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카스아줌마 없어진 종묘공원 스케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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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카스아줌마 없어진 종묘공원 스케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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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없으면 잇몸으로..."

[일요시사 사회2팀] 유시혁 기자 = 서울시 종로구 종묘공원 일대는 우리나라 노인들의 대표적인 쉼터다. 하지만 언젠가부터 이 일대에서 성매매를 벌여온 일명 ‘박카스아줌마’들이 활개하기 시작했고 이 일대는 노인들의 ‘성(性)지’라는 낙인을 찍고 말았다. 급기야 서울지방경찰청은 이 일대의 질서를 바로잡기 위해 집중단속에 나섰고, 이로써 박카스아줌마들이 사라졌다. <일요시사>에서 박카스아줌마가 사라진 이 일대의 분위기를 다시 한 번 살펴봤다.

서울지방경찰청은 지난달 23일부터 한 달 동안 종로구 종묘공원 일대의 무질서 행위에 대해 집중 단속을 실시하고 있다. 경찰은 지난달 26일 박카스아줌마 15명과 성 매수 할아버지 15명을 불구속 입건했으며, 호객 행위를 한 3명에 대해 즉결심판에 넘겼다. 이로써 현재 종묘공원 일대에서 성매매를 벌여온 박카스아줌마들은 온 데 간 데 없이 자취를 감추고 말았다.

자취 감춘 박카스

지난달 30일과 31일, 기자가 직접 찾은 종묘공원 일대에서는 잡담 및 바둑·장기, 낮술을 즐기는 할아버지들만 눈에 들어왔다. 종묘공원에서 쉬고 있는 노인 100여명 가운데 할머니는 5명 안팎이었다. 한 할머니(72)의 말이다.

“(박카스아줌마) 다 붙잡혀가서 그런지 괜한 오해를 살까봐 여인네들이 나오지를 않는다. 핸드폰을 안 쓰니까 이곳에 나와야만 친구들을 만날 수 있는데…. 죽은 건 아닌지 괜히 걱정된다. 이맘때쯤이면 많이들 사라진다.”

장기를 두고 있는 두 할아버지에게 다가가 박카스아줌마에 대해 물어봤다. 85세의 한 할아버지는 경찰의 집중단속을 반기는 입장이었다. 지난해 할아버지의 지인이 박카스아줌마가 건넨 박카스와 비아그라를 먹고 숨진 일이 있었다는 것이다. 당시 박카스아줌마는 할아버지가 사망했음에도 불구하고 할아버지의 지갑을 훔쳐 현장을 피했다고 한다. 심장이 좋지 않았으나 건강했다는 그 할아버지를 떠올리며 씁쓸한 표정을 지었다. 옆에서 함께 장기를 두던 다른 할아버지(87)는 박카스아줌마에 대해 신랄한 비판을 쏟아냈다.

“홀로 남은 노인들에게 사람의 품이 얼마나 그리운지 모를 것이다. 자식이 보내준 용돈을 아껴 잠시나마 여자를 품에 안고 싶은 할아버지를 (박카스아줌마는) 돈으로만 본다. 손만 잡아도 1000원이라고 말하는 게 그들이다. 고독한 할아버지들의 마음을 악용하는 파렴치한이라 해도 과언이 아니다.” 

5m 떨어진 곳에서 홀로 앉아 있던 할아버지(81)가 기자를 불렀다. 박카스아줌마에 대해 취재 중인 기자에게 하고 싶었던 말이 있었던 모양이었다. 20여년 전 아내를 여의고 홀로 지낸다는 그는 아내 사망 직후 말동무가 필요해 박카스아줌마와 술자리를 종종 가졌다고 한다. 소주 한 병과 과자 한 봉지에 1만원을 지불하면 1시간 정도 그녀와 대화를 할 수 있다고 했다. 70대 중반 이후 급격한 성욕 감퇴로, 박카스아줌마와의 관계를 단절했다고 설명했다.  

말동무 필요해 술자리 종종 가져
"경찰 단속하면 뭐하나" 토로

박카스아줌마와 성 관계를 가졌다는 10명의 할아버지 중 3명은 박카스아줌마로부터 성병을 옮았다고 말했다. 한 할아버지는 요도염에 걸렸으며, 두 할아버지는 사면바리를 옮겨왔다고 전했다. 한 할아버지(74)는 박카스아줌마에 대해 안타까운 입장을 밝혔다.

“자기명의로 된 집이 있다면 자식들이 과연 나 몰라라 했을까. 남편은 떠나고, 자식들은 명절에도 찾아오지 않고, 고용해주는 회사도 없는데…. 오죽하면 저런 일을 하겠는가. 경찰이 단속하면 뭐 하나, 먹고 살 걱정이 없어져야 안 나오지 않겠나. 구속돼서 콩밥 먹는 게 여기서 저 짓하며 사는 것보다 나을지도 모른다.” 

서울지방경찰청의 종묘공원 일대 집중 단속은 세계문화유산으로 지정된 종묘공원의 질서 확립을 위해 마련됐다. 그동안 성매매, 음주, 폭행 등의 무질서가 만연하다는 지적에 지방자치단체와 서울메트로, 대한노인회, 자율방범대가 함께 집중 단속에 나선 것이다. 서울시와 종로구청은 종묘공원 일대에서 북콘서트와 실버극장, 각종 문화행사를 개최하는 등의 환경 개선에 나설 계획이다. 또한 서울시 산하 어르신상담센터에서는 성 상담소를 운영할 예정이다.

오죽하면 몸파나

서울지방경찰청의 한 관계자는 “관계 기관과 긴밀한 협조로 종묘공원 일대의 무질서를 뿌리 뽑아 세계적 문화유산을 지키고 아름다운 공원을 어르신과 시민에게 돌려주겠다”고 밝혔다. 종묘공원은 조선시대 왕과 왕비의 신주를 모신 사당터로 지난 1995년 유네스코에 의해 세계문화유산으로 지정됐다.

<evernuri@ilyosis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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