만 일이 꼬이기 시작했다. 지포럼에이엠씨가 대한전선으로부터 대출받은 돈을 제때 갚지 못하면서 대한전선의 대리인 격인 클레리온캐피털이 협상 전면에 나선 것이다. 클레리온캐피털은 지포럼에이엠씨의 지분 85%가량을 소유하고 있었다.

2004년 지포럼에이엠씨는 선인상가의 매각 차익을 클레리온캐피털이 독식했다고 주장했다. 클레리온캐피털은 서류상으로만 존재하는 페이퍼컴퍼니(클레리온파트너스)로 미국계 부동산자문사인 씨씨(CC)파트너스아시아의 관계사(혹은 동일회사)이기도 하다.

 



그러나 클레리온캐피탈은 "지포럼에이엠씨가 대출 만기가 지나도 대출금을 상환하지 않아 선인상가를 매각해 투자금을 회수한 것뿐"이라고 반박했다. 불투명한 수익에 대해 과세당국은 세금을 물렸다. 사실상 '공범'인 이들의 책임 공방은 10년 넘게 계속됐다.

2014년 2월 대법원은 '페이퍼컴퍼니를 앞세웠더라도 주식·출자지분에 대한 권리를 행사하는 과점주주라면 2차 납세의무자에 해당한다는 판결을 내렸다. 앞서 클레리온캐피털에게 권리를 넘겨받은 씨씨파트너스아시아는 용산세무서를 상대로 법인세 등 부과처분 취소 소송을 냈다.

그간 씨씨파트너스아시아는 조세심판을 통해 85억5000만원이었던 세금을 46억원으로 감경 받았다. 이마저도 불복해 "자문만 했을 뿐 실질적인 주주가 아니다"라고 소송을 제기했다. 이들의 주장에 대한 사법부의 최종 판단은 이랬다.

씨씨파트너스아시아는 말레이시아 법인인 셀렉타정션 및 래링턴코퍼레이션 명의로 지포럼에이엠씨의 주식 4만2500주(85%)를 취득했다. 또 클레리온캐피털은 그 권리를 실질적으로 행사했다. 셀렉타정션과 래링턴코퍼레이션은 1999년 말 이후 거래 실적이 전혀 없는 또 다른 페이퍼컴퍼니였다.

재판부는 씨씨파트너스아시아가 말레이시아 법인에 대해서는 주식 양도차익에 대한 조세를 부과할 수 없다는 점을 이용해 지포럼에이엠씨의 주식을 신탁 매매했다고 짚었다. 더욱이 씨씨파트너스아시아는 법인 발행주식의 51% 이상을 소유한 과점주주였다. 과점주주는 반드시 2차 납세의무를 진다.

해당 판결로 득을 본 곳은 지포럼에이엠씨다. 재판부는 용산세무서의 세액 산출에 절차적 하자가 있다고 보고 "부가가치세 가운데 14억8000만원은 부과 처분을 취소하라"고 판시했다. 용산세무소가 지포럼에이엠씨에 부과한 세금은 75억6000만원이다.

10년만의 결론

이처럼 지포럼에이엠씨는 법을 이용할 줄 알았기 때문에 소송을 통해 부과된 세금을 낮출 수 있었다. 다른 고액체납자(혹은 법인)도 예외는 아니었다. 세금은 내지 않고 버티면서 변호사 수임료에 거액을 쓰는 일이 비일비재했다. 관련 사건에서 페이퍼컴퍼니로 사라진 돈의 행방이 궁금했다. 분명한 사실은 이들의 선인상가 매각 이후 상권이 쇠락했다는 점이다.

<angeli@ilyosis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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